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3 - [아홉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7. 23. 20:43

 

 

 

우리, 사랑해!

- Season 3 -

 

아홉 번째 이야기

 

외전 2 지원 이야기

 

 

 

아이고 더버라.

 

지원이 연신 손부채질을 한다.

 

우째 이리 여름이 덥노.

 

유난히 더위에 약한 지원의 얼굴이 새빨갛다.

 

우리, 이러다가 정말로 죽는 거 아이가?

 

지원이 걱정 어린 표정을 짓는다.

 

죽기는.

 

지원의 말을 받아 치는 동기도 불안한 표정이기는 마찬가지다.

 

? 이리 더운데 일하다가 일사병 아니면, 그 뭐꼬? 그래 열사병. 그기 둘 중 하나로 쪄 죽을 기다.

 

지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우찌 이리 날이 더울 수가 있노?

 

여름이지 않습니까?

 

후임병이 손부채질을 하며 대꾸한다.

 

누가 여름인 거 몰라서 하는 말이가? 여름인 거 아는데 너무 더우니까 하는 말 아이가? 진짜로 쪄 죽겠데이.

 

워낙 더위를 많이 타는 지원이다.

 

진짜로 이러다가 죽는 거 아이가?

설마요.

 

?

 

지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기는 무슨 한증막도 아이고, 우째 이리 덥냐는 말이다. 아무리 군대라 카지만, 이거 정말 너무하네.

 

뭐가 너무한데?

 

순간 지원의 선임이 내무반으로 들어온다.

 

, 아입니더.

 

뭐가 너무한 건데?

 

아이라니까예.

 

선임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럼 말고.

 

선임이 기지개를 켠다.

 

 

 

.

지원이 달을 보며 멍하니 한숨을 내쉰다.

 

이승여이, 그 가시나는 어디서 뭐하면서 지내고 있는 지, 우예 면회 한 번 안 오냐는 말이다. 아무리 뉴욕인가 뭔가 하는 그 타지로 멀리 갔다 하더라도, 한 번쯤은 지 남자 친구에게 올 수도 있는 기 아이가.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니 더욱 서글퍼지는 지원이다.

 

그 가시나는 내를 생각이나 할는지.

 

강일병 님 뭐하고 계십니까?

 

어 배이병.

 

지원을 꽤나 잘 따르는 후임이다.

 

그냥 달 보고 있었다.

 

그 여자 친구 분 생각하시는 겁니까?

 

니 눈치 억수로 빠른네.

 

지원이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맞다. 가 생각하고 있었다.

 

지원이 쓸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한 번도 찾아오지 않으시고, 면회도 안 오셔서 그렇습니까?

 

니 귀신이데이, 니 대학교 졸업하고 나서, 할 일 없으모, 그냥 돗자리라도 깔모 되겠다. 족집게데이.

 

그 분도 저 달을 보고 계실 겁니다.

 

모르겠다. 내는.

 

배 이병이 미소를 짓는다.

 

저는 확신합니다. 분명 강 일병 님이 그 여자분을 그리워하시는 만큼, 그 분 역시 강 일병 님을 그리워하고 있으실 거라고요.

 

그럴까?

 

.

 

니 말을 들으니 조금 위로는 되는 기 같다.

 

지원이 미소를 짓는다.

 

고맙데이.

 

고맙긴요.

 

어서 들어가자. 덥다.

.

 

지원이 다시 한 번 달을 바라본다.

 

 

 

그런 게 어디있어요!

 

, 아니, 오늘은.

 

그래도요. 제가 어디서 왔는 지 아세요?

 

경비를 서고 있던 신병은 난감하다. 오늘은 특수한 훈련을 하는 날이라, ..로 외부인의 출입이 있어서는 안 됐다. 그런데 눈 앞에 여권을 흔드는 여인을 보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난감했다.

 

, 그래도.

 

그런 게 어디있어요!

 

여인의 고집에 신병이 식은 땀을 흘린다.

 

무슨 일이야?

그 순간 들리는 구원의 목소리.

 

, 충성! 이병. .

 

됐고.

 

뒤에 나타난 남자가 손을 들어올린다.

 

무슨 일인가?

 

이 분께서 저희 부대 강지원 일병의 면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받아들으면 될 거 아닌가?

 

?

 

남자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미인 분이 여기까지 오셨는 데 말이야.

 

, 그게 말입니다. 오늘이 바로 특수 훈련을 하는 날이라 외부인의 출입은 철저히 막으라는 위의 지시가 있어서 말입니다.

 

위의 지시가 그렇게 중요한가?

