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2 -
스무 번째 이야기
고민, 그리고 고민
“혜지 씨.”
“네?”
혜지가 고개를 든다. 선재의 표정을 보니 혜지도 마음이 조금 풀린다.
“그, 그러니까.”
“미안해요.”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지금 바로, 지금 바로 대답할 필요는 없는 거죠?”
“네.”
혜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혜지 씨에게는 당연히 제가 주연 씨에게 남는 게 옳은 결정이라고 하시겠죠. 솔직히 말하면 제가 혜지 씨 입장이었다면 저도 당연히 그 이성 분에게 따졌을 거예요. 친구를 지키라고요.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아요.”
“선재 씨.”
“이번에 말이죠.”
선재가 슬픈 표정을 짓는다.
“함께 나가면 어머니는 그 곳에 머물게 도와드리려고요.”
“!”
“그래서 당분간 어머니를 못 볼 거 같아요.”
”아.”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그런 미안한 표정 짓지 않으셔도 되요.”
선재가 창가를 바라본다.
“저도 주연 씨가 그럴 줄 몰랐으니까요.”
“서, 선재 씨.”
“정말 고민 해야겠어요.”
선재가 씩 웃는다.
“고마워요.”
“네?”
“아니었으면, 혜지 씨 아니었으면, 주연 씨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몰랐잖아요. 고마워요.”
“아니에요. 미안해요. 제가 괜히 선재 씨 잔잔한 마음에 돌멩이를 하나 던져 버린 거 같아요. 미안해요.”
“아니요.”
선재가 손사래 친다.
“고마워요. 진심이에요.”
“선재 씨.”
“그럼 혜지 씨 저 고민하게 자리 좀 비켜주시겠어요.”
“아, 네.”
혜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럴 게요.”
“고마워요.”
혜지가 자리를 뜬다.
“후우.”
선재가 한숨을 내쉰다.
“정말 주연 씨 생각을 전혀 안 했었네.”
어머니 생각만 했었다. 물론 그게 더 옳은 걸 수도 있지만, 어떤 게 더 옳은 것일까? 선재는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다.
“후우.”
어떤 게 옳은 걸까?
“하아.”
헤지도 한숨을 쉰다.
“바보, 왜 괜히 끼어 들어 가지고.”
선재에게 못할 짓을 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혜지다.
“하여간
혜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급식이 이게 뭐냐?”
“완전 쓰레기네 쓰레기.”
“아줌마 이게 밥이에요?”
“얘들아. 그래도 맛있게 먹어야지.”
급식 아줌마가 애써 미소를 지으신다.
“아 씨발, 존나. 이 아줌마가. 고기 더 달라고!”
“이게 밥이에요?”
점점 더 심한 욕설이 난무하는 점심시간 식당. 대연은 줄을 서서 식사를 타고 있다. 이런 일들이야 일상적인 일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아 씨발.”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다르다.
“안 먹어.”
어떤 녀석이 식판을 엎어 버린 모양이다. 아이들이 웅성웅성 거리고, 선생님들도 몰려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그제야 이어폰을 귀에서 빼는 대연이다.
“하아.”
주연이 책상에 엎드린다.
“잡을까?”
하지만 그럴 용기는 없다.
“후우.”
그래도 어머니랑 간다는데 말리기도 좀 그렇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주연이다.
‘똑똑’
“누구십니까?”
“저예요.”
“아 선재 군.”
Dr. Jason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쩐 일이에요?”
“드릴 말씀이 있어요.”
선재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무슨?”
“어머니와 함께 살아주세요.”
“당연하죠.”
“아니요.”
선재가 고개를 든다.
“선생님의 고향에서요.”
“!”
“한국에 더 이상 어머니가 아파하실 곳은 없어요.”
“선재 군.”
“부탁드립니다.”
선재가 고개를 숙였다.
“후우.”
Dr. Jason이 한숨을 짓는다.
“뭐야?”
대연이 인상을 찌푸린다. 어떤 망나니 같은 녀석이 급식 아줌마에게 화를 내고 있다.
“!”
대연의 이마에 힘줄이 솟는다. 그리고 날아간 주먹.
‘퍽’
“악!”
“
대연이 주먹을 꼭 쥔 채 몸을 부들부들 떤다.
“
그 순간 담임이 와서, 녀석을 계속 밟으려는 대연을 막는다.
“대연아 왜 그래? 응?”
“놔요! 놓으라고!”
“
대연이 몸부림친다.
“저 새끼가, 우리 엄마한테. 우리 엄마한테!”
“응?”
그 순간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대연과 급식 아줌마에게 쏠린다.
“우리 엄마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정부에서 비율 정해준 거잖아! 나트륨도 다 맞춰서 나오는 거고, 양도 네가 먹기에 딱 맞춰 나오는 거잖아! 그런데 왜 우리 엄마한테 욕을 해! 이 개자식아! 네가 뭔데. 네가 뭔데.”
‘짝’
화영의 손이 대연의 뺨을 스친다.
“그만해.”
“어, 엄마.”
“네가 이러면 엄마 창피해. 너 왜 그러니? 응?”
대연이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급식실을 뛰쳐 나간다.
“선재 군은 따라가지 않는가?”
“네.”
선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왜?”
“저도 굉장히 힘든 고민이었어요.”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제 여자 친구를 두고 갈 수는 없겠더라고요.”
“후후.”
Dr. Jason이 낮게 웃는다.
“그건 그렇지.”
“그래서 Dr. Jason에게 제 어머니를 맡깁니다.”
“당분간 보지 못할 거야.”
“제가 원하는 거예요.”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엄마의 진정한 행복이요.”
“흐음.”
Dr. Jason이 낮은 신음 소리를 낸다.
“정말 그럴 수 있겠나?”
“네.”
선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부탁입니다.”
“한국으로 데리고 오지 말라.”
Dr. Jason이 눈을 지긋이 감는다.
“
“응?”
주연이 큰 소리로 부르자 그제야 주연을 바라보는 혜지다.
“너 왜 그래?”
“뭐, 뭐가?”
“아니, 아까부터 얼빠진 사람 처럼.”
주연이 걱정어린 표정으로 혜지를 바라본다.
“너 어디 아파?”
”아, 아프긴.”
혜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런데 왜 그래?”
“그, 그냥.”
“그냥이 아닌데?”
주연이 미간을 모은다.
“무슨 일인데?”
“아, 아니라니까.”
“아닌 게 아닌데 너 뭘 자꾸 숨기는 거야?”
”아, 아무 것도 숨기는 거 없다니까 너 왜 그래?”
혜지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
주연을 피해 화장실로 도망간 혜지다.
“흠.”
주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무슨 일이지?
“후우.”
혜지가 한숨을 내쉰다.
“하여간 귀신 같은 거.”
주연의 평범하지 않은 눈치가 여간 두려운 혜지다.
“하여간 독해. 독해.”
어쩌면 그렇게 사람 마음을 귀신같이 짚어 내는 지. 거기에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모든 것을 불어버릴 뻔 했다. 그리고 욕은 욕대로 바가지로 먹었을 것이다. 왜 가만히 있는 선재 씨를 건드리냐고.
“도망쳤다고 닦달할 게 분명하지만. 그래도 어떡해?”
일단은 주연을 피하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혜지다. 조금 있으면 주연도 진정이 되리라.
“후우.”
친구를 위한 마음을 잘못 써서 마음 고생 심하게 하는 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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