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3 -
여섯 번째 이야기
행복한 신혼 셍활?
“누나.”
“너 학교 안 가?”
지현이 준오를 바라보자 준오가 씩 웃는다.
“오늘 저 수업 없는 날이에요.”
준오가 손으로 브이자를 그린다.
“그래?”
지현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누나, 왜 그런 표정을 지어요.”
준오가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너 오늘 할 일도 없다고 하니까, 나 하루 종일 도와 주면 안 돼?”
“그 정도야 아무 것도 아니죠.”
준오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는다.
“사랑하는 여자 친구를 위해서 이 정도도 못해줄까봐요?”
“으으, 닭살.”
지현이 팔을 문지른다.
“역시 내 남자 친구는 멋있어.”
지현이 싱긋 웃는다.
“그런 말을 하니까 도와야 하잖아요.”
준오가 씩 웃으며, 일을 시작한다.
“잘 해야 한다.”
“그럼요. 누구 분부인데요.”
“오케이. 오늘 일 잘해주면, 내가 행복한 데이트 선물한다.”
“오케이.”
준오가 해맑게 웃는다.
“어, 주연 씨!”
“어머, 선재 씨.”
주연이 강의를 마치고 나오자, 선재가 주연의 강의실 뒷 문에 서있다.
“왜 여기 있어요? 더운데.”
“그냥요.”
선재가 씩 웃는다.
“주연 씨.”
“네?”
“주연 씨 오늘 수업 끝나고 약속 있어요?”
“아니요.”
주연이 고개를 젓는다.
“왜요?”
“우리 오늘 저녁에 같이 장보지 않을래요? 들어가는 길에 있는 마트에 들리면 되잖아요. 어때요?”
“뭐 저야, 아무래도 상관 없어요.”
주연이 씩 웃는다.
“고마워요.”
“고맙긴요. 선재 씨가 더 고맙죠.”
“안 힘들어?”
“힘들긴요.”
준오가 생글생글 웃는다.
“안 힘들긴.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는데.”
지현이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다.
“이리 와 봐.”
“왜요?”
“어서.”
준오가 지현에게 다가가자, 지현이 준오의 이마의 땀을 닦아 준다.
“우와 좋다.”
“뭐가 좋아?”
“누나가 스킨십을 해줬잖아요.”
“으이구 변태.”
지현이 준오의 머리에 가볍게 꿀밤을 먹인다.
“아파요.”
준오가 해맑게 웃는다.
‘딸랑’
“어서오세요!”
열심히 일하는 준오를 보니 흐뭇해지는 지현이다.
“에?”
“저녁에 혼자 우리 집으로 오실 수 있죠?”
“그, 그건 그렇지만.”
혜지가 볼을 부풀린다.
“저희 장 좀 보려고요.”
“알았어요. 대신 맛있는 거, 잔뜩. 정말로 자안뜩 해주셔야 하는 거예요. 아셨죠? 선재 씨.”
“물론입니다.”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그럼 조금 있다가 봐요.”
“네.”
혜지가 손을 흔들며 멀어진다.
“그러면 우리는 장을 보러 가볼까?”
“네.”
주연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좋아요?”
“네.”
주연이 생글생글 미소를 짓는다.
“뭐가 그렇게 좋아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함께 마트로 장 보러 왔으니까요.”
“그럼 나도 무지하게 좋아요.”
선재가 씩 웃는다.
“그런 게 어딨어요?”
“여기요.”
선재의 미소에 주연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여간 선재 씨.”
“헤헤.”
선재가 머리를 긁적인다.
“주연 씨 뭐 드시고 싶으세요?”
“저야 뭐, 선재 씨가 해주는 음식은 어떤 것이든지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주연이 양 팔로 커다란 원을 그린다.
“그러면, 닭볶음탕 어떠세요?”
“그런 것도 할 줄 아세요?”
주연의 눈이 동그래진다.
“그럼요. 저 주연 씨가 먹고 싶어하시는 요리 무엇이든지 다 해드릴 수 있다니까요. 제가 요리 좀 하거든요.”
선재가 자신의 가슴을 탕탕 두드린다.
“역시, 내 남자친구다워요.”
주연이 엄지를 치켜든다.
“하아.”
혜지가 항상 병환과 함께 가던 카페에 앉아서 멍하니 앉아서 카페모카를 마신다.
“후우.”
달콤한 카페모카에서 달콤함보다는 씁쓸함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병환과 함께 하던 곳이어서일까?
“어, 안녕하세요?”
“?”
혜지가 고개를 든다.
“누구?”
“아, 이 카페 사장이에요.”
지현이 밝게 미소를 짓는다.
“항상 단골이신데, 오랫동안 안 보이시다가, 다시 오셔서 너무 반가워서요.”
지현이 미소를 지으며 케이크를 내려 놓는다.
“아, 고맙습니다.”
혜지가 싱긋 웃는다.
“그런데, 저를 아세요?”
“그럼요.”
지현이 미소를 짓는다.
