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2 -
아홉 번째 이야기
자꾸만 눈에 띄어라!
“이번 휴가 때는 뭐하실 거예요?”
“글�요.”
소은이 싱긋 웃는다. 그러자 서우가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제게 그 정도도 말씀 못해주시는 겁니까? 이것 참 서운한 걸요.”
“그런 게 아니라요. 아직 어떻게 할 지 정하지 못했어요. 집에만 있을 지, 고향에 갈 지, 아니면 놀러 갈지.”
“아니 소은 씨. 이렇게 휴가가 긴데 아직도 결정을 못 했어.”
“그러니까요.”
소은이 싱긋 웃는다.
“박 대리 님은 뭐하시기로 하셨어요?”
“나?”
병환의 얼굴이 급속도로 붉어지기 시작한다.
“어라? 박 대리 수상해.”
“내, 내가 뭘?”
“어머, 말까지 더듬으시고.”
소은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여자 친구 분이랑 단 둘이 어디 팬션이라도 가시는 거예요?”
그리고 소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병환은 마시던 커피를 모조리 서우에게 뿜어버렸다.
“마, 맞구나.”
서우가 울상을 지으며 끈적끈적 거리는 시럽 가득 아메리카노를 닦아 낸다.
“미, 미안해.”
“아니야.”
병환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소은은 이런 모습이 웃기기만 한 모양이었다.
“소은 씨는 뭐가 재밌어요?”
“서우 씨도 지금 제 상황이 되어 보시라고요. 얼마나 재밌는 지 말이에요. 후후후.”
“나 참.”
결국 서우도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리고 그 모습을 이상하게 바라보던 병환 마저도 웃음을 터뜨린다.
“세 사람 일 안 해?”
얼마나 웃었을까? 부장의 갈굼에 바로 웃음을 안면에서 지워버리는 회사 생활의 달인이 되어 버린 세 사람이었다.
‘딸랑.’
“어서오세요!”
지현의 표정이 살짝 굳는다. 카페로 들어오는 사람은 준오였다.
“무엇을 주문하시겠어요?”
“베리베리 파르페랑요, 초코 치즈 케이크요.”
“베리베리 파르페 하나랑, 초코 치즈 케이크 하나 맞으세요?”
“예.”
“7500원입니다.”
준오가 카드를 내밀었다. 지현은 무덤덤하게 카드를 읽혔다.
“서명해주세요.”
준오 역시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지현이 시키는 데로만 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지현은 주방에서 파르페와 케이크를 받아서 쟁반에 담아 준오에게 건넨다.
“여기 주문하신 베리베리 파르페랑, 초코 치즈 케이크 나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준오는 얌전히 쟁반을 받아서 자신의 테이블로 가서 먹기 시작했다. 준오가 아무 말이 없자 오히려 답답한 것은 지현이었다. 그런 지현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준오는 묵묵히 파르페와 케이크만 먹었다. 그리고 그 것들을 다 먹자, 쟁반을 비우고, 다시 주문 대로 왔다.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스트로우베리 무스 케이크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스트로우베리 무스 케이크 한 조각 맞으세요?”
“네.”
“5500원입니다.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준오가 카드를 내밀고, 지현은 다시 묵묵히 계산을 했다.
“기다리시면 불러드리겠습니다.”
“네.”
지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주방에서 나온 음식을 쟁반에 담았다.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스트로우 베리 무스 케이크 한 조각 나왔습니다.”
준오는 다시 묵묵히 와서 음식만 받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나 참.”
지현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준오는 살짝살짝 곁눈질로 지현을 쳐다보며 미소를 짓는다. 준오가 지현에게 말을 걸지 않으니 지현은 조금 답답해지는 모양이었다. 선재의 말을 듣기 잘 했다고 생각이 되는 준오다.
“킥.”
준오는 즐거운 마음으로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빨았다. 그리고.
“켁.”
역시나 아직 쓴 커피는 무리인가보다. 준오는 묵묵히 시럽을 가지고 와서 아메리카노의 1/3만큼 부었다.
“주연 씨 제 친구 준오 녀석 알죠?”
“아, 그 키 크고 날씬한 분이요.”
“네. 그 녀석이 이번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네요.”
“어머, 정말요?”
선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떤 분인데요?”
“그런데 그게 조금 문제가 있다네요.”
“문제요?”
주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어떤 문제인데요?”
“그게,”
선재도 조금은 어이가 없는 듯 웃음을 짓는다. 그런 선재의 모습을 보고 주연이 볼을 부풀린다.
“왜 그러는데요?”
“연상이래요.”
“아니, 요즘 같은 시대에 연상이 어때서요? 어머 선재 씨 웃기네요. 연상녀가 얼마나 많은 데요.”
“아니, 그, 그러니까 그냥 연상이 아니에요.”
“그냥 연상이 아니면요?”
선재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 지 잠깐 고민을 한다. 그리고 이내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고, 입을 열었다.
“동갑이래요.”
“연상이라면서요?”
선재는 아무 말도 없이 빙긋이 웃었다. 주연의 눈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서, 설마?”
“설마가 맞아요.”
“열두 살이나 연상이요?”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면서요.”
“그래도 그건 좀 심하잖아요. 완전 이모잖아요. 이모!”
“킥, 그러네요. 이모.”
선재가 복숭아 아이스티를 한 모금 마신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좋겠다는데.”
