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서른여섯 번째 이야기
여자는 왜? 2
“하. 정말 전화 안 하는 거야?”
주연이 볼을 부풀린다.
“무슨 남자가 속까지 좁냐?”
주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정말 실망이야.”
“후우.”
선재가 오라떼 한 캔 을 단숨에 들이킨다.
“간단하잖아. 사과하면 될 거 가지고. 왜 그러는 건지.”
선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무슨 여자가 그렇게 고집이 세?”
그리고 약속을 어겼으면 당연히 사과를 해야지. 선재는 볼을 부풀린다.
“어머 Son. 왜 그러고 있는 거야?”
“아, 엄마.”
선재가 뾰루퉁한 표정을 짓는다.
“왜? Girl friend랑 사이가 안 좋아지기라도 한 거야?”
“네.”
“Why?”
가인의 눈이 동그래진다.
“약속을 안 지켜요.”
“응?”
“약속 시간을 1시간이나 늦었다고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래놓고 사과도 안 해요. 여자가 그럴 수도 있다네요.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거죠? 정말 이해가 안 되요.”
“오 Son.”
가인이 재밌다는 표정을 짓는다.
“Lady가 Late하는 것은 당연한 거야.”
“What?”
선재가 이마를 짚는다.
“엄마도 똑같아요.”
“하지만 Son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꾸미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그 정도도 못 기다려주고서는 남자친구라고 할 수 있는 거야?”
“그래도 이건 경우가 아니잖아요.”
“어째서 경우가 아닌 건데?”
“엄마.”
“Son.”
가인이 미소를 짓는다.
“설사 그녀가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Son이 먼저 전화를 걸어서 푸는 게 어떨까? 그게 더 남자다울 거 같은데 말이야.”
“엄마.”
“Son.”
가인이 선재의 손을 잡는다.
“Son은 마음이 넓으니까. 이 Mother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을 거야? 분명 이해하고 있는 거지?”
“알았어요.”
선재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엄마.”
“응?”
“그러는 엄마는 Dr. Jason이랑 화해했어요?”
“무, 무슨?”
가인이 당황하며 허둥댄다.
“엄마도 화해하실 거죠?”
선재가 고개를 흔들며 방으로 들어간다.
“후우.”
선재가 심호흡을 한다.
“도대체 내가 왜 먼저 전화해야 하는 거야?”
선재는 도무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엄마의 말대로 여자들이 심리가 그렇다면 선재가 100번이라도 물러나서 주연을 먼저 이해해야 하는 걸? 그게 남자이니까.
“휴우.”
선재가 애써 마음을 다잡아서 주연의 번호를 누른다.
“어?”
주연이 전화기의 액정에 뜬 번호를 보고 미소를 짓는다.
“그럼 그렇지.”
주연이 목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는다.
“선재 씨.”
“주연 씨.”
잠시 선재가 말이 없다.
“무슨 일이에요?”
주연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주연 씨 전화가 없어서요.”
“하지만.”
“알아요.”
선재가 미소를 짓는게 느껴지는 주연이다.
“그런데 말이죠. 주연 씨.”
“네.”
“주연 씨가 거기서 미안하다고 진심으로만 말했다면 나도 그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을 거예요. 알고 있죠?”
“그 점은 미안해요.”
주연이 침대에 앉는다.
“분명히 늦은 건 나인데 말이죠. 정말로 미안해요. 나는 다만 선재 씨에게 미안해서, 너무 미안해서 그런 거예요. 그러니까 나보다 더 어른스러운 선재 씨가 바보 같은 나를 좀 이해해줘요.”
“주연 씨가 왜 바보에요?”
“약속이나 늦기나 하니까요.”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 저도 바보에요.”
“네?”
선재의 말에 주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주연 씨 마음 하나 헤아리고, 안아주지 못했으니까요.”
“서, 선재 씨.”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다시는 말이죠. 늦지 않을게요.”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정말이에요?”
“물론이죠.”
“그럼 주연 씨 시간이 많이 늦었어요.”
“아.”
“잘 자요. 사랑하는 주연 씨.”
“서, 선재 씨도요.”
“전화 끊어요.”
“네.”
전화가 끊기고 선재는 한숨을 쉰다.
“이제 된 건가?”
“하아.”
주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많이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네?”
주연은 편안하게 침대에 누웠다.
“정말 다음부터는 안 늦어야지.”
부질 없는 다짐을 하는 주연이다.
여자는 왜?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면 남자의 화가 다 풀릴 텐데, 그렇게 변명을 늘어놓고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많이 꾸미지 않고 나와도 남자들은 좋아할 텐데, 꼭 꾸미고 오느라 늦는 여자들이 왜 있는 것일까? 도대체 여자는 왜? 그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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