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3 -
스물 세 번째 이야기
병환과 혜지 이야기.
“
“흡.”
병환의 고백에 혜지가 자신의 입을 틀어 막고, 겨우 울음을 참아 낸다.
“
“흐윽. 흐윽.”
병환의 목소리가 이렇게 따뜻한데, 이런데. 혜지의 눈에서 자꾸만 따뜻한 눈물이 흘러 나온다.
“네가 없는 세상은 흑백 세상이었고, 네가 없는 세상은 침묵의 세상이었고, 네가 없는 세상은 무향의 세상이었고, 네가 없는 세계는 무감의 세계였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제발 나에게 돌아와줘!
‘쾅’
다시 문을 두드리는 병환. 혜지가 애써 꾹꾹 눈물을 참아 낸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하는데 자꾸만 마음이 흔들린다.
“네가 왜 이러는 지 알아. 여태까지, 여태까지 찾아오지 않은 내가 나쁜 놈이야. 하지만,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어. 나를 그렇게 매몰차게 버리고 돌아선, 너에게 다시 연락을 할 그 용기가 말이야.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한심한 놈이지만. 그런 놈이지만, 널 사랑하는 마음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 혜지야! 제발, 제발, 얼굴 좀 보여줘.
‘쾅’
병환이 문을 두드릴 때마다, 마치 자신의 마음을 두드리기라도 하듯, 혜지가 흠칫흠칫 놀란다. 그리고 자꾸만 손이 현관문 손잡이를 잡았다 놓는다. 열어주고 싶은데, 열어주고 싶은데, 자꾸만 다른 여자와 함께 있던 병환의 생각이 난다. 자꾸만 다른 여자와 팔짱을 끼고 다정하던 병환의 생각이 혜지의 머리 속에 가득 찬다.
“읍. 읍.”
혜지가 겨우겨우 자신의 입을 틀어 막는다. 울음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그렇게 꽉 막는다.
“그래,
‘털썩’
“!”
회사, 회사는 어쩌고?
“너 지금도 내 회사 걱정해주고 있지?”
“!”
“난 알아. 네가 반드시 문을 열어줄 거라는 거.”
바보, 바보 같은 사람.
“기다릴 거야. 네가 다시 문을 열어주기를 그러기를 기다릴 거야. 반드시 열어줄 테니까. 너도 내 사랑 아직 느끼고 있을 테니까.”
병환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혜지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 내린다. 더 이상 흘릴 눈물 따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눈물이 이미 다 말라버렸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흐른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린다.
“너 지금 울고 있지?”
“!”
“울지마. 지금은 내가 닦아줄 수 없으니까.”
“!”
병환의 그 자상한 말에 눈물이 다시 왈칵 쏟아 진다.
나쁜 사람, 왜 이렇게 다정한 건지. 왜, 왜. 이렇게 다정하게 말을 해서 사람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건지. 정말로 나쁜 사람.
“나 원망해도 좋아. 나를 욕해도 좋아. 나를 때려도 좋아. 하지만, 하지만 우리 얼굴은 보면서 이야기 하자. 응?”
병환의 간절한 목소리. 혜지의 마음이 흔들린다.
“
혜지는 겨우 자신의 마음을 잡는다. 그리고, 문에 기대어 앉는다. 현관문 너머로 마치 병환의 온기가 전해지는 듯 하다.
“하아.”
벌써 시간이 얼마나 지난 것일까? 병환은 시계를 내려다보는 일조차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히 박 부장은 잔뜩 화가 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까짓 회사 일 때문에 혜지를 두 번 다시 놓칠 수는 없었다. 남들이 다 들어가고 싶어하는 직장이고,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직장이지만, 병환에게 그러한 것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병환에게는 오직, 혜지. 조혜지라는 사람만이 필요했다. 조혜지라는 사람이 없다면, 병환은 병환이 아니었다.
“혜지야.”
병환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혜지를 부른다.
“지금 다 듣고 있지. 나 알고 있어. 너 지금 현관문에 등을 대고 앉아 있지? 그러고 있지?”
