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3 -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마지막으로 달려가는 사람들.
“다녀왔습니다.”
“다녀 왔니?”
화영의 따스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대연은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
화영이 고개를 갸웃한다.
“쟤가 왜 저러지?”
“하아.”
대연이 한숨을 쉬며 침대에 털썩 몸을 던진다.
“뭐지?”
대연은 자신의 머리가 자신이 감동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오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누나는 왜?”
‘벌컥’
“!”
순간 대연의 방문이 열린다.
“어, 엄마.”
“누나가 왜?”
화영이 대연을 바라본다.
“아, 아무 것도 아니야.”
“아무 것도 아니긴.”
대연은 아차 싶었다.
“어, 엄마.”
“누나가 뭐!”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누나가 뭐!”
화영의 눈에서 불이 나온다.
“하아.”
지현이 자신의 카페를 둘러본다.
“성공?”
부질 없다.
“사랑?”
이미 끝났다.
“청춘.”
이미 지나갔다.
“정열.”
이거 하나로 살아왔다.
“하아.”
자신이 20대를 오롯이 바쳐서, 만든 이 공간. 오직 자신만의 공간,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만든 이 공간. 이 공간을, 그까짓 사랑 때문에 버릴 수는 없었다. 나는, 나는 그러할 수 없었다.
“후우.”
눈에서 눈물이 맺힌다.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흘린 적이 없던 눈물이다. 눈물은 바보 들이나 흘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이제 바보가 되었나 보네.”
지금 이 순간은, 이 순간은 바보여야만 했다.
“그래서 좋았어?”
“어?”
병환은 연신 식은 땀을 훔쳐내고 있었다.
“조, 좋기는?”
“왜? 아니야?”
혜지가 가볍게 눈을 흘긴다.
“아주 팔짱을 꽉 끼고 가시더만, 둘이 안 떨어질 것 처럼.”
“하하.”
병환은 순간 공포심을 느낀다.
“우, 우리 혜지가 왜 이러실까?”
“그래서, 연락 한 번 할 용기도 없었다?”
그 동안 헤어져 있던 동안 서러웠던 것들을 모두 병환에게 토로하는 혜지였다.
“너, 너도 아무 연락 안 했잖아.”
“여자가 어떻게 그러냐?”
혜지가 투덜거린다.
“여자가 뭘?”
병환이 이제서야 꼬투리를 하나 잡았다는 표정으로 혜지에게 쏘아부치려는 순간.
“그래서 네가 잘 했다?”
“응?”
혜지의 말에 병환은 할 말을 잃는다.
“그,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잘못했어.”
오늘도 혜지에게 져주는 병환이다.
“선재 씨.”
“네?”
편안히 앉아서 책을 보던 주연이 갑자기 선재를 부른다.
“무슨 일이에요?”
“조금 기분이 이상하지 않아요?”
“네?”
선재가 고개를 갸웃한다.
“비가 올 거 같아서 그런가?”
“그런가?”
주연이 찜찜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왜 그러는데요?”
“꼭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아요.”
“무슨 일요?”
“네.”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무슨 일요?”
“그걸 모르겠다는 거죠.”
“?”
주연은 정말 불안감에 시달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왜 이러지?”
“비라도 오려나?”
선재가 일어나서 창가로 가서, 찬찬히 하늘을 들여다본다. 살짝 검은 구름이 낀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비가 올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그런가?”
“그럴 거예요.”
선재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미소를 짓는다.
“무슨 일이 생길 게 있어요?”
“그, 그건 아니지만.”
주연이 어깨를 한 번 으쓱한다.
“정말 선재 씨 말대로 아무 것도 아니겠죠.”
“그럴 거예요. 크게 걱정하지 마시고, 책 읽으세요.”
선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주연의 어깨를 부드럽게 안아 준다.
“알겠어요.”
주연이 한 번도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책에 눈을 돌린다.
“
“하아.”
대연이 한숨을 내쉰다.
“누나가 뭘 어쨌다고?”
