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3 -
아홉 번째 이야기
외전 2 – 지원 이야기
“아이고 더버라.”
지원이 연신 손부채질을 한다.
“우째 이리 여름이 덥노.”
유난히 더위에 약한 지원의 얼굴이 새빨갛다.
“우리, 이러다가 정말로 죽는 거 아이가?”
지원이 걱정 어린 표정을 짓는다.
“죽기는.”
지원의 말을 받아 치는 동기도 불안한 표정이기는 마찬가지다.
“와? 이리 더운데 일하다가 일사병 아니면, 그 뭐꼬? 그래 열사병. 그기 둘 중 하나로 쪄 죽을 기다.”
지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우찌 이리 날이 더울 수가 있노?”
“여름이지 않습니까?”
후임병이 손부채질을 하며 대꾸한다.
“누가 여름인 거 몰라서 하는 말이가? 여름인 거 아는데 너무 더우니까 하는 말 아이가? 진짜로 쪄 죽겠데이.”
워낙 더위를 많이 타는 지원이다.
“진짜로 이러다가 죽는 거 아이가?”
“설마요.”
“와?”
지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기는 무슨 한증막도 아이고, 우째 이리 덥냐는 말이다. 아무리 군대라 카지만, 이거 정말 너무하네.”
“뭐가 너무한데?”
순간 지원의 선임이 내무반으로 들어온다.
“아, 아입니더.”
“뭐가 너무한 건데?”
“아이라니까예.”
선임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럼 말고.”
선임이 기지개를 켠다.
“휴.”
지원이 달을 보며 멍하니 한숨을 내쉰다.
“이승여이, 그 가시나는 어디서 뭐하면서 지내고 있는 지, 우예 면회 한 번 안 오냐는 말이다. 아무리 뉴욕인가 뭔가 하는 그 타지로 멀리 갔다 하더라도, 한 번쯤은 지 남자 친구에게 올 수도 있는 기 아이가.”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니 더욱 서글퍼지는 지원이다.
“그 가시나는 내를 생각이나 할는지.”
“강일병 님 뭐하고 계십니까?”
“어 배이병.”
지원을 꽤나 잘 따르는 후임이다.
“그냥 달 보고 있었다.”
“그 여자 친구 분 생각하시는 겁니까?”
“니 눈치 억수로 빠른네.”
지원이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맞다. 가 생각하고 있었다.”
지원이 쓸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한 번도 찾아오지 않으시고, 면회도 안 오셔서 그렇습니까?”
“니 귀신이데이, 니 대학교 졸업하고 나서, 할 일 없으모, 그냥 돗자리라도 깔모 되겠다. 족집게데이.”
“그 분도 저 달을 보고 계실 겁니다.”
“모르겠다. 내는.”
배 이병이 미소를 짓는다.
“저는 확신합니다. 분명 강 일병 님이 그 여자분을 그리워하시는 만큼, 그 분 역시 강 일병 님을 그리워하고 있으실 거라고요.”
“그럴까?”
“네.”
“니 말을 들으니 조금 위로는 되는 기 같다.”
지원이 미소를 짓는다.
“고맙데이.”
“고맙긴요.”
“어서 들어가자. 덥다.”
“네.”
지원이 다시 한 번 달을 바라본다.
“그런 게 어디있어요!”
“아, 아니, 오늘은.”
“그래도요. 제가 어디서 왔는 지 아세요?”
경비를 서고 있던 신병은 난감하다. 오늘은 특수한 훈련을 하는 날이라, 절.대.로 외부인의 출입이 있어서는 안 됐다. 그런데 눈 앞에 여권을 흔드는 여인을 보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난감했다.
“그, 그래도.”
“그런 게 어디있어요!”
여인의 고집에 신병이 식은 땀을 흘린다.
“무슨 일이야?”
그 순간 들리는 구원의 목소리.
“추, 충성! 이병. 강.”
“됐고.”
뒤에 나타난 남자가 손을 들어올린다.
“무슨 일인가?”
“이 분께서 저희 부대
“받아들으면 될 거 아닌가?”
“네?”
남자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미인 분이 여기까지 오셨는 데 말이야.”
“그, 그게 말입니다. 오늘이 바로 특수 훈련을 하는 날이라 외부인의 출입은 철저히 막으라는 위의 지시가 있어서 말입니다.”
“위의 지시가 그렇게 중요한가?”
“네?”
순간 여인의 눈이 빛난다. 이 사람이다.
“누구?”
“아, 저는 이 부대의 중대장입니다.”
“어머.”
여인의 눈이 반짝 반짝 빛난다.
“중대장님. 제가 제 남자 친구 만나기 위해서 저 멀리 뉴욕에서 왔거든요.”
