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3 -
여덟 번째 이야기
외전 1 - 승연 이야기
“하암.”
승연이 자신의 단단히 뭉친 어깨를 주무른다. 뉴욕에 처음 올 때는 굉장히 꿈이 많았던 승연. 하지만 정작 뉴욕에 오니 연신 힘든 삶의 연속이다.
“린지, 이제야 온 거야?”
함께 사는 룸메이트 로한이 승연을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승연은 파트타이머의 연속이다. 휴일도 없이,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벌어 놓지 않으면, 학교를 다니는 동안 굉장한 재정난을 겪을 수 있다. 최소한 자신의 용돈 만이라도 스스로 벌고 싶다.
“나는 괜찮아. 로한.”
“괜찮기는, 린지. 지금 네 얼굴 상태가 어떤 지 알고 하는 말이야? 아주 창백하다고. 지금 당장 쓰러져도 하나도 이상할 것 없을 정도로 창백하단 말이야. 정말 이렇게 일하다가는 너 쓰러지고 말 거라고.”
로한이 걱정 어린 표정으로 승연을 바라본다.
“내가 그렇게 약해 보여?”
승연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나 하나도 안 약하거든?”
그리고 팔을 걷어서 자신의 알통을 보여준다.
“린지, 장난 치지 말고.”
하지만 로한은 심각하다.
“어디 잠시 쉬었다 오는 건 어때? 린지 너는 정말로 휴식이 필요하다고.”
“괜찮다니까. 한국에 있을 때는 이것 보다 더 열심히 일을 했었다고.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네요.”
승연이 미소를 짓는다.
“린지.”
“로한, 정말로 괜찮아.”
승연이 두 손을 모은다.
“로한 네가 정말 좋은 친구인 거는 아는데,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는 말아줘. 그러면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
“하지만.”
“아니.”
승연이 고개를 젓는다.
“내 몸 상태는 내가 잘 알아. 정말 내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가 되면 쉴 거야.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아직은 내가 더 버틸 수가 있다고. 한국 속담에 그런 말이 있어.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 말이야. 그러니까 나는 괜찮아. 어차피 누구나 다 이 고생은 하는 건데 뭐.”
“너는 장학생이라서 돈을 이렇게 벌 필요가 없잖아.”
로한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승연을 바라본다.
“그냥 용돈 정도?”
“말도 안 돼. 린지 지금 네가 버는 돈이 작은 돈인 줄 알아? 한 시간에 무려 10불이야. 10불. 그래, 한 시간에 10불은 그렇게 큰 돈은 아니지, 하지만 그 돈을 린지 너는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있어. 게다가 그 누구도 그렇게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하루 14시간 일하는 건 정말 미친 짓이야.”
“괜찮다니까.”
승연이 어깨를 으쓱한다.
“한국에서 그 정도 일은 아무 것도 아니야.”
“린지 이 곳은 한국이 아니야. 여기는 미국, 그 것도 뉴욕 한 복판이라고. 그렇게 자신의 권리를 내팽개치며 일하는 사람은 없어.”
“정말로 괜찮아.”
승연이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한다.
“오, 로한. 나 집에 와서는 정말 편히 쉬고 싶다고.”
“아, 미안.”
순간 로한이 자신의 입을 가린다.
“쉬는 것을 방해했다면 정말 미안해.”
“아니야.”
승연이 힘없이 고개를 젓는다.
“대신 나 시원한 크랜베리 주스 한 잔만 따라줄 수 있어?”
“그 정도야 아무 것도 아니지.”
로한이 재빨리 주스를 한 잔 가득 따라서 승연에게 건넨다.
“고마워 로한.”
승연이 미소를 한 번 짓더니 주스를 단숨에 벌컥벌컥 들이킨다.
“캬아.”
“린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 네 몰골이 그렇게 훌륭한 편은 아니라는 거 너도 명심하고 있어야 할 거야.”
“알았어.”
