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3 -
첫 번째 이야기
엄마 미안해요.
‘똑, 똑.’
부엌에서 들리는 흥겨운 도마 소리. 주연은 눈을 떴다.
‘찰칵’
화영이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후우.”
주연이 심호흡을 한다.
“어, 엄마.”
주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응?”
화영이 아침을 준비하다가 고개를 돌린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왜 그렇게 심각한 표정이야?”
화영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이번에 혜지가 병환이 오빠랑 헤어졌다고 하네.”
주연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다.
“어머 왜?”
화영이 주연의 말에 관심을 가진다.
“병환이 오빠 어머니가 헤어지라고 했나봐. 병환이 오빠가 나이도 있으니까, 당장 혼사를 할 사람을 만나야 한다나, 뭐라시나. 아무튼 그래서 혜지가 많이 심란하데. 그래서 같이 살 사람이 필요하다는데.”
주연이 단숨에 모든 말을 내뱉는다.
“아서라.”
화영이 단칼에 주연의 말을 잘라낸다.
“얘가, 여자가 밖에서 사는 게 얼마나 위험한 지 몰라?”
화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엄마, 항상 나보고 얼굴이 무기라며?”
주연이 뾰루퉁 한 표정을 지으며 화영의 말에 대꾸한다.
“어?”
순간 할 말을 잃어버리는 화영이다.
“그럴 때는 내 얼굴이 무슨 5t짜리 폭탄이고, 이럴 때만 엄마한테 귀한 딸이야? 엄마 나도 이제 성인이야. 언제까지 엄마한테 얹혀서 살 거야?”
주연이 화영에게 밤새 고민했던 대사를 뱉는다.
“그러면 네 용돈이나 벌어.”
기지개를 켜며 거실로 나오던 대연이 툴툴 거린다.
“저게!”
대연이 혀를 낼름거리고, 화장실로 향한다.
“엄마.”
주연이 다시 화영을 부른다.
“아유.”
화영이 한숨을 쉰다.
“아니, 혜지 걔는 여태까지 혼자 잘 살아 놓고는 갑자기 왜 그런다니? 응? 왜 집에 잘 있는 애를 꼬드겨.”
화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마음에 상처가 깊다잖아.”
주연이 화영의 어깨를 주무른다.
“어마마마. 좀 허락해 주시와요.”
주연이 싱긋 웃는다.
“나 참.”
화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얼마나?”
그리고 주연에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묻는다.
“응?”
화영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주연이 반문한다.
“얼마나 머물 거냐고?”
화영이 답답하다는 듯 다시 주연에게 말한다.
“아예 독립한다니까.”
주연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얘 너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 줄 아니?”
화영이 허리에 손을 올린다.
“아무리 좋은 친구 사이라도 얘. 돈이라는 문제가 얽히게 되면 사이가 나빠지게 마련이야. 너 끝까지 혜지랑 좋은 친구 사이로 남을 수 있어?”
화영이 주연을 바라본다.
“당연하죠.”
주연이 싱긋 웃는다.
“응? 그러니까 엄마 허락 좀 해주세요.”
주연이 두 손을 꼭 모은다.
“엄마 허락 해 줘요.”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대연이 말을 보탠다.
“그러면 나도 정연이랑 한 방에서 자지 않아도 되고, 참 좋겠네. 돼지 나가면, 돼지 방 내 방 찜?”
대연이 기회라는 표정을 짓는다.
“대연아. 너.”
화영이 인상을 찌푸리며, 대연을 바라본다.
“치.”
대연이 부엌에 턱하고 앉는다.
“엄마, 엄마도 그만하세요. 누나도 이제 어른이 되어서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하는데 엄마가 자꾸 그렇게 말리셔서야 되겠어요? 엄마가 자꾸 그렇게 하시니까 돼지가 발전이 없잖아요.”
대연이 주연의 편인지, 욕인지 모를 말을 한다.
