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2 -
여섯 번째 이야기
미친 듯이 뛰는 가슴, 어떻게 해결 좀 해줘!
“하아.”
“너 아침부터 왜 한숨이야?”
선재가 준오를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아무 것도 아니야.”
“설마 저번에 네가 말한 그 첫 눈에 반한 사람 때문이냐?”
“어?”
“맞네.”
선재가 자세를 바로 잡아 똑바로 앉는다.
“무슨 일인데? 가슴에 쌓인 고민은 털어 놓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해소된 거라니까, 무슨 문제인 건데?”
“그냥. 사귀고 싶은데,”
“고백하면 되잖아.”
준오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미 고백했어.”
“그래? 그런데 뭐가 문제야? 차였어?”
“차인 건가?”
“어?”
준오가 고개를 미친 듯이 흔든다.
“
“내가 미쳤나봐.”
“왜?”
“그 사람 나랑 띠동갑이래.”
“띠동갑?”
선재가 잠시 멈칫한다. 외국 생활을 오래해서인지, 띠 동갑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동갑은 동갑인데, 띠가 뭐지?
“그러니까 나랑 12살 차이라고.”
“뭐?”
선재의 눈이 동그래진다.
“30살이 넘은 여자라고?”
“그래. 하아. 나도 내가 미쳤다고 생각한다. 내가 돌았지. 어디 여자가 없어서 그런 다 늙은 여자에게 사랑에 빠지다니. 그런데 정말 문제는 뭔지 않냐? 자꾸 그 여자가 눈 앞에 어른거린다는 거다.”
“그게 왜 미친 거야?”
“어?”
선재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 정도 나이 차 있어도 괜찮은 거 아니야? 19살 차이 나는 커플도 있고, 나도 실제로 8살 차이 나는 커플도 봤는 걸? 또, 남자는 나이 많은 경우가 많잖아. 그런데 너는 왜 걱정하는 거야?”
“남자랑 여자랑 같냐?”
“다를 건 또 뭐야?”
“넌 몰라.”
준오가 한숨을 쉰다.
“남자랑 여자가 뭐가 다른 건데?”
“너는 한국 생활을 오래 안 해서 한국 사회를 아직 몰라. 남자가 나이가 많고 여자가 나이가 어린 것은 남자가 능력이 있다는 거라고, 그런데 여자가 나이가 한참 많고 남자가 나이가 어리다면, 그건 남자가 무능력하다는 것의 징표야. 한국 사회에서는 그런 일도 드물고 말이야. 그렇게 연애하는 남자들 다 바보 소리 듣는다고.”
“한국에서 요즘 연상녀가 열풍이라며?”
“그 것도 어느 정도지.”
준오가 책상에 엎드린다.
“그냥 이대로 지나면 마음이 접히겠지.”
“그건 바보 같은 짓이야.”
“뭐가?”
“그렇게 네 감정을 속이는 거 말이야.”
“그러면 나보고 어쩌라고?”
“사귀면 되는 거잖아.”
“미쳤냐?”
준오가 썩소를 짓는다.
“지금 그 여자랑 나랑 12살 차이가 난다고. 열 두 살. 그 사람이 나보다 열두 살이나 위라고. 알아듣겠어?”
“그러니까 그게 왜 문제가 되냐는 거야. 너는 지금 그 사람이 좋아서 내게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네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데 겨우 그까짓 나이가 무슨 상관인 건데? 그냥 네 마음만 있으면 충분한 거 아니야? 뭐가 그렇게 복잡한 건데. 한국 사회가 네가 연애하는 데 돈을 준대? 아니잖아. 그냥 네가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면 되는 거잖아. 안 그래?”
“너는 좋겠다.”
“뭐가?”
“그렇게 자유로운 사회에서 생활해서. 하지만 내가 다시 말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일이 드물어.”
“드물다는 거지 없는 건 아니잖아.”
“됐다. 내가 너랑 이야기를 말아야지.”
준오가 고개를 숙인다.
“나 참.”
선재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아무래도 그건 좀 무리가 있지 않아요?”
“주연 씨도 그렇게 생각해요?”
“왜?”
순간 혜지가 끼어든다.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야?”
“혜지 씨도 그렇게 생각하죠?”
“네. 솔직히 사랑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
“너는 상관 없냐?”
“왜?”
혜지가 볼을 부풀린다.
“나도 병환 오빠랑 나이 차이 8살이나 나는데, 봐봐. 얼마나 잘 사귀고 있는 지. 네가 이상한 거야.”
“너희는 오빠가 나이가 많잖아. 여자가 나이가 많은 거랑은 전혀 다른 상황이라니까. 완전 다른 거야.”
“뭐가 다른 건데요?”
주연이 한숨을 쉰다.
“두 사람 정말 답답하다. 그게 말이 돼? 당연히 말이 안 되는 거라고. 이유도 없이 말이야.”
“이유가 없는 게 더 말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선재가 고개를 젓는다.