승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나는 좀 잘게.”
“그, 그래.”
승연이 걱정이 가득한 로한을 뒤로 한 채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후우.”
로한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저러다가 정말 병이 날 텐데 말이야.”
로한이 테이블을 치운다.
‘탁’
“후우.”
로한의 말대로 지금 승연의 몸상태는 거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온 몸이 연신 피로가 누적되어서 뻐근했다. 너무나도 피로한 나머지, 소화는 하나도 되지 않았고 피부 역시 푸석푸석해지고 있었다. 입맛이 없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한국에 있을 때는 보기 좋게 말랐던 승연의 몸이 점점 볼품없이 말라가고 있었다. 입맛이 없으니 무얼 먹지 않고, 점점 살은 빠지고 있었다.
“하아.”
승연은 긍정적으로 생각 하기로 했다.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노력을 하고 있는가? 최소한 그런 힘든 일을 하지 않는 것만은 정말 다행이다. 게다가 돈도 꽤나 모았다.
“헤헤.”
한 푼 두 푼 차곡차곡 모여지는 통장을 볼 때마다 승연은 입가에 미소를 숨길 수가 없었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이 맛에 파트타임 잡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몸이 고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보람이 있기에, 승연은 지금의 생활을 포기할 수 없다.
“읏차.”
통장을 서랍에 넣어두고 침대에 몸을 던지는 승연이다.
“후우.”
눈꺼풀이 차츰 무거워진다. 그리고 침대에 누운 지 1분도 되지 않아서 승연의 눈이 차츰 차츰 감긴다.
“후우. 드르렁. 후우.”
그리고 2분도 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진다.
“얼마나 있다가 올 건데?”
“음.”
로한이 왼쪽 눈썹을 찌푸린다.
“글�? 나도 잘 모르겠어. 일단 엄마가 나를 왜 오라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큰 일은 아닐 거야.”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해.”
지금 로한은 택사스에 있는 어머니의 집을 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갑작스럽게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정말 미안해.”
“미안하긴.”
혼자서 겁을 굉장히 많이 타는, 승연을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로한이다.
“뉴욕에 큰 비가 올 거라고 하는데. 밤에 어떡해?”
“괜찮다니까.”
승연이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노.”
승연이 고개를 젓는다.
“로한 네가 자꾸 그렇게 내게 대해주려고 하면 내가 너무나도 미안해진단 말이야. 그러니까 걱정도 작작하라고.”
“알았어.”
로한이 애써 미소를 짓는다.
“네 친구 누구지? 유, 유, 유, 뭐였지?”
“유키?”
“그래, 유키.”
로한이 미소를 짓는다.
“밤에 무서우면 유키를 우리 집에 초대해도 좋아.”
“유키는 일본에 갔다고 내가 전에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승연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아, 맞다!”
로한이 박수를 친다.
“그러면 어쩌지?”
“정말 괜찮다니까.”
승연이 로한의 등을 떠민다.
“어서 가세요.”
“하지만.”
“진짜 괜찮아.”
로한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최대한 빨리 올게.”
“그래.”
로한이 다시 한 번 승연을 돌아보고 집을 나선다.
“다녀 올게.”
“그래.”
로한과 함께 있을 때는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집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진다. 휑한 게 솔직히 쓸쓸하기도 하다. 게다가 로한의 말대로 뉴욕의 하늘이 심상치 않다. 꾸물꾸물 한 것이 금방이라도 크게 한바탕 쏟아질 기색이다.
“에효.”
승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오빠.”
비를 보니 지원 생각이 절실하다.
“군대 생활 잘 하고 있는지? 한국은 올해 무지하게 덥다는데.”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빗줄기가 천천히 굵어져서 세차게 쏟아진다. 하지만 승연에게 어둠은 두렵지 않다. 다만 한국에서 무더위에 고생을 하고 있을 지원이 걱정될 뿐이다.
“후우.”
그렇게 승연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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