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3 -
스무 번째 이야기
오해 그리고 아픔
“무슨 일이야?”
혜지가 메일 백을 벗으며 주연에게 묻는다.
“그, 그게.”
“무슨 일인데?”
“하아.”
주연이 한숨을 내쉰다.
“한숨만 쉬지 말고 말을 좀 해봐.”
답답한 혜지가 주연을 재촉한다.
“너 요즘 병환 오빠 어떻게 지내는 지 아니?”
주연이 조심스럽게 혜지에게 묻는다.
“응?”
갑작스러운 주연의 질문에 혜지가 당황한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후우.”
주연이 한숨을 내쉬더니 얼음물을 한 잔 마신다.
“내가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 지는 모르겠는데.”
“너 뭐 봤니?”
주연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뭐, 뭘 본 건데?”
혜지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혜지야 절대로 놀라지마.”
“응.”
혜지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병환 오빠. 다른 여자와 있더라.”
“!”
혜지가 멈칫한다.
“뭐, 뭐라고?”
“병환 오빠, 다른 여자분과 있더라고.”
“!”
혜지의 얼굴이 굳는다.
“너, 그거 확실한 거야?”
혜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주연에게 묻는다.
“응?”
“너, 그게 확실한 얘기냐고!”
혜지가 악을 쓴다. 그 때문에 카페의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을 바라본다.
“목소리 좀 낮춰.”
“지, 지금 목소리 낮추게 생겼어!”
“혜지야.”
혜지의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정말, 정말이야?”
“응.”
주연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하.”
‘쾅’
혜지가 있는 힘껏 테이블을 내리 친다.
“헤, 혜지야.”
그리고 뒤도 보지 않고 카페를 뛰어 나간다.
“
“하아, 하아.”
혜지가 가쁜 숨을 몰아 쉰다.
“마, 말도 안 돼. 무, 무슨. 분명히, 분명히 주연이 걔가 잘못 본 걸 거야. 그, 그러면 당연하지, 어, 어떻게 우리 병환이 오빠가 그럴 수 있겠어. 아, 암. 절대로 그럴 리가 없지. 아, 아무리 헤어진 사이라지만.”
혜지가 횡설수설한다.
“오늘도 있는 건 아니겠죠?”
퇴근을 할 준비를 하며 병환이 울상을 짓는다.
“아무렴요.”
소은이 병환의 마음을 안심시켜준다.
“이틀 내리 오겠어요?”
“그, 그렇겠죠?”
“네.”
소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병환에게 힘을 준다.
“그 분도 개인 스케줄이라는 게 있을 거 아니에요.”
“그렇겠죠?”
소은에 말에 안심이 되는 병환이다.
“그러면 우리 퇴근 해볼까요?”
“좋죠.”
“병환 씨!”
그러나 회사를 빠져 나오자 마자 들리는 목소리.
“하, 하선 씨.”
병환이 당황하며 소은을 바라본다. 하지만 소은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어떻게 이틀 내리 찾아올 수가 있는 지.
“오, 오늘은 또 어떤 일이세요?”
“저녁 먹고 싶어서요.”
하선이 싱긋 웃는다.
“저, 저녁이요? 어제도 같이 먹었잖아요.”
“그건 어제고요. 오늘은 오늘이지요. 우리가 먹은 건, 어제 저녁. 그리고 오늘 우리가 먹을 건 오늘 저녁.”
하선이 넉살도 좋게 싱긋 웃는다.
“하, 하지만.”
“어서 가요.”
하선이 능숙하게 병환에게 팔짱을 낀다.
“하선 씨.”
“또 부끄러워하신다.”
병환이 구원의 눈길을 소은에게 보내지만, 소은이라고 별다른 방법이 있을 턱이 없었다. 소은이 난감한 듯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아.”
“그럼 가는 거죠?”
하선이 미소를 지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 그래. 오빠. 오빠한테 가보면 되는 거잖아.”
혜지가 미소를 짓는다.
“!”
그리고 힘들게 달려온 회사 앞에서 혜지가 멈칫한다.
“오, 오빠.”
분명 병환이었다. 그리고 저 여자는 누구지?
“어서 가요.”
“나 참.”
저 미소, 오직 병환 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였다. 그런 미소인데, 그런 미소인데. 지금 다른 여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 것도 팔짱을 꽉 끼고.
