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2 -
여덟 번째 이야기
잃어버린 것들.
“다녀왔습니다.”
“Son.”
“네?”
집에 들어서는 선재를 부르는 가인이다.
“무슨 일 있으세요?”
“Son. Mother 앞에 Seat 해 봐.”
선재가 가인의 앞에 앉는다.
“엄마.”
“Son.”
가인이 선재를 바라본다.
“Son의 지금의 Life가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어?”
“네?”
“그러니까.”
가인이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계속 만지작 거린다.
“엄마. 왜 그러세요?”
“그러니까 Son은 지금의 생활을 유지하고 싶어?”
“그러니까 그게 무슨 뜻이에요?”
가인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설마 회사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예요?”
“No. 절대로.”
가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
“엄마?”
“여태까지 잊고 살았던 여자로써의 삶. 어머니로써의 삶을 다시 살고 싶어. Son. Son 생각은 어때?”
선재가 미소를 지었다.
“나야 당연히 엄마 편이지. 엄마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 왜 나한테 물어요? 엄마의 삶이 잖아. 엄마가 하고픈 대로 해야지.”
“하지만.”
“아니요.”
선재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인을 꼭 안는다.
“전 지금 너무 기뻐요. 엄마가 이제 더 이상 엄마 자신을 속이지 않는 구나. 엄마가 지신의 감정에 따라 행동하시려고 하는 구나. 엄마도, 이제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고 하시는 구나. 지난 20년 간, 엄마를 보면서 많이 미안했어요. 나라는 사람 때문에 엄마가, 엄마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지 못하고 산다는 게 저에게는 큰 부담이었거든요. 이렇게라도 늦게, 엄마가 엄마의 삶을 찾으신다는 건, 엄마의 아들은 저로써는 정말,정말,정말 아주 많이 대 환영이에요.”
“고마워.”
가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러면 지금과 같은 삶을 누리지 못할 지 몰라.”
“지금도 우리는 부자라는 거 티 내면서 살지는 않잖아요.”
선재가 싱긋 웃었다.
“그냥 지금 사는 대로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가?”
“네.”
“정 실장.”
“네 회장님.”
정 실장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가인의 앞에 섰다.
“정 실장이 이 회사에서 일한 게 몇 년이지?”
“네?”
“15년도 넘었지? 그러면 이 회사에 대해서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있겠네?”
“아닙니다.”
“아니야?”
가인이 낮게 웃었다.
“그러면 여태까지 월급을 날로 받았다는 거야?”
“그, 그런 게 아니라.”
“나 이번에 회장직에서 물러날 거야.”
“!”
“그리고 최대 주주로써, 나는 정 실장이 CEO를 맡아줬으면 좋겠어. 다른 사람들에게 회사를 맡기려니 영 찜찜해서 말이야. 하지만 정 실장이라면 내가 믿고 맡길 수 있을 거 같아. 내가 보기에도 정 실장은 회사를 정말로 아끼고 있으니까 말이야. 정 실장이라면 이 회사를 잘 지켜줄 수 있을 거 같아.”
“하, 하지만 회장님. 제가 어떻게 감히.”
“아니야.”
가인이 고개를 젓는다.
“자기는 정말 잘 할 수 있어. 지난 세월 내가 자기를 본 바로, 자기는 최고의 경영자 감이야.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미루지 않고, 본인이 모든 것을 다 책임지려고 하고, 남에게 일을 미루지 않고, 자기가 맡은 바는 다 해내잖아. 항상 직원들 중에서 솔선수범해서 일했고, 나보다도 회사 사정에 더 눈이 밝잖아. 그러니까 자기가 맞아.”
“회장님.”
정 실장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정말, 그만 두시려는 거예요?”
“응.”
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있지. 지난 세월 잃어버린 나의 삶을 되찾고 싶어졌어. 진짜 여자로써의 삶. 엄마로써의 삶.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을 책임지는 자리까지는 맡을 수 없을 거 같아. 이런 짐 맡겨서 정말 미안한데, 자기가 내 짐을 맡아주면 안 될까?”
“네.”
정 실장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조금만, 조금만 더 회사에 남아주시면 안 되요?”
“아니.”
가인이 부드럽게 고개를 젓는다.
“나는 이미 너무나도 늙은 퇴물이야. 나이가 벌써 48살이라고. 더 이상 내가 무얼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어.”
“저는 너무 어려요.”
“어린 게 좋은 거야. 더 많은 생각을 할 수가 있으니까, 회사를 위해서 어떤 게 좋은 것인지 나보다는 더 냉철하게 생각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자기가 꼭 이 회사 맡아줘. 내가 언제 자기에게 이렇게 부탁한 적 없지. 그러니까 내가 자기에게 부탁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걸로 생각하고, 부탁 들어주라.”
정 실장의 어깨가 들썩인다.
“네, 네 회장님.”
“고마워.”
그리고 모든 일은 너무나도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럴 것을 처음부터 작정한 사람처럼, 가인이 회사에서 떠나기 위한 준비는 완벽하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가인이 회장 직을 내놓기로 한 지 겨우 2주일 만에, 가인의 손에 더 이상 남은 권위는 없었다.
“정 실장 잘 할 수 있지. 아, 이제는 정 실장이 아니라, 정 대표구나. 정 대표 잘 할 수 있지?”
