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서른네 번째 이야기
여자는 왜?
“흐음.”
선재가 미니스톱에 앉아서 테이블을 두들긴다.
“왜 안 오는 거지?”
이미 아이스밀크를 한 잔 마셨다.
“휴.”
벌써
‘사랑한다 말하고, 날 받아줄 때엔.
“우음.”
주연이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뻗는다.
“여보세요?”
“자고, 있었어요?”
“네?”
선재의 목소리에 주연의 눈이 번쩍 떠진다.
“아, 아니요.”
주연이 고개를 젓는다.
“지금 버스에서 잠깐 졸았어요.”
“아 그래요.”
주연이 울상을 지으며 허둥지둥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럼 얼마나 걸릴 거 같아요?”
“그, 글쎄요? 차가 좀 막히네요.”
“이 시간에 차가 막혀요?”
주연은 인상을 찌푸린다.
“아, 맞다. 사고가 났나봐요.”
“사고요? 알았어요. 빨리 와요.”
“네.”
주연이 전화를 끊고 허둥지둥 거울을 본다.
“머리는 어제 아침에 감았으니까 됐고.”
바닥에 어제 벗은 그대로의 허물을 재빨리 껴입는 주연이다.
“미치겠네.”
화장은 버스 안에서 하면 되니까, 라고 생각하며 집을 뛰쳐나오는 주연이다.
“우와 저 머리띠 너무 예쁘다.”
“사줄까?”
“아니.”
승연이 고개를 젓는다.
“와? 사줄게.”
“됐어. 돈도 없으면서.”
“그라면 말고.”
지원이 성큼성큼 자리를 옮긴다.
“우리, 뭐 좀 묵자.”
승연이 대답이 없다.
“니 와 그라노?”
“뭐가?”
“지금 짜증이 났잖아.”
“내가 뭐가 짜증이 나!”
지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도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건데?”
“내가 뭐가 마음에 안 든데?”
“그라모 와 꽁해있는 긴데?”
“내가 뭘?”
승연이 팔짱을 낀다.
“나 참 미치겠네.”
지원이 승연을 똑바로 쳐다본다.
“설마 니, 아까 머리. 그 뭐꼬 그거 안 사줘서 그라는 기가?”
“내가 그런 쪼잔 한 애로 보여?”
“아니, 그기 아니라.”
“그게 아니면 뭔데? 오빠 되게 웃기다.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가볍게 볼 수가 있어? 내가 그렇게 마음이 좁아.”
“아니, 그란 게 아니고.”
“됐어.”
승연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니 어디가는데?”
“오늘은 좀 아닌 거 같아. 우리 다음에 만나자.”
“내 이제 군대간다 아이가?”
“그런데 뭐?”
승연이 카페를 나가버린다.
“나 참.”
지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분명 저 가시나. 머리띠 안 사줘서 저카는 건데.”
지원이 울상을 짓는다.
“아니 지가 됐다케놓고, 와 저카는데?”
“하아.”
팥빙수를 다 먹었는데도 주연이 오지 않는다.
“휴.”
파트타이머가 자신을 이상하게 보고 있는 거 같다. 사실 그럴 것 같기도 하다. 지금 모습은 분명히, 여자에게 바람 맞은 남자의 모습이니까.
“휴.”
선재가 다시 전화기를 든다.
“버스는 왜 또 이렇게 안 와?”
주연이 울상을 짓는다. 다행히 때마침 버스가 온다.
“휴.”
버스에 타서 자리에 앉자 마자 전화가 온다.
“여보세요?”
“주연 씨.”
“아, 선재 씨.”
주연이 재빨리 하차 카드 단말기의 시각을 본다.
“한. 9시 50분쯤 갈 거 같아요.”
“
선재가 시계를 본다.
“아니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사실 말이죠.”
선재가 고개를 갸웃한다.
“지금 나왔어요.”
“지금요?”
“미안해요. 최대한 빨리 갈게요.”
“아, 알았어요.”
선재가 전화를 끊는다.
“하.”
선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우리 아이스크림 먹을까?”
“그래.”
병환의 제안에 혜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 어디가?”
“어?”
병환이 고개를 갸웃한다.
“여기 맥도날드 있잖아.”
“맥도날드는 왜?”
헤지가 볼을 부풀린다.
“아이스크림 먹자며?”
“저기.”
혜지가 가르키는 곳은 하겐다즈다.
“에? 어차피 똑 같은 아이스크림인 걸?”
“달라.”
병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이 얼만데?”
“오빠는 내가 싫어?”
“아니 그런 게 아니잖아.”
“나보다 돈이 더 중요하냐?”
“그런 게 아닌 거 알잖아.”
“모르겠는데.”
병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어차피 똑 같은 아이스크림이잖아.”
“똑같지 않아.”
“하아.”
결국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사줄게.”
“헤헤.”
혜지가 싱긋 웃는다.
“역시 오빠가 최고야.”
“됐거든.”
“에이.”
혜지가 병환에게 팔짱을 낀다.
“하아. 미안해요.”
“도대체 지금이 몇 시에요?”
주연이 울상을 짓는다.
“아니 여자가 좀 늦을 수도 있죠.”
“뭐라고요?”
“선재 씨는 약속에 늦은 적 한 번도 없어요?”
“네.”
주연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니, 그 정도도 이해해주지 못해요.”
“아니 1,20분이면 모르죠. 지금 1시간 늦었다고요. 지금 주연 씨가 큰 소리를 칠 입장이 아니잖아요.”
“됐어요.”
“뭐가 돼요?”
“영화 보러 안 가요?”
“주연 씨가 제임스 맥어보이 좋아한다고 해서, 페넬로피 보려고 조조 예매해뒀었는데 영화 시작 시간은
“다음 영화 보면 되잖아요.”
“주연 씨.”
선재가 이마를 짚는다.
“지금 주연 씨가 무언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게 있는데 말이죠.”
“네?”
“저 지금 무지하게 화가 난 상황이에요. I’m so angry. You know?”
“무슨 남자가 이렇게 속이 좁아요?”
선재가 고개를 젓는다.
“알았어요. 그럼 난 가죠.”
“뭐라고요?”
“내게 사과할 마음이 생기면 전화해요. 그 전이라면 당신의 전화는 사양하겠어요? 알겠어요.”
그리고는 가게를 나가버린다.
“하아.”
주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여자는 왜?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을까?
사달라지 말라고 해놓고 사주지 않으면 화내는 것일까?
꼭 유명한 제품을 즐겨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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