“흐읍.”
순간 터져 나오는 눈물에 혜지가 재빨리 뒤돌아 서서 달린다.
“?”
병환이 고개를 갸웃한다. 분명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왜 그러세요?”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병환이 한 번더 고개를 갸웃하고는, 하선을 따라간다.
“흐윽, 흐윽.”
집에 들어오자 마자, 현관문에 기대어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혜지다.
“어떻게, 어떻게.”
아무리 헤어진 연인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아무리 헤어졌다고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빨리 다른 여자를 만날 수 있을까? 아무리, 아무리 헤어졌다고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흐윽.”
혜지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린다.
“바보, 바보.”
자신이 바보였다. 한 번쯤 자신에게 다시 연락이 오며, 자신을 다시 찾을 것이라고 생각한 자신이 바보였다. 절대로, 절대로 그럴 일이 없는데, 그럴 일이 없는 건데, 그걸 몰랐단 말이던가? 자신이 너무나도 바보였다.
“흐윽.”
하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병환에게 마지막 기대를 가지고 있던 혜지였다. 그리고 그 기대는 방금 산산이 부서졌다.
“오빠.”
혜지가 무릎에 얼굴을 묻는다.
“오빠.”
센서로 켜지는 현관의 등마저 꺼져 버렸다. 혜지는 어둠 속에서 홀로, 슬프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저, 하선 씨.”
병환이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 놓으며 하선을 바라본다.
“할 말이 있어요.”
“하세요.”
하선이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열심히 식사를 한다.
“하선 씨 이러시는 거 너무 불편합니다.”
“네?”
하선이 고개를 든다.
“죄송합니다.”
병환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다.
“병환 씨.”
“저 아직도 제 여자 친구를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하선 씨와 식사를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제 여자 친구 생각이 머리에 연신 맴돌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저를 생각해주시는데 죄송합니다.”
“아.”
순간 하선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 그렇게 불편하셨나요?”
“네?”
되려 하선이 병환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다.
“저는 제가 이토록 병환 씨에게 폐가 되고 있는 지 몰랐어요. 그냥 여자 친구 분과 헤어졌다는 말에, 조금 위로를 해주고 좋은 여자 친구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행동한 건데. 무례했다면 사과 드리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하선이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병환 씨께서는 참 매너가 나쁘시네요.”
“네?”
“어떻게 밥 먹으면서 그런 소리해요? 소화 하나도 안 되게.”
하선이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한다.
“그래도, 이럴 거 같기는 했거든요. 제가 의외로 눈치가 조금은 빨라서, 처음 만날 때부터 이럴 줄 알기는 알았거든요. 이럴 거 분명히 알고는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이렇게 되고 나니까 조금 당혹스럽기도 하네요. 그리고 이런 통보를 받는 장소가.”
하선이 능청스럽게 주위를 둘러본다.
“좀 아니고요.”
“죄, 죄송해요.”
병환이 황급히 사과한다.
“아니요.”
하선이 미소를 짓는다.
“저 병환 씨.”
“네.”
“제 마지막 부탁이 하나 있거든요.”
“무슨?”
“먼저 일어나주실래요?”
“네?”
하선이 싱긋 웃는다.
“지금 너무 우울한데, 너무 아프고 병환 씨에게 화가 나는데, 병환 씨께서 이렇게 계속 앉아 계시면 얼굴에 이 와인이라도 뿌리고 싶을 지 몰라요.”
하선이 자신의 손에 있는 와인 잔을 한 바퀴 돌린다.
“그러니 먼저 일어나주세요.”
“하선 씨.”
“그만.”
하선이 싱긋 미소를 짓는다.
“어서 가줘요. 안 그러면, 안 그러시면, 더 잡고 싶을 거 같으니까요. 그러니까 어서, 일어나서 가주세요.”
하선이 미소를 짓자, 병환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그럼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네.”
하선이 고개를 끄덕인다.
“안녕히 가세요.”
“네.”
그렇게 병환이 멀어진다.
“하아.”
이럴 거 같기는 했는데, 그렇긴 했는데.
“쳇, 다른 남자들 찰 때는 잘 몰랐는데, 막상 차이고 보니까 기분이 완전 더럽네. 남들 함부로 차면 안 되는 구나.”
하선이 조용히 손을 든다.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여기 제일 독한 와인 한 병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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