“지금 너 내 편 들어주는 거냐? 내 염장을 지르는 거냐?”
주연이 대연을 노려본다.
“가장 객관적이지 않아?”
대연이 토스터기에 식�을 넣고 냉장고에서 버터와 마멀레이드를 꺼낸다.
“엄마, 이제 돼지도 어른이라는 거 명심해요.”
토스트에 버터와 마멀레이드를 바르며 대연이 대꾸한다.
“휴.”
화영이 의자에 털썩 앉는다.
“나는 모르겠다.”
화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엄마,”
주연이 다시 화영을 재촉한다.
“그래. 그래 이 년아. 네 마음대로 해.”
결국 허락을 하는 화영이다.
“엄마 고마워요.”
주연이 화영을 꼭 안는다.
“그런데
순간 화영이 대연을 노려본다.
“응?”
대연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화영을 바라본다.
“지금 엄마 아침 준비 중인 거 안 보여?”
화영이 눈에 쌍심지를 켠다.
“아, 모, 못봤어.”
대연이 재빨리 방으로 도망간다.
“
주연은 문득 이 아침 풍경이 그리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뭐?”
혜지의 눈동자가 커다래진다.
“도, 동거라니? 선재 씨랑?”
얼마나 놀랐는 지, 혜지가 말까지 더듬는다.
“응, 그렇게 됐어.”
주연이 머리를 긁적인다.
“너 왜 나한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그런 결정을 내렸냐?”
혜지가 서운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 그러니까. 선재 씨에게 동거하자는 이야기를 들은 날이. 너랑 병환이 오빠 헤어지던 날이야.”
주연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아.”
혜지가 애써 미소를 짓는다.
“그 날 네가 나에게 하고 싶다는 말이 그거였구나?”
혜지가 알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응.”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그 큰 집에 선재 씨 혼자 사는 건 왠지 모르게 자원 낭비 같은 느낌도 막 들고 그래서 말이야. 그리고 선재 씨가 막 그런 사람도 아니고. 그래서 그냥 같이 살아보려고 그래.”
주연이 음료수의 빨대를 이유 없이 빙빙 돌리며 말했다.
“그래도 너 그거 쉽지 않을 걸?”
혜지가 인상을 찌푸린다.
“한 번 두 번 만나서 사이가 좋은 거랑. 한 집에서 사는 거랑은 별개 문제다 너. 안 맞을 수도 있어.”
혜지가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 엄마도 그 소리 하시더라.”
주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한다.
“어머.”
혜지가 입을 가린다.
“너 어머니께 솔직히 말했어?”
혜지의 눈이 커다래졌다.
“미쳤니?”
주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너랑 한 집에 산다고 했지.”
주연이 푸념 섞인 말을 한다.
“에? 나를 왜 팔아?”
혜지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럼 어떡하냐? 친구라고는 너랑 승연이 밖에 없는데, 그러면 뉴욕에 있는 승연이를 팔리? 응?”
주연이 서운하다는 표정으로 혜지를 바라본다.
“참 나.”
혜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너 사람 참 난감하게 하는데 뭐가 있다.”
혜지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미안해.”
주연이 싱긋 웃는다.
“그래서 이사는 언제 하게?”
주연과 말싸움을 해봤자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한 혜지다. 바로 용건을 묻는다.
“이사랄 것도 없다고 하던데.”
주연이 무심히 대꾸한다.
”응?”
혜지가 고개를 갸웃한다.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다시 주연에게 반문하는 혜지다.
“어차피 선재 씨가 살던 집이라니까. 선재 씨가 그러니까 그냥 간단한 옷가지만 몇 가지 들고 와서 집에 살면 된대.”
주연이 선재의 말을 혜지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정말?”
혜지가 다시 묻는다.
“그래.”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 아 참.”
주연이 싱긋 미소를 짓는다
“?”
혜지가 고개를 갸웃한다.
