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2 - [season 2 마지막 이야기]

권정선재 2008. 7. 2. 20:52

 

우리, 사랑해!

- Season 2 -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안녕, 사랑아!

 

 

 

, 어머니.

 

좀 들어가자.

 

병환의 자취방까지 찾아오신 어머니다.

 

, 여기까지는 어떻게?

어미가 아들 사는 곳도 못 찾아 오니?

 

, 그런 건 아니지만.

 

어머니가 집에 들어서시고, 크게 한숨을 내쉰다.

 

그래, 어떻게 오셨어요?

 

너 장가 보내려 왔다.

?

 

어머니의 눈빛이 단호하다.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무슨 말이기는? 네 나이도 지금 벌써 몇이냐? 네 친구, 걔 누구야? 그래 신일하. 그 녀석도 벌써 애가 둘이라며.

 

걔는 좀 특이한 녀석이고요.

됐다. 두 말 할 것 없어.

 

어머니도 단단히 벼르고 온 모양이다.

 

올해 안으로 나는 며느리 봐야 겠다.

 

어머니.

그만 불러.

 

어머니가 병환을 바라본다.

 

네 여자 친구. 그래 혜지?

.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여자 애 좀 불러 봐라.

 

?

 

혜지 그 여자애 좀 불러보라고!

 

, 혜지는 왜요?

 

너하고 결혼할 맘 있는 지 물어보려고 그런다. ?

 

엄마.

 

어서!

 

 

 

어머니가?

 

주연이 혜지를 쳐다본다.

 

, 그래.

혜지가 조심스럽게 전화를 닫는다.

 

하아.

 

무슨 일이야?

 

병환 오빠, 어머니가 좀 보시재.

 

, 그래? , 무슨 일로?

 

몰라.

 

혜지가 잔뜩 울상을 짓는다.

 

미안해. 주연아. 네 고민은 다음에 들어줄게.

 

, 그래.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서 가 봐.

 

미안.

.

 

혜지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주연이 한숨을 쉰다.

 

나도 지금 무지하게 급한 고민인데.

 

주연이 탁자에 엎드린다.

 

 

 

, 오빠.

 

미안.

병환이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혜지 왔니?

 

, , 어머니.

혜지가 무릎을 꿇고 어머니의 앞에 앉는다.

 

, 안녕하세요.

 

그래, 두 번째 보는 거지?

 

, .

 

병환의 입사날 한 번 본 적이 있다.

 

, 저는 어쩐 일로?

 

혼사 일로다.

 

?

 

혜지가 놀란 눈으로 병환을 바라본다.

 

, 혼사라니요?

지금 너도 알다시피, 병환이의 나이가 나이지 않니?

.

솔직한 어미 된 마음으로는 어서 병환이의 혼사를 서둘렀으면 하는 구나.

엄마.

 

너는 가만히 있어.

 

어머니가 매섭게 병환을 노려본다.

 

혜지 네 생각은 어떠니?

 

?

 

병환이와 혼인할 마음이 있냐는 말이다.

, 그야 당연히.

그래?

어머니가 미소를 짓는다.

 

올해 안에?

 

?

 

혜지의 눈이 동그래진다.

 

, 무슨?

 

지금 병환이의 나이가 스물 여덟이다. 서른이 되기 전에는 손주를 봐야 하지 않겠니? 그러니, 너 올해 안에 병환이와 혼사를 할 마음이 있냐?

 

그만 하세요!

 

뭘 그만해?

어머니가 혜지를 바라본다.

 

어서 대답해보거라.

 

엄마.

 

나서지 말래도!

 

혜지가 입술을 깨문다.

 

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게냐?

어머니, 솔직히 병환 오빠와 결혼을 할 마음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 결혼이 올해 안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병환이와 헤어지거라.


?

 

엄마!

 

헤어져.

 

어머니가 혜지를 매섭게 바라본다.

 

나는 며느리가 필요하다. 내 아들의 여자 친구는 필요가 없어. 이미, 병환이와 혼사를 맺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어.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K대를 나와서 삼성에 취직을 한 그런 재원이다. 우리 병환이 어디 내놔도 밀리지 않아. 그러니 나는 병환이를 결혼 시키려 한다.

