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첫 번째 이야기 -
‘짝’
주연의 고개가 돌아간다.
“어, 엄마.”
화영이 날카로운 눈으로 주연을 쏘아 본다.
“내가 너를 이렇게 키웠니?”
“어머니, 진정하세요.”
“내가 왜 당신 어머니야!”
화영이 선재의 손을 거칠게 쳐낸다.
“어떻게, 어떻게 네가 나를 속일 수 있어! 나는 네가 아버지 없는 자식이라고 욕 먹지 않게 하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그런데, 그런데 너는 나가서 이렇게 문란한 짓을 하고 있었니?”
“어머니 오해십니다. 저와 주연 씨 사이에는.”
“당신은 비켜요!”
선재는 입을 다물었다. 화가 나 있는 화영에게는 아무런 말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화영은 어깨를 들썩거리며 두 사람을 노려 보았다.
“처음에 네가 혜지에게 간다고 했을 때도, 나는 겨우, 정말로 겨우 허락한 거 였어! 혜지와 승연이가 네 가장 소중한 친구들이었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면서 보내 준 거 였단 말이야! 그런데, 그런데 너는 이 엄마의 기대를 그런 식으로 배신하는 거니? 이 따위로! 이런 말도 안 되는 행동으로?”
“엄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건데?”
주연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화영을 쳐다보자, 화영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지금 네가 뭘 잘못했냐고? 지금 네가 나에게 이렇게 묻는 거니? 지금 네가 무슨 잘못을 했냐고!”
사람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 동네는 그렇게 소란이 잦은 동네는 아니었다. 선재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
“일단 들어가시지요.”
“아니요.”
화영이 매서운 눈으로 선재를 쏘아보며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한다.
“다시 우리 주연이가 이리로 올 이유는 없을 겁니다.”
“엄마.”
주연이 애처로운 눈으로 화영을 바라보았지만 화영은 그런 주연의 시선을 외면했다.
“다시는 우리 주연이를 볼 생각을 하지 말아요. 자네가 얼마나 부자인지, 어느 집 자제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순진한 딸을 꾀어 내서 둘이 살려고 했다는 거예요. 아니 살려고 한 게 아니지.”
화영이 심호흡을 한 번 한다.
“살았지. 암. 이거 원 동네 부끄러워서 말도 할 수 없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말이야.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엄마 일단 들어가서 우리 이야기를 들어.”
“시끄러! 네가 어떻게 행동을 했길래 이렇게 남자들이 너를 가벼이 보고, 집으로 막 데려가는 거니?”
“엄마.”
주연의 눈이 공허해진다.
“어, 어떻게 엄마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가볍다고? 내가? 내가 가볍다고? 엄마, 엄마가 생각하는 엄마 딸이 겨우 그런 존재 밖에 안 되는 사람이야? 엄마가 더 잘 알잖아! 내가 안 그렇다는 걸!”
“나도 안 그런 줄 알았다.”
화영이 차가운 눈으로 주연을 바라본다.
“하지만 지금 보아하니, 너도 꼭 그런 애만은 아닌 것 같구나.”
“!”
“어서 가자.”
화영이 주연의 손을 힘차게 끈다.
“어머니.”
무릎을 꿇은 선재의 눈이 애처롭게 화영을 바라본다. 자신을 보는 그런 선재의 눈에 화영의 눈이 가늘게 떨리다가 바로 고개를 돌린다.
“나 자네 같은 아들 둔 적 없어요. 어서 가자!”
화영이 힘있게 주연의 손을 끈다.
“어, 엄마.”
“어머니.”
화영은 그 길로 주연을 이끌고 사라졌다.
“엄마. 이것 좀 놔!”
“시끄러워 이 년아.”
“이것 좀 놓으라고!”
주연이 있는 힘껏 화영의 손을 뿌리 친다.
“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엄마가 생각하는 그런 일 절대로 없었어. 나도 그런 일 정말로 싫고, 선재 씨도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에요. 선재 씨 무안하게 왜 아무 말도 듣지 않고 이렇게 행동하는 거예요?”
“뭐?”
화영의 입가가 가늘게 떨린다.
“너를 내가 어떻게 키웠는지 아니? 온갖 욕 다 먹어가면서 너를 키웠다. 너 하나만은 정말 내 딸
“엄마, 우리가 한 집에 산 건 맞지만. 절대로 엄마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없었어. 엄마 정말로 맹세해.”
주연의 울부짖으며 화영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냥 함께 있고 싶었어. 그냥 그 뿐이라고 다른 건 아무 것도 없었어. 정말이야. 그냥 한 집에서 산 게 전부란 말이야.”
“흐윽.”
주연은 고개를 들었다. 화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서 주연의 어깨를 적신다.
“어, 엄마. 왜 울어? 엄마가 왜 울어?”
주연도 울먹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 이 엄마 탓이야. 이 엄마가 모자라서 그래.”
“아니야. 엄마 절대로 아니야. 엄마 탓이 아니라고. 내가 좋아서, 내가 그 사람이 좋아서 한 집에서 산 건데 엄마는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엄마, 엄마가 좀 진정해. 응? 엄마 제발 부탁이야.”