“오늘 들어가기로 했다.”
주연이 씩 웃으며 혜지에게 말했다.
“에? 그렇게 빨리?”
혜지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어.”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하루라도 더 빨리 같이 살고 싶은 걸.”
주연이 낭만적인 표정을 짓는다.
“하여간 네가 더 밝혀요.”
혜지가 미소를 짓는다.
“내가 도와줄 건 없어?”
혜지가 조심스럽게 주연에게 말을 건넨다.
“훌륭한 연기.”
주연이 씩 웃으며 대꾸한다.
“에?”
혜지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안녕하셨어요? 어머니.”
혜지가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그래 혜지 왔니? 주연이랑 한 집에 살기로 했다고?”
화영이 한치의 의심도 없는 말투로 혜지에게 말을 건넨다.
“네, 그렇게 됐어요.”
혜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저 화상을 집에서 들고 가줘서, 이 아줌마는 네가 얼마나 고마운 지 모른다. 그러니까 부디 저 화상 그 집에서는 내쫓지 말고 잘 거둬줘라. 다시는 이 집에 발 못 들이게 말이다. 응?”
화영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다.
“아, 네.”
혜지가 조심스럽게 대꾸한다.
“엄마!”
주연이 새 된 비명을 지른다.
“그럼 저희 가보겠습니다.”
혜지가 고개를 숙인다.
“그래 엄마가 언제 찾아갈게.”
화영이 걱정어린 표정으로 주연을 바라본다.
“그러든지.”
주연이 시큰둥하게 대꾸한다.
“조심해서 가고.”
주연과 달리 화영의 마음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
“네!”
주연의 발걸음이 경쾌하다.
“너,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냐?”
혜지가 핀잔을 준다.
“내, 내가 뭘?”
순간 급당황한 주연이다.
“너 너무 좋아하지 마.”
혜지가 핀잔을 준다.
“나 오빠랑 헤어진 지, 이틀 밖에 안 됐다.”
혜지가 쓸쓸한 목소리로 말한다.
“누, 누가 뭐래니?”
주연이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그냥.”
주연의 풀이 죽은 모습을 보니 혜지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갑자기 네가 그러면 너무 미안하잖아. 주연아 왜 그러냐?”
혜지가 주연을 달랜다.
“이니야. 내가 생각해도 내가 너한테 너무한 거 같기도 해서 그런다. 너도 힘들 텐데. 자꾸 내가 칭얼 대기만 했구나.”
주연이 푸념을 한다.
“아니야. 내가 너보다 생일도 빠른 언니니까, 너보다 상처도 덜 받는다고. 그러니까 걱정 안 해도 되네요.”
혜지가 싱긋 웃는다.
“그나저나 선재 씨 집은 어디야?”
“선재 씨가 어머니에게 차 선물 받았대.”
“어머? 진짜?”
“응.”
혜지의 눈이 반짝인다.
“너 좋겠다.”
“뭐가 좋냐?”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주연의 입가에도 미소가 한가득이다.
“좋으면서.”
“헤헤.”
‘빵’
그 순간 경적이 울린다.
“선재 씨!”
“주연 씨, 많이 기다리셨어요?”
“아니요.”
주연이 고개를 젓는다.
“혜지 씨도 안녕하세요?”
“네.”
혜지도 미소를 짓는다.
“짐은 이게 다예요?”
“네.”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우리 우리의 새 집으로 갈까요?”
“그래요.”
“혜지 씨도 함께 가실 거죠?”
“물론입니다.”
혜지가 기분 좋게 미소를 지으며 차에 올라 탔다.
20살. 여자
천방지축. 통통한게 최대의 스트레스였지만, 선재를 만나고 나서는 전혀 콤플렉스로 느끼고 있지 않다. 그 동안 남자 친구는 단 한번 도 없었지만, 이번에 선재를 만나고 나서 사랑이란 게 무엇인지 제대로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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