엄마.

그러니 대답하거라.

 

어머니가 매섭게 다그친다.

 

죄송 합니다.

 

혜지야!

 

오빠 미안.

혜지가 어머니를 바라본다.

 

솔직히 답하겠습니다. 저 병환 오빠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 인생의 전부를 걸 만한 그런 남자인 지는 모르겠습니다.

흐음.

하지만, 하지만 조금만, 아주 조금만이라도 더 시간을 주신다면.

됐다.

!

가봐도 좋다. 병환이 너는 따라가지 말아!

 

병환이 외투를 걸치자, 어머니가 병환을 노려본다.

 

어머니.

어서 안 가고 뭐하는 게야?

.

혜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혜지가 꾸벅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천천히 돌아선다.

 

혜지야!

 

병환의 부름에 혜지가 병환을 향해 몸을 돌린다. 그리고 힘없이 싱긋 미소를 짓는다.

 

, 혜지야.

 

나 갈게.

 

!

 

혜지가 조용히 집을 빠져 나갔다.

 

, 하아.

 

지금 들었지.

 

어머니가 당당한 표정을 짓는다.

 

어서 혼사할 아가씨부터 구하자.

!

 

이미 이 엄마가 몇몇 사람들을 다 알아봤어.

 

다 필요 없다고요!

 

병환이 집을 뛰쳐 나간다.

 

, 병환아.

 

 

 

흐윽, 그래. 내 주제에 무슨.

혜지가 눈물을 닦고 미소를 짓는다.

 

후우, 조혜지 웃자. 웃어.

혜지야!

 

순간 들리는 목소리.

 

!

 

혜지가 조심스럽게 돌아선다.

 

, 오빠.

, 혜지야.

?

 

병환이다. 병환이 서 있다.

 

여기, 왜 왔어?

미안, 우리 어머니가.

 

아니.

 

혜지가 미소를 짓는다.

 

어머니 말씀 당연한 거야?

 

?

 

병환의 눈동자가 커다래진다.

 

, 그게 무슨 말이야?

 

어머니 말씀 당연하잖아.

혜지가 싱긋 웃는다.

 

이제 오빠 나이도 서른이 다 되어 가잖아.

혜지야.

 

우리 현실을 직시하자.

 

!

 

나 갈게.

 

혜지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돌아 선다.

 

혜지야.

 

오빠.

혜지가 등을 보인 채 입을 열었다.

 

우리 너무 힘들었잖아.

 

!

 

나이 차도 너무 많이 나고 말이야. 미안.

 

, 혜지야!

 

혜지가 발걸음을 옮겼다.

 

 

 

하아.

 

길을 걷던 혜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조혜지, 바보 같이 왜 울어? 어차피 이럴 거 알고 있었잖아. 이런 게 현실이잖아. 우리가 언제 까지 그렇게 꿈 속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 아니었잖아. 그런데, 그런데 왜 그래? 하아.

혜지가 깊은 심호흡을 한다.

 

바보, 바보.

 

혜지의 눈에 굵은 눈물 방울이 맺혀 있다.

 

그래도, 그래도 한 번 쫓아 와 보지.

 

혜지가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 낸다.

 

바보 같은 사람.

혜지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후우.

 

병환이 벤치에 무너져 앉았다.

 

, 도대체.

 

무엇이 잘못이었던 것일까?

 

후우.

 

잘 사귀고 있었는데, 그런 건데. 모든 게 어머니 탓인 걸까? 아니다. 병환은 고개를 저었다. 분명, 분명 혜지의 입으로 결혼은 무리라고 말했다. 물론 결혼이 이르기는 했다. 하지만 그 동안의 연애가 그렇게 안전하다고만은 느끼지 못했었다. 그랬었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랬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운.

 

하아.

 

병환이 머리를 숙인다.

 

후우.

머리가, 머리가 아프다.

 

 

 

돼지 치킨 먹어.

 

생각 없어.

 

?

