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2 -
스물세 번째 이야기
엄마와 아들. 셋
“엄마.”
“응, Son.”
“저, 정말 요리를 하시려는 거예요?”
“그럼.”
허리에 앞치마를 두르는 가인의 모습을 보니 선재는 참을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저, 정말?”
“이 Mother가 우리 Lovely한 Son에거 언제 Lie 한 적 있었어? 없었잖아. Nothing. 그런데 Why? 왜? 우리 Son은 이 Mother를 못 Believe해서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거야? 응? 이 Mother를 그렇게 전혀 Believe 하지 못하겠는 거야? Really 그런 거야? 그런 거라면 이 Mother.”
가인이 잔뜩 풀이 죽은 얼굴로 선재를 바라보다가, 허리꼐로 손을 옮긴다. 그리고 단정하게 묶인 앞치마의 끈을 천천히 풀기 시작한다.
”휴.”
그 모습을 보고 선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렇다고 그런 표정을 지으시면 제가 죄송스럽잖아요.”
“Why?”
가인이 잔뜩 풀이 죽은 듯하다.
“그래도 이 Mother는 우리 Lovely 한 Son에게 가능하면 Delicious한 Food를 먹이려고 최선을 다하려고 했는 데 말이야. 우리 Son은 이 Mother가 그토록 미덥기만 한 가봐. 휴. 정말.”
“아니에요.”
“응?”
“아니라고요.”
결국 선재가 체념을 한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뭐, 뭐가?”
“좋아요. 이번 피크닉 도시락은 어떤 맛이 들었더라도 정말 기분 좋게 먹어줄 게요. 우리 엄마가 만든 거니까.”
“저, 정말?”
“네.”
가인이 싱긋 웃는다.
“Thank You.”
가인이 정말 기분이 좋은 듯 웃으며 선재를 바라본다.
“역시 이 Mother 에게는 우리 선재 밖에 없다니까, 얼마나 이 Mother를 Think해주는 지, 항상 감동이라니까, 정말 Always 감동이야. 우리 Son 만큼 Mother를 Think하는 Son은 이 Korea에서는 Really Find 하기 Hard 할 걸. Very Difficult할 거야. 암 당연히 그렇고 말고.”
“그렇다니 다행이네요.”
선재가 한숨 비슷한 걸 흘린다.
“왜?”
“아니에요. 그나저나 엄마.”
“응?”
“아무래도 피크닉이니까 그렇게 큰 닭은 잡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가 파티를 여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 그런가?”
정말 식탁 위에 올라와 있는 닭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칠면조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을 훌륭한 풍채였다.
“그러면 이 닭은 어쩌지?”
“그건 피크닉 다녀와서 제가 요리할 테니까, 엄마는 오늘 나갈 때 먹을 간단한 도시락을 싸시는 게 어때요?”
“좋지.”
가인이 미소를 짓는다.
“우리 Son 은 이 Mother가 Cook 할 동안 다른 Place에 좀 가 있을래? 이 Mother가 정말로 Surprise 하게 해줄 테니까.”
“암요.”
선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엄마의 요리를 보고 안 놀라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거 칭찬으로 받아들인다.”
“마음대로 하세요.”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선재다.
“그런데 엄마.”
“응?”
“설탕과 소금은 구분해주세요.”
가인이 대답이 없다.
“하아.”
이미 구분을 하지 못한 모양이다.
“거기서 멈춰 주실 거죠? 정말 콜라랑 간장이랑 헷갈려 하시면서 요리에 실수하시지는 않을 거죠?”
“헉!”
가인이 숨을 들이킨다.
“하아.”
선재는 순간 하늘이 노래지는 경험을 했다.
“난 생 처음이네.”
정말 롤러코스터를 타지도 않고 하늘이 노래지는 것은 선재로써는 색다르고 아주 묘한 경험이었다. 물론 그 경험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그 경험 뒤에는 아주 두려운 경험이 남아 있었으니까.
“흠.”
주연이 뾰루퉁한 표정으로 골목을 걷는다.
“도대체 뭐야?”
