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3 -
열아홉 번째 이야기
외전 4 – 가인 & Dr. Jason 이야기 둘.
“후후.”
멀리서 어린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는 Dr. Jason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가인이다.
“하여간 저런 모습을 보면, 완전히 어린 아이 같다니까. 어린 아이들보다도 더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이라니.”
가인이 미소를 짓는다.
“정말 좋은 사람이야.”
가인은 눈부시게 파란 하늘을 바라본다.
“하아.”
그리고 내쉬는 깊은 한숨.
“요즘 들어 왜 자꾸 그 사람이 생각이 나는 건지?”
가인은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나도 늙었나?”
생각을 해보니 늙기도 많이 늙었다.
“후후, 정말, 그 사람은 어디서 잘 살고 있겠지.”
가인이 혼자 중얼 거려본다.
“하아.”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 오는 이유는 왜일까?
“선재, 그리고 그 사람. Dr. Jason.”
가인은 쓸쓸히 미소를 짓는다.
“하, 나도 참 행복한 여자로군.”
가인이 자신의 잔에 무알코올 샴페인을 가득 따른다. 사과향이 가득 나는 무알코올 샴페인을 입가로 가져간다.
“캬아.”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술 종류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가인이었지만, 샴페인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가인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이던가, 커다란 행사장에서 샴페인을 너무 많이 마시고, 주정을 부린 이후로는 반드시 무알코올 샴페인만을 마시고 있다. 더 이상의 실수는 저지르고 싶지 않았다.
“맛있다.”
가인이 싱긋 웃으며 다시 한 잔을 가득 따른다.
“하아. 정말 이렇게 즐겨보는 것이 얼마 만인지.”
항상 회사 일에 치이고, 선재 때문에 치이고 하는 지난 20년이었다. 단 한 번도 가인은 이러한 시간을 가진 적이 없었다. 혼자서, 물론 지금 혼자서 있는 것이 아닌, Dr. Jason이랑 있는 것이었지만 지금 Dr. Jason은 아이들이랑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벌써 3시간은 족히 된 거 같은데, 아직까지 싱글벙글이다. 가인에게 눈도 돌리지 않고 열심히 놀고 있는 중이었다.
“킥.”
가인은 그런 Dr. Jason을 보며 다시 한 번 웃음을 터뜨린다.
“저렇게 좋을까?”
천진 난만한 Dr. Jason을 보니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것처럼 느껴지는 가인이다. 자신이 언제 저렇게 웃은 적이 있던 가? 가인은 자신이 해맑게 웃었던 시절도 가물가물 했다. 선재의 입 속에 맛있는 것, 좋은 것을 먹이려고 애를 쓰며 앞만 보며 달려온 가인이기에, 웃을 시간도, 웃을 기회도 박탈당했었다. 한 회사의 회장이라는 자리는 가인에게서 웃음을 가져가버렸다.
“후후.”
하지만 지금 가인은 미소를 짓고 있다. Dr. Jason 덕분에, 그 덕분에.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가인이다.
“가인!”
멀리서 Dr. Jason이 뛰어오며 손을 흔든다.
“뛰지 말아요. 나이 들어서.”
가인이 미소를 지으며 Dr. Jason을 맞는다.
“아니, 가인은 벌써부터 나를 나이 많다고 구박하는 거요?”
“제가 언제요?”
가인이 싱긋 웃는다.
“방금도 구박하지 않았소?”
“이게 구박이에요?”
가인이 싱긋 웃는다.
“그럼 그게 구박이 아니고 뭐요?”
“알았어요.”
가인이 미소를 짓자, Dr. Jason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요. 나도 더 이상 놀리지 않으리다.”
“진작 그렇게 나오셔야지.”
“뭐요?”
Dr. Jason이 웃음을 터뜨린다.
“그나저나 가인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었소?”
“비밀인데요?”
“비밀?”
Dr. Jason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우리 사이에 비밀이 다 있었소?”
“당연하죠.”
“우리는 이제 부부가 아니오?”
“부부라도 비밀이 있다고요.”
가인이 장난꾸러기와 같은 표정으로 Dr. Jason을 바라본다.
“그런 게 어디 있소?”
“그러면 당신은 나에게 비밀이 단 하나도 없단 말이에요?”
가인이 놀리듯이 말한다.
“당연한 것 아니오?”
Dr. Jason이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이요?”
“그래요.”
가인이 슬픈 미소를 짓는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건 지 말하면 당신이 조금 아파할 지도 모르는데 말해도 되겠어요?”
“많이 아파할 것 같소?”
가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후우.”
Dr. Jason 이 크게 심호흡한다.
“이제 됐소.”
“킥.”
가인이 Dr. Jason을 꼭 끌어 안는다. Dr. Jason의 땀냄새가 너무나도 달콤하게 느껴지는 가인이다.
“사랑하는 거 알죠.”
“그래요.”
“그 사람 생각을 했어요.”
“그 사람?”
“제 전 남편이요.”
“아.”
Dr. Jason이 고개를 끄덕인다.
“당신과 함께 행복하니, 가끔씩 그 사람 생각이 나요. 방금도 당신을 보다 보니 그 사람 생각이 났어요.”
“가인.”
Dr. Jason이 가인을 꼭 안는다.
“그 사람 생각마저 하지 말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어요.”
Dr. Jason이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하지만, 나를 떠나지는 말아줘요.”
“당연하죠.”
가인이 미소를 지으며, 더 꼭 안는다.
“절대로 당신을 떠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면 됐소.”
Dr. Jason이 몸을 떼고, 가인이 눈을 따뜻하게 바라본다.
“나는 그거 하나로도 충분하오.”
“Dr. Jason.”
“사랑하오.”
“네.”
두 사람 뒤로 따스한 햇살이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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