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3 - [네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7. 18. 10:25

 

 

 

우리, 사랑해!

- Season 3 -

 

네 번째 이야기

 

행복한 시간

 

 

 

하아.

집이 아닌 곳에서 머무는 것은 수학 여행 같은 학교 행사 밖에 없었다. MT도 있었지만, 그 역시 학교 행사였으니까.

 

후우, 잠이 안 오네.

 

잠을 자려고 했는데, 노력을 하면 할수록, 눈이 더 말똥말똥하게 떠진다. 선재와 한 방에 있지는 않더라도, 한 지붕 아래에 있다는 기분이 조금은 묘했다. 남들이 말하는 그런 류의 동거가 아닌 말 그대로 한 집에서 사는 행위는 불편하지도 않고 편안했다. 하지만 집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연은 조금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헤헤.

 

선재와의 다정한 시간을 생각하면 할수록 주연은 웃음만 짓게 된다.

 

너무 좋다.

엄마와 대연이, 정연이와 함께 있던 집도 정말 좋았지만, 선재와 함께 하고 있는 이 순간도 너무나도 행복한 주연이다.

 

하암.

 

그리고 어느새, 주연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똑똑

 

흐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주연이 인상을 찌푸린다.

 

엄마, 5분만.

똑똑

 

주연이 머리 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쓴다.

 

엄마, 5분만 더 잔다니까, 왜 그래요?

 

주연이 울상을 지으며 중얼거리자, 방문이 열린다.

 

철컥

 

주연 씨 아직 안 일어나셨어요?

 

!

 

순간 주연의 정신이 번쩍 든다. 지금은 자신의 집이 아니라, 선재의 집. , 물론 지금은 자신도 함께 살고 있는 집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이 곳은 자신이 여태까지 살 던 곳이 아니라 다른 공간이었다.

 

, , 선재 씨.

 

주연은 울상이 되었다. 주연은 원래 잘 붓는 체질인지라, 아침만 되면 얼굴이 퉁퉁 부었다. 오죽하면 가족들이 수박녀라고까지 불렀을까? 지금 이 모습을 선재에게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

빨리, 일어나봐요.

 

선재가 주연을 재촉한다.

 

, 그러니까.

 

주연은 당황스러웠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선재에게 보여주게 된다면, 선재가 얼마나 실망스러워할까? 그렇게 아름다운 용모를 가지고 있지는 않더라도, 이 정도는 여자의 사소한 자존심인데.

 

무슨 일이신데요?

 

아침 만들어왔어요.

 

아침? 그러고보니, 아까 선재가 들어온 이후부터 방에서 좋은 향기가 솔솔 풍겨오기는 했었다. 이게 왠 향기지하고 그렇게 큰 신경을 쓰지는 않았는데, 선재가 아침을 만들어 온 것이라니.

 

어서요. 다 식는다고요.

 

선재가 다시 한 번 주연을 재촉한다. 선재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주연은 갈팡질팡 한다.

 

그래, 어차피 언젠가는 볼 얼굴 아니겠어?

 

주연이 두 눈을 질끈 감고, 이불을 걷어 낸다.

 

이제 일어났어요?

그런 주연의 얼굴을 보고도 선재의 표정에는 전혀 동요가 없다. 오히려, 더 해맑은 미소만을 지을 뿐이었다.

 

어서 똑바로 앉아요.

 

.

 

선재가 먼저 신선한 사과 주스를 건넨다.

 

그거, 제가 아침에 직접 간 거예요. 혹시나 해서 주연 씨 깨실까봐, 직접 손으로 다 간 사과 주스라고요.

 

, 고마워요.

 

주연이 조심스럽게 사과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 부드럽고 상큼한 향이 입안 가득 퍼져나가는 것이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 맛있어요.

 

다행이네요.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주연 씨가 원래 아침으로 무얼 드시는 지 몰라서, 일단은 가벼운 것을 준비해 보았어요. 오늘은 이 정도지만, 내일부터 밥을 원하신다면 밥으로 준비해드릴게요. !

 

선재가 검지를 든다.

 

?

밥을 드시고 싶으면, 밑으로 내려오셔야 해요.

.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선재가 내민 쟁반에는 따뜻함 김을 모락모락 내고 있는 부드러운향을 가진 베이컨 스크램블 에그와, 신선한 감귤 잼이 듬뿍 발라져 있는 토스트, 그리고 막 정원에서 딴 듯한 신선한 샐러드가 놓여 있었다.

 

맛있겠다.

 

어서 들어요.

 

주연이 조심스럽게, 음식들을 맛보기 시작했다. 정말 주연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훌륭한 맛 들이었다.

 

정말 맛있어요.

그래요?

 

선재가 얼굴 한 가득 미소를 짓는다.

 

주연 씨가 맛있으시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아침에 요리를 하면서 혹시나 주연 씨 입맛에 맞지 않으실까 꽤나 고민했었거든요. 그런데 정말로 다행히도, 주연 씨가 맛있게 먹어주시다니 고마워요.

 

저야말로요.

 

주연이 싱긋 웃는다.

 

그런데 선재 씨는 아침 안 드세요?

 

저는 원래 아침 안 먹어요.

 

?

 

주연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럼 아침에 저 때문에 요리를 하신 거예요?

 

주연이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그렇게 미안한 표정 짓지 않아도 되요.

 

주연이 미안한 표정을 짓자, 선재가 손사래를 친다.