“주연아.”
화영이 주연을 꼭 안는다.
“이게 다, 다 엄마가 너를 잘못 키워서 그래. 응?”
“으. 그 때 그래도 돌려보냈어야 하는 건데.”
선재가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그나저나 이 많은 요리들을 다 어떻게 처리 하냐?”
“박 대리 아주 기분 좋은 일이 있나봐?”
“아, 예.”
병환이 서글서글 웃으며 부장을 바라본다.
“그냥 좀 좋아서요.”
“아주 싱글들 배 아파서 죽겠다고요.”
소은이 귀엽게 병환을 흘겨 본다.
“아, 미안 미안.”
병환이 머리를 긁적인다.
“소은 씨는 제가 있잖아요.”
“어머?”
서우가 넉살도 좋게 소은에게 말을 붙인다.
“어디서.”
“헤헤.”
“여기가 사무실이지 연애 장소가 아니다.”
참다 못한 부장이 인상을 찌푸린다.
“누가 부장실 없애자고 건의를 했어? 부장실이 없어지니까 저 꼴들도 다 봐야 하고 나 참. 으유.”
“부장님이 건의하셨잖아요?”
소은이 오른쪽 볼을 부풀린다.
“으유! 하여간.”
부장이 머리를 짚는다.
“오늘 나는 머리가 좀 아파서 먼저 퇴근하니까, 나머지는 퇴근을 하던 뭘 하던 마음대로 하라고.”
“네.”
“안녕히 가세요.”
부장이 가고 나서 세 사람이 미소를 짓는다.
“오늘 우리 부서 회식 어때요?”
서우가 먼저 아이디어를 낸다.
“좋죠.”
소은이 기분 좋게 받아 치며 병환을 보는 순간.
“미안.”
병환이 머리를 긁적인다.
“에 뭐예요?”
소은이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병환을 바라본다.
“정말 미안해. 내가 오늘 혜지랑 같이 영화를 보기로 약속을 해가지고 말이야. 어쩌지? 두 사람끼리 회식하는 거 어때?”
“둘이 어떻게 회식을 해요?”
소은이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박 대리 님. 아무리 여자 친구가 좋아도 회사 식구들도 좀 신경을 쓰시라고요.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미안.”
“아니 왜요?”
서우가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두 사람 사이에 끼어 든다.
“우리 병환 씨가 없으면 더 좋은 거 아닌가?”
“왜요?”
소은이 고개를 갸웃한다.
“아니 왜냐니? 우리 소은 씨하고 단 둘이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하는 말이죠.”
“뭐예요?”
병환은 두 사람을 보며 얼굴에 웃음을 머금는다.
“정말 두 사람 잘 어울린다니까, 이 참에 정말로 사귀어 보는 거 어때? 정말 천생연분이겠는 걸?”
“으유.”
소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제가 어디가 아까워서요.”
“어라?”
서우가 이상한 걸 보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소은을 바라본다.
“아니 소은 씨 왜 그러세요? 아무리 제가 소은 씨를 좋아해서 따라 다닌다고 하더라도, 저 밖에 나가면 따라 다니는 여자들이 꽤 됩니다. 이거 사람 서운하게 이러시는 거 아닙니다.”
“아니 따라다니는 여자들이 그렇게 많으시면 그 중에서 하나 골라 잡으시지 왜 그러시는 건데요?”
“그런데 따라다니는 여자들은 많아도 소은 씨처럼 아름다운 분은 안 계시네요.”
“어머?”
“두 사람 진짜 닭살이다.”
병환이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옷을 챙겨 든다.
“그런데 미안해서 어쩌지. 나 진짜 지금 나가봐야 해.”
“우와 누가 잡았다고.”
“그러니까요.”
“푸하하.”
병환이 웃음을 터뜨린다.
“두 사람 진짜 쿵짝이 잘 맞는다. 이 기회에 정말로 사귀는 거 어때요? 농담이 아니라. 이 기회에 진심으로 생각 한 번 해보라고요.”
“됐네요.”
“치.”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 두 사람 저 먼저 갈게요.”
“네 가세요.”
“내일 봐.”
병환마저 사라지자 두 사람 사이에 약간은 어색한 기분이 감돈다.
“소은 씨.”
“네?”
소은이 깜짝 놀라자, 서우가 미소를 짓는다.
“소은 씨 놀라는 게 너무나도 귀여운데요.”
“놀리지 마세요.”
“킥.”
서우가 웃음을 짓는다.
“우리 같이 저녁 식사나 할까요?”
“저도 바쁘거든요.”
“저도 바빠요.”
서우가 소은의 손을 잡는다.
“!”
소은의 눈이 동그래진다.
“우리 맛있게 밥 먹으러 갑시다.”
서우에게 이끌려 가는 소은도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었다.
21살. 남자
부드러운 성격을 가진 로맨틱 가이. 요리도 잘하고 영어, 일어, 독어, 불어에 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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