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세 번째 이야기 -
“으아.”
선재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소파에 몸을 던진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자신이 전화를 하면 더 일이 복잡해 질 것만 같아서, 주연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데, 주연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하다 못해 문자라도 한 번 준다면 마음이 놓일 것만 같은데 그런 것도 없다.
“휴우,”
캐나다에서 살던 시절에 잠시 손을 대었던 담배가 간절하게 생각이 나는 선재였다. 물론 담배를 피다가 담배의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 금방 끊기는 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담배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선재였다.
“주연 씨.”
선재가 멍하니 주방의 테이블 위에 잔뜩 쌓여져 있는 식재료들을 바라본다. 주연과 함께 즐거운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준비한 모든 것들. 하지만 지금은 저런 것들이 모두 무용지물이다.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다.
“사람 참 걱정하게 만드네.”
화영의 첫 인상이 그렇게 독하지는 않았는데. 설마 집에 가서 머리를 모두 밀지는 않았겠지? 선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건 안 되는데.”
선재가 울상을 짓는다.
‘Rrrrrr Rrrrrr’
선재가 황급히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선재 씨 나예요.”
주연이 화영을 한 번 보고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나는 나가 있을게.”
화영이 주연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네.”
화영이 싱긋 웃으며, 방을 나간다.
“나예요.”
주연이 울먹거리면서 입을 연다.
“선재 씨.”
“주연 씨?”
“네, 나예요.”
주연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 내린다.
“주연 씨 울어요?”
선재는 당황해서 자리에서 일어 난다.
“왜 울고 그래요?”
“안 울어요.”
주연이 눈물을 닦는 것 까지 눈 앞에 모두 어른거리는 선재다.
“거짓말쟁이.”
선재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벌써 서로를 너무 그리워 하면 어떡해요?”
“그러니까요.”
선재는 애써 울음을 삼킨다.
“그나저나 주연 씨 저에게 전화를 걸어도 괜찮아요.”
“아.”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전화했어요.”
“네?”
선재의 눈이 동그래지는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스며 나오는 주연이다.
“선재 씨.”
“네.”
“엄마가, 우리 엄마가 선재 씨를 만나고 싶으시대요.”
“뭐, 뭐라고요?”
선재의 눈이 동그래진다.
“우리 엄마가 선재 씨를 만나보고 싶으시대요.”
“정말요?”
선재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한다.
“네.”
“우와.”
선재가 입을 가린다.
“어, 어떻게요?”
“엄마도, 엄마도 그냥 당황하셔서 그랬나봐요.”
주연은 웃음이 그치지 않아서 겨우겨우 참아 낸다.
“좋죠?”
“네.”
“그러면 선재 씨 언제 올 수 있어요?”
주연이 조심스럽게 선재에게 묻는다.
“언제까지 가면 되는 건데요?”
“잠시만요.”
주연이 뛰는 소리가 들린다. 주연의 발소리를 들으니 선재의 마음도 뛴다. 주연이 다시 돌아오는 그 짧은 시간이 마치 몇 시간처럼 길게만 느껴지는 선재다. 얼마나 지났을까? 주연의 목소리가 다시 전화를 타고 흐른다.
“선재 씨?”
“네.”
“지금 당장이라도 올 수 있으면 오래요.”
선재는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옷을 걸치고 있었다.
“지금 당장 갈게요.”
“네.”
“주연 씨.”
“네?”
선재가 잠시 머뭇 거린다.
“주연 씨.”
“네?”
“사랑해요.”
주연의 눈이 행복으로 가득 차 오른다.
“나도요.”
“그럼 저 빨리 갈게요.”
“네.”
주연이 전화를 끊고 전화를 품에 안는다.
“소은 씨 뭐 드시고 싶으세요?”
“글쎄요?”
소은이 서우를 바라본다.
“서우 씨는 뭐 드시고 싶으신데요?”
“저야 뭐, 소은 씨께서 드시고 싶다는 거라면 어떤 거든지 괜찮습니다.”
소은이 싱긋 웃는다.
“그 말 정말이죠?”
“네?”
서우가 고개를 갸웃한다.
“정말 이라뇨?”
“정말 제가 먹고 싶은 거 같이 먹어주는 거죠?”
“당연한 거 아닙니까?”
서우가 자신의 가슴을 탕탕 두들긴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먹고 싶다는 거니까요.”
“킥.”
소은이 눈을 굴린다.
“후회할 텐데.”
“절대로 후회 안 합니다.”
“에?”
“뭐예요?”
소은이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뭐든지 함께 드셔 주신다고 했잖아요.”
“그, 그래도요.”
서우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은의 옆에 서있다. 지금 소은이 서우를 데리고 온 곳은 서울의 한 유명한 보신탕 집이다.
“서우 씨 보신탕 못 먹어요?”
“제가 개를 좋아해서요.”
서우는 등 뒤로 땀이 한 방울 흐르는 것을 느낀다.
“소은 씨는 보신탕 자주 드세요?”
“자주는 아니라도, 꼭 먹어야 할 날은 먹죠.”
소은이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 우리 여기 못 가겠다.”
“왜, 왜요?”
“서우 씨도 못 먹는데 왜 들어가요?”
“흐음,
서우가 눈을 질끈 감는다.
“가, 가요.”
“네?”
소은이 눈을 질끈 감은 서우를 귀여운 듯이 바라본다.
“들어가자고요?”
“네.”
서우가 여전히 눈을 뜨지 못한 채 말을 한다.
“소은 씨가 드시는 건데 제가 못 먹겠습니까?”
“정말이죠?”
“물론입니다.”
서우가 겨우 눈을 뜬다.
“후우.”
주위를 둘러보던 서우가 한숨을 내쉰다. 이 큰 가게에 땀을 뻘뻘 흘리며 사람들이 모두 먹는 것이 자신이 그토록 사랑을 하는 강아지라니. 서우는 어쩔 수 없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지금이라도 당장 뛰쳐 나가고 싶다.
“킥.”
소은이 싱긋 웃더니 손을 든다.
“여기요!”
주인 아주머니가 오자 서우가 심호흡을 하고 소은의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딴청을 부리려는데.
“여기 삼계탕 두 개 주세요.”
“삼계탕 두 그릇이요?”
“네.”
소은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주머니가 사라지고 소은이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서우를 바라본다.
“저도 못 먹거든요.”
소은이 귀엽게 혀를 내민다.
“그냥 서우 씨가 정말 나를 따라오나 싶어서.”
소은이 머리를 긁적인다.
“너무 짓궂었나?”
“에?”
서우가 울상을 짓는다.
“저 정말 난감했거든요.”
“미안해요.”
소은이 두 손을 모은다.
“이제는 장난 안 칠게요.”
“치.”
서우가 귀엽게 볼을 부풀린다.
“서우 씨.”
“왜요?”
“서우 씨 그러니까 귀여운 거 알아요?”
서우의 볼이 붉어진다.
“정말 귀엽다.”
소은이 싱긋 웃는다.
28살. 남자
한 여자만 사랑하는 순애보. 삼성에 다니는 재원이다. 가끔 어린 애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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