우리, 사랑해!
서른다섯 번째 이야기
남자는 왜?
“도대체 뭐야?”
주연이 볼을 부풀린다.
“무슨 남자가 그렇게 속이 좁아? 여자가 조금 늦을 수도 있는 거 가지고 과민하게 반응하기는. 하여간.”
주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여기 아이스헤이즐럿 하나요.”
주연이 1000원을 내고 가게를 나온다.
“그나저나 뭐하지?”
집에 가기는 싫은 주연이다.
“아니 무슨 남자가 그렇게 쪼잔해?”
승연도 투덜거리기는 마찬가지다.
“겨우 12000원이었잖아. 그냥 사주면 될 거가지고. 뭘 자꾸 묻고 그래? 그리고 여자가 아니라고 해도 그냥 사주면 되지.”
승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여간 내가 남자 교육 잘못 시켰다니까.”
승연은 또각또각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맛있다.”
“그렇게 맛있어?”
“그럼.”
혜지가 싱긋 웃는다.
“오빠도 좀 먹어.”
“아, 아니.”
병환은 지금 혀를 내두르고 있는 중이다. 지금 혜지가 먹고 있는 아이스크림으로 식료품을 산다면 그게 도대체 얼마일지 말이다. 요즘 쌀이 20kg에 4만원 정도이니까. 저 아이스크림이면.
“휴으.”
“오빠 왜 한숨 쉬는 거야?”
“아니야.”
“설마?”
혜지가 병환을 쳐다본다.
“이게 비싸서 그런 거야?”
“그럴 리가.”
“아니지?”
“그럼.”
병환이 어색하게 웃는다.
“혜지 네가 내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데 겨우 그 정도 가지고 그러겠어? 안 그래? 많이 먹어.”
“응.”
혜지가 싱긋 웃는다.
“아이스크림 정말 맛있다.”
“나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
“그래.”
병환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간다.
“나 참.”
병환이 자리를 뜨자마자 혜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니 삼성 다니잖아. 돈도 잘 벌면서 겨우 이런 아이스크림 하나에 저렇게 벌벌 떠는 거야?”
혜지가 볼을 부풀린다.
“하여간 내 남자가 저럴 줄은 몰랐는데.”
“하아.”
병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무슨 애가 돈이 무서운 줄을 몰라.”
병환이 울상을 짓는다.
“도대체 저게 왜 저렇게 비싼 거야?”
병환이 지갑을 열어보고 한숨을 쉬며 닫는다.
“오늘은 또 얼마를 쓸 거지?”
남자는 왜?
여자가 늦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까?
여자가 사달라는 걸 그냥 사줘도 된다는 것을 모를까?
맛은 똑같아도 그 분위기가 하나의 가격이라는 것을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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