“회장님.”
“자기는 정말 잘 할 수 있을 거야. 내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니까.”
정 실장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가인이 미소를 지으며 정 실장을 꼭 안았다. 그리고 등을 몇 번 토닥여주고, 그대로 회사를 나왔다.
“어머, 주연아. 저 여자 봐라 대단하지 않니?”
“누군데?”
주연이 우유를 마시며, 뉴스를 보다가 사례가 걸린다.
“켁.”
“아유 너는 무슨 우유를 그렇게 급하게 마셔?”
“으 드러. 돼지. 코로 우유가 나오냐?”
“시꺼.”
주연이 두루마리 휴지로 대충 우유를 닦고, 뉴스를 시청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여성 1위로 3년 연속 뽑힌, 두웨이 그룹의 CEO 류가인 씨가 돌연 사퇴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사퇴는 내부에서도 채 알려지기 전에 이루어진 일이라, 회사에서도 충격이 크다고 합니다. 류가인 씨는 이번 사퇴의 이유가 그 동안 잃어버렸었던 여자로써의 삶을 되찾기 위해서라고 밝히셨는데요, 가장 존경받는 여성에서 평범한 여성으로의 삶으로 돌아가려는 류가인 씨의 멋진 도전에 많은 누리꾼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상 MBC뉴스.
“대단하다.”
화영이 마늘을 까며 혀를 내두른다.
“그러게.”
주연도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리 여성으로써의 삶이 중요하다고 해도, 자기가 평생을 걸쳐 이룩해 놓은 것은 한 번에 포기할 수 있는 여자라니, 자신이라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
그나저나 선재는 지금 어떨까? 주연은 전화기를 꺼냈다가 이내 다시 집어 넣느낟. 지금은 아직 자신이 끼어들 상황은 아닌 것 같다.
“휴.”
“Son.”
“엄마 잘 했어요.”
집으로 들어오는 가인을 선재가 포근하게 안았다.
“나는 엄마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해. 더 이상 나만을 생각하는 그런 일을 하면 안 돼. 엄마는 엄마니까. 알았지?”
“고마워. Son.”
“엄마, 이제 정말 행복하게 살 거지?”
“응.”
가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딩동’
순간 벨이 울렸다. 선재는 인터폰을 확인했다.
“엄마.”
“응?”
선재가 싱긋 웃으며 가인을 바라본다.
“Dr. Jason 이야.”
“뭐?”
가인의 눈동자가 커다래진다.
“그, 그 사람이 어떻게?”
“모르지. 문 열어 드릴게.”
곧, 문이 열리고 Dr. Jason이 들어선다.
“가인.”
Dr. Jason의 손에는 커다란 안개꽃 다발이 안겨 있었다. Dr.Jason은 그 꽃다발을 가인의 품에 안겨 주었다.
“축하해. 여자로 태어난 것을 말이야. 앞으로는 그 동안 누리지 못 했던 많은 것들을 하면서 살라고.”
“Jason.”
가인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그리고 말이야.”
“?”
Dr. Jason 이 무릎을 꿇는다.
“!”
“나와 결혼해주지 않겠어? 내 삶에서 당신이라는 사람을 지우니까, 나라는 사람은 아무 것도 아니더라. 그러니, 가인 저와 결혼해주십시오. 당신의 여자로써의 삶을 되찾는데 나도 도움을 주고 싶어요.”
가인이 선재를 바라보았다. 선재는 어서 받으라는 눈짓을 가인에게 보냈다. 가인이 다시 Dr. Jason 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당신의 청혼 받아들일게요.”
“가인.”
Dr. Jason이 가인을 안았다.
“아, 아니 Dr. Jason. 선재도 있는데.”
“저는 아무 것도 안 보여요,”
선재가 눈을 감으며 싱긋 미소를 짓는다. 그 모습을 보고 가인이 Dr, Jason의 품에 더욱 꼭 안긴다,
“행복하게 해줄게.”
“선재 씨.”
“아, 주연 씨.”
선재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벤치로 뛰어온다.
“어쩐 일이에요? 주연 씨가 제게 먼저 보자고 다 하고 말이에요.”
“선재 씨. 어머니 말이에요.”
“아, 주연 씨도 봤구나.”
선재가 기쁜 듯 미소를 짓는다.
“잘 됐죠?”
“정말이에요?”
“네.”
선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저희 어머니 곧 결혼하실거예요.”
“!”
“주연 씨도 결혼 식에 초대하면 꼭 오실 거죠?”
주연은 잠시 당황하다가, 이내 미소를 짓는다.
“당연하죠. 너무나도 늦게 본인의 삶을 찾으시려고 하는 분이니까요. 정말 축하한다고 잘 하셨다고 전해드릴래요?”
“물론이죠.”
선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류가인
48살. 여자
오랫동안 혼자 살아왔지만, 당당하게 살아왔기에 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선재를 진심으로 아끼고, 자신을 위해서도 아낌없이 투자를 할 줄 아는 어머니다. 오랫동안 캐나다에서 살았었기에, 한국말이 나오지 않을 때는 영어를 쓰지만, 현재는 많이 나아진 상태이다. 사랑에 대한, 평범한 여자의 삶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사회적으로는 굉장히 성공했지만 여자로써는 굉장히 불행한 삶을 산다고 할 수 있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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