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4 - [네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8. 22. 20:59

 

 

 

우리, 사랑해! Season 4

 

- 네 번째 이야기 -

 

 

 

엄마.

 

주연이 조심스럽게 거실로 나간다.

 

?

 

아무렇지도 않은 척 커피를 타서 마시고 있던 화영이 주연을 바라본다.

 

너도 한 잔 마실래?

.

 

모녀 사이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주연아.

?

그 사람 언제 온대?

 

지금 당장 온대요.

 

화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구나.

다시 침묵이 흐른다. 이번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주연이었다.

 

저 엄마.

 

?

 

화영은 입에 대고는 있었지만 양이 전혀 줄어들지 않은 커피잔을 내려 놓으며 주연을 바라본다.

 

왜 그러니?

 

고마워요.

 

아니야.

화영이 조용히 고개를 젓는다.

 

거기를 일단 쫓아가는 게 아니었어.

 

화영이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그 사람도 얼마나 당황을 했겠니?

 

화영이 커피 잔을 만지작거린다.

 

엄마가 어른답지 못한 행동을 한 것 같아. 엄마가 1년을 살아도 더 살았고, 밥을 먹어도 더 먹은 그런 어른인데, 마치 어린 아이처럼 행동을 하고 말았어. 우리 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줘서 너무 미안해. 이 엄마의 생각이 짧아서 너무 미안해. 우리 딸 입장을 한 번만 더 헤아려 봤어야 하는 건데.

 

아니에요. 엄마.

 

주연의 눈에 다시금 눈물이 차오른다.

 

내가 나쁘지. 아무리 엄마가 허락을 해주지 않을 것 같더라도, 엄마에게만큼은, 다른 누구는 몰라도, 적어도, 적어도 엄마에게만큼은 다른 그 누구를 다 속여도, 온 세상 사람들을 모두 다 속이고 심지어 나 마저도 속인다고 해도, 적어도 엄마만큼은 속이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런 거였는데, 엄마 미안해요.

 

화영이 주연을 꼭 안아준다.

 

주연아 그만 울어. 네가 사랑하는 사람도 곧 온다고 했잖니? 그런데 네가 이렇게 울다가 눈이 퉁퉁 부어서 안 예쁜 얼굴을 보여주면 쓰겠니? 가장 예쁜 얼굴을 보여줘야지? 안 그래?"

 

화영이 주연의 머리를 쓸어준다.

 

엄마.

 

그래, 엄마가 아니면 누가 네 마음을 알겠니.

 

화영이 주연의 등을 토닥거린다.

 

그러니까 울지 마.

 

.

 

주연이 애써 울음을 참아 낸다.

 

 

 

형아?

 

대연이 한숨을 내쉰다.

 

정연아.

, 형아.

 

정연이 눈을 반짝인다.

 

우리 정연이 형아 하고, 목욕탕 간 지 오래됐었지?

 

.

 

대연이 한숨을 내쉰다.

 

형하고 목욕탕 갔다 오자.

 

꺄아.

 

대연이 황급히 정연의 입을 막는다.

 

정연아. .

 

.

 

정연도 몸을 움츠린다.

 

그럼 가자.

 

.

대연이 정연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를 도로 내려간다.

 

꺄아.

 

집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모르고 그냥 기분이 좋은 정연이었다.

 

 

 

뭘 입어야 하지?

 

아무 것도 주워서 집을 나서려던 선재가 현관에 걸려 있는 거울을 보고 멈칫한 지 어느덧 1시간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휴우,

 

옷장을 열어봐도 너무 고급스러운 옷뿐이었다. 가볍게 인사를 가려는 선재였는데, 하나도 선재와 맞지 않았다.

 

나 참.

 

선재가 머리를 긁적인다.

 

 

 

배 부르다.

 

혜지가 기분 좋게 배를 두드린다.

 

백화점에서 먹으니까 더 좋지?

 

그래도.

 

병환의 말에 혜지가 바로 고개를 숙인다.

 

포장마차에서 먹었으면, 단 돈 6000원이면 충분했을 텐데, 여기는 뭐가 이렇게 비싸냐?

맛있었잖아.

 

병환이 혜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싼다.

 

맛 없었어?

 

그건 아니고.

 

혜지의 모습을 보며 병환이 실소를 터뜨린다.

 

그러면 된 거잖아.

