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2 -
세 번째 이야기
다시는 그대를 놀라게 하지 않겠습니다.
“Son 힘을 내. 엄마 나갈게.”
선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통화연결음이 들리고 선재의 마음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전화왔다.’
주연이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 휴대 전화의 액정을 보았다. 선재의 이름이 떠있는 것을 보고 주연이 심호흡을 한다.
“하아.”
전화를 받을까? 말까? 주연이 전화기를 쥐었다 폈다 한다.
“아.”
그리고 그 사이 전화가 끊어져 버렸다.
“선재 씨.”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
선재가 종료 버튼을 눌렀다.
“휴우.”
단번에 통화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은 일단 주연과 이야기를 해야 한다. 선재는 다시 전화 버튼을 눌렀다.
“하아.”
주연이 받으면 어떤 말을 할지, 미리 마음 속으로 되뇌이는 선재다.
‘전화 왔다’
“!”
주연의 눈이 커다래졌다. 주연이 다시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폴더를 열었다.
“여, 여보세요?”
“아, 주연 씨.”
선재의 목소리를 들으니 화가 나기도 하고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주연이다.
“무슨 일이에요?”
주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미안해요.”
“네?”
다짜고짜 미안하다니, 솔직히 말해서 선재의 잘못은 아니었다고 이미 생각하고 있던 주연이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선재가 상황하니 주연도 당황스럽다.
“아, 아니 선재 씨가 뭐가 미안해요?”
“다요.”
“네?”
선재가 미소를 지었다. 일단 미안하다는 말이 너무나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전화를 받아준 게 너무 고마웠다.
“주연 씨. 내가 생각이 짧았어요. 주연 씨가 놀랄 수 있다는 거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왜냐면 주연 씨와 나는 그런 배경을 알고 사귄 게 아니니까요. 그냥 서로가 좋아서 사귄 거니까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주연 씨가 그렇게 당황해하고 놀라실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저는요. 주연 씨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생각은 아니었어요. 상처 입으셨다면 죄송해요.”
“아, 아니에요.”
“저는요. 그냥 주연 씨에게 최고를 해주고 싶었어요. 내가 해줄 수 있는 것 중에서 최고는 무엇일까? 그렇게 생각하고 생각한 게 바로 호텔 이벤트였어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우리 엄마 호텔이 있었지라는 것밖에 생각 못 했어요. 미안해요.”
선재의 말을 들이니 주연의 마음도 풀렸다. 혜지의 말대로 모든 것은 주연의 자격지심에서 비롯된 문제였다. 선재는 단 한 번도 주연을 경제적으로 무시한 적이 없었다. 언제나 데이트 비용은 비슷하게 분담했었고, 선재는 잘 사는 척을 하지 않았었다. 그랬기에 지금 상황이 더 충격적이었는 지도 모른다.
“선재 씨가 미안할 거 없어요.”
“하지만.”
주연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보니까요. 전부 내 자격지심인 거 같아요. 그 자리에서도 뛰쳐 나올 필요가 없었는 데 말이죠. 선재 씨가 내게 잘못한 건 없잖아요. 그냥 나 혼자 오버하고 있는 거지요. 나야 말로 선재 씨가 당황하게 만들어서 죄송해요. 선재 씨가 나를 당황스럽게 할 의도가 없었다는 거 잘 알아요,”
“주연 씨.”
“미안해요. 제 생각이 짧았어요.”
선재의 얼굴에 미소가 생긴다. 다행이다. 주연이 크게 화가 난 거 같지는 않다.
“괜찮아요?”
“네.”
선재가 안도의 한숨을 쉰다.
“정말 미안해요.”
“네?”
“다시는 그대를 놀라게 하지 않을 게요.”
“알겠어요.”
“그럼 잘 자요.”
“네.”
주연이 전화를 끊기를 기다리고, 선재가 전화를 끊는다.
“후우.”
다행히 마음 편히 자도 될 거 같다.
“헤.”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주연이 편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웠다.
“오빠.”
“어?”
혜지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아무 것도 아니야.”
“아무 것도 아니긴? 아까부터 내 얘기는 하나도 안 듣고 있고,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그냥 회사 일.”
“피.”
혜지가 빨대를 잘근잘근 씹어댄다.
“그렇게 회사 일이 중요해? 회사 일을 피해서 나를 만나러 와놓고서도 회사 일을 걱정할 만큼?”
“미안해.”
병환이 미소를 지으며 혜지를 바라본다.
“정말 오랜만에 우리 만났는데, 회사 생각해서 정말 미안. 혜지야 그러면 우리 뭐할까?”
“요즘 인디아나 존스가 재밌다고 하던데?”
혜지가 혀를 살짝 내민다.
