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3 - [세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7. 18. 10:24

 

 

 

우리, 사랑해!

- Season 3 -

 

세 번째 이야기

 

그리움

 

 

 

그럼 나 갈게.

 

혜지가 밝게 웃으며 신상 구두를 신는다.

 

벌써 가게?

 

주연이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네 속마음이랑 다른 거 다 보이거든요.

 

혜지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아니거든.

 

주연이 싱긋 웃는다.

 

언제든 놀러오고.

주연이 혜지의 손을 잡는다.

 

, 네 집도 아니면서 그렇게 함부로 초대하는 거 아니다.

 

혜지가 살짝 주연을 흘겨본다.

 

아닙니다.

선재가 든든하게 주연의 어깨를 감싼다.

 

저희가 함께 동거를 하니만큼, 이 집은 저와 주연 씨의 집이에요. 그리고, 주연 씨 말씀대로 언제든지 놀러오셔도 됩니다.

 

선재가 씩 웃는다.

 

알겠어요.

 

혜지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나 진짜 간다.

 

혜지가 현관문을 나선다.

 

안 데려다 줘도 돼?

 

주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혜지를 바라본다.

 

혼자 못 가겠으면, 선재 씨 데려가고 말이야.

 

맞아요.

 

선재가 구두를 신는다.

 

아니에요.

 

혜지가 검지를 가로로 젓는다.

 

저 혼자도 갈 수 있으니까, 두 분 좋은 시간 보내세요.

 

혜지가 싱긋 웃는다.

 

그래. 그럼 잘 가.

 

주연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었다.

 

, 안녕히 가세요.

 

선재가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인다.

 

, 다음에 뵈요. 나 다음에 올게.

 

혜지가 멀리 사라지고 나서야 문을 닫는 선재와 주연이다.

 

 

 

하아

병환이 한숨을 쉰다.

 

박 대리 님 무슨 일이세요?

 

소은이 조심스럽게 병환에게 묻는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요? 무슨 일이신데요?

 

소은이 재차 병환에게 묻는다.

 

저 소은 씨.

 

병환이 조용히 소은을 부른다.

 

?

 

소은 씨가 저를 정말로 신경 써주는 건 잘 알고 있어요. 정말 고맙게 생각도 하고요. 그런데 지금은 정말로 소은 씨가 나설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이런 말씀 드리면 서운하게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는데, 아무튼 죄송합니다.

 

병환이 조용조용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 죄송해요.

 

소은이 입을 가린다.

 

저는 그냥 걱정이 되서요.

 

다 알고 있어요.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지금 말씀 드리지 못해서 정말로 죄송해요. 아직은 아무런 말씀을 드릴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아요.

 

병환이 다시 한 번 당부한다.

 

.

 

소은이 미소를 짓는다.

 

알겠어요. 큰 일이 아니시길 바랄게요. 너무 힘들어 하지는 마세요. 아셨죠? 박 대리 님은 힘든 거 밖으로 다 보이거든요.

 

. 알겠습니다.

 

.

 

소은이 멈칫한다.

 

이거 드세요.

 

소은이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밀크쉐이크를 건넨다.

 

아니에요. 단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대요.

 

소은이 싱긋 웃는다.

 

고마워요.

병환이 딸기 쉐이크를 한 모금 마신다.

 

정말 기분이 풀리는 것 같네요.

 

병환이 소은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기분이 풀리신다니 다행이에요. 그러면 저는 제 자리로 가볼게요.

 

.

 

소은이 멀어지자 병환은 딸기 쉐이크를 책상에 내려 놓는다.

 

휴우.

 

갑갑하고 답답하다. 혜지가, 미친 듯이 보고 싶다.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선재가 팔을 걷어 부치며, 싱크대에 서자 재빨리 주연도 팔을 걷어 부친다.

 

아니에요.

 

그런 주연을 선재가 막는다.

 

하지만.

 

주연이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오늘만 특별히 공주 대우를 해드리는 거니까, 미안한 표정 하나도 안 지으셔도 되요. 앞으로는 정확히 반반을 나눠서 일을 할거라고요.

 

선재가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짓는다.

 

알겠습니다.

 

주연이 선재에게 경례를 한다.

 

주연 씨는 거실에 나가서 텔레비전이라도 좀 보고 계세요.

. 그럼.

 

주연이 검지를 문다.

 

집 구경해도 되요?

 

집 구경이요?

 

.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제가 살 집인데 조금은 구경을 하고 싶어서 말이죠. 솔직히 이렇게 큰 집은 처음이거든요.

 

주연이 귀엽게 혀를 내민다.

 

제가 설거지하고 구경시켜 드리려고 했는데, 혼자서도 괜찮겠어요?

 

선재가 고개를 갸웃한다.

 

물론이죠. 제가 아무렴 집에서 길을 잃겠어요?