벌써 30분 째,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대연이 너무나도 답답한 화영이다.
“도대체 누나가 뭘 어쨌길래, 아무런 말을 안 해?”
“정말 아무 일도 아니라니까요.”
하지만 화영은 어머니였다.
“당장 말 안 해?”
“엄마.”
“어서!”
대연은 더 이상 변명할 수 없음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이 사실을 말한다면, 단순히 주연에게 화가 미치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화영 자신도 굉장히 놀랄 것이고, 분명 집안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냉랭해질 것이다. 주연이 없고, 요즘 집안 분위기는 꽤나 좋았는데.
“휴우.”
대연이 한숨을 한 번 내쉬고, 화영을 바라본다.
“소은 씨.”
“깜짝이야.”
소은이 가슴을 쓸어 내린다.
“그렇게 갑자기 뒤에서 치면 어떻게 해요?”
소은이 울상을 짓는다.
“소은 씨 웃겨 주려고 했죠.”
서우가 서글서글하게 웃는다.
“하여간 소은 씨는 왜 그렇게 겁이 많아요?”
“서우 씨도, 누가 뒤에서 갑자기 쳐봐요. 안 놀라나?”
소은이 뾰루퉁한 표정을 짓는다.
“미안해요.”
서우가 싱긋 웃는다.
“그나저나 소은 씨.”
“네?”
“오늘 저녁에 시간 괜찮으세요?”
서우가 미소를 지으며 소은을 바라본다.
“오늘 저녁에요?”
소은이 고개를 갸웃한다.
“딱히 무슨 약속은 없는데.”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소은이 서우에게 묻는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고.”
서우가 등 뒤에서 티켓 두 장을 꺼낸다.
“소은 씨가 정말 보고 싶다고 하던, 뮤지컬 티켓이요.”
“어머나.”
소은이 입을 가린다.
“이거 매진 되서, 구할 수가 없다고 하던데?”
“맞아요.”
서우가 미소를 지으며, 엄살을 피운다.
“내가 이거 구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 지 알아요?”
“킥.”
소은이 서우의 익살스러운 행동에 미소를 짓는다.
“뭐 내가 시켰나?”
“킥. 알았어요.”
서우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러면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거였어요?”
“한 번쯤은?”
“어머.”
소은이 가볍게 눈을 흘긴다.
“그러면 오늘 저녁에 함께 갈래요?”
“으음.”
소은이 미소를 지으며 서우를 바라본다.
“사무실로 가서 부장님이 추가 업무 안 시키면?”
“오케이.”
서우가 밝게 웃음 짓는다.
“정말이죠?”
“네.”
서우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소은 역시 기분이 좋다.
“그렇게 좋아요?”
“네.”
서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 참.”
그런 서우의 대답을 들으니, 소은 역시 기분이 뿌듯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연아.”
“네.”
갑자기 아버지가 지연을 부른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 학생이 그렇게도 좋더냐?”
“예.”
지연이 미소를 짓는다.
“그래.”
순간 아버지의 얼굴이 쓸쓸해진다.
“나도 그 아이가 참 마음에 든다.”
“그렇죠?”
어느덧 많이 밝아진 지연이었다. 정말 올초까지의 지연은 이러한 모습이 아니었는데, 대연 덕분에 그렇게 우울하고 상처가 많던 지연이 바뀌었다는 것을 보면, 아버지의 마음은 흐뭇했다.
“그래 물러가 보거라.”
“네.”
“후우.”
지연이 나가고 아버지는 한숨을 내쉰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아버지의 손에는 가얍류 통지서가 들려 있었다.
“후우.”
“
화영이 다시 한 번 대연의 이름을 부른다.
“어서, 말!”
“아, 알았어요.”
대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
“엄마, 사실은요.”
대연이 침을 한 번 삼킨다.
“누나가.”
“?”
대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동거를 하고 있어요.”
“?”
“남자랑요.”
“!”
화영의 얼굴이 급속도로 굳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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