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2 -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7. 1. 20:51

 

 

 

우리, 사랑해!

- Season 2 -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엄마와 아들. 다섯

 

 

 

Son.

 

?

선재가 황급히 부엌으로 향한다.

 

, 무슨 일이세요?

, 이거.

싱크대에서 끈임없이 거품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 저거 왜 저래요?

, 아니, 저게 너무 적게 나오길래.

?

분명 한 통 가득 채워놓았던 자연퐁이 1/10도 남아 있지 않다.

 

, 엄마.

 

, 아니. 나는 Bubble가 잘 안 생기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서, So. 나름 잘 해보겠다고 했는데.

, 알았어요.

 

선재가 황급히 싱크대로 향한다. 그리고 물을 트는데, 물을 틀면 틀수록 거품이 퐁퐁 솟아 오른다.

 

후우.

 

어떻게 안 돼?

이렇게 계속 물을 틀어야죠.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도시락은 다 준비하셨어요.

그럼.

가인이 자랑스럽게 캐릭터 도시락을 보여준다.

 

우와?

 

예쁘지?

 

.

나도 한다면 해.


정말요? 그럼 먹어봐도.

찰싹

 

선재의 손이 음식에 닿자 가인이 재빨리 손을 때린다.

 

왜요?

 

씻고, 그리고 조금 있다 소풍 가서 먹자.

 

 .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알겠어요.

 

고마워.

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굉장히 망설였어.

 

화영이 머뭇 거린다.

 

솔직히 우리 아들 창피할 수 있잖아.

 

, 엄마.

화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 엄마도 우리 대연이 마음 이해해.

화영의 얼굴에 슬픈 표정이 가득 묻어 난다.

 

 

 

저 소은 씨.

 

?

 

점심 드셨어요?

 

아직요.

 

소은이 모니터에서 눈을 �지 않고 대꾸한다.

 

그럼 저와 같이 점심 식사라도.

 

아 어쩌죠?

 

소은이 미안한 말투로 대꾸한다.

 

지금 제가 보고서를 오늘까지 올려야 해서요. 서우 씨랑 같이 점심할 시간이 없을 거 같아요.

, 그러면 제가 도와라도.

 

아니요.

 

그제야 소은이 모니터에서 눈을 때며 서우를 바라본다.

 

자꾸 그렇게 마음 쓰지 않으셔도 되요. 그러면 제가 더 불편한 걸요. 다른 분들이랑 식사하고 오세요.

 

, .

 

서우가 씁쓸한 표정으로 돌아선다.

 

 

 

그렇게 소은 씨가 좋아?

 

?

병환의 말에 서우가 고개를 든다.

 

, 그게 무슨 말이야?

 

눈에 딱 보이는 구만, 무슨.

병환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사내 커플이라 아슬아슬하고 재미있겠는 걸? 그런데 소은 씨는 너만큼 적극적이지는 않은 거지?

 

후우.

 

서우가 한숨을 내쉬며 젓가락을 내려 놓는다.

 

그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도대체 왜 그럴까?

 

그러게나 말이다.

 

서우가 병환을 바라본다.

 

그런데 너 남이 짝사랑하는 눈치는 그렇게 잘 채면서, 너를 짝사랑하는 사람 눈치는 그렇게 못 채냐?

 

?

 

병환이 제대로 듣지 못하고 반문한다.

 

지금 뭐라고 했어?

 

하아, 아니다.

서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맛있게 먹어라.

 

 

 

햇살이 너무 뜨겁지 않아?

엄마, 이 정도의 햇살은 오히려 건강에 좋다고요. 그리고 지금 엄마 선 스프레이도 뿌리셨잖아요. 그런데 무슨 걱정이세요?

 

하지만.

 

어서요.

선재가 미소를 지으며 가인을 밖으로 이끈다.

 

햇살 참 좋네.

 

왜요? Dr. Jason. 생각이 나시는 거예요? 오늘은 생각이 나셔도 좀 참으세요. 엄마와 저의 데이트니까요.

 

, 얘가 Now.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가인의 얼굴이 새빨게 진다.

 

아니면 말고요.

 

선재가 장난스럽게 씩 웃는다.

 

 

 

다녀왔습니다.

주연이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집으로 들어선다.

 

그래, 주연이 왔니?

 

대연의 방에서 눈이 붉어져서 나오는 화영을 보며 주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엄마 울었어?

 

, 울기는.

 

울었는데 뭘?

주연이 다급히 화영에게 다가간다.

 

대연이 저 녀석이 또 사고 친거야?

 

사고는 무슨?

 

아닌데,

 

주연이 성큼성큼 대연의 방으로 들어선다.

 

원대연! 너 또 무슨 사고 쳤어?

 

대연이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 원대연! 너 지금 누나 말이 말 같지도 않다는 거냐? 얼른 안 일어나?

 

시끄러.

 

대연이 잔뜩 잠긴 목소리로 대꾸한다.

 

, 뭐야? 너도 운 거야? 아니 내가 없단 사이에 모자 지간에 무슨 일이 있던 건데? ? 엄마 말해봐. !

 

화영이 한숨을 내쉰다.

 

이리 앉아봐.

 

주연이 화영의 맞은 편에 앉는다.

 

 

 

어머, 정말?

 

그래.

 

대연이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나 우리 아들이 언제 이렇게 컸나 했다니까. 정말 감동했어. 우리 아들이 그렇게 엄마 편을 다 들어주다니 말이야.

자식 다 컸네.

 

손 치워.

 

주연의 손이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트리자 짜증을 내는 대연이다.

 

하여간 이건, 나한테만.

 

그런데 엄마.

 

?

 

갑자기 대연이 주연을 향해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화영을 바라본다.

 

지난 주에 엄마 여행 다녀 오셨잖아요.

 

그렇지.

 

그 때 엄마 얼마 두고 가셨어요?

 

10만원.

그래요?

 

대연이 놀랍다는 듯이 말한다. 주연의 표정이 굳어 진다.

 

그런데 나 집에 왔을 �는 아무 것도 없던 걸?

 

?

 

화영의 눈길이 주연을 향한다.

 

원주연 무슨 일인지 이 엄마한테 차근차근 한 가지 한 가지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설명을 한 번 해보지 않겠니?

 

하하, , 엄마 그, 그게 아니라요.

 

주연이 대연을 향해 주먹질을 한다.

 

그게.

 

엄마 돼지, 지난 주에 집에도 안 들어 왔다.

 

!

 

?

 

대연의 말에 화영의 이마에 힘줄이 솟아 난다.

 

원주연!

 

원대연 너 죽었어!

 

대연은 그런 모녀의 모습이 재미있기만 하다.

 

 

 

?

 

준오가 울상을 짓는다.

 

당분간 개인 사정으로 인해 문을 닫습니다.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지?

 

준오는 초조해졌다.

 

 

 

하아.

 

지현이 무릎을 안고 몸을 동그랗게 만다. 서른 셋. 그 동안 커피라는 것만 보고 살아 왔고, 그렇게 나이를 먹어 왔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사랑이라니?

 

후후후.

 

지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말도 안 되지. 그냥 잠시 신기한 일에 휘말린 것 뿐이야. 며칠 안 보면, 이 이상한 감정도 모두 사라질 거라고.

 

지현이 멍하니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한다.

 

하아.

 

그런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오니까 참 좋죠.

 

그렇네.

 

가인이 미소를 짓는다.

 

사람들 보니까 기분이 좋아져.

 

그런데 엄마.

 

?

 

선재가 머뭇 거리며 입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