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3 -
스물 다섯 번째 이야기
사랑하니까, 안녕.
“정말 집에 없는 게 확실해?”
“응.”
준오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벌써 몇 번이나 확인해 봤다고.”
선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카페에 있겠네.”
“응?”
준오가 고개를 들어 선재를 바라본다.
“그게 무슨 말이야?”
“지현 씨 카페 없이 살 사람 아니잖아.”
“어?”
순간 선재의 말에 수긍이 가는 준오다.
“하, 하지만. 이미 카페에.”
“카페에 안이 다 보여?”
“응?”
“카페 안이 밖에서 훤하니 다 보이냐고.”
선재의 물음에 순간, 준오가 할 말을 잃는다.
“아, 아닐 걸?”
“너 그냥 카페만 대충 들여다보고 말았지?”
안 봐도 비디오라는 투로, 선재가 한 소리 한다.
“그, 그건.”
부정하고 싶지만, 사실이기에 준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카페로 가 봐.”
“정말?”
“그래.”
선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분명 카페에 있을 거야.”
“하지만.”
“날 믿어.”
선재의 확신에 준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 그럼.”
“빨리 가 봐.”
선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내가 대출은 책임 진다.”
“고, 고마워.”
준오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문자 해라.”
“그래.”
“휴.”
준오가 나가고, 선재가 한숨을 내쉰다.
“왜 내 주위는 다 이 모양이냐?”
선재가 고개를 한 번 젓고는 교재를 편다.
“헉, 헉.”
준오가 카페 앞에서 겨우 숨을 고른다.
“후우.”
걸어서 20분이 걸리는 거리를, 단 3분만에 돌파한, 준오였다.
“고등학교 때 이랬으면, 수능 공부 안 해도 됐을 텐데.”
준오가 부질 없는 고민을 하고, 카페 문을 두드린다.
‘딸랑’
“?”
지현의 시선이 카페의 현관으로 간다.
“!”
준오?
지현의 눈동자가 커다래진다.
“쟤가 어쩐 일이지?”
그제야 자신이 휴대 전화를 꺼놓았다는 게 생각이 나는 지현이다.
“아.”
지현이 재빨리 휴대 전화를 킨다.
‘윙’
‘윙’
‘윙’
휴대 전화를 켜자 마자, 쏟아 지듯 수신 되는 수많은 문자 메시지 들.
“휴.”
그나저나, 카페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지?
“흐음.”
준오가 오른쪽 눈썹을 꿈틀 거린다.
“안에 있는 거 맞는 거 같은데.”
준오가 유리 창에 얼굴을 딱 붙이고, 안을 살펴 본다. 어두운 실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
그 순간, 준오의 눈에 무언가가 보인다.
“누나?”
“누나! 안에 있는 거 다 알아요!”
구석에 있는 의자에서 카운터로 향하던 지현이 움찔한다. 카페를 만들 때, 카페 안이 어두우면, 밖에서 잘 보이지 않도록 설계했었는데, 그래도 유리로는 모든 것이 숨겨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후우.”
“누나!”
준오가 다시 지현을 부른다.
“연락도 없고! 왜 그래요!”
지현이 심호흡을 크게 한다.
“후우.”
“누.”
“들어와.”
다시 한 번 지현을 부르려고 하는데 카페의 문이 열린다.
“정말 안에 있었네?”
준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카페 안에 들어 온다.
“왜 문자 다 씹어요.”
“꺼 놨었어.”
지현이 가라 앉은 목소리로 답한다.
‘?’
“무슨 일이야?”
지현이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준오에게 묻는다.
“왜냐뇨? 당연히, 당연히 남자 친구로써 여자 친구를 보고 싶어해야 하는 거 아닌 가요?”
“그런 건가?”
지현이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짓는다.
“도대체 이 어두운 곳에서 무얼 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냥, 이것 저것 생각할 게 많아서.”
지현이 준오에게 커피를 건넨다.
“고마워요.”
지현이 가만히 준오를 바라본다. 준오가 고개를 갸웃하며 지현이 건네준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
준오가 고개를 갸웃한다.
“누나.”
“너도 이상하지?”
준오에게 묻는 지현의 목소리가 조금은 기괴하게 들렸다.
“아, 네.”
준오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평상시 누나의 커피랑은 조금 향과 맛이 달라요. 원두라도 바꾼 거예요?”
“아니.”
지현이 슬픈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그러면요?”
“나 어떡하니?”
순간, 지현이 울음을 터뜨린다.
“누, 누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준오 역시 당황하긴 매한가지다.
“왜 그래요?”
“나 너에게 빠져 있어서, 카페에 너무 관심이 없었어. 그 커피도 도대체 언제 로스팅한 건 지 몰라.”
“!”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 그 동안. 지난 10년 넘는 세월을 성공을 위해서 모든 걸 바친
“누나.”
준오는 지현이 낯설어 보인다.
“도, 도대체 왜 그래요?”
준오가 일부러 미소를 짓는다.
“지, 지금 왜 그래요?”
“우리 헤어지자.”
“!”
듣고 싶지 않은 말.
“우리 헤어지자.”
지현이 다시 한 번 준오에게 들려준다.
“누, 누나.”
준오가 믿기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지현을 바라본다.
“도, 도대체 왜요?”
“내가 아니야.”
지현이 차분한 목소리로 답한다.
“그, 그게 무슨?”
“너를 사랑하면서, 나를 포기할 순 없어.”
“!”
“나는 그러지 못 해.”
준오에게 이런 말을 하는 지현의 얼굴이 굉장히 괴로워 보인다.
“누, 누나.”
“나, 더 이상 나의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
“나는
지현의 어깨가 들썩인다.
“너를 만나고, 너를 만나고서부터는, 그러한 것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아졌어. 그런데, 그런 내가 너무나도 낯설어. 이건
“누, 누나.”
“손 대지 마!”
준오가 손을 대려고 하자 지현이 소리를 쳤다. 준오는 너무나도 낯선 지현의 모습이 너무나도 두렵다.
“누, 누나.”
“나 더 이상 나를 잃고 싶지 않아.”
지현의 눈이 애절하다.
“준오야 제발.”
“하아.”
준오가 한숨을 내쉰다.
“응?”
준오는 순간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마음을, 마음을 돌릴 수가 없다. 지현의 마음은 돌릴 수가 없다.
“누나.”
준오가 떨리는 목소리로 지현을 부른다.
“딱 한 번만요.”
“?”
그리고 지현을 꼭 안는 준오다.
“!”
지현의 눈동자가 커다래진다.
“딱 한 번만요.”
“?”
그리고 지현에게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는 준오다.
“!”
준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지현이 준오를 밀쳐내지 못한다. 지현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른다.
“하아.”
잠시 후 준오가 입술을 뗀다.
“나 누나를 사랑하니까, 누나가 얼마나 최고의 바리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지 알아요. 누나의 꿈이, 누나에게 얼마나 큰 건지 알아요.”
준오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안녕이에요.”
“!”
“사랑하니까, 안녕이에요.”
준오가 씩 웃는다.
“나 너무 아플 거 같아요.”
준오가 자신의 오른 손을 왼쪽 가슴에 가져 간다.
“그런데요. 누나를 사랑하니까, 안녕이에요.”
준오가 한 번 더 미소를 짓더니, 카페를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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