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서른일곱 번째 이야기
여자는 왜? 3
“휴우.”
승연이 멍하니 바닐라 라떼를 들고 앉아 있다.
“내가 강지원이였으면, 그 머리띠 그 자리에서 그냥 사줬다. 승연아, 너 그거 마음에 드니? 하고 말이야. 그런데 사줄까? 사줄까? 묻기나 하고. 사람 민망하게 시리. 휴우. 도대체
승연이 울상을 짓는다.
“그나저나 삐쳤나? 왜 연락이 없어?”
“저.”
“아, 어서오세요.”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지원을 맞는다.
“어떤 물건을 찾으세요?”
“아까 왔던 사람인데요.”
“아, 머리띠.”
직원이 싱긋 웃는다.
“여자 친구분은?”
“먼저 갔어요.”
지원이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그래서 선물하려고 오셨구나?”
“네.”
“아까 이 제품이었죠?”
“예.”
직원이 머리띠를 꺼낸다.
“원래는 12000원인데, 흠.”
직원이 인상을 쓴다.
“좋아요. 10000원에 포장까지 해서 드릴게요.”
“정말 그랄 수 있습니까?”
“그럼요.”
직원이 미소를 짓는다.
“남자 친구 분이 참 좋으세요.”
“아입니더.”
“아니긴요.”
직원이 열심히 포장을 한다.
“제 남편도 경상도 사람이에요.”
“아 그랐십니꺼?”
“그런데 이 남자가 얼마나 무뚝뚝한 지, 정말 말도 못한다니까요. 훗. 그런데 손님께서는 직접 선물도 사러 오시고 정말 멋지시네요.”
“아이라니까요.”
지원의 얼굴이 붉어진다.
“여기요.”
“아, 여기 10000원이요.”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들러주세요. 다음 번에는 꼭 여자 친구 분하고 함께 들러주세요!”
“예.”
지원이 미소를 지으며 가게를 나선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흠.”
승연이 볼을 부풀린다. 지원의 전화다.
“하이, 모시모시. 후아유?”
“승연이가?”
“그래, 왜?”
승연이 테이블에 엎드린다.
“니 지금 어디고?”
“알면?”
“퍼뜩 말해라.”
“치.”
승연이 볼을 부풀린다.
“우리 매일 가는 카페.”
“우리가 매일 가는 카페가 어디 한둘이가? 가게 이름을 말해라.”
“알아서 찾아와!”
승연은 전화를 탁 끊어버렸다.
“치, 바보.”
“무, 문디 가스나.”
지원이 전화기를 노려보고, 생각에 빠진다.
“우리가 늘 가던 카페가 어디지?”
지원이 고개를 갸웃한다.
“하암.”
승연이 하품을 하면서 자신을 질책한다.
“그냥 알려줄 걸 그랬나?”
‘딸랑’
승연이 가게 문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데, 얼굴이 새빨게져 있는 지원이 있다.
“오, 오빠.”
“이 가스나야. 그냥 가게 이름 말해주면 좀 존나?”
한참을 뛰어다닌 모양이다.
“괜찮아?”
“지금 괘안아 보이나?”
지원이 숨을 몰아쉰다.
“자.”
그리고 테이블에 무언가를 툭 던진다.
“이, 이게 뭐야?”
“뭐기는.”
승연이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뜯어본다.
“어머.”
“이제 좀 풀�나?”
“내, 내가 뭘.”
승연이 미소를 짓는다.
“이 비싼 걸 왜 샀어?”
“뭐라꼬?”
“나 머리띠 필요 없는데. 헤헤.”
지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내는 도대체 니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겠다. 와 그카는 긴지 말이다.”
“고마워.”
승연이 지원의 볼에 입을 맞춘다.
‘
“이, 이기 사람들 앞에서 무슨 짓이고?”
“피, 좋으면서.”
승연이 눈을 흘기자 지원도 미소 짓는다.
“싫은 기는 아닌데, 니는 겨우 볼에 해주는 기가?”
“어머?”
승연이 싱긋 웃는다.
“그러면?”
“뭐, 뭐가?”
승연이 지원의 입술을 향해 다가온다.
“!”
지원의 눈동자가 커다래지고.
‘
지원의 볼이 조금씩 붉어졌다.
여자는 왜?
자신의 입으로 됐다고 하면서 막상 사주면 좋아하는 것일까? 그리고 좋아하면서 비싼 거 왜 샀냐고 타박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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