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2 -
스물네 번째 이야기
엄마와 아들. 넷
“후우.”
대연을 쓰다듬는 화영의 손이 가늘게 떨린다. 이미 화영의 울음은 화영이 견뎌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미안. 미안.”
더 이상 대연도 참을 수 없었다.
“흑.”
대연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대, 대연아.”
“엄마. 미안해요.”
대연이 일어나서 화영을 꼭 안는다.
“나 엄마 편 그 동안 들어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요.”
“대, 대연아.”
대연이 울먹 거린다.
“엄마 지켜줄 사람 나 뿐인데, 그 동안 엄마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서, 그러지 못해서 엄마한테 너무너무 정말로 미안해요. 우리 엄마가 그 동안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 지, 그거 알아주지 못해서 정말로 미안해요. 엄마 죄송해요. 그 동안 엄마 챙겨드리지 못해서, 엄마에게 든든하고 좋은 아들이지 못해서 죄송해요.”
”아니야.”
화영이 고개를 젓는다.
“너는 정말 최고의 아들이야.”
“아니요.”
대연이 고개를 젓는다.
“나도 엄마가 창피했는 걸. 그래서 애들에게 단 한 번도 엄마가 급식 아줌마라는 이야기 하지 않았어요. 쪽 팔리니까. 그런 거니까. 그런데, 그런 내가 정말 나쁜 거였어요. 엄마가 나쁜 일을 하시는 것도 아닌데. 정말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을 하시는 건데. 제가 몰랐어요. 제가 그 걸 몰랐어요.”
“대연아.”
“엄마 정말 죄송해요.”
대연이 화영을 더 꼭 안는다.
“이제 엄마 든든히 지킬게요.”
“대연아.”
“이제 나도 이만큼 컸으니까.”
대연이 씩 웃는다.
“엄마는 지킬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 그래.”
화영이 대연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우리 대연이 벌써 이만큼 컸으니까, 이제 이 엄마를 지켜줄 수 있을 거야. 아무렴, 우리 대연이라면 그러고도 남지.”
화영이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엄마 미안해요.”
“아니야.”
화영이 고개를 젓는다.
“그 동안, 네 마음 헤아리지 못한 이 엄마가, 이 바보 같은 엄마가 정말로 더 미안해. 네 마음, 우리 착한 아들 대연이 마음 하나도 알아주지 못한 이 바보 같은 엄마가 훨씬 더 미안해. 미안해.”
화영이 대연의 뺨을 쓰다듬는다.
“아팠지?”
“아니.”
대연이 고개를 젓는다.
“얼굴은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요. 그런데.”
대연이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는다.
“여기가, 여기가 아프더라고요.”
“!”
“그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한 병신 같은, 머저리 같은 내가 정말 한심해서 여기가 너무 아팠어.”
대연이 울먹 거린다.
“그 동안 엄마 힘든 거 다 알면서 그거 하나 해주지 못한 내가 너무나도 한심해서, 그래서 그래서.”
“그래.”
화영이 대연을 와락 끌어 안는다.
“이제, 괜찮아. 정말 괜찮아.”
“흐윽.”
화영이 대연의 등을 토닥인다.
“더 이상 자책하지 마. 안 그래도 돼.”
”미안. 미안.”
“오늘 일 너무 고마웠으니까, 이제 안 미안해해도 돼.”
화영이 대연의 등을 토닥였다.
“으악!”
‘쨍그랑’
“어머!”
“꺄악!”
“어이쿠!”
“어머나!”
“아이쿠야!”
“후우.”
부엌에서 나는 각종 소리에 선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남들은 맛있는 음식 먹을 때 엄마가 해준 것 같다고 했는데.”
선재는 다른 한국 말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이 말 만큼은 절대로, 정말 정말 정말 절대로 동의할 수 없는 말이었다.
“하아.”
