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3 -
일곱 번째 이야기
아름다운 연인들
“뭐?”
혜지와 통화를 하던 주연이 울상을 짓는다. 그런 주연의 모습을 보며 선재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래.”
주연이 힘없이 전화기를 내려 놓는다.
“무슨 일이에요?”
선재가 주연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아니, 혜지가 오늘 저녁에 우리 집에 못 온다네요.”
“아니, 왜요?”
“그럴 일이 생겨버렸대요.”
주연이 울상을 짓는다.
“와서 밥 먹는 게 뭐가 그렇게 큰 일이라고.”
“혜지 씨도 무슨 사정이 있으신 거겠죠.”
선재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혜지 씨가 오지 않으시면 이 많은 요리들은 다 어떻게 하죠?”
“그러게요.”
주연도 요리 더미를 보더니 한숨을 내쉰다.
“어떻게 할까요?”
“아, 주연 씨. 그러면 닭 볶음탕 말고 다른 거 드시지 않을래요?”
“네?”
주연이 선재를 바라보더니 싱긋 웃는다.
“또 어떤 맛있는 요리를 해주실 건데요?”
“우리 둘이 먹기에는 국물이 자박자박 있는 요리는 너무 많잖아요. 우리 집에 좋은 와인도 있고, 오븐도 있고. 닭이랑 감자, 당근, 브로콜리 구워서 먹어요.”
“굽는다고요?”
주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좀 퍽퍽하지 않아요?”
“그 문제는 걱정하지 말아요.”
선재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는다.
“하아.”
혜지가 전화기를 집어 넣고 한숨을 쉰다. 거실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혜지의 쓸쓸한 등으로 달의 푸르스름한 모습이 비친다.
“어떻게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생각이 날 수가 있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지?”
혜지가 자신의 무릎에 얼굴을 묻는다.
“누나 많이 덥죠?”
“아니, 나는 별로 안 더운데?”
지현이 미소를 짓는다.
“나 원래 더위를 별로 안 타는 성격이거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이태리로 가서 너무 덥다고 할 때 아무렇지도 않더라고.”
“우와 되게 좋겠다.”
준오가 부러운 표정을 짓는다.
“저는 더위를 엄청 타거든요. 그래서 더운 거에 완전 쥐약이에요. 쥐약. 땀도 되게 많은 체질이고요.”
“그래? 그럼 우리 어디 시원한 데 들어갈까?”
“아니요.”
준오가 씩 웃는다.
“이렇게 누나랑 함께 있으니까, 하나도 덥지 않아요. 지금 온도가 40도를 훌쩍 넘는다고 해도 누나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견딜 수 있어요. 너무나도 행복한 걸요. 마음 같아서는 손을 꼭 잡고 걷고 싶어요.”
“그럼 그래.”
“네?”
지현이 준오의 손을 꼭 잡는다.
“누, 누나.”
“네가 오랫동안 기다린만큼, 조금씩 나도 너에게 다가가도록 노력할 거야. 더 이상 너를 힘들게 하고 싶지는 않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안 그럴 거야.”
지현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준오를 바라본다.
“누, 누나.”
“귀여워.”
준오가 귀까지 빨게진다.
“우와 냄새가 완전 좋아요.”
“그래요?”
선재가 씩 웃는다.
“어서 앉아요. 준비 다 되었어요.”
“벌써요?”
“네.”
주연이 부엌으로 오자, 선재가 의자를 빼준다.
“고맙습니다.”
“천만해요.”
선재가 미소를 지으며 주연의 앞에 음식을 내려 놓는다.
“맛있게 드세요.”
“고맙습니다.”
주연이 생긋 웃는다. 주연이 나이프를 이용해서 조심스럽게 구운 치킨의 한 부분을 썰어서 입에 넣는다.
“우와!”
주연의 눈이 동그래진다.
“정말 맛있어요. 어떻게 구운 닭이 이렇게 촉촉할 수가 있어요? 하나도 뻑뻑하지 않아요.”
“그렇죠?”
선재가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맛있게 많이 먹어요.”
“네.”
주연이 싱긋 웃는다. 맛있게 먹는 그런 주연의 모습을 보며 선재가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후우.”
병환이 오늘도 술병을 기울인다.
“술 잘 받네.”
병환이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후우.”
병환의 탁자에 있는 혜지의 사진이 병환을 바라보는 듯 하다. 그런 혜지의 모습을 보니 병환의 마음은 더 아려온다.