 

주연이 싱긋 웃는다.

 

알았어요.

 

주연의 미소를 보고 선재도 미소를 짓는다.

 

저도 설거지 빨리 끝내고 2층으로 올라갈 테니까, 먼저 집 구경하고 계세요.

 

.

 

주연이 사뿐사뿐 부엌을 나간다.

 

.

 

선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여간 귀엽다니까.

 

한 번 씩 웃고는, 설거지를 시작하는 선재다.

 

 

 

후우.

 

선재와 주연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나니, 더욱 병환이 생각 나는 혜지다.

 

으유.

 

혜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겨우 병환에 대한 생각을 지워낸다.

 

하아, 어차피 헤어진 사람인데. 헤어져야 할 거 알고 있던 사람인데, 왜 이렇게 그립고 아린지.

 

혜지가 멍하니 카페라떼를 내려다본다.

 

하아.

 

한숨만 나오고, 계속 병환의 생각만 나는 혜지다.

 

으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헤지다. 더 이상 병환의 생각만 하며, 과거에 붙잡히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그런데 병환이 너무나도 생각이 난다.

 

바보. 문자라도 한 번 해보지.

 

혜지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전화기를 꺼내보지만 병환에게는 아무런 연락도 와 있지 않다. 아직도 병환을 너무나도 그리는 혜지였다.

 

 

 

우와.

 

2층에 올라와 첫 번째 방을 연 주연이 탄성을 내지른다. 헐리우드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서재가 지금 주연의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멋있다.

흔들의자에, 탁자, 그리고 작은 와인 냉장고까지. 주연은 창가로 가서 조심스럽게 커튼을 젖혀보았다.

 

!

 

너무나도 아름다운 야경이 주연의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우와.

정말 낭만적이었다.

 

 

 

.

 

선재가 소매 끝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는다.

 

주연 씨는 무얼 하고 계실까?

 

선재가 오른 쪽 볼을 부풀린다.

 

와인 한 잔 정도는 괜찮겠지?

 

선반에서 와인 잔 두 개를 꺼내는 선재다.

 

 

 

저 먼저 퇴근 하겠습니다.

 

그래.

 

평소에는 가능하면 야근을 모두 다 하려고 애를 쓰던 병환이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난다. 박 부장도 엉겁결에 대답을 하기는 하지만, 병환의 조금은 이상한 행동에 고개를 갸웃한다.

 

저도 갈게요.

 

그런 병환을 보며, 소은도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난다.

 

, 그래.

 

!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던 서우도 소은을 보고, 당황한다. 분명 같이 야근을 할 줄 알고, 일부러 일거리를 만들었는데.

 

, 저도.

 

일 다 끝냈어?

 

?

 

다 안했지?

 

박 부장의 말에 서우가 울상을 지으며 다시 자리에 앉는다.

 

일 다 끝내기 전에는 집에 못 가.

 

.

 

서우가 울상을 지으며 다시 일을 시작한다.

 

 

 

박 대리 님.

 

, 소은 씨.

 

병환이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본다.

 

아유.

 

병환의 뒤까지 와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소은이다.

 

무슨 걸음이 그렇게 빨라요?

 

?

 

병환이 고개를 갸웃한다.

 

무슨.

 

오늘 저녁에 마땅히 할 일 없으시죠?

 

소은이 싱긋 웃는다.

 

, ?

 

병환이 당황한다.

 

오늘 밤에 무슨 약속 없으신 거 맞잖아요?

 

, .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같이 술이라도 마셔요.

 

소은이 미소를 지으며 소주를 입 안에 털어 넣는 시늉을 한다.

 

술이요?

 

병환이 고개를 갸웃한다.

 

갑자기 무슨.

 

그냥 마셔요.

 

소은이 병환의 팔짱을 낀다.

 

!

마음 다 접었으니까 이상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좋아요.

 

소은이 미소를 짓는다.

 

, .

 

병환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소은에게 끌려간다.

 

 

 

 

혜지가 빈 방에 불을 킨다.

 

하아.

 

사람의 온기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방이다. 병환의 물건을 치우니, 더욱 더 휑한 게, 꼭 혜지의 마음과 같다.

 

이사 가야 겠지?

 

혜지가 침대에 앉아 조용히 중얼 거린다.

 

후우.

 

혜지도 모르게 혜지의 눈에 눈물이 잔뜩 고여 버린다.

 

.

 

그리고 혜지의 울음을 신호로, 눈물의 댐이 터져 버렸다.

 

흐윽, 흐윽. 어떻게, 어떻게 헤어졌지만 ,그래도, 그래도 한 번 쯤은 잘 지내냐는 문자를 해줄 수도 있는 거잖아. , 어떻게, 어떻게 아무런 말이 없어? 그 동안 우리가 사귄 시간은, 그 소중한 시간들이 거짓은, 꿈은 아닌 게 분명한데, 병환 오빠는 모든 게 꿈이었던 걸까? 그런 걸까?