대연의 눈동자가 커다래진다.

 

, 뭐라고?

 

생각 없다고.

 

?

주연의 무뚝뚝한 말에 대연의 눈동자가 커다래진다.

 

, 아니 지금 치, 치킨을 시켰다고. 지금 누나가.

 

그러니까 생각 없다니까! 당장 나가!

 

주연이 대연에게 베개를 던진다.

 

, 안 먹을 거면 말지.

대연이 볼멘 소리를 하고 방을 나간다.

 

후우.

 

주연이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 쓴다.

 

 

 

누나는?

 

안 먹는데.

 

?

 

화영의 눈동자가 커다래진다.

 

뭐라고? 주연이가, 치킨을 안 먹는다고?

 

그러니까.

대연이 미간을 찌푸린다.

 

무슨 일이지?

 

어디 아픈가?

 

그러게.

 

 

 

이 아가씨 어떠냐?

 

엄마.

 

이 아가씨도 참 참해.

 

엄마!

이 아가씨는.

 

어머니!

 

결국 참다 못한 병환이 소리를 지르고 만다.

 

왜 소리는 지르고 난리야.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뭐가?

 

어머니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도대체, 도대체 왜 이러세요? 어머니 안 이런 분이셨잖아요. 당신 아들 행복 위해서 모든 걸 다 해줄 수 있는 분이라 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이러세요? ? 도대체 왜 갑자기 이러시는 거예요?

 

손주가 보고 싶어서 그래!

 

혜지랑, 혜지랑 결혼하면 되잖아요.

걔는 안 된다.

 

엄마.

 

어머니는 단호하다.

 

어머니.

 

안 되는 건 안 돼!

 

 

 

부산한 인천 국제 공항.

 

선재야.

 

가인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선재를 부른다.

 

정말 혼자 괜찮겠어?

 

.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나는 엄마랑 Dr. Jason, , 아니.

 

선재가 고개를 젓는다.

 

엄마랑 아버지가 걱정이 되요.

 

!

 

Dr. Jason의 얼굴에 감격한 기색이 역력하다.

 

우리 아버지. 엄마 맛 없는 요리 드시고, 식중독이라도 걸리시면 어떡해? 안 그래요?

 

그건 그래.

 

뭐라고요?

 

가인이 미소를 짓는다.

 

우리 아들 다 큰 건 아는데, 그런데도 걱정이다.

걱정 그만 하세요.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엄마 사랑해요.

 

나도.

 

선재와 가인이 꼭 끌어 안는다.

 

엄마 비행기 시간 다 되셨어요.

 

그래.

 

가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엄마, 다녀 올게.

 

.

가인과 Dr. Jason이 게이트 사이로 사라진다.

 

후후.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엄마 아빠 꼭 행복하세요.

 

 

 

하아.

 

지현이 한숨을 쉰다. 준오가 가게 앞에 있다.

 

권준오.

 

?

 

준오가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지현을 발견하고 미소를 짓는다.

 

국지현.

 

매일 온 거예요?

 

.

 

.

 

지현이 헛웃음을 터뜨린다.

 

참 바보 같아요.

 

.

 

준오가 고개를 끄덕인다.

 

저도 제가 이렇게 끈질길 수 있는 놈일 줄 몰랐어요.

 

좋아요.

 

지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사랑이라는 거 믿지 않거든요. 그런데 말이에요.

 

지현이 싱긋 웃는다.

 

권준오라는 사람은 한 번 믿어볼래요.

!

 

준오의 눈동자가 커다래진다.

 

, 그말은.

우리 사귀자는 뜻이에요.

지현이 미소를 지었다.

 

 

 

후우.

 

혜지가 상자 속에 병환과의 추억들을 차곡 차곡 담는다.

 

흐윽.

 

자꾸만, 보면 눈물이 날 것이 분명하기에, 하나도 남김 없이 차곡차곡 다 정리해 버린다.

 

하아.

 

그 동안 병환과 사귄 기간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많은 짐들이 나올 것 같았는데, 모두 담아 보니 상자 하나 뿐이었다. 겨우, 겨우 그 것 뿐이었다. 혜지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방을 둘러 보았다. 그런데 방 전체가 병환과의 추억이다.