“그래 가자,”
병환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나저나, 주연 씨는 좀 괜찮아 진 거야?”
“응.”
영화를 보고 나서, 로티보이에 자리를 잡은 두 사람이다.
“두 사람 서로 진솔하게 이야기를 하고 다 풀었대. 그래서 지금은 괜찮대.”
“그래 다행이다.”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나라도 정말 놀랐을 거 같아.”
“나도.”
“주연 씨가 이해가 갈 거 같아.”
“그래도 주연이가 좀 오버하기는 했어. 나라면 정말 좋았을 거 같은대.”
“뭐가?”
병환이 혜지를 노려본다.
“아, 아니.”
혜지가 싱긋 웃는다.
“오빠가 부자가 아니라서 싫다는 게 아니라, 내가 만일 주연이의 상황이었다면 그렇게 굴지는 않았을 거라는 거지.”
“치.”
병환이 싱긋 웃는다.
“가자, 늦었다.”
“어.”
병환을 따라 혜지도 일어난다.
“휴.”
소은이 한숨을 쉰다.
“이 좋은 금요일 밤에 혼자 야근이 뭐냐고.”
낮에 오늘 야근 할 사람을 사다리 타기로 정하자고 한 자신이 죽도록 원망스러운 소은이다.
게다가 유 차장에게 조르고 졸라서 겨우겨우 번호를 바꾼 자신이 밉도록 원망스러웠다. 거기다가 두 사람 야근 하기로 정하려는 거 한 사람으로 하자고 부득부득 우긴 자신이 정말 한심하고 원망스러웠다.
“휴우.”
남들은 데이트다 뭐다, 분주했다. 광화문에 있는 직장에서는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의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그래, 뭐 나는 연인도 없는데. 다른 사람들이나 재밌게 놀라고 하지. 뭐. 나는 일이나 열심히 해서 내 몸값이나 올려야지.”
팔을 걷어부치고 책상에 앉는 소은이다.
‘꼬르륵’
“아 배고파.”
이미 구내식당은 문을 닫은 지 한참이다. 게다가 이 근처에는 편의점들 뿐이다. 게다가 편의점까지 가기도 귀찮다. 하지만 점심도 이미 거른 상태라서 잠시 고민에 빠지는 소은이다. 하지만 귀찮다는 생각이 소은을 이겨버린다.
“뭐 굶어서 죽기야 하겠어?”
부지런히 자판을 놀린다.
‘딸랑’
“게십니까?”
순간 텅빈 사무실에 사람의 목소리가 난다.
“?”
소은이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본다.
“어? 강 대리 님?”
“아, 계셨구나?”
강 대리가 미소를 짓는다.
“아직 저녁 못 드셨죠?”
“저녁이요?”
강 대리가 소은에게로 다가온다.
“제가 저녁을 좀 사왔는데.”
강 대리가 조심스럽게 자신이 들고 온 종이 것을 들어 보인다.
“어머.”
소은이 평상시 좋아하는 브랜드의 피자가 강 대리의 손에 들려있었다.
“지연아 거기 학교 생활은 재밌어?”
“네 그러합니다.”
“나한테 꼭 그 말투를 써야겠어?”
대연이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죄송합니다 대연군. 제가 어릴 적부터 배운 말이 이러한 말투뿐이라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대연이 한숨을 쉰다.
“그래 앞으로 나랑 사귀면서 차차 고쳐가면 되는 거지.”
대연이 싱긋 웃는다.
“그나저나 너 이번 주말에 시간 괜찮아?”
“주말 말씀입니까?”
지연이 조심스럽게 거실을 쳐다본다.
“그,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이곳의 생활이 그리 적응이 된 것은 아니라서 말입니다.”
“피.”
대연이 볼을 부풀리는 게 눈에 선히 보여 미소가 지어지는 지연이다.
“왜 그러십니까?”
“우리 명색이 커플인데 그래도 데이트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데, 데이트요?”
지연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그런 낯 부끄러운 단어를 어, 어찌.”
“뭐가 낯이 부끄러워?”
“저희 나이가 아직 어립니다. 그런데, 데이트라니요. 대연 군, 언어의 선택에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킥.”
대연의 웃음이 들려온다.
“네가 더 웃겨. 알았어. 아버지께 여쭤보고, 다시 통화하자. 내일 이 시간에 전화할게.”
“예.”
전화를 끊고 지연이 한숨을 쉰다.
“아버지께서 허해주실까?”
20살. 여자
귀엽고 발랄한 성격을 지녔다. 남에게 짐이 되기를 싫어하는 성격을 지녀서, 항상 병환에게 잘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남들보다 우수한 재능으로 일어, 영어, 한어에 모두 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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