깜짝 놀랄 혜지의 얼굴을 생각하니 병환은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나 참 바보인가봐. 너 없으면,
병환이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어떻게 네가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정말 바보 같고, 한심하고. 멍청해. 참 나라는 사람은.”
병환이 입을 꽉 다문다.
“
병환이 혜지의 이름을 부른다.
“혜지야.”
“흐읍.”
병환의 말을 듣는 내내 눈물이 흘러 나오는 혜지다.
“바보, 바보.”
왜 이렇게 나라는 사람을 중요하다고 얘기해주는 것일까? 나라는 사람은, 그에 비하면 정말 터무니 없이 작은 사람인데,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나를 중요하다고 말을 하는 것일까? 바보 같은 사람.”
“어떻게 네가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정말 바보 같고, 한심하고. 멍청해. 참 나라는 사람은.”
당신이 왜 멍청하다고, 왜 이렇게 당신을, 당신이라는 사람이 내가 얼마나 큰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이었는데.
혜지는 자신을 자꾸만 낮추는 병환이 싫다.
“
다시 마음이 떨려 온다.
“혜지야.”
“!”
더 이상, 더 이상 이 사람을 저 차가운 바닥에 앉히고 싶지 않다.
“사랑해.”
‘철컥’
“!”
병환이 고개를 든다. 잔뜩 울어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혜지가, 병환을 보며 서있다.
“혜지야.”
병환이 싱긋 웃는다.
“일단 들어와.”
“그래.”
병환이 조심스럽게 혜지의 집으로 발을 내딛는다.
“바보 같이, 왜 회사도 안 가고.”
집에 들어오자 마자 혜지가 따지듯이 병환에게 묻는다.
“당연하잖아.”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네가 여기에 있는데.”
“!”
‘툭’
다시 눈물샘이 터져버렸다.
“울지마.”
오랜만에 안기는 병환의 품은 역시나 따뜻했다.
“울지마,
“흐윽, 흑.”
하지만 병환의 자상한 말을 들으니, 눈물이 그치기는커녕, 더 많은 눈물이 흘러 나오는 혜지다.
“나 참.”
병환이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내가 사랑하는 혜지가 언제 이렇게 울보가 되었을까?”
병환이 엄지로 혜지의 눈물을 닦아준다.
“울지마, 뚝. 이렇게 울기만 하면, 예쁜 얼굴이 안 예뻐 보이잖아.”
“오빠.”
혜지가 병환을 바라본다.
“나 아직도 사랑해?”
혜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병환에게 묻는다.
“당연한 거 아니야?”
병환이 조금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혜지에게 말한다.
“그러면,”
“응.”
“그 여자 누구야?”
“여자?”
병환이 고개를 갸웃한다.
“어제! 퇴근 시간에 오빠와 팔짱을 끼고 가던 그 여자 말이야.”
“아.”
병환은 혜지를 더 꼭 안는다.
“나와 선 본 여자야. 어머니 마음을 달래드리려고 어쩔 수 없이 선을 봤어. 하지만, 하지만 역시 안 되겠더라. 어제도, 그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정중하게 사과하기 위해서 만난 거야.”
“정말?”
“응.”
이제야 겨우 미소를 짓는 혜지다.
“그런데 오빠.”
“응?”
혜지가 슬며시 씩 웃는다.
“아까 나한테 한 말 전부 진심이야?”
“응?”
“아까 우리 집 앞에서 한 말들 말이야.”
“당연하지.”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좀 맞아!”
‘퍽’
“혜, 혜지야.”
“나한테 연락도 한 번 안 하고.”
‘퍽’
“나한테 전화도 한 번 안 하고.”
‘퍽’
“나한테 어제야 겨우 문자를 하고.”
‘퍽’
“나한테 찾아 오지도 않고.”
‘퍽’
“이제는 다시 안 그럴 거지?”
혜지가 눈물이 맺힌 눈으로 병환을 바라보며 묻는다.
“당연하지.”
병환이 혜지를 따뜻하게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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