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3 - [스물네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8. 13. 22:23

 

 

 

우리, 사랑해!

- Season 3 -

 

스물네 번째 이야기

 

고민

 

 

 

지현은 무릎을 안고 앉아서, 자신의 카페를 둘러본다. 오랜 시간, 자신의 모든 것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카페. 이 카페.

 

하아.

 

그리고 준오.

 

 

 

흐음, 이상하네?

 

준오가 고개를 갸웃한다.

 

이틀씩이나 카페를 비울 사람이 아닌데?

 

연락도 되지 않고, 카페 문까지 닫아버린 지현이 걱정스러운 준오다.

 

무슨 일이지?

 

집에도 아무도 없었는데.

 

후우.

 

준오가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소은 씨!

 

서우가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소은에게 미소 짓는다.

 

모닝 커피 어떠세요?

 

사주시는 거예요?

 

당연하죠.

 

서우가 미소를 짓자, 소은도 싱긋 웃는다.

 

그러면 한 잔 얻어 마시겠습니다.

여기요.

 

소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우가 소은의 책상 위에 따끈한 카페 라떼와, 시원한 아이스 라떼를 내려 놓는다.

 

우와.

원하는 걸로 골라 드세요.

저는 둘 다 마시고 싶은 걸요?

소은이 싱긋 웃는다.

 

그럼 두 개 다 드세요.

서우가 미소를 지으며 소은을 바라본다.

 

이봐들, 너무한 거 아니야? 나도 늙었지만, 그런 것들 쯤은 마실 줄 안다고.

때마침 지나가던 부장이 투덜거린다.

 

그럼 부장님 이거 드실래요?

 

됐네.

 

부장이 일언지하에 거절을 한다.

 

처음부터 그렇게 나와야지.

 

.

 

.

웃어?

 

, 아닙니다.

 

서우가 애써 웃음을 참는다.

 

그나저나 박 대리 이 녀석은 왜 안 나타나는 거야?

 

부장이 궁시렁 거린다.

 

, 죄송합니다!

 

부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무실로 들어오는 병환이다.

 

박 대리.

 

박 부장의 눈썹이 꿈틀 거린다.

 

그래, 드디어 오셨군. 어제는 무슨 일을 하셨나?

 

.

 

병환이 머리를 긁적인다.

 

, 그게 비밀인데요?

비밀?

 

부장이 잔뜩 언짢은 표정을 짓는다.

 

그 비밀이 당신의 인사고과에 영향을 끼쳐도, 아무런 불만이 없을 거라는 걸로 이해해도 되겠나?

, 아니죠.

 

병환이 울상을 짓는다.

 

그게,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서.

 

그러니까 그 사정이 뭐냐니까?

 

그러면 어제 무단 조퇴한 거, 상부에 보고하지 말아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나와 거래를 하자?

 

부장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거래까지는 아니고, 조금만 융통성을.

병환이 서글서글하게 웃는다.

 

그래, 무슨 이유인 지 들어보고, 그 이유가 조금이라도 타당성이 있다면, 내가 그렇게 해주지.

 

고맙습니다!

 

재빨리 병환이 90도로 인사한다.

 

아직, 어쩌겠다는 말은 안 했어.

 

!

 

병환이 시원시원하게 대답한다.

 

사실, 어제 헤어졌던 여자 친구와 다시 시작했습니다.

 

어머!

병환의 말을 듣자마자 소은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진짜요?

.

 

병환이 고개를 끄덕이자 소은이 마치 제 일인냥 기뻐해준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에요.

축하해.

 

고마워.

 

서우도 병환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다.

 

그러니까, 그게 뭐?

 

하지만 아직 부장은 이야기가 속시원하게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 그러니까 저와 제 여자 친구가 헤어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어제 점심시간부터 기다리느라 못 들어왔습니다.

 

.

 

부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지금 본인의 연애 사업 때문에, 회사를 무단으로 조퇴하셨다? 그러니까 회사보다 사랑?

 

, 아니 그게 아니라.