혜지는 혜지대로 주연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 했고, 선재는 선재대로 주연에게 씩 웃기만 했다.
“나 참.”
그래도 곧 해외로 갈 사람인데 연인과 잠시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도 선재는 어차피 같이 여행을 떠날 어머니이신데도 불구하고, 그 어머니와 시간을 보낸다는 핑계로 오늘도 데이트를 거절했다. 이게 도대체 몇 번 �인 걸까? 정말 선재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기는 할까? 주연은 점점 자신의 망상이 위험하고 커다래지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도,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 바보 멍청이
하지만 주연은 순간 불길하다.
“아, 아니겠지.”
주연이 울상을 짓는다.
“아, 겨울새 괜히 읽었다.”
자꾸만 겨울새 속의 비정상적인 모자의 모습이 떠오르는 주연이다.
“으윽.”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선명해진다.
“선재 씨는 아닐 거야. 아닐 거라고.”
주연이 열심히, 아주 열심히 부정한다.
“하아.”
“왜?”
”아, 아니야.”
병환이 고개를 갸웃한다.
“너 얼굴에 나 고민 있어요.라고 엄청나게 크게 써 놨잖아. 무슨 고민인데? 이 오빠가 다 해결해줄게.”
“네가 무슨?”
헤지가 콧방귀 뀐다.
”너, 또.”
“알았어. 오빠.”
혜지가 멍하니 아이스티의 스트로우를 씹어 댄다.
”무슨 일이냐니까?”
병환이 다시 채근한다.
“주연이 일.”
“주연 씨?”
“응.”
혜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주연 씨가 왜?”
“주연이가 문제가 아니라 선재 씨가 문제지, 선재 씨가 이번 여름 방학에 좀 오래 해외로 나간대.”
“그래?”
“뭐가 그렇게 무심하냐?”
“내, 내가 뭘?”
병환은 당황했다.
“내,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
“나 참.”
혜지가 한숨을 내쉰다.
“둘이 같이 안 가니까 문제가 되는 거잖아.”
“그래?”
“전혀 왜 문제가 되는 지 모르는 구나?”
“그, 그렇지.”
병환이 솔직하게 대답한다.
“헤어지자는 것도 아니잖아.”
“헤어지자는 것은 아니지. 하지만 사귄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렇게 여자를 혼자 두고 가 버리냐? 치사하게.”
“또 네가 나섰구만.”
“응?”
혜지의 얼굴이 붉어진다.
“내, 내가 무슨.”
“아니야?”
“어?”
“네가 그런 일에 가만히 있을 애냐?”
병환이 아이스 캬라멜 마끼아또 속의 얼음을 와그작 와그작 씹어 먹는다.
“분명 선재 씨에게 찾아갔겠지.”
“내, 내가.”
“뻔해.”
병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얼음 하나를 더 입에 넣는다.
“그리고 주연 씨 입장을 네가 또 중간에 껴서 다 대변을 해줬을 거고.”
혜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런데.”
“응?”
“주연 씨가 무슨 일인지 재촉하는 구나?”
“!”
혜지의 표정이 굳는다.
“어떻게 알았냐고?”
병환이 씩 웃는다.
“내가 누구냐?”
“응?”
순간 혜지의 머리 속에 왕꽃선녀, 소년도령 등의 이미지가 주마등처럼 엄청나게 스쳐 지나간다.
“무, 무당은 아니지?”
“얘는 무당은 무슨. 나 교회 다니거든.”
병환이 자신의 팔에 묵주를 보여준다.
“나는 네 남자 친구잖아.”
“오, 오빠.”
“그러니까 네 마음 정도는 가뿐하게 알아 둬야지.”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어때 좀 멋져?”
“응.”
이 순간 만큼은 주연이 두렵지 않은 혜지였다.
“아.”
주연이 머리를 헝클어트린다.
“미치겠네.”
너무나도 궁금해서 당장 돌아가기 일보직전인 주연이다.
“하아.”
혜지가 눈 앞에 있었다면 당장 때려서라도 알았을 텐데. 주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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