“항상 말끔한 정장을 입은 분하고 오셨잖아요. 아니 두 분이 함께 오신 것은 아니고, 여기서 항상 그 분을 기다리셨잖아요.”
“잘 알고 계시네요.”
혜지가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오늘도 남자 친구 분 기다리러 오신 거예요?”
“아니요.”
혜지가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우리, 헤어졌어요.”
“아, 죄, 죄송해요.”
지현이 입을 가린다.
“아니에요.”
혜지가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케이크 정말 고마운데, 오늘은 친구에게 저녁 초대를 받았거든요. 대신 다음에 또 들리면 카페 모카에 휘핑크림 잔뜩 얹어주세요.”
“네.”
혜지가 싱긋 웃으며, 가볍게 목례하고 카페를 빠져나간다.
“누나.”
“응?”
멍하니 혜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지현의 곁으로 준오가 다가온다.
“아는 사람이에요?”
“단골.”
“단골이요?”
준오가 고개를 갸웃한다.
“나도 어디에선가 본 거 같은데.”
“응?”
“아, 아니에요.”
준오가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누나 우리 가게 문 언제 닫아요? 우리 오늘 데이트 하려면 평상시보다는 조금 일찍 닫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가?”
지현이 고개를 흔들고, 밝게 미소를 짓는다.
“그래, 요즘 너무 무리한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오늘 너도 너무 수고해주었고. 우리 오늘은 이쯤에서 가게 접을까?”
“네!”
준오가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한다.
“오케이.”
지현도 고개를 끄덕인다.
“하아.”
자신과 병환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을 만날 줄은 몰랐다. 워낙 자주 가던 카페이기는 했지만, 그토록 자신들이 눈에 띄는 커플이었던 것일까? 그 동안 병환과 만났을 때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었던 혜지였다.
“후우, 너무 답답하네.”
그냥 멍하니 이 거리를 끝까지 걷고 싶었다. 서울 거리를 걷고 걷고, 다시 또 걷다보면 잊혀질까? 잊을 수 있을까? 잊어야하는데, 자신이 잊어주는 것이 정말 병환을 위한 일인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혜지다.
“후우.”
혜지가 씁쓸한 향이 혀 끝에 감도는 카페 모카를 한 모금 마셨다.
“선재 씨 이거 봐요! 1+1이래요!”
“주연 씨 이런 거 필요 없어요.”
선재가 주연이 카트에 담아 놓은 섬유유연제를 다시 빼놓는다.
“어머, 선재 씨 이거 봐요. 특별 할인 행사래요.”
주연이 3중날 면도기를 들고 싱긋 웃으며 선재를 바라본다.
“주연 씨 저는 수염이 안 나는 체질이라서 필요 없거든요.”
선재가 주연의 손에서 면도기를 빼앗아서 다시 선반에 올려 놓는다.
“힝.”
주연이 울상을 짓는다.
“그럼 이건 어때요?”
주연이 990원 짜리 머그잔을 들어 보인다.
“우리 집에 머그잔 넘치고, 또 넘쳐 나거든요.”
선재가 미소를 지으며 주연의 손에서 머그잔을 뺏는다.
“뿌우.”
주연이 볼을 부풀린다.
“내가 내 돈 내고 살 게요. 왜 자꾸 사지 말라고만 하시는 거예요?”
“그런 문제가 아니라 필요 없는 걸 살 필요는 없잖아요.”
“아니, 선재 씨.”
주연이 뾰루퉁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너무 예뻐서 뽀뽀하고 싶으니까요.”
“!”
순간 선재의 말에 주연이 멍해진다.
“서, 선재 씨.”
“어서, 가요.”
선재가 부드럽게 주연의 손을 이끈다.
“어서요.”
“아, 아. 네.”
주연이 황급히 선재를 따라간다.
“아까 그 말 내가 사고 싶은 거 못 사게 하려고 일부러 말을 한 거죠?”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보니, 정작 주연이 사고 싶었던 물건은 단 하나도 사지 못했다. 주연은 그런 장바구니를 보며 볼을 부풀린다.
“아니, 어떻게 내가 사고 싶은 걸 하나도 못 사게 할 수가 있어요.”
“필요가 없는 물건이잖아요.”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아니, 필요할 지 어떻게 알아요?”
“필요하면 그 때에 사면 되는 거예요.”
“하지만.”
선재는 고개를 젓는다.
“솔직히 주연 씨, 지금 코카콜라가 싸다고 20병이나 카트에 담는 행위는 좀 심하지 않았어요?”
“그, 그건.”
순간 주연은 할 말을 잃는다.
“하지만, 정말로 좋은 기회였다고요!”
“콜라가 안 먹으면 죽는 건 아니잖아요.”
선재가 부드럽게 주연의 머리결을 쓸어준다.
“주연 씨 자꾸 그렇게 어린 아이처럼 어리광 부리면 너무나도 귀엽잖아요. 그러면 내 마음이 너무 두근거려버린다고요. 그러니까 그만해요.”
“네?”
선재가 씩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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