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2 - [다섯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6. 9. 13:26

 

 

 

 우리, 사랑해!

 - Season 2 -

 

 다섯 번째 이야기

 

 결혼 이야기?

 

 

 

여보세요?

 

 엄마다.

 

 , 어머니.

 

 병환이 서류를 덮는다.

 

 무슨 일이세요?

 

 너 장가는 안 드냐?

 

 ?

 

 병환은 당황스럽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다짜고짜 결혼이라니?

 너도 옆 집 우진이 알지?

 .

 그 애가 이번에 외국에서 돌아왔단다. 어떻게 선 생각 없냐?

 어머니도.

 

 병환이 미소를 지었다.

 

 저 여자친구 있다니까요.

 

 그 어린 애가 무슨.

 

 어머니가 혀를 차는 것이 전화기를 타고 들렸다.

 

 그렇게 어린 아이랑 무슨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게냐? 너랑 나이 차이도 그리 많은데. 그냥 선을 보지 그러니?

 

 선은 무슨.

 

 네 나이가 몇이야? 너도 이제 어서 결혼을 해야하지 않겠니?

 

 저도 다 때가 되면 결혼을 해요. 어머니, 괜한 걱정하지 마시라니까요.

 

 이 어미가 하는 걱정이 괜한 걱정으로 보이냐? ? 너 그러다가 장가 어떻게 갈래? 그 어린 애랑 네가 결혼을 할 거 같아? 너 그러다가 금방 서른 된다. 그러면 이 어미 말 안 들은 거 후회할 거라고.

 

절대로 후회 안 해요.

 

 병환아.

 

 병환이 한숨을 쉰다.

 

 , 어머니. 지금 부장님께서 부르세요. 잠시 후에 다시 전화 드릴게요.

 

 병환아, , !

 

 .

 

 병환이 전화를 끊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무슨 일이에요?

 

 , 소은 씨 고마워요.

 

 소은이 건네는 커피를 받으며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소은이 병환의 옆에 의자를 끌어다가 앉는다.

 

어머니께서 선을 보라고 성화시네요.

 

 선이요?

 

 .

 

 병환이 웃음을 짓는다.

 

 여자 친구 있다고 하면 되잖아요.

 

 어머니도 아세요.

 

 그런데요?

 

 너무 어려서 안 된다나요? 제 나이면 결혼할 상대를 구해야지 연애할 상대를 구할 나이가 아니라고 하시면서. 후후, 아무튼 답답하네요.

 

 저희 어머니도 그러시는데.

 

 소은이 싱긋 웃는다.

 

 저는 남자 친구까지 없어서 더 그렇다고요.

 

이 참에 만드시는 게 어때요?

 

 됐습니다.

 

 소은이 미소를 지었다.

 

얼마 전에 제가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차였거든요.

 

그래요?

 

 .

 

 누군데요? 제가 아는 사람이에요?

 

 소은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왜 웃기만 해요?

 

 아니에요. 일 하셔야죠. 열심히 하세요.

 

 소은 씨?

 

 병환이 고개를 갸웃했다.

 

 

 

 주연 씨!

 

 저기 선재가 손을 드는 것을 보니 주연의 마음이 급해진다. 빨리 온다고 왔는데 늦었나 보다.

 

 , , 뛰지 말아요!

 

 선재가 말리건 말건, 주연은 열심히 뛰었다. 순간,

 

 

 

 !

 주연은 자신의 몸이 붕 뜨는 것을 느꼈다. 땅 바닥에 강하게 부딪힐 것을 생각하고 눈을 꼭 감았는데,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느꼈지만 아프지가 않다.

 

 ?

 

 주연이 조심스럽게 눈을 떠보니 자신의 밑에 선재가 깔려 있다.

 

 괜찮아요?

 

 , 선재씨.

 그래서 뛰지 말라고 했잖아요. 왜 사람 말을 안 들어요. 여기서 넘어졌으면, 주연 씨 예쁜 무릎 다 까졌다고요. 그러면 내 마음이 얼마나 아픈 지 알아요? 다음부터는 꼭 조심하세요. 알았죠?

 

 .

 

 주연의 볼이 붉어진다.

 

 그런데 주연 씨?

 

 ?

 언제 내려올 거예요? 너무 무겁잖아요

 

. !

 주연이 후다닥 내려온다.

 

 무겁다는 이야기 농담이였어요. 하나도 안 무거워요. 무슨 여자가 이렇게 가벼워요? 바람만 불어도 날아가겠네.

 

 농담하지 말아요.

 

 농담인 거 알았어요?

 선재가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짓는다.

 

 주연 씨 우리 점심 먹을래요?

 

 , 아침을 조금 든든하게 먹어서 점심은 안 먹고 싶은데.

