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3 -
열 번째 이야기
외전 3 – 가인 & Dr. Jason 이야기
“당신 피곤하지 않아요?”
“피곤하긴요.”
가인이 미소를 지으며 Dr. Jason의 물음에 답한다.
“그래도 여행이 꽤나 고되지 않았소.”
“당신이나 걱정하세요. 당신은 나보다 나이도 많은데 말이에요.”
“뭐요?”
이제는 슬슬 Dr. Jason에게 농도 거는 가인이었다.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사람이 더 좋아지는 가인이었다. 워낙 Dr. Jason의 모습에 가식이 없었고, 진정으로 가인을 사랑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신, 힘들면 말해요.”
“왜요?”
“당장 쉬어야지.”
Dr. Jason이 당연하다는 듯 표정을 짓는다.
“알겠어요.”
그런 Dr. Jason의 특별 대우가 기분이 좋은 가인이다.
“그나저나 우리 선재는 잘 지내고 있을는지?”
“그럼요. 누구 아들인데.”
Dr. Jason이 호탕하게 웃는다. 그런 Dr. Jason의 모습을 보니 가인도 미소가 지어진다.
“그렇네요.”
가인이 싱긋 웃는다.
“그런데 당신 배가 안 고프세요?”
가인이 조심스럽게 Dr. Jason에게 묻는다.
“아니, 그렇게 묻는 걸 보니 당신 배가 고프구려?”
“아, 아니에요.”
Dr. Jason이 싱긋 웃는다.
“나도 지금 막 출출하려던 참이요. 이 근처에 정말로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다고 하는데 거기로 갑시다.”
“네.”
Dr. Jason이 부드럽게 가인의 손을 잡는다. 믿음직스럽고 따뜻한 큰 손에 가인은 미소가 지어진다. 지난 20년 동안 포기한 여자의 삶을 다시 되찾은 것이 이토록 행복한 일일줄은 몰랐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아, 아니에요.”
가인이 미소를 지으며 Dr. Jason의 뒤를 따른다.
“당신.”
“네.”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고 나오는 가인을 Dr. Jason이 부른다.
“당신 생각은 어때요?”
“뭐가요?”
가인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는다.
“이대로 정말 독일로 가서 살아도 괜찮겠소?”
“네?”
Dr. Jason이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솔직한 마음에야, 나로써는 당신이 나를 따라서 나의 고향으로 가서 살아준다면 정말로 고맙겠소. 하지만 당신에게는 당신의 아이가 있지 않소? 당신의 아이, 선재의 얼굴이 보고 싶을 텐데.”
“Dr. Jason.”
가인의 눈이 흔들린다.
“나는 당신이 어떠한 선택을 내린다고 해도 존중하겠소.”
Dr. Jason이 가인을 바라본다.
“도, 도대체 갑자기 왜 그러는 거예요?”
“갑자기가 아니에요.”
Dr. Jason이 가인을 자신의 옆에 앉힌다.
“여행을 처음 떠났을 때부터 줄곧 생각한 거요. 아무리 생각해도 내게는 당신을 선재 군에게서 떼어 놓을 권리는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니 없습니다. 지금도 당신의 얼굴 한 편에는 쓸쓸함이 묻어 있어요. 비록 당신은 밝게 웃고 있지만, 당신의 얼굴은 웃고 있지 않단 말입니다. 당신의 웃음 소리는 한국에서의 그 것과는 다릅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니 그걸 알 수 있어요.”
“Dr. Jason.”
Dr. Jason 이 미소를 짓는다.
“가인.”
“나도 잘 모르겠어요.”
가인이 솔직히 대답한다.
“나도 지금의 내 마음이 너무나도 궁금해요. 선재를 보고 싶기도 하지만, 당신과 함께 있는 것도 너무나 즐거워요. 당신의 고향으로 가서 당신과 함께 살 수 있기를 나도 바라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의 말대로.”
가인이 아래 입술을 씹는다.
“선재가 없는 삶도 가능하면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선재는 지난 20년 동안 내가 살아온 이유이니까요. 선재는 나의 삶을 지탱해준 하나의 존재이니까요. 하지만 당신도 그 못지 않게 내게는 소중한 존재에요.”
“그렇게 말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Dr. Jason이 미소를 짓는다.
“당신이 정말 원하는 방향으로 하고 싶소.”
“Jason.”
가인이 고개를 떨어뜨린다.
“조금만 내게 시간을 주면 안 될까요?”
“시간.”
Dr. Jason이 미소를 짓는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참 많이 있죠. 당신을 위해서 그 정도 시간 쯤은 아무렇지 않게 내어드릴 수 있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있다면, 당신의 그 마음을 제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나요?”
“음.”
가인이 미간을 찌푸린다.
“한 사흘?”
“사흘.”
Dr. Jason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짧은 시간으로도 충분하겠습니까?”
“네.”
가인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 정도로 충분해요.”
“알겠소.”
Dr. Jason이 고개를 끄덕인다.
“사흘 후 저녁에 당신의 대답을 듣겠소.”
“고마워요.”
가인이 Dr. Jason의 손을 꼭 잡는다.
“고맙긴.”
Dr. Jason이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 나는 나가 있을게요.”
“어, 어디로요.”
Dr. Jason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가인도 황급히 Dr. Jason을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 멀리 가지는 않을 겁니다. 이 근처에서도 예전에 살았던 적이 있어서, 그 집이 그대로 있는 지 보고 오려고 그럽니다. 당신. 여기서 사흘 정도는 혼자 있을 수 있으시겠죠? 그 정도는 말이에요.”
“네.”
가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사흘 후에 뵙겠습니다.”
“예.”
Dr. Jason이 집을 빠져 나간다.
“하아.”
집을 나서자마자 Dr. Jason이 한숨을 내쉰다.
“괜한 짓을 한 것일까?”
가인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 마음을 애써 부정해 오고 있었던 것인데 더 이상은 부정할 수 없었다. 가인이 점점 더 힘에 부쳐하고 있었다. 그 고민을 덜어야 했다.
“후우.”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굉장히 컸다. 선재만을 보고 살아온 가인이었다. 그럴 가능성이 다분했다. 하지만 그녀를 위해 그 정도는 포기할 수 있었다. 헤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휴우.”
그나저나 사흘 동안 어디로 가 있어야 하는 걸까? Dr. Jason은 고민에 휩쌓였다.
“후우.”
머리가 지끈거리기는 가인도 마찬가지였다. Dr. Jason에게 말은 하지 못했었지만, 사실 가인도 꽤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Dr. Jason을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고 있지만, 자신의 자식인 선재도 버릴 수만은 없었다. 물론 다 큰 자식을 챙긴다고 하면 다른 사람은 손가락질 할 지 모르겠지만 선재는 가인에게 단순한 자식이 아니었다. 또 다른 가인의 모습이고, 자신의 인생이었다.
“하아.”
어느 게 더 좋은 선택인 걸까?
“선재.”
가인이 선재의 이름을 곱씹어 본다.
“Dr. Jason.”
Dr. Jason의 얼굴이 가인의 눈 앞에 스쳐간다. 그 역시 자신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포기했었다. 가인의 고집만을 내세울 수는 없는 것이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순간 선재의 아버지, 그러니까 가인의 전 남편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선재가 쏙 닮은 그. 가인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 지금은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를 그. 그런데 그가 왜 가인의 눈 앞에서 맴도는 것일까?”
“하아.”
이렇게 그의 생각을 하는 것은 Dr. Jason에게도 잘못하는 일인 게 분명한데, 가인도 자신의 마음을 좀처럼 주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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