승연의 자신의 여권과 비행 티켓을 보여준다.
“이런.”
“이런 특수 훈련이면 원래 못 만나는 건 아는데. 그래도 이렇게 멀리서 왔으니까, 어떻게 안 될까요? 네?”
“흠.”
중대장이 고민에 빠진다.
“글쎄. 좋습니다. 내 만나게 해드리지요.”
“야,
“예?”
열심히 삽질을 하던 지원이 고개를 든다.
“너 잠시 오라는데?”
“무슨 일입니꺼?”
“내가 어떻게 알어?”
지원의 유일한 선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표정을 짓는다.
“우, 귀찮아. 어서 가.”
“아, 예.”
지원이 고개를 갸웃하며 작업장을 떠난다.
‘똑똑’
“왔나보군.”
중대장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두 사람 좋은 시간 보내게.”
“고맙습니다.”
승연이 중대장에게 꾸벅 인사를 한다. 그런 승연의 예의 바른 모습을 보며 중대장이 미소를 짓고, 방을 나간다.
‘철컥’
지원이 고개를 든다. 눈 앞에 중대장이 서 있다.
“무,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꺼?”
“들어가보면 알 거야.”
중대장이 미소를 짓는다.
“참 부러운 사람이군,”
“네?”
“여기서 오래 있지 말고, 어서 들어가게.”
멀어지는 중대장의 등을 의아하게 바라보며, 중대장의 방으로 들어가는 지원이다.
“오빠.”
“니, 니.”
자신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지원을 보고 승연이 미소를 짓는다.
“사람이 왜 아무 말도 안 해?”
“아, 아니 니 니가 우예 여 있나?”
“오빠 보고 싶어서.”
승연이 미소를 짓는다. 원래도 늘씬늘씬한 서구적인 몸매와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지녀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승연이었지만, 뉴욕에 가서 먹는 물이 달라서 그런 지, 훨씬 더 사람이 빛을 내고 있었다. 패션에 대해서 더 열심히 공부를 해서일까?
“보고 싶었어.”
승연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지원을 꼭 안는다.
“!”
“사랑해.”
승연이 눈에 눈물이 가득해서 울먹거리며 말한다.
“스, 스연아.”
“사랑해. 정말 미치도록 사랑해. 뉴욕에 가 있는 동안 오빠가 보고 싶어서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 오빠가 자꾸만 눈 앞에 어른 거려서 정말 죽고 싶었어. 이렇게, 이렇게 오빠를 만질 수 있어서 너무 좋아.”
“승연아.”
지원이 승연을 더 꼭 안는다.
“사랑한데이.”
“그럼 오빠 군 생활 잘해.”
승연이 밝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든다.
“하모, 내가 니 덕에 군 생활 정말로 행복하게 할 끼다. 뉴욕까지는 차마 못 델다줘뿌서 미안테이.”
“괜찮아.”
승연이 손을 흔들며 천천히 멀어진다.
“잘 가래이!”
“응!”
마침내 승연이 점으로 보이고, 보이지 않게 되었다.
‘탁’
그 순간 누군가의 손이 지원의 어깨에 올라온다.
“?”
고개를 돌리니 중대장이다.
“아, 주, 중대장님.”
“
“예.”
지원이 싱글벙글이다. 그런 지원을 보고 중대장도 미소를 짓는다.
“그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그러면 벌을 받아도 되겠군.”
“네?”
지원의 눈이 동그래진다.
“무, 무슨?”
“원래 민간인 출입 금지 기간이잖아.”
중대장이 씩 웃는다.
“지금부터 연병장 20바퀴!”
“네?”
“안 뛰면 더,”
“뛰, 뜁니다.”
지원이 황급히 연병장을 뛰기 시작했다. 분명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지만 승연이 왔었기에, 지원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연신 떠나지 않았다.
“빨리 안 뛰나!”
“뜁니다!”
중대장의 호령에도 지원은 즐겁기만 하다.
“어쭈 웃어?”
중대장이 미소를 짓는다.
“열바퀴 추가!”
“추가!”
하지만 지금 지원은 너무나도 행복하다.
'☆ 소설 창고 > 우리, 사랑해! [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사랑해! season 3 - [열한 번째 이야기] (0) | 2008.07.28 |
---|---|
우리, 사랑해! season 3 - [열 번째 이야기] (0) | 2008.07.24 |
우리, 사랑해! season 3 - [여덟 번째 이야기] (0) | 2008.07.23 |
우리, 사랑해! season 3 - [일곱 번째 이야기] (0) | 2008.07.23 |
우리, 사랑해! season 3 - [여섯 번째 이야기] (0) | 2008.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