 

?

 

부장이 잔뜩 인상을 찌푸린다.

 

아주 가서 살림을 차리지.

 

그러고 싶습니다만, 아직 제 여자 친구 나이가 좀 어려서요.

 

병환이 넉살 좋게 부장의 말을 받아 친다.

 

아주 부장의 머리 꼭대기에 앉으려고 해요.

부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 저 봐주시는 건가요?

 

아예 보고도 안 했어. 내 새끼를 어떻게 위에다 일러 바쳐? 박 대리가 그거 찍고 나가는 바람에.

 

부장이 병환의 목에 걸려 있는 사원증을 가리킨다.

 

내가 얼마나 지끈 거렸는 지 몰라.

역시 우리 부장님 밖에 안 계세요!

 

부장님 짱!

 

시끄러.

 

부장이 내심 기분이 좋은 표정을 짓는다.

 

, 그러면 오늘 점심은 박 대리가 쏘는 건가?

 

!

 

병환이 시원시원하게 대답한다.

 

 

 

하아.

 

아무리 고민을 하고, 고민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였다. 사랑과 일, 과연 어떤 것을 택해야 할까? 얼마 전에 한 기사를 보기는 했었다. 회사를 버리고, 사랑을 택한 한 대 기업의 회장. 하지만 자신은 그렇게 할 용기가 없었다. 자신에게는 사랑도 중요했지만, 사랑보다는 일이 더 중요했다. 이 일을 위해서 자신의 20대를 고스란히 포기했던 지현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모든 것을 도로 엎어 버릴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는 자신의 과거가 너무나도 아까웠다.

 

하아.

 

하지만 이대로 준오와의 사랑을 포기하기에도 너무나도 아쉬웠다. 사랑하는데, 사랑하는데 헤어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사실 준오 때문에 가게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전에는 이렇게 가게 문을 닫는 일이 없었는데, 준오와 사귀고 나서는 조금씩 많아지고 있었다. 커피의 로스팅을 언제 했는지도 모를 정도라면, 거의 말을 다 한 것이었다. 물론 자신의 탓도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에 빠지면 쉽게 그 것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지현의 성격으로는 자신의 사업과 준오와의 연애 모두 훌륭하게 100% 해낼 자신이 없었다. 자신은 할 수 없었다.

 

준오.

 

지현이 전화기를 들여다본다. 작은 스티커 사진이 휴대 전화의 뒷면에 붙어 있다. 자신과 준오는 너무나도 밝게 웃고 있었다.

 

.

 

지현은 카페를 둘러보았다. 자신의 10년 넘는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카페, 자신의 청춘을 묻어 버린 카페.

 

하아.

어느 하나도 지현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두 가지 모두 지현에게는 절대로 떼어 놓을 수 없을 소중한 것들이었다.

 

후우.

 

머리가 아파온다.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지현이 무릎에 얼굴을 묻는다.

 

 

 

나 참.

 

준오가 머리를 긁적인다.

 

왜 그래?

 

선재가 고개를 갸웃하며 준오를 바라본다.

 

연락이 안 되네.

 

누나?

 

.

준오가 잔뜩 울상을 짓는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기다려봐.

후우.

 

준오가 한숨을 내쉰다.

 

이런 적이 없던 사람이란 말이야.

 

그래도.

나 참.

 

준오가 머리를 긁적인다.

 

왜 이러지.

너무 마음 쓰지 마라. 병 난다.

 

선재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점심 내가 살게. 같이 가자.

나 밥 생각 없어.

?

 

공짜밥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준오였는데, 이런 준오가 걱정이 되는 선재다.

 

, 사람이 밥은 먹어야지.

너라면 주연 씨 연락 안 되는데 밥이 목으로 넘어 가냐?

 

준오가 선재에게 투덜 거린다.

 

그래 나는 먹는다.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밥을 먹어야 그 사람 생각할 힘도 나지.

 

.

 

어서 가자.

 

알았어.

 

준오가 마지못해 자리에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