 

 주연이 살짝 선재의 표정을 본다.

 

 선재 씨는 많이 배고파요? 그러면 우리 밥 먹으러 갈래요?

 

 아니요. 저도 배 많이 안 고파요. 그러면 우리 이삭 가서, 아메리카노나 마실래요?

 

 좋죠.

 

 주연이 빙긋 웃는다.

 

 아메리카노는 선재 씨가 저를 구해주셨으니까, 제가 한 턱 쏠게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선재가 미소를 지으며 팔짱을 끼는 포즈를 취한다.

 

 뭐해요?

 

 .

 주연이 얼굴이 붉어지면서 팔짱을 낀다.

 

 가시죠.

 

 .

 

 

 

 , , 죄송합니다!

 

 준오의 얼굴이 새빨게 진다.

 

 , 아니에요.

 

 여자도 얼굴이 빨게져서 애써 미소를 짓는다.

 

 , 무엇을 드시겠어요?

 

 , 카페 모카요.

 

 , 아이스로 드릴까요? 핫으로 드릴까요?

 , 아이스로 주세요.

 5400원입니다.

 

 준오가 조심스럽게 돈을 건넨다.

 

 6000원 받았습니다. 거스름돈 먼저 받으시고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둘 사이의 정적, 준오도 그녀도 말이 없다.

 

 .

 

 ?

 준오의 물음에 그녀가 준오를 바라본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저요?

 지현이 자신의 가슴을 가리킨다.

 

 , 저 외람됩니다만.

 

 ?

 시간 좀 있으세요?

 시간 이요?

 지현의 눈이 동그래진다.

 

 , 무슨 뜻이세요?

 

 , 그러니까 말이죠. 그러니까.

 

준오가 눈을 질끈 감는다.

 

 저 그 쪽을 좋아해요.

 

 !

 

 다시 둘 사이에 정적이 흐른다. 그리고 그 정적을 먼저 깨뜨린 것은 지현의 웃음 소리였다.

 

 저기, 죄송한데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스물 하나 입니다.

 

 그럴 줄 알았어요. 굉장히 어려보이시더라고요. 제가 몇 살 같아 보이세요?

 

 지현의 물음에 준오가 고개를 갸웃한다. 자신보다는 나이가 많아 보였지만, 그렇게 많아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다가 평상시 눈썰미가 없기로 소문이 난 준오였다. 그런 준오가 지현의 나이를 맞히기란 어려웠다.

 

 , 스물 다섯 정도 아니세요?

 

 .

 지현은 바로 웃음을 짓더니, 이내 무표정해졌다.

 

 이 카페에서 일하는 제가 누구 같으세요?

 

 파트타이머 아니세요?

 

 지현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준오를 바라본다.

 

 저는 이 가게 주인이에요.

 ?

 제 나이는 33살이에요.

 

 !

 

 준오의 눈동자가 동그래진다.

 

 , 설마요?

 

 제가 왜 그 쪽을 속이겠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 드리겠는데, 단순히 나이 때문이 아니라, 저 남자 사귈 마음 자체가 없어요.

 

 , 왜요?

 

 저에게는요. 세상에서 커피가 가장 중요해요. 가장 중요한 커피 대신 남자를 사귈 마음은 전혀 없어요.

 

 지현이 싱긋 웃었다.

 

 여기 카페 모카 나왔습니다.

 

 , .

 

 준오는 얼빠진 표정으로 가게를 나왔다.

 

 

 

 .

 지현이 자신의 볼에 손등을 가져다댄다.

 

 얼굴이 다 화끈해졌네. 하여간 국지현 너는 나이가 몇인데 아직까지 설레기는, .

 

 그래도 기분이 좋은 지현이다. 이런 일을 당해본 것이 도대체 얼마만인지, 그래도 자신의 미모가 아직 죽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흐뭇해지는 지현이다.

 

 그런데 왜 장사가 안 되지?

 

 

 

 서른 셋?

 

 준오가 한숨을 내쉰다. 요즘에 워낙 연상연하가 트렌드라서 어느 정도 연상인 여자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래도 띠동갑은 너무하지 않은가? 사랑에는 국경은 없지만 세대차는 있는 법이다. 그 정도 나이차라면 분명 살아가면서 여러가지 문제에 당면하게 될 것이다. 이쯤에서 마음을 접는 것이 옳을까?

 

 그런데 왜 자꾸 심장이 미친 듯 요동치는 건데?

 

 준오는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감정에 울상을 지었다.

 

 

 

 국지현

 

 33. 여자

 

 커피를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 커피 때문에 연애 한 번 하지 못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새로운 커피 품종이 나오면 누구보다도 기쁘고, 자신의 커피를 맛있게 마셔주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