가인의 요리는 정말 요리의 경지를 뛰어 넘었다. 물론 요리가 아주 훌륭하기에 요리의 경지를 뛰어 넘은 예술이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가인이 하는 요리는 더 이상 요리가 아니었다. 그 원래 재료를 알아볼 수만 있다면, 그 건 아주 훌륭한 요리였다. 가인의 요리의 대 다수는 가인이 아끼는 손가락의 가락지가 빛나는 이유, 다이아몬드와 같은 탄소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것도 아주 새까만, 남들은 숯이라고 해도 전혀 의심하지 않을 것 같은, 그 정도로 태워서 말이다.
“하아.”
그렇기에 아주, 정말 아주 어릴 적부터 선재는 요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니 살기 위한 본능이었다. 제대로된 것을 먹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다행히 후에 가정부 아줌마가 오셨지만, 그래도 다섯 살부터 요리를 시작한 것은 모두 가인 덕이었다. 그게 지금은 긍정적인 역할들을 하고 있는 편이니, 그래도 가인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게 맞을까?
“나 참. 우리 엄마지만 정말 영 아니다.”
벌써 몇 번�일까? 또 접시 깨지는 소리가 났다. 선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 괜찮아?”
“휴.”
가인이 울상을 짓는다.
“내 손에는 기름이 흐르나?”
왜 자꾸 놓치기만 하는 걸까? 너무나도 예쁜 접시들이 �지는 것을 보니 가인의 마음도 썩 좋지만은 않다.
“엄마 괜찮아?”
“응?”
선재다.
“우와.”
선재가 감탄을 내뱉는다.
“엄마 정말 대단하시네요.”
“내, 내가 뭘?”
가인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지금 엄마가 깨뜨리신 그 접시들 있죠?”
“응.”
가인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거 안 �진다고 특허까지 받은 상품이래요.”
“그, 그래?”
가인이 손톱을 문다.
“하, 하핫.”
“그런데 엄마는 아주 산산조각 내셨네요.”
선재가 재빨리 뒷수습을 한다.
“정말 제가 안 도와 드려도 되겠어요?”
“그럼.”
가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어서 나가 있어.”
”하, 하지만.”
가인이 선재의 등을 민다.
“정말 하실 수 있는 거예요?”
“내가 누구야?”
“네?”
“바로 최고의 여성 류가인이야.”
가인이 자신만만하게 웃는다.
“그러시겠죠.”
하지만 그 순간 선재는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했다.
‘류가인이니까 더 불안한 겁니다.’
엄마의 실망은 보고 싶지 않은 선재다.
“엄마, 정말로 위험하고 시급하고 그럴 때는 저 불러야 해요. 혹 저번처럼 불난다고 밀가루 막 뿌리시면 안 되요.”
“알았어.”
가인이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것도 더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다.
“후우.”
선재가 고개를 저으며 부엌에서 나왔다.
“아자.”
가인이 앞치마를 더욱 졸라 맸다.
“소, 소은 씨?”
“네?”
소은이 고개를 든다.
“무슨 일이세요?”
“혹시 저녁에 시간 괜찮으세요?”
“저녁에요?”
“네.”
서우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서 영화 티켓 두 장을 꺼낸다.
“이, 이거 공공의 적 1-1
“어쩌다가요?”
소은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정말요?”
“네.”
소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같이 가드릴게요.”
“정말이죠?”
“네.”
서우가 싱글벙글이다.
“그러면 조금 있다 다시 올게요.”
“그러세요.”
서우가 멀어지고, 소은은 미소를 짓는다.
“은근히 귀여우시네.”
‘딸랑 딸랑’
여전히 선재가 시킨 방법을 열심히 행하는 준오다.
“어서오세요.”
이제 그녀도 준오를 엄청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캬라멜 마끼아또랑.”
준오도 주문을 하고 있지만, 주문을 하고 있지 않다. 늘 같은 것, 이제는 지현이 알아서 주문을 한다.
“기다려주세요.”
“네.”
대화는 점점 짧아졌다. 하지만 지현은 더 이상 준오를 무시하지 못했다. 그 만큼 준오는 지현의 삶에 깊이 개입해 있었다.
“여기요.”
“고맙습니다.”
자신보다도 한참 어린 준오를 보고 지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 아니지.”
절대로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지현이다. 도대체 뭐가 그럴 수 없는 지는 지현만이 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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