 

?

 

순간 여인의 눈이 빛난다. 이 사람이다.

 

누구?

 

, 저는 이 부대의 중대장입니다.

 

어머.

 

여인의 눈이 반짝 반짝 빛난다.

 

중대장님. 제가 제 남자 친구 만나기 위해서 저 멀리 뉴욕에서 왔거든요.

 

승연의 자신의 여권과 비행 티켓을 보여준다.

 

이런.

 

이런 특수 훈련이면 원래 못 만나는 건 아는데. 그래도 이렇게 멀리서 왔으니까, 어떻게 안 될까요? ?

 

.

 

중대장이 고민에 빠진다.

 

글쎄. 좋습니다. 내 만나게 해드리지요.

 

 

 

, 강지원.

 

?

 

열심히 삽질을 하던 지원이 고개를 든다.

 

너 잠시 오라는데?

 

무슨 일입니꺼?

 

내가 어떻게 알어?

 

지원의 유일한 선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표정을 짓는다.

 

, 귀찮아. 어서 가.

, .

 

지원이 고개를 갸웃하며 작업장을 떠난다.

 

 

 

똑똑

 

왔나보군.

 

중대장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두 사람 좋은 시간 보내게.

 

고맙습니다.

 

승연이 중대장에게 꾸벅 인사를 한다. 그런 승연의 예의 바른 모습을 보며 중대장이 미소를 짓고, 방을 나간다.

 

 

 

철컥

 

지원이 고개를 든다. 눈 앞에 중대장이 서 있다.

 

,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꺼?

 

들어가보면 알 거야.

 

중대장이 미소를 짓는다.

 

참 부러운 사람이군,

 

?

여기서 오래 있지 말고, 어서 들어가게.

 

멀어지는 중대장의 등을 의아하게 바라보며, 중대장의 방으로 들어가는 지원이다.

 

 

 

오빠.

 

, .

 

자신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지원을 보고 승연이 미소를 짓는다.

 

사람이 왜 아무 말도 안 해?

 

, 아니 니 니가 우예 여 있나?

 

오빠 보고 싶어서.

 

승연이 미소를 짓는다. 원래도 늘씬늘씬한 서구적인 몸매와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지녀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승연이었지만, 뉴욕에 가서 먹는 물이 달라서 그런 지, 훨씬 더 사람이 빛을 내고 있었다. 패션에 대해서 더 열심히 공부를 해서일까?

 

보고 싶었어.

 

승연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지원을 꼭 안는다.

 

!

 

사랑해.

 

승연이 눈에 눈물이 가득해서 울먹거리며 말한다.

 

, 스연아.

 

사랑해. 정말 미치도록 사랑해. 뉴욕에 가 있는 동안 오빠가 보고 싶어서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 오빠가 자꾸만 눈 앞에 어른 거려서 정말 죽고 싶었어. 이렇게, 이렇게 오빠를 만질 수 있어서 너무 좋아.

 

승연아.

 

지원이 승연을 더 꼭 안는다.

 

사랑한데이.

 

 

 

그럼 오빠 군 생활 잘해.

 

승연이 밝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든다.

 

하모, 내가 니 덕에 군 생활 정말로 행복하게 할 끼다. 뉴욕까지는 차마 못 델다줘뿌서 미안테이.

 

괜찮아.

 

승연이 손을 흔들며 천천히 멀어진다.

 

잘 가래이!

 

!

 

마침내 승연이 점으로 보이고,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 순간 누군가의 손이 지원의 어깨에 올라온다.

 

?

고개를 돌리니 중대장이다.

 

, , 중대장님.

 

강지원군 여자 친구와 시간은 행복했나?

 

.

 

지원이 싱글벙글이다. 그런 지원을 보고 중대장도 미소를 짓는다.

 

그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거지?

 

, 그렇습니다.

 

그러면 벌을 받아도 되겠군.

 

?

 

지원의 눈이 동그래진다.

 

, 무슨?

 

원래 민간인 출입 금지 기간이잖아.

 

중대장이 씩 웃는다.

 

지금부터 연병장 20바퀴!

 

?

 

안 뛰면 더,

, 뜁니다.

 

지원이 황급히 연병장을 뛰기 시작했다. 분명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지만 승연이 왔었기에, 지원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연신 떠나지 않았다.

 

빨리 안 뛰나!

 

뜁니다!

 

중대장의 호령에도 지원은 즐겁기만 하다.

어쭈 웃어?

 

중대장이 미소를 짓는다.

 

열바퀴 추가!

 

추가!

 

하지만 지금 지원은 너무나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