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3 -
다섯 번째 이야기
달콤한 연애
“짜잔.”
“이게 뭐예요?”
선재는 연신 싱글벙글 거리기만 한다.
“이게 도대체 뭔데요?”
주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열어 봐요.”
주연이 조심스럽게 선재가 건넨 종이 상자를 열어 본다.
“어머!”
주연이 입을 가린다.
“어때요?”
선재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는다.
“이게 왠 거예요?”
“주연 씨 아침에 보니까, 밥이 드시고 싶은 모양인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주연 씨 드리려고, 간단히 도시락 좀 싸왔어요.”
“어머, 멋있다.”
어느 새인지, 혜지가 옆에 앉아 있다.
“아,”
주연의 얼굴이 붉어진다.
“어서, 열어 봐.”
“으, 응.”
주연이 조심스럽게 도시락의 뚜껑을 연다.
“!”
“어머.”
두 여학생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너무 예쁘다.”
“정말 선재 씨 요리 잘하시네요.”
“잘하긴요?”
선재가 어색한 지 머리를 긁적인다.
“그냥 요리를 하다보니까, 이런 것들도 하게 되었어요.”
선재의 도시락에는 귀여운 곰돌이가 방긋 웃으며 주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캐릭터 도시락은 인터넷이나, 방송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주연과 혜지는 선재의 솜씨에 다시 한 번 혀를 내둘렀다.
“어서 드세요.”
“이렇게 예쁜 데 어떻게 먹어요?”
“그럼 평생 안 드시게요?”
선재가 씩 웃는다.
“그래.”
혜지가 젓가락을 든다.
“선재 씨 제가 먼저 먹어도 되죠?”
“물론이죠.”
선재가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인다.
“잘 먹겠습니다.”
혜지가 곰의 귀를 한 입에 집어 삼킨다.
“어머, 정말 맛있다.”
혜지가 곰의 귀를 우물우물 거리더니 탄성을 내지른다.
“선재 씨 어쩜 이렇게 맛이 좋아요? 달콤하기도 하면서, 짭쪼름하기도 하고, 무언가, 고소하기도 하고. 아무튼 정말 맛있어요.”
혜지가 엄지를 치켜 올린다.
“정말 그렇게 맛있어?”
주연이 혜지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응, 정말로 맛있어.”
“주연 씨도 어서 드셔보세요.”
선재가 나무 젓가락을 잘라서 주연의 손에 쥐어준다.
“그, 그럼 맛있게 먹을 게요.”
“네.”
주연이 조심스럽게 곰의 반대 편 귀를 뜯어 먹는다.
“어머!”
주연의 눈이 동그래진다.
“선재 씨 정말 맛있어요.”
“그래요?”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두 분이 맛있게 드시니, 제가 정말 기분이 좋아요.”
“주연이는 좋겠다. 이렇게 요리도 잘하고, 자상하기까지 한 남자친구가 도시락까지 다 싸다주니 말이야.”
혜지가 주연을 흘겨본다.
“그런가?”
주연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는다.
“그럼 저는 수업이 있어서요.”
“어머, 그러면 수업 있으신데, 저 때문에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선재 씨는 인문대학에서 수업이 있으시잖아요.”
“괜찮습니다.”
선재가 사람좋은 미소를 짓는다.
“그래도 날씨가 꽤나 더운데 말이에요. 땀도 많이 흐를 텐데.”
주연이 걱정 어린 표정을 짓는다.
“너 걱정도 팔자다. 어차피 금방 강의실 들어가면 시원한 에어컨이 나와서 괜찮아 질 텐데, 무슨 걱정이냐?”
“그래도.”
주연이 볼을 부풀린다.
“아이고, 팔불출.”
혜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두 분 그만 다투세요.”
선재가 씩 웃는다.
“그럼 저는 정말로 가보겠습니다.”
“네, 저녁에 집들이 꼭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네.”
선재가 손을 흔들며, 두 사람에게서 멀어진다.
“
“응?”
혜지의 부름에 주연이 고개를 든다.
“너 정말 좋겠다.”
혜지가 부러움에 가득 찬 말투로, 주연에게 말을 건넨다.
“그래?”
주연이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하여간 팔불출.”
혜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뭐하고 있어요?”
“아, 왔어?”
준오가 카페로 들어오자 밝게 미소를 지으며 준오를 맞아주는 지현이다.
“왜 혼자 일하고 있어요?”
“아직 이른 시간이잖아. 이 시간부터 파트타이머들 돌리면, 악덕 업주 소리 듣고, 결국에는 아무도 일 안 하려고 한다.”
지현이 생긋 웃는다.
“하여간, 지현 씨는 농담도 참 잘해요.”
“그런가?”
“그나저나, 제가 도와드릴게요.”
준오가 메일 백을 테이블에 던지다시피 내려놓고는 카운터로 들어간다.