 

혜지의 눈물은 쉽게 마르지 않았다.

 

 

 

어라?

 

2층 첫 번째 방에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선재가 고개를 갸웃한다.

 

아직도 여기 있나?

 

설마 하는 마음에 서재에 들어갔는데, 역시나 주연이 있다.

 

주연 씨.

 

, 선재 씨.

 

주연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선재를 바라본다.

 

여기서 뭐하고 있어요?

 

그냥 야경 구경하고 있었어요.

 

주연이 창문 밖을 가리킨다.

 

집 구경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첫 번째 이 방, 서재에 들어오고 나서 너무 멋있어서, 아직 못 나가고 있었어요.

 

주연이 씩 웃는다.

 

그래요?

 

선재도 기분이 좋은 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앉아요.

?

 

우리 와인 한 잔씩 해요.

 

선재가 뒤에 숨겨 두었던, 와인 글라스를 보인다.

 

.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왠지 너무 멋있는 거 같아요. 이런 풍경은 마치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말이에요.

 

.

선재가 웃음을 터뜨린다.

 

주연 씨는 권선재가 감독인 영화에서 항상 주연이에요.

 

!

 

주연의 얼굴이 붉어진다.

 

, 농담도.

 

농담 아닌데.

 

선재가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와인 괜찮죠?

 

.

 

선재가 능숙하게 와인을 따서, 주연의 와인 글라스에 와인을 채운다.

 

예쁘다.

 

?

 

와인이 정말 예뻐요.

 

주연의 눈이 반짝인다.

 

아마 우리 어머니 농장에서 온 거라서 그럴 지도 몰라요.

 

선재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와인 글라스에도 와인을 따른다.

 

어머니 농장이요?

 

.

 

선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우리 오늘은 이런 이야기 하지 말고, 우리 둘만의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면 안 될까요?

 

왜 안 되겠어요?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주연 씨와 저의 낭만적인 밤을 위하여.

 

위하여.

 

달콤한 와인이 부드럽게 주연의 목을 타고 흘렀다.

 

맛있다.

 

.

 

두 연인이 서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헤어, 지신 거죠?

 

소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 들켰나요?

 

소은에게 더 숨겨봤자 들킬 것이 분명했다. 병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되었네요.

 

이번에는 왜 헤어지신 건지, 제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소은이 조심스럽게 병환에게 묻는다.

 

결혼 문제 때문에요.

병환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결혼.

 

소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혜지 씨 너무 어리시죠?

 

그런가봐요. 저에게는 어른인 아이인데, 어머니에게는 아직 너무나도 부족하기만 한 가봐요.

 

후우.

 

소은이 병환의 손 끝을 본다.

 

괜찮으시겠어요?

 

?

 

갑작스러운 소은의 물음에 병환이 반문한다.

 

혜지 씨 없어도 박 대리 님 괜찮으시겠냐는 말이에요. 혜지 씨 없이도 혼자서 잘 지내실 수 있으신 거예요?

 

어떻게 지내봐야 겠죠.

 

병환이 자조 섞인 말투로 대꾸한다.

 

박 대리 님.

 

후우.

 

병환이 소주를 입 안에 털어 넣는다.

 

벌써 두 번째 이별이에요.

 

.

 

벌써 두 번째 이네요.

 

병환이 아래 입술을 꼭 깨문다.

 

이번에는 정말로 자신이, 자신이 없어요.

 

!

 

너무나도 그리운데, 혜지가 정말 미친 듯이 그리운데, 자신이 없어요. 벌써 몇 번이나 문자를 보내려다가 말았는 지 몰라요.

 

오늘은 그냥 마셔요.

 

소은이 병환의 잔에 소주를 따른다.

 

고마워요.

 

뭐가요?

 

소은이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항상 위로를 해줘서 말이에요.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

 

언제 잠이 들었던 걸까? 혜지는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오빠?

 

인기척이 느껴졌다고 했는데 아무 것도 없다.

 

하아.

 

혜지는 어둠 속에서 고독감을 맛보았다.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됐어요.

 

소은이 미소를 짓는다.

 

내일 웃는 얼굴로 �으면 좋겠어요.

.

 

소은이 택시에 올라타는 것을 보고 병환이 발걸음을 옮긴다.

 

후우.

 

마음 한 켠이 더 답답해진 것 같은 기분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지 생각하면서 병환은 자신의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박병환

 

28. 남자

 

소위 명문대라고 말하는 대학을 나와서, 졸업하자마자 삼성에 취직한 재원이다. 듬직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부모님의 말씀을 쉽게 거역하지 못하는 효자이다. 혜지가 첫 번째 여자 친구였고, 다시는 사랑을 만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남자다. 가끔 한국 남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혜지를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