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3 -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8. 13. 22:25

 

 

 

우리, 사랑해!

- Season 3 -

 

스물 다섯 번째 이야기

 

사랑하니까, 안녕.

 

 

 

정말 집에 없는 게 확실해?

.

 

준오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벌써 몇 번이나 확인해 봤다고.

 

선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카페에 있겠네.

 

?

 

준오가 고개를 들어 선재를 바라본다.

 

그게 무슨 말이야?

 

지현 씨 카페 없이 살 사람 아니잖아.

 

?

 

순간 선재의 말에 수긍이 가는 준오다.

 

, 하지만. 이미 카페에.

 

카페에 안이 다 보여?

 

?

 

카페 안이 밖에서 훤하니 다 보이냐고.

 

선재의 물음에 순간, 준오가 할 말을 잃는다.

 

, 아닐 걸?

너 그냥 카페만 대충 들여다보고 말았지?

 

안 봐도 비디오라는 투로, 선재가 한 소리 한다.

 

, 그건.

 

부정하고 싶지만, 사실이기에 준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카페로 가 봐.

 

정말?

그래.

 

선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분명 카페에 있을 거야.

 

하지만.

 

날 믿어.

 

선재의 확신에 준오가 고개를 끄덕인다.

 

, 그럼.

 

빨리 가 봐.

 

선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내가 대출은 책임 진다.

, 고마워.

 

준오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문자 해라.

 

그래.

 

.

 

준오가 나가고, 선재가 한숨을 내쉰다.

 

왜 내 주위는 다 이 모양이냐?

 

선재가 고개를 한 번 젓고는 교재를 편다.

 

 

 

, .

 

준오가 카페 앞에서 겨우 숨을 고른다.

 

후우.

 

걸어서 20분이 걸리는 거리를, 3분만에 돌파한, 준오였다.

 

고등학교 때 이랬으면, 수능 공부 안 해도 됐을 텐데.

 

준오가 부질 없는 고민을 하고, 카페 문을 두드린다.

 

 

 

딸랑

 

?

 

지현의 시선이 카페의 현관으로 간다.

 

!

 

준오?

 

지현의 눈동자가 커다래진다.

 

쟤가 어쩐 일이지?

 

그제야 자신이 휴대 전화를 꺼놓았다는 게 생각이 나는 지현이다.

 

.

지현이 재빨리 휴대 전화를 킨다.

 

 

 

 

휴대 전화를 켜자 마자, 쏟아 지듯 수신 되는 수많은 문자 메시지 들.

 

.

 

그나저나, 카페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지?

 

 

 

흐음.

 

준오가 오른쪽 눈썹을 꿈틀 거린다.

 

안에 있는 거 맞는 거 같은데.

 

준오가 유리 창에 얼굴을 딱 붙이고, 안을 살펴 본다. 어두운 실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

 

그 순간, 준오의 눈에 무언가가 보인다.

 

누나?

 

 

 

누나! 안에 있는 거 다 알아요!

 

구석에 있는 의자에서 카운터로 향하던 지현이 움찔한다. 카페를 만들 때, 카페 안이 어두우면, 밖에서 잘 보이지 않도록 설계했었는데, 그래도 유리로는 모든 것이 숨겨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후우.

 

누나!

 

준오가 다시 지현을 부른다.

 

연락도 없고! 왜 그래요!

 

지현이 심호흡을 크게 한다.

 

후우.

 

 

 

.

들어와.

 

다시 한 번 지현을 부르려고 하는데 카페의 문이 열린다.

 

정말 안에 있었네?

 

준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카페 안에 들어 온다.

 

왜 문자 다 씹어요.

꺼 놨었어.

 

지현이 가라 앉은 목소리로 답한다.

 

?

 

무슨 일이야?

 

지현이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준오에게 묻는다.

 

왜냐뇨? 당연히, 당연히 남자 친구로써 여자 친구를 보고 싶어해야 하는 거 아닌 가요?

 

그런 건가?

 

지현이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짓는다.