 

하아.

모든 게 추억들이다.

 

뭐야? 미치겠네.

 

혜지가 입술을 꼭 깨문다.

 

 

 

정말 사랑하는 데, 뭐가 상관이야.

 

주연이 이불을 걷었다.

 

, 돼지 어디가?

엄마, 나 좀 어디 다녀올게요.

그리고 밖으로 뛰쳐 나간 주연이다.

 

 

 

여보세요?

 

나예요.

 

주연 씨?

주연의 조금은 다급한 목소리. 선재는 고개를 갸웃한다.

 

무슨, 말이에요?

지금 좀 만나요.

 

지금요?

 

선재가 시계를 본다.


많이 늦었어요.

 

아니요. 저는 지금 선재 씨를 꼭 봐야 해요.

후우.

 

선재가 한숨을 내쉰다.

 

좋아요. 내가 지금 그리로 갈 게요.

 

그럴 필요 없어요.

 

?

 

선재가 고개를 갸웃한다.

 

, 그게 무슨?

 

뒤를 돌아봐요.

뒤를 돌아 서니, 주연이 서있다.

 

!

 

선재의 눈동자가 커다래진다.

 

, 주연 씨.

그래요. 우리 같이 살아봐요. 뭐 문제 있겠어요? 까짓 것. 남들 다 하는 동거. 우리도 한 번 하자고요.

 

!

 

서로 사랑하니까.

주연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 우리 사랑하니까.

선재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주연 씨.

.

 

오늘 그 어느 때보다 사랑스러운 거 알아요?

선재가 주연을 꼭 안는다.

 

사랑해요.

 

저도요.

 

 

 

딩동

 

혜지일까? 병환은 황급히 휴대전화를 열었다.

 

!

 

조혜지 고객님의 요청으로 커플 요금제가 해지되었습니다.

 

하아.

 

정말, 정말 끝이다. 정말로. 병환은 크게 심호흡했다.

 

 

 

흐윽.

 

혜지가 손등으로 입을 꽉 틀어 막았다. 바보 같이 더 울면 안 되는데. 그러면 안 되는데, 자꾸만, 자꾸만 눈물이 났다. 자꾸만.

 

하아.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서우 씨.

?

 

퇴근을 하려는 서우를 소은이 부른다.

 

무슨 일이에요?

 

우리 잠시만 이야기 할래요?

 

이야기요?

 

.

 

서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가까운 카페라도 가요.

 

그러죠.

 

 

 

저를 좋아해주시는 건 정말 고마워요.

자리에 앉자 마자 소은이 직접적으로 말을 꺼낸다.

 

하지만 말이죠.

 

소은이 서우를 바라본다.

 

부담스러워요. 저는 그냥 우리가 좋은 직장 동료였으면 해요.

소은 씨.

 

?

서우의 부름에 소은이 고개를 든다.

 

내가 그런 말을 하면 포기할 거 같아요.

 

, 강대리 님.

저 이미 그 정도는 각오 했거든요.

 

서우가 씩 웃는다.

 

내가 겨우 이 정도로 포기할 거라고 생각했단 말이에요? 그렇다면 소은 씨는 저 강서우라는 사람을 너무나도 쉽게 보신 거예요. 저 진심이에요. 제가 소은 씨를 생각하는 마음은 진심이에요.

 

, 서우 씨.

이 진심이 그렇게 쉽게 변할 수 있는 거라고 믿는 거예요? 그렇다면 소은 씨 큰 착각이에요.

서우가 미소를 짓는다.

 

소은 씨.

 

, .

 

아주 천천히, 천천히 다가갈 거예요.

 

!

 

소은 씨의 마음이 열릴 때 까지요.

 

, 서우 씨.

 

그리고 지금 꽤나 많이 열렸다는 거 알고 있어요.

 

서우가 장난스럽게 미소를 짓는다.

 

언젠가 분명, 소은 씨 저를 사랑하게 되실 거예요.

 

서우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사랑해! season 2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