“괜찮은데.”
“제가 안 괜찮아서 그래요.”
준오가 미소를 짓는다.
“하여간.”
지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지만 지현도 굉장히 기분이 좋아 보인다.
“그럼 소녀 학교에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지연이 아버지에게 공손히 인사를 드린다.
“그래, 오늘도 조심히 다녀오도록 하거라.”
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흐뭇하게 지연을 바라본다.
“그럼 소녀 학교 가겠습니다.”
“그러거라.”
지연이 뒷걸음질을 쳐서, 아버지의 방을 빠져 나온다.
“후우.”
그 먼 학교까지 또 혼자서 걸어갈 생각을 하니, 눈 앞에 캄캄해지는 지연이었다. 아직 해도 어스름한 새벽, 언제 또 학교까지 갈는지. 지연은 한숨을 쉬며 조심스럽게 대문을 닫았다. 대문 하나도 소리 나게 닫으면 안 된다고 배운, 종갓집의 가르침이 온 몸에 그대로 베어 있는 지연이었다.
“지연아.”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지연이 고개를 든다.
“대, 대연 군.”
대연이 미소를 지으며 지연을 바라보고 있다.
“어, 어떻게?”
“왜? 내가 내 여자 친구 있는 곳에 오면 안 되는 거야?”
대연이 씩 웃는다.
“아, 아니 그러한 것이 아니고, 어찌 이리 이른 시간에 이 곳까지 오셨다는 말씀이십니까? 학교도 가셔야 하실 터인데.”
“너 데려다 주고 가도 하나도 안 늦거든.”
대연이 생긋 웃는다.
“너 혼자 학교 가는 거 꽤나 무서울 거 같아서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내가 네 남자 친구인데 이 정도는 너를 지켜줄 수 있어야 할 거 같아서 말이지. 뭐 이 정도는 크게 힘든 일도 아니고 말이야.”
“하지만.”
사실 중학생 남자 아이가 이른 아침에 일어난 다는 것은 굉장히 큰 곤욕임에 틀림 없다. 특히나 대연의 경우 밤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잠을 자는 나름의 모범생이었다. 이 이른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분명 힘든 일일 텐데. 지연은 이런 대연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고, 감사했다.
“고맙습니다.”
“고맙긴.”
대연이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그렇게 있다가 학교 안 늦어?”
“아, 네?”
지연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 그러고 보니.”
“그렇지?”
대연이 그런 지연을 귀엽다는 듯 바라본다.
“어서 갑시다.”
“아, 네.”
대연이 지연의 손을 꼭 잡는다.
“!”
지연의 얼굴이 홍단풍처럼 붉게 물든다.
“부끄러워?”
“네?”
대연의 말에 지연이 화들짝 놀란다.
“우리 서로를 연모하는 사이니까, 이 정도로는 안 부끄러워 해도 될 거 같은데.”
대연이 어색하게 웃는다.
“아, 네.”
지연도 굉장히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거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안 힘들어?”
지현이 조심스럽게 준오에게 묻는다.
“힘들긴요.”
준오가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그렇게 땀이 나는데?”
“지현 씨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하나도 힘이 들지 않는 걸요?”
준오가 씩 웃는다.
“하여간 말은 잘 한다니까.”
지현이 싱그럽게 웃는다.
“뭐 마실래?”
“음.”
준오가 카운터 앞에 앉는다.
“나 지현 씨가 만들어 준 맛있는 커피 마시고 싶어요.”
“커피?”
“네.”
준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 이거지?”
지현이 미소를 짓는다.
“오케이.”
“지연아.”
“네?”
“이제 말 놓아도 되지 않아?”
대연이 조심스럽게 지연에게 운을 뗀다.
“하지만.”
지연이 머뭇 거린다.
“평생 대연 군에게 저의 마음을 바치기로 했는데, 어찌 그리 함부로 말을 낮출 수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무리 저희가 어리다고는 하더라도, 지금은 제 지어비이신데 말씀입니다. 저는 불편하여서.”
“아, 그래?”
대연이 미소를 짓는다.
“그냥 네가 힘들까봐.”
대연이 씩 웃는다.
“우리 빨리 학교 가자, 늦겠다.”
“아, 네.”
대연이 더 꽉 손을 잡고 지연을 이끌고 간다.
“짜잔.”
“우와.”
지현이 커다란 머그 잔에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카페라떼를 준오의 앞에 내려 놓았다.
“너무 예뻐요.”
“그래?”
지현이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잘 먹겠습니다.”
“응.”
준오가 조심스럽게 커피를 입에 가져갔다.
“우와 되게 향긋하네요.”
“그럼 누가 로스팅한 건데?”
“누나가 로스팅 까지 한 거예요?”
“그럼.”
지현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역시 내 여자 친구는 멋있어요.”
준오가 양 엄지를 들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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