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2 -
다섯 번째 이야기
결혼 이야기?
“여보세요?”
“엄마다.”
“아, 어머니.”
병환이 서류를 덮는다.
“무슨 일이세요?”
“너 장가는 안 드냐?”
“네?”
병환은 당황스럽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다짜고짜 결혼이라니?”
“너도 옆 집 우진이 알지?”
“네.”
“그 애가 이번에 외국에서 돌아왔단다. 어떻게 선 생각 없냐?”
“어머니도.”
병환이 미소를 지었다.
“저 여자친구 있다니까요.”
“그 어린 애가 무슨.”
어머니가 혀를 차는 것이 전화기를 타고 들렸다.
“그렇게 어린 아이랑 무슨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게냐? 너랑 나이 차이도 그리 많은데. 그냥 선을 보지 그러니?”
“선은 무슨.”
“네 나이가 몇이야? 너도 이제 어서 결혼을 해야하지 않겠니?”
“저도 다 때가 되면 결혼을 해요. 어머니, 괜한 걱정하지 마시라니까요.”
“이 어미가 하는 걱정이 괜한 걱정으로 보이냐? 어? 너 그러다가 장가 어떻게 갈래? 그 어린 애랑 네가 결혼을 할 거 같아? 너 그러다가 금방 서른 된다. 그러면 이 어미 말 안 들은 거 후회할 거라고.”
“절대로 후회 안 해요.”
“병환아.”
병환이 한숨을 쉰다.
“어, 어머니. 지금 부장님께서 부르세요. 잠시 후에 다시 전화 드릴게요.”
“병환아, 벼, 병!”
“휴.”
병환이 전화를 끊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무슨 일이에요?”
“아, 소은 씨 고마워요.”
소은이 건네는 커피를 받으며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소은이 병환의 옆에 의자를 끌어다가 앉는다.
“어머니께서 선을 보라고 성화시네요.”
“선이요?”
“네.”
병환이 웃음을 짓는다.
“여자 친구 있다고 하면 되잖아요.”
“어머니도 아세요.”
“그런데요?”
“너무 어려서 안 된다나요? 제 나이면 결혼할 상대를 구해야지 연애할 상대를 구할 나이가 아니라고 하시면서. 후후, 아무튼 답답하네요.”
“저희 어머니도 그러시는데.”
소은이 싱긋 웃는다.
“저는 남자 친구까지 없어서 더 그렇다고요.”
“ 이 참에 만드시는 게 어때요?”
“됐습니다.”
소은이 미소를 지었다.
“얼마 전에 제가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차였거든요.”
“그래요?”
“네.”
“누군데요? 제가 아는 사람이에요?”
소은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왜 웃기만 해요?”
“아니에요. 일 하셔야죠. 열심히 하세요.”
“소은 씨?”
병환이 고개를 갸웃했다.
“주연 씨!”
저기 선재가 손을 드는 것을 보니 주연의 마음이 급해진다. 빨리 온다고 왔는데 늦었나 보다.
“어, 뛰, 뛰지 말아요!”
선재가 말리건 말건, 주연은 열심히 뛰었다. 순간,
‘탓’
“어!”
주연은 자신의 몸이 붕 뜨는 것을 느꼈다. 땅 바닥에 강하게 부딪힐 것을 생각하고 눈을 꼭 감았는데,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느꼈지만 아프지가 않다.
“?”
주연이 조심스럽게 눈을 떠보니 자신의 밑에 선재가 깔려 있다.
“괜찮아요?”
“서, 선재씨.”
“그래서 뛰지 말라고 했잖아요. 왜 사람 말을 안 들어요. 여기서 넘어졌으면, 주연 씨 예쁜 무릎 다 까졌다고요. 그러면 내 마음이 얼마나 아픈 지 알아요? 다음부터는 꼭 조심하세요. 알았죠?”
“네.”
주연의 볼이 붉어진다.
“그런데 주연 씨?”
“네?”
“언제 내려올 거예요? 너무 무겁잖아요”
“아. 아!”
주연이 후다닥 내려온다.
“무겁다는 이야기 농담이였어요. 하나도 안 무거워요. 무슨 여자가 이렇게 가벼워요? 바람만 불어도 날아가겠네.”
“농담하지 말아요.”
“농담인 거 알았어요?”
선재가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짓는다.
“주연 씨 우리 점심 먹을래요?”
“저, 아침을 조금 든든하게 먹어서 점심은 안 먹고 싶은데.”
