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2 -
열 번째 이야기
추억 만들기
“안 이상합니까?”
“응.”
대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 지연이 네가 이렇게 예쁠 줄 몰랐어.”
“네?”
“아, 아니 그러니까 내 말 뜻은 평상시에 안 예쁘다는 뜻이 아니라, 평상시에 너도 굉장히 아름답지만 오늘의 너는, 그러니까. 음.”
대연의 눈이 반짝인다.
“눈부시게 아름다워.”
“!, 대, 대연 군. 노, 농담이 너무 과하십니다.”
“농담이 아닌데?”
대연이 지연의 손을 꽉 잡는다.
“가자.”
“!”
지연의 표정이 평상시와는 달랐지만, 부정의 표정은 아니었다.
“그나저나 선재 군 이번 주말에 무엇을 하나?”
“이번 주말이요?”
Dr Jason이 사온 맛있는 참외를 먹던 선재가 고개를 든다.
“아직은 별 다른 계획이 없는데요?”
“가인 씨는요?”
“저도요.”
Dr. Jason 이 미소를 지었다.
“저기 이번 주말에 같이 여행을 가는 게 어떻습니까?”
“여행이요?”
가인과 선재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무슨 여행이요?”
“음, 그러니까. 우리가 가족이 되지 않습니까?”
Dr. Jason의 말이 끝나자 가인의 볼이 붉어진다.
“아, 가족 결성 기념 여행이요?”
“그렇지.”
선재가 해맑게 웃는다.
“그런데 그런 여행에 제가 끼어도 되나요? 두 분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셔야 할 텐데 말이에요.”
“얘, 얘도.”
선재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가인의 얼굴이 더욱 붉어진다.
“우리 둘은 신혼 여행을 갈 거니까 괜찮아.”
“Jason!”
가인이 새된 비명을 지르며, Dr. Jason을 흘겨 본다. Dr. Jason은 그런 가인이 재미있어보인다.
“그러면 가인은 저와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도 가지 않을 생각이었습니까?”
“아, 아니 그건 아니지만.”
“푸하하.”
“엄마. 짱! 엄마 킹왕짱!”
가인이 싱긋 웃었다.
“이번 주말 약속이요?”
“미안해요.”
주연이 풀이 죽은 표정을 짓는다.
“미안해요. 정말. 나도 주연 씨와 함께 보내고 싶지만, 그래도 저희 아버지가 함께 가자는 거라서요.”
“괜찮아요.”
주연이 애써 미소를 짓는다.
“우리는 앞으로도 여행 갈 기회가 많으니까요.
“우리는 다음 주에 여행가는 게 어때요?”
“다음 주에요?”
“네.”
“또 말로만 갈 거잖아요. 지금 나 달래주려고 막 생각해낸 거 딱 보인다고요.”
“그런가요?”
선재가 개구쟁이처럼 웃는다.
“좋아요. 정말로 가요. 이번 주말에 가요. 정말로.”
“이번 주말에요?”
주연의 눈동자가 커다래진다.
“어머니랑 아버지는요?”
“사실 원래 주연 씨랑 약속이 먼저였잖아요. 이번 주말에 팬션 어때요? 팬션.”
“팬션요?”
주연의 볼이 붉어진다.
“어. 어떻게 팬션을 가요!”
“무슨 응큼한 생각을 하는 거예요?”
“네?”
“그런 걱정 하지 않아도 좋아요. 저 그런 나쁜 놈 아니라고요. 그냥 주연 씨랑 가서 재밌는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이것 참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아니요.”
병환이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그 커다란 팬션에 혜지랑 둘이 가서 뭐하고 올까 했는데, 주연 씨가 함께 가준다니까 더 재밌을 거 같아요.”
“맞아. 여행은 많이 갈수록 재밌잖아.”
혜지가 병환의 말에 맞장구친다.
“그래도 이거 영 폐인 거 같아서 죄송합니다. 이번 주말에 팬션 예약을 하나도 못하겠더라고요.”
“아무래도 팬션으로 여행가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병환이 여유롭게 운전한다.
“그나저나 선재 씨.”
“네?”
“제가 선재 씨 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거 같은데,”
“예.”
병환이 씩 웃는다.
“계속 병환 씨라고 부를 겁니까?”
“네?”
“오빠.”
혜지가 병환을 흘겨본다.
“왜?”
“병환 오빠. 선재 씨 캐나다에서 살다 온 교포셔. 뭘 바라는 거야?”
“그래?”
“아 네.”
“그러면 그럴수록 한국 예의를 배워야지. 선재 씨, 한국에서는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형님이라고 해요.”
“형님요?”
“네.”
선재가 입으로 형님이라는 말을 중얼중얼 거려본다.
“썩 나빠 보이지는 않는 군요.”
주연은 지금 상황이 재미있기만 한 모양이다. 혜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오빠 선재 씨에게 그렇게 형님 소리가 듣고 싶었어?”
“그럼.”
선재도 지금 상황이 재밌기만 한 모양이다.
“캐나다에서는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에요. 그래도 여기는 한국이니까. 그리고 이렇게 함께 데리고 가주시니까.”
“아우 챙기는 게 형님이 할 일이지.”
“고맙습니다. 형님.”
“암.”
혜지와 주연이 서로를 보며 싱긋 웃는다.
“안 힘들어?”
“제가 왜 피곤합니까? 그나저나 대연군 괜찮으십니까?”
“내가 왜?”
“굉장히 더워 보이시는데.”
“괜찮아. 괜찮아.”
얼굴이 토마토처럼 새빨개진 대연이 미소를 짓는다.
“네가 편하게 왔으니까.”
“대, 대연 군.”
“그런 표정 짓지 마. 웃으라고.”
지연이 걱정어린 표정을 짓자 대연이 자신의 검지를 지연의 볼에 가져간다. 그리고 지연을 웃는 표정으로 만들어준다.
“대, 대연 군!”
“그렇게 웃어. 너는 웃는 게 예쁘니까.”
“네.”
지연이 싱긋 웃는다.
“대연 군 앞에서는 웃는 모습만 보이겠습니다.”
“그래야지. 그런데 지연아.”
“네?”
대연이 씩 웃는다.
“학교에서는 웃으면 안 된다.”
“네 왜요?”
“다른 놈들이 너를 보고 마음이 혹하면 안 되니까.”
“대, 대연 군도.”
지연의 볼이 붉어진다.
“저 놀리지 마세요. 누가 저 같은 여자 아이를 좋아한다는 말씀입니까?”
“그럼 나는 뭐냐?”
“네?”
대연이 지연의 머리를 쓸어 넘긴다.
“너는 예뻐.”
“대연 군.”
“적어도 내 앞에서는 공주병이어도 상관 없다고. 네가 공주니까 말이야.”
“!”
“지연아.”
“네?”
“그 동안 마음 고생 시켜서 미안해.”
“아, 아닙니다.”
대연이 지연을 뚫어지게 본다. 지연은 그런 대연이 당황스럽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아니.”
대연이 씩 웃으며 지연에게 다가온다.
“!”
“사랑해.”
‘
입맞춤. 부드러움. 태어나서 처음 해 보는 것. 사랑. 떨림. 지연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았다. 두 사람에게 상큼한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13살. 여자
종손으로 자라났기에 집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고, 예절 하나는 확실하다. 지금은 비록 몰락하였으나,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자신의 집안이 일으켜 세워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이한 말투는 어릴 적부터의 교육 때문에 바꿀 수 없다. 모든 게 완벽할 거 같지만 생각외로 덤벙 거리는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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