“그렇네요.”
주연도 고개를 끄덕인다.
“과일 빙수 하나요.”
“과일 빙수 하나요?”
준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현은 작게 한숨을 쉰다.
“4000원입니다.”
“여기요.”
지현이 다시 묵묵히 준오의 카드를 읽힌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지현이 준오의 과일 빙수를 오더 할 때, 부엌에 특별히 과일을 많이 얹어 달라고 한 것은, 지현만의 비밀이었다.
“이거 늘 선재 군에게 식사를 얻어 먹는 군.”
“부담 느끼지 마세요.”
앞치마를 입는 모습이 너무나도 익숙해 보이는 선재였다. 그리고 그런 선재를 보면서 식탁에 앉아서 미소를 짓고 있는 가인의 모습도 익숙해 보였다.
“가인, 당신은 음식 안 해요?”
“Dr. Jason. 정말 내 음식이 먹고 싶은 거예요?”
순간 Dr. Jason이 멈칫한다. 그리고 미소를 짓는다.
“아침부터 가인의 음식을 먹는 것은 위에게 조금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드는 군요. 일단 지금은 선재 군의 요리를 먹어야 겠습니다.”
“후후.”
“역시 Dr. Jason이라니까요.”
선재가 싱긋 웃었다.
“이 샐러드 정말 맛있군.”
순간 가인과 선재가 서로의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아니 두 사람 왜 웃는 건가요?”
“저 Dr. Jason 외람되지만, 그건 샐러드가 아니에요.”
“샐러드가 아니라고요?”
달콤하고 살짝 매콤한 붉은 소스에 버무려져 있는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가 샐러드가 아니면 도대체 뭐라는 말인가?
“그건 김치에요.”
“김치?”
Dr. Jason의 눈동자가 커다래진다.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이 맛은 양파와 마늘, 아 살짝 젓갈의 맛도 나는 것 같네요. 이런 기발한 생각을 어떻게 하신 거에요?”
선재가 싱긋 웃었다.
“원래 김치의 재료에는, 제한이 없거든요. 옛날에 양배추 김치도 있었다고 해서, 그냥 한 번 만들어봤는데, Dr.Jason의 입에도 맞다고 하니 다행이네요.”
“정말 내 입이 선재 덕에 요강하는 군요.”
“뭐라고요?”
“푸하하.”
“?”
선재와 가인이 웃음을 터뜨린다.
“저, Dr. Jason 요강이 아니라 호강이에요. 그러니까 요강은. 오줌을 누는 옛날의 항아리 같은 거라고요.”
“오.”
Dr. Jason 도 너털 웃음을 터뜨린다.
“내 실수군요.”
세 사람은 즐거운 아침 시간을 보냈다.
“하암.”
지연이 기지개를 켰다. 시간은 언제나처럼
“!”
지연의 눈동자가 커다래졌다. 오늘은 대연과의 첫 데이트 날이었다. 그런데, 지각이라니, 어제 늦게까지 가슴이 설레 잠을 자지 못한 것이 이유인 듯 하다. 지연은 부리나케 이부자리를 정돈했다. 그리고 욕실로 황급히 뛰어갔다.
‘쿵’
그리고 평상시와 다르게 서두르다가 크게 넘어지고 마는 지연이다.
“아.”
하지만 아픔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흠.”
대연이 시계를 톡톡 두드린다. 약속 시간이 5분이나 지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연의 집 문을 두드리고 싶지만, 지연이 당황할 것 같아서 그렇게는 못 하는 대연이다.
‘끼익’
순간 문이 열렸다.
“?”
대연의 눈동자가 커다래졌다.
“대연 군. 죄송합니다.”
지연의 모습은 대연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하얀색 레이스가 달린 와이셔츠에 분홍 색 치마, 크림 색 구두, 옆으로 매는 조그만 노란 가방에, 모자는 분홍색 리본이 매어진 챙이 넓은 것이었다. 머리도 평상시 지연과는 다르게 양 갈래로 곱게 땋아 내렸다.
“대연 군? 제 모습이 이상합니까? 이럴 줄 알았습니다. 이러는 것이 아닌데. 다시 들어가서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아니야.”
대연이 싱긋 웃었다.
“지금 너 정말 예뻐.”
“네?”
지연의 볼이 붉어진다.
Dr. Jason
52살. 남자
잘 나갔던 외과 의사. 가인을 만나고 가인과 함께 하기 위해서 잘 나가던 외과 의사 직을 그만 두었다. 혼혈인 부모님 밑에서 혼혈로 태어난 덕에 외국어에 매우 능통하다. 누구보다도 가인을 사랑하는 부드러운 남자이다. 선재와 나이 차이가 꽤나 많이 남에도 불구하고, 항상 선재에게 친구처럼 다정다감하게 이야기를 걸어준다. 부드러운 인상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는다.
'☆ 소설 창고 > 우리, 사랑해! [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사랑해! season 2 - [열한 번째 이야기] (0) | 2008.06.12 |
---|---|
우리, 사랑해! season 2 - [열 번째 이야기] (0) | 2008.06.11 |
우리, 사랑해! season 2 - [여덟 번째 이야기] (0) | 2008.06.10 |
우리, 사랑해! season 2 - [일곱 번째 이야기] (0) | 2008.06.09 |
우리, 사랑해! season 2 - [여섯 번째 이야기] (0) | 2008.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