 

그래도 너무 비싸니까 그러는 거지. 어떻게 한 사람이 13000원이 나오냐? 이건 바가지야, 완전 바가지.

 

으유, 우리 혜지 아줌마 다 됐네.

 

병환이 혜지를 더 꼭 끌어 안는다.

 

그래서 내가 싫어?

 

혜지가 귀엽게 병환을 흘겨 본다.

 

아니.

 

병환이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말을 한다.

 

그래서 더 좋아.

 

으유.

혜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여간 팔불출이라니까.

 

나는 네가 옆에 있으면 팔불출이 아니라, 구불출 십불출이라도 좋다. 아무려면 어때? 네가 내 옆에 있는데.

어련하시겠어요?

 

.

혜지가 싱긋 웃으며 병환의 가슴에 머리를 살포시 기댄다.

 

오빠.

 

?

이제 어머니께서는 오빠랑 내 사이에 관해서 아무 말씀도 안 하시는 거야? 정말로 괜찮은 거야?

 

?

순간 병환이 당황한다.

 

오빠 다 거짓말이었지.

 

혜지가 재빨리 병환의 품에서 빠져 나온다.

 

, 뭐가 거짓말이야?

 

어머니께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신다는 말 말이야.

 

혜지가 병환의 눈을 본다.

 

아니야.

 

내 눈을 보고 말해.

 

병환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맞구나?

혜지가 이마를 짚는다.

 

? 도대체 왜?

혜지야.

 

병환이 혜지를 꼭 안는다.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오빠가 미안할 게 아니잖아.

 

혜지가 아래 입술을 꼭 깨문다.

 

내가 너무 부족하니까, 그런 거니까 어머니께서 그러시는 거잖아. 내가, 조혜지가 오빠보다 너무나도 부족하니까.

 

아니야. 그건 절대 아니야. 네가 얼마나 완벽한 존재인데 나보다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해? 부족해도 내가 너보다 한참이나 부족하지.

 

병환은 오늘 낮에 어머니와 했던 통화가 생각이 난다.

 

 

 

Rrrrr Rrrrr

 

휴우.

 

액정을 보자 한숨부터 나오는 병환이었다. 자신과 혜지가 다시 만난다는 것을 알고 마지못해 동의를 하기는 했지만, 크게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는 어머니였다. 지금이라도 당장 자신이 혜지와 헤어지고 하선을 다시 만난다고 한다면 춤이라도 추실 양반이었다. 그런 어머니의 전화라니, 딱히 반갑지는 않았다.

 

여보세요?

 

왜 이렇게 늦게 받냐?

 

어머니의 날카로운 목소리. 병환은 괜히 주눅이 든다.

 

지금 회의 중이었어요.

 

그러냐?

 

자식의 일이라면 끔찍하게도 생각하는 어머니를 보면 마음이 약해지기도 하는 병환이었다.

 

그런데 또 무슨 일로 전화를 하신 거에요? 결혼 문제라면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저는 혜지랑 결혼을 할 거예요.

 

그래.

 

?

 

어머니가 너무 쉽게 나오자 병환은 오히려 당혹스럽다.

 

나도 이제 포기했다.

 

어머니가 정말 단념한 듯 말한다.

 

네가 내 말을 들을 애냐?

어머니.

 

병환아.

 

?

 

대신 한 번 데리고 오너라.

 

?

 

병환의 눈이 커다래진다.

 

, 정말이세요?

 

그럼.

 

어머니께서 도로 역정을 내신다.

 

너는 여태껏 이 어미에게 속고만 산 게냐? 고얀 놈.

, 아닙니다.

 

병환은 자꾸만 웃음이 나려고 해서 겨우겨우 참아 낸다.

 

그러면 다시 전화 드릴게요.

그래라.

 

후우.

 

병환은 미소가 슬금슬금 지어졌다.

 

 

 

저 혜지야.

 

?

 

갑작스럽게 다정해지는 병환에 말투에 혜지가 고개를 갸웃한다.

 

사고 쳤어?

 

사고는 무슨.

 

병환이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다.

 

사실은 말이야. 어머니가 너 정식으로 인사 오래.

 

?

 

혜지가 입을 가린다.

 

정말?

 

병환이 고개를 끄덕이자, 혜지가 병환의 목에 매달린다. 혜지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조혜지

 

20, 여자

 

한 남자만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는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