“솔직히 이해가 안 되요. 제 친구는 그 여자를 정말로 좋아하고 있다고요. 그러면 그 여자에게 고백을 해서 사귀면 되는 거잖아요. 주연 씨가 계속 말하는 그 세계 차?”
“세대 차요.”
“네.”
혜지가 정정을 해주자, 선재가 혜지를 향해 미소를 짓고 말을 잇는다.
“그 세대 차라는 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헤어지면 되는 거 잖아요. 그 전에는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그런데 시작하기도 전에 안 된다고 하는 건 좀 말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선재 씨.”
주연이 답답한 듯 선재를 부른다.
“선재 씨도 한국에서 더 살다보면 알 거예요.”
“아니요. 저는 이해 못 할 거예요.”
“나는 모르겠다.”
혜지는 복숭아 맛 아이스티를 열심히 빨았다.
“하아.”
한숨을 쉬어도 가슴에 답답함은 풀리지 않았다. 선재와 이야기를 하면 그 답답함이 풀릴 것 같았는데, 오히려 더 복잡하고 답답함만 더해졌다. 선재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행동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머리가 미친 듯이 고민을 하고 있는 와중에서도, 심장이라는 녀석은 두근두근 거리고 있었다. 자신을 알아달라는 듯이, 감정을 따르라는 듯이.
“휴.”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준오였다.
“소은 씨.”
“아, 강 대리 님.”
“서우라고 부르라니까.”
서우가 서운한 표정을 짓자, 소은이 싱긋 웃는다.
“네, 서우 씨.”
“집에 가시는 거예요?”
‘아, 네.”
소은이 고개를 끄덕이다. 서우가 소은의 손에 들린 짐을 본다.
“짐이 좀 많은 거 같은데.”
“네?”
“태워다 드릴 까요?”
“그, 그게.”
“왜요?”
“소은 씨 뭐해요?”
“네, 박 대리님.”
“아, 박 대리가 태워다주기로 했구나.”
서우가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어? 여기서 두 사람 뭐해요?”
“저, 박 대리 님.”
“네, 소은 씨.”
“저 오늘 강 대리 님 차 타고 갈게요. 죄송해요.”
“아, 아니에요.”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두 사람 잘 되는 분위기인 거예요?”
“네?”
“아. 아니야.”
“킥. 알았어.”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두 사람 잘 되면 나한테 제일 먼저 알려야 해.”
“예?”
“알았어.”
서우가 서글서글 웃었다.
“박 대리 님이 오해하시면 어떡해요?”
“아직도 병환이 좋아해요?”
“네?”
소은이 서우를 본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소은은 아무 말이 없다. 서우도 잠시 동안 멍하니 운전만 한다.
“눈에 다 보였어요.”
잠시의 정적을 깨뜨리고 서우가 입을 열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 다 보인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소은 씨는 유달리 잘 보이시더라고요. 그 만큼 병환이를 많이 좋아하셨겠죠. 그렇기에, 아직 다른 사랑 받아줄 자리가 없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계속 그 마음 가지고 있으면 소은 씨 마음이 힘들 테니까, 조금씩 그 힘든 거 덜어 내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소은 씨 남자친구 재목은 아니라도, 소은 씨가 힘들 때 조금씩 기댔으면 좋겠어요.
“고마워요. 서우 씨. 그런데 말이죠. 저 이미 박 대리 님 마음에서 깨끗이 잊었어요. 다만 제가 고민하는 건 그게 아니에요. 서우 씨가 저를 좋아해주시는 거 정말 고마워요. 그런데 서우 씨는 아니에요. 정말 좋은 직장 동료이기는 한데, 연인이고 싶지는 않아요. 서우 씨가 남성으로써 매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다만, 다만 서우 씨가 제게 별로 끌리지 않는 다는 이야기에요. 그러니까 이렇게 노력 안 하셔도 되요. 괜히 힘들고, 저도 미안하잖아요.”
“미안함 느끼지 말아요.”
서우가 황급히 대꾸한다.
“지금 제가 소은 씨를 위해서 운전하는 것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냥 제가 소은 씨를 좋아하기에, 소은 씨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다가 하는 거니까, 절대로 미안해 하지 말아요. 그러면 소은 씨를 위하는 제 마음이 아파질 거 같아요. 그러니까 소은 씨는 미안해 하지 마세요.”
“서우 씨.”
“빠른 대답을 원하지는 않을 거예요.”
서우가 미소를 지었다.
“그냥 천천히, 천천히 다가갈래요.”
“후우.”
소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에는 소은 씨가 저를 받아주실 때까지.”
그리고 그들은 소은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21살. 남자
전형적인 한국 남자, 돈 많고, 몸매, 얼굴, 성격까지 착한 여자를 찾아 다니고 있다. 뚱뚱한 여자는 사회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단 한 번도 진짜 사랑이라는 것을 해본 적 없다. 진실한 사랑은 없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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