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2 -
두 번째 이야기
나만의 자격지심인 걸까?
“하아.”
“주연 씨!”
선재가 주연의 팔을 잡는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선재 씨 부자에요?”
“네?”
“왜 숨겼어요?”
“무, 무슨?”
선재는 이 상황이 당황스럽다.
“가난한 나 가지고 노니까 재밌어요?”
“누가 그래요?”
“그런데 왜 여태까지 선재 씨 집안 이야기 한 마디도 안 한 건데요!”
로비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선재와 주연을 바라본다.
“주연 씨. 여기서는.”
“왜 말 안 했어요?”
주연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지금 내 기분이 어떤 지 알아요?”
“주연 씨.”
“최악이에요. 마치 인형이 된 거 같은 기분이라고요.”
“속인 게 아니잖아요. 나는 내가 부자라는 것을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우리가 사귀는 데 무슨 상관이에요? 내가 주연 씨를 좋아하고, 주연 씨도 나를 좋아하잖아요. 이 두 가지로 된 거 아니에요?”
“아니요.”
주연이 이마를 짚는다.
“이런 어마어마한 사람이면 미리 말을 해둬야죠.”
“미안해요. 나는 그래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왜요?”
“당연히. 말을 할 필요성을 못 느꼈어요.”
“우리 시간을 좀 가져요.”
“주연 씨!”
“알아요. 선재 씨가 나를 속이지 않은 거. 우리 사랑에 다른 이유가 필요 없다는 것도 잘 알기는 하는데, 선재 씨가 이런 사람이라는 거 안 이상 전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선재 씨를 대할 수는 없을 거 같아요.”
“주연 씨.”
주연이 애써 울음을 참는다.
“미안해요.”
“주연 씨!”
주연이 선재의 팔을 뿌리치고 호텔을 뛰쳐나간다.
“Son.”
“엄마.”
선재가 잔뜩 기가 죽은 것을 보니 가인의 마음도 좋지 않다.
“그 아가씨에게 말을 하지 않은 거야?”
“우리 집 배경이 사랑에 그렇게 중요해?”
“물론 아니지.”
“그런데.”
“그 아가씨는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나봐.”
가인이 미소를 지으며 선재를 안아서 토닥인다.
“많이 놀랐을 거야.”
“그런 건가?”
“그렇겠지. 평범한 대학생 남자 친구인 줄 알았을 텐데.”
“그래서 안 말한 거야.”
선재가 울먹 거린다.
“그냥 평범한 남자 친구이고 싶었어. 그런데 모든 게 깨져 버렸어.”
“Son.”
“엄마 어쩌지?”
‘♫♬♫♬♩♪’
“여보세요?”
“
혜지다.
“왜?”
“너 리무진 탔다며?”
“그 얘기 꺼내지 마.”
“어?”
주연의 목소리가 차갑게 깔리자 혜지가 주춤한다.
“무슨 일 있었어?”
“너 선재 씨가 누구인 줄 알아?”
“선재 씨?”
주연이 인상을 찌푸린다.
“너 두웨이 호텔 알지?”
“어? 어.”
“그 호텔 외동아들이래.”
“뭐?”
“그걸 나한테 말을 안 했어.”
“주연아 지금 어디야? 내가 갈게.”
“어?”
“어디야?”
“주연아.”
혜지가 주연을 꼭 안는다.
“많이 놀랐지?”
“응.”
혜지가 주연의 등을 토닥인다.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주연이 울먹이며 그 동안의 일들을 혜지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너는 뭐가 화가 난 거야?”
“어?”
혜지가 주연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냥 네 자격지심 아니야?”
“!”
“선재 씨는 너에게 아무 것도 속인 거 없어. 그냥 너 혼자 생각을 한 거 뿐이야. 너 혼자 지금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거라고. 선재 씨는 오히려 네가 불편할 까봐. 그 사실들을 숨겼을 걸?”
“
“내 말 끝까지 들어.”
혜지가 주연의 말을 막는다.