 

어차피 평상시에도 어머니가 항상 아침을 드셨기 때문에, 제가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했어야 했거든요. 그러니까 주연 씨에게 아침을 준비해드리는 것도 전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라고요.

 

선재가 주연을 달랜다.

 

그래도.

 

주연이 고개를 숙인다.

 

정말 죄송해요.

 

아우, 그러면 제가 더 미안하죠.

 

선재가 주연의 얼굴을 양손으로 들어 올린다.

 

이렇게 예쁜 얼굴도 그렇게 울상을 지으며 덜 예뻐 보이게 된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주연 씨 밝게 웃어요.

 

하지만 여전히 주연이 웃지 않는다.

 

주연 씨 그렇게 웃지 않으시면 제가 너무 미안하잖아요.

 

선재가 일부러 더 밝게 웃는다.

 

?

 

알았어요.

 

주연이 겨우 미소를 짓는다.

 

어서 들어요.

 

.

 

주연이 조심스럽게 다시 수저를 들었다.

 

 

 

똑똑

 

자신의 칸막이를 두드리는 소리에 소은이 고개를 든다.

 

, 서우 씨.

 

아침부터 바쁘시네요.

 

서우가 서글서글하게 웃는다.

 

아 좀 바쁘네요.

 

소은이 미소를 짓는다.

 

어제 일을 다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고 퇴근을 했거든요. 오늘 아침에 일찍 와서 하면 금방 끝낼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이거 이 일이 생각 외로 꽤나 까다롭네요. 쉽지가 않아요. 하하.

 

그러면 제가 도와드릴까요?

 

아니요.

 

서우가 소매를 걷어부치자, 소은이 고개를 젓는다.

 

정말 괜찮아요.

알겠습니다.

 

서우가 미소를 짓는다.

 

제가 도와드릴 거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

 

소은이 빙긋 미소를 짓는다.

 

그럼 수고하세요.

 

.

 

서우가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간다.

 

하아.

 

자신에게 잘 해주는 서우가 고마우면서도 너무나도 미안하기에 부담감을 느끼는 소은이다.

 

소은 씨.

 

아 박 대리 님.

 

소은 씨 서우 녀석 마음 그렇게 아프게 하지 말라고요.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제가 뭘요?

 

서우 녀석이 저렇게 소은 씨에게 신경을 써주고 있잖아요.

 

병환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저 녀석이 무언가에 저렇게 집중하는 모습 처음이라니까요.

 

하아.

 

소은이 한숨을 내쉰다.

 

그래도 너무 미안하잖아요.

 

소은 씨.

 

병환이 소은을 바라본다.

 

소은 씨가 그렇게 거부하는 게 저 녀석에게는 더 큰 상처가 될 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세요.

 

하지만.

 

저 녀석도 언젠가 자신의 마음이 소은 씨에게 너무나도 큰 짐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알아서 소은 씨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소은 씨의 마음을 놓아주려고 노력을 할 거예요. 그러니까 소은 씨도 그렇게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좋을 거예요. 물론 소은 씨가 서우의 그 마음을 받아주면 더 좋고요.

 

죄송해요.

 

아니에요.

 

병환이 손사래 친다.

 

부담 주려는 거 아니에요.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그냥 그렇다고요.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열심히 일해요.

 

.

 

병환이 가고 나서 더 힘들어지는 소은이다.

 

 

 

어머, 정말?

 

혜지가 탄성을 내지른다.

 

너무 멋있다.

 

그렇지?

 

주연의 눈도 꿈에 젖어 있다.

 

나는 그런 장면은 마치 헐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단 말이야. 그런데 이렇게 집에서 그런 대우를 받으니까, 정말 내가 헐리우드의 주연 여배우라도 된 것 같다고나 할까?

 

좋겠다.

 

.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좋아.

 

주연이 씩 웃는다.

 

아주 깨가 쏟아지는 구나. 정말 부러워.

 

헤헤.

 

주연이 머리를 긁적인다.

 

그나저나, 오늘 선재 씨가 너 저녁 먹으러 오라는 데?

 

저녁?

 

집들이 한다고.

 

집들이?

 

혜지가 눈을 반짝인다.

 

그러면 오늘도 선재 씨가 맛있는 저녁 해주는 거야?

 

아마도?

오케이, 그러면 당연히 가지.

 

혜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순간 혜지가 운을 뗀다.

 

?

 

주연이 혜지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너 정말 남자 하나는 제대로 만났다니까.

 

, 내가 뭘?

 

승연이 그게 학창시절부터 아무리 인기가 있었고, 나도 오랜 연인이 있었었지만, 너처럼 그렇게 완벽한 왕자님은 아닌 것 같다.

 

혜지가 엄지를 치켜 올린다.

 

정말 부러워.

 

됐네요.

 

주연이 좋으면서 혜지를 타박한다.

 

아무튼, 오늘 오는 거다.

 

물론.

 

혜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저 소은 씨.

 

, .

다시 들리는 서우의 목소리에 소은이 고개를 든다.

 

무슨?

 

이거요.

 

서우가 커피를 내민다.

 

, 고맙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 .

 

커피만을 건네주고 서우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

자신이 늘 즐겨 마시는 브랜드의 카페모카였다.

 

, 그런데 이걸 어떻게?

 

회사 근처에는 분명 없는 브랜드인데, 소은은 미안함과 고마움이 가슴에 가득 차 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소은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