“혜지야. 혜지야.”
병환이 멍하니 혜지의 이름을 부른다.
“하아.”
혜지의 얼굴이 자꾸만 눈 앞에 어른 거린다.
“잘 먹었습니다.”
주연이 싱긋 웃는다.
“맛있게 드셨어요?”
“네.”
선재가 주연의 대답에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이러다가 나 완전 돼지 되겠다. 선재 씨가 매일 이렇게 맛있는 음식만 주면 나 뚱뚱해져서 어떡해요?”
“주연 씨는 어떤 모습이어도 사랑스러워요.”
선재의 말에 주연의 볼이 붉어진다.
“서, 선재 씨.”
“헤헤.”
선재가 해맑게 웃는다.
“너는 무슨 남자애가 공포영화 하나 못 보냐?”
“누나, 남자라고 다 공포 영화 잘 보는 거 아니거든요.”
준오가 왼쪽 볼을 부풀린다.
“귀여워.”
지현이 준오의 볼을 꼬집는다.
“뿌우.”
준오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킥.”
순간 지현과 준오의 눈이 맞주친다.
“!”
“!”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아니에요.”
선재가 주연을 말린다.
“왜요? 선재 씨가 맛있는 요리를 해주셨잖아요.”
“제가 주연 씨 손에 말 한 방울 안 묻히게 하겠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저는 괜찮거든요.”
“아니에요.”
선재가 소매를 걷는다.
“주연 씨는 어서 가서 편히 쉬세요.”
“하지만.”
“괜찮다니까요. 저는 이렇게 주연 씨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니까요. 그렇게 행복함을 주는 주연 씨에게 이런 하찮은 일을 시키면 너무나도 죄송스럽죠.”
“됐네요.”
주연이 미소를 지으며 엉덩이로 선재를 밀어낸다.
“선재 씨 이러시면 자꾸 저만 미안하고 나쁜 사람 된다니까요. 어서 비켜요. 이 정도는 제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요. 설거지가 뭐 일이라도 되는 가요?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어서 비키셔요.”
“괜찮다니까.”
“에?”
주연이 미간을 찌푸린다.
“선재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려요.”
“알았어요.”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하여간 주연 씨 고집은 절대로 못 이긴다니까요.”
“그러면 저를 이기려고 했어요?”
“킥.”
선재가 웃음을 터뜨린다.
“알겠습니다.
“헤헤.”
주연이 싱긋 미소를 짓는다.
“부엌 일은 저에게 맡겨 놓으시고 가서 TV나 보시지요.”
“알겠습니다!”
선재가 경례를 한다.
“아유, 말도 잘 듣는다.”
‘톡’
주연이 선재의 엉덩이를 두들긴다.
“어라?”
선재가 어이없다는 듯 미소를 짓는다.
“지금 주연 씨 저에게 성희롱 하신 거 아세요?”
“성희롱은 무슨?”
‘톡’
“선재 씨는 전부 다 제 거예요.”
“에?”
선재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다.
“주연 씨.”
선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주연을 부른다.
“네? 읍!”
선재를 바라본 주연의 입술을 선재의 부드럽고 따뜻한 입술이 덮는다.
“!”
주연의 눈이 천천히 감긴다. 선재의 손이 주연의 등을 감싼다. 주연의 양 손이 선재의 허리에 둘러진다. 주연의 왼쪽 다리가 천천히 들린다.
“누, 누나.”
준오가 말을 더듬는다.
“준오야.”
지현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 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고 천천히 서로에게 다가간다. 천천히, 천천히. 그리고
‘빡’
“악!”
“으악!”
두 사람의 입술이 강하게 부딪혔다. 심지어 준오의 입술에서는 피까지 난다.
“주, 준오야.”
“누나.”
준오가 잔뜩 울상을 짓는다.
'☆ 소설 창고 > 우리, 사랑해! [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사랑해! season 3 - [아홉 번째 이야기] (0) | 2008.07.23 |
---|---|
우리, 사랑해! season 3 - [여덟 번째 이야기] (0) | 2008.07.23 |
우리, 사랑해! season 3 - [여섯 번째 이야기] (0) | 2008.07.18 |
우리, 사랑해! season 3 - [다섯 번째 이야기] (0) | 2008.07.18 |
우리, 사랑해! season 3 - [네 번째 이야기] (0) | 2008.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