주연이 살짝 선재의 표정을 본다.
“선재 씨는 많이 배고파요? 그러면 우리 밥 먹으러 갈래요?”
“아니요. 저도 배 많이 안 고파요. 그러면 우리 이삭 가서, 아메리카노나 마실래요?”
“좋죠.”
주연이 빙긋 웃는다.
“아메리카노는 선재 씨가 저를 구해주셨으니까, 제가 한 턱 쏠게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선재가 미소를 지으며 팔짱을 끼는 포즈를 취한다.
“뭐해요?”
“아.”
주연이 얼굴이 붉어지면서 팔짱을 낀다.
“가시죠.”
“네.”
“아, 죄, 죄송합니다!”
준오의 얼굴이 새빨게 진다.
“아, 아니에요.”
여자도 얼굴이 빨게져서 애써 미소를 짓는다.
“무, 무엇을 드시겠어요?”
“카, 카페 모카요.”
“네, 아이스로 드릴까요? 핫으로 드릴까요?”
“아, 아이스로 주세요.”
“5400원입니다.”
준오가 조심스럽게 돈을 건넨다.
“6000원 받았습니다. 거스름돈 먼저 받으시고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둘 사이의 정적, 준오도 그녀도 말이 없다.
“저.”
“네?”
준오의 물음에 그녀가 준오를 바라본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저요?”
지현이 자신의 가슴을 가리킨다.
“아, 저 외람됩니다만.”
“네?”
“시간 좀 있으세요?”
“시간 이요?”
지현의 눈이 동그래진다.
“무, 무슨 뜻이세요?”
“그, 그러니까 말이죠. 그러니까.”
준오가 눈을 질끈 감는다.
“저 그 쪽을 좋아해요.”
“!”
다시 둘 사이에 정적이 흐른다. 그리고 그 정적을 먼저 깨뜨린 것은 지현의 웃음 소리였다.
“저기, 죄송한데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스, 스물 하나 입니다.”
“그럴 줄 알았어요. 굉장히 어려보이시더라고요. 제가 몇 살 같아 보이세요?”
지현의 물음에 준오가 고개를 갸웃한다. 자신보다는 나이가 많아 보였지만, 그렇게 많아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다가 평상시 눈썰미가 없기로 소문이 난 준오였다. 그런 준오가 지현의 나이를 맞히기란 어려웠다.
“한, 스물 다섯 정도 아니세요?”
“훗.”
지현은 바로 웃음을 짓더니, 이내 무표정해졌다.
“이 카페에서 일하는 제가 누구 같으세요?”
“파트타이머 아니세요?”
지현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준오를 바라본다.
“저는 이 가게 주인이에요.”
“네?”
“제 나이는 33살이에요.”
“!”
준오의 눈동자가 동그래진다.
“서, 설마요?”
“제가 왜 그 쪽을 속이겠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 드리겠는데, 단순히 나이 때문이 아니라, 저 남자 사귈 마음 자체가 없어요.”
“왜, 왜요?”
“저에게는요. 세상에서 커피가 가장 중요해요. 가장 중요한 커피 대신 남자를 사귈 마음은 전혀 없어요.”
지현이 싱긋 웃었다.
“여기 카페 모카 나왔습니다.”
“아, 네.”
준오는 얼빠진 표정으로 가게를 나왔다.
“휴.”
지현이 자신의 볼에 손등을 가져다댄다.
“얼굴이 다 화끈해졌네. 하여간
그래도 기분이 좋은 지현이다. 이런 일을 당해본 것이 도대체 얼마만인지, 그래도 자신의 미모가 아직 죽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흐뭇해지는 지현이다.
“그런데 왜 장사가 안 되지?”
“서른 셋?”
준오가 한숨을 내쉰다. 요즘에 워낙 연상연하가 트렌드라서 어느 정도 연상인 여자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래도 띠동갑은 너무하지 않은가? 사랑에는 국경은 없지만 세대차는 있는 법이다. 그 정도 나이차라면 분명 살아가면서 여러가지 문제에 당면하게 될 것이다. 이쯤에서 마음을 접는 것이 옳을까?
“그런데 왜 자꾸 심장이 미친 듯 요동치는 건데?”
준오는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감정에 울상을 지었다.
33살. 여자
커피를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 커피 때문에 연애 한 번 하지 못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새로운 커피 품종이 나오면 누구보다도 기쁘고, 자신의 커피를 맛있게 마셔주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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