 

도대체 이 어두운 곳에서 무얼 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냥, 이것 저것 생각할 게 많아서.

 

지현이 준오에게 커피를 건넨다.

 

고마워요.

 

지현이 가만히 준오를 바라본다. 준오가 고개를 갸웃하며 지현이 건네준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

 

준오가 고개를 갸웃한다.

 

누나.

 

너도 이상하지?

 

준오에게 묻는 지현의 목소리가 조금은 기괴하게 들렸다.

 

, .

 

준오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평상시 누나의 커피랑은 조금 향과 맛이 달라요. 원두라도 바꾼 거예요?

 

아니.

 

지현이 슬픈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그러면요?

 

나 어떡하니?

 

순간, 지현이 울음을 터뜨린다.

 

, 누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준오 역시 당황하긴 매한가지다.

 

왜 그래요?

나 너에게 빠져 있어서, 카페에 너무 관심이 없었어. 그 커피도 도대체 언제 로스팅한 건 지 몰라.

!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 그 동안. 지난 10년 넘는 세월을 성공을 위해서 모든 걸 바친 국지현이 아니야.

누나.

 

준오는 지현이 낯설어 보인다.

 

, 도대체 왜 그래요?

 

준오가 일부러 미소를 짓는다.

 

, 지금 왜 그래요?

 

우리 헤어지자.

 

!

 

듣고 싶지 않은 말.

 

우리 헤어지자.

 

지현이 다시 한 번 준오에게 들려준다.

 

, 누나.

 

준오가 믿기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지현을 바라본다.

 

, 도대체 왜요?

 

내가 아니야.

 

지현이 차분한 목소리로 답한다.

 

, 그게 무슨?

너를 사랑하면서, 나를 포기할 순 없어.

 

!

 

나는 그러지 못 해.

 

준오에게 이런 말을 하는 지현의 얼굴이 굉장히 괴로워 보인다.

 

, 누나.

 

, 더 이상 나의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

 

나는 국지현이고 싶어. 최고의 바리스타 국지현. 사랑 그런 것도 중요하지 않아. 내게는 최고의 바리스타라는 칭호가 더 중요해. 그게 내 꿈이었으니까, 그것만이 내 목표였으니까. 그런데, 그런데.

 

지현의 어깨가 들썩인다.

 

너를 만나고, 너를 만나고서부터는, 그러한 것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아졌어. 그런데, 그런 내가 너무나도 낯설어. 이건 국지현이 아니야.

, 누나.

 

손 대지 마!

 

준오가 손을 대려고 하자 지현이 소리를 쳤다. 준오는 너무나도 낯선 지현의 모습이 너무나도 두렵다.

 

, 누나.

 

나 더 이상 나를 잃고 싶지 않아.

지현의 눈이 애절하다.

 

준오야 제발.

 

하아.

 

준오가 한숨을 내쉰다.

 

?

 

준오는 순간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마음을, 마음을 돌릴 수가 없다. 지현의 마음은 돌릴 수가 없다.

 

누나.

 

준오가 떨리는 목소리로 지현을 부른다.

 

딱 한 번만요.

?

 

그리고 지현을 꼭 안는 준오다.

 

!

 

지현의 눈동자가 커다래진다.

 

딱 한 번만요.

 

?

 

그리고 지현에게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는 준오다.

 

!

 

준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지현이 준오를 밀쳐내지 못한다. 지현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른다.

 

하아.

 

잠시 후 준오가 입술을 뗀다.

 

나 누나를 사랑하니까, 누나가 얼마나 최고의 바리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지 알아요. 누나의 꿈이, 누나에게 얼마나 큰 건지 알아요.

 

준오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안녕이에요.

 

!

 

사랑하니까, 안녕이에요.

 

준오가 씩 웃는다.

 

나 너무 아플 거 같아요.

 

준오가 자신의 오른 손을 왼쪽 가슴에 가져 간다.

 

그런데요. 누나를 사랑하니까, 안녕이에요.

 

준오가 한 번 더 미소를 짓더니, 카페를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