“선재 씨는 누구보다도 너에게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어서 그런 이벤트를 벌였을 거야. 다른 생각은 못 했겠지. 네가 너무나도 좋았으니까. 그냥 너를 웃고 싶게 해주니까 말이야. 선재 씨가 아무 의미 없이 한 일에 말이야. 너는 혼자서 의미를 부여해 버린 거야. 괜히 네 자격지심에 말이야.
“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선재 씨가. 그렇게 엄청난 사람이라면 당연히 나에게 말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어째서?”
“어?”
혜지가 고개를 젓는다.
“주연아 너 뭔가를 잘못 생각하고 있어.”
“내가 뭘?”
“선재 씨는 아무 잘못이 없다니까.”
“너 가.”
“어?”
주연이 일어서서 혜지를 노려본다.
“너 얼굴 보기 싫어. 당장 가!”
“좋아. 하지만
문을 나서며 혜지가 조용한 목소리로 주연을 부른다.
“지금 네가 선재 씨에게 화를 내는 건 오롯이 네 혼자 화를 내는 거야. 선재 씨 잘못은 하나도 없다고.”
‘쾅’
“하아.”
혜지가 나가고 주연은 소파에 풀썩 앉았다.
“정말 내 탓인 거야?”
주연이 고개를 숙인다.
“분명 선재 씨가 내게 말을 안 했잖아. 그런 거 잖아. 그런데 왜 무조건 내 잘못이라는 거야? 도대체 왜? 왜 그러는 거야?”
주연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갑작스럽게 그런 사실을 알게 하면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건데. 나한테 미리 조금이라도 말을 했어야 할 거 아니야.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줘야 할 거 아니야. 그렇게, 그렇게 엄청난 사실을 그토록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면 어떻게 하라고?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나한테도 어느 정도 시간을 줘야 할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냐고.”
그리고 주연의 구두를 적셨다.
“후우.”
주연이 집으로 가기 위해서 자신의 가방을 들었다.
“후우.”
선재가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지금이 주연에게 반드시 전화해야 할 때라는 것은 알지만 도대체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 지를 모르겠다. 선재는 자신과 주연이 사귀는 데에 자신의 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여태까지 주연에게 말을 하지 않은 것이지, 주연의 말처럼 주연을 속이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는 선재였다.
“후우.”
“Son.”
“아, 엄마.”
가인이 선재의 침대에 앉았다.
“아직도 전화 안 한 거야?”
“못 하겠어요.”
선재가 힘없이 미소를 짓는다.
“어떻게 말을 해야할 지도 모르겠어요. 분명히 저는 속인 게 아니지만, 그 쪽에서 들으면 뭔가 서운할 수도 있으니까요. 솔직히 저는 뭐가 서운한 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Son. 그래도 용기를 내서 한번 call 하는 게 어때?”
“하지만.”
“Cheer Up.”
가인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전화를 통해서도 충분히 진심이 전달 될 수도 있어. Son이 진심을 가득 담아서 통화한다면 분명히 Son의 Lover도, Son의 마음을 이해할 거야. 분명해. 이 Mother가 확실하게 장담할게.”
“휴우.”
선재가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 버튼을 눌렀다.
20살. 여자
두 명의 동생을 둔 맏언니로써, 굉장히 책임감이 강할 것 같지만, 의외로 덜렁댄다. 여자치고는 꽤 뚱뚱한 몸매를 가져서 굉장히 고민을 했었지만, 선재를 만나고 나서 그 고민을 하지 않고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 소설 창고 > 우리, 사랑해! [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사랑해! season 2 - [네 번째 이야기] (0) | 2008.06.05 |
---|---|
우리, 사랑해! season 2 - [세 번째 이야기] (0) | 2008.06.05 |
우리, 사랑해! season 2 - [첫 번째 이야기] (0) | 2008.06.02 |
우리, 사랑해! - [season 1 마지막 이야기] (0) | 2008.05.29 |
우리, 사랑해! - [마흔세 번째 이야기] (0) | 2008.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