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여섯 번째 이야기 -
“일단.”
화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머니가 정말로 류가인 씨인 건가요?”
“네.”
선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맞습니다.”
“그렇군요.”
화영의 눈이 살짝 흔들린다.
“어머니께서도 두 사람이 교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주연 씨 인건 모르지만, 여자 친구가 있다는 건 알고 계십니다.”
“그래요.”
화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말이죠. 선재 군.”
“네.”
“우리 집안 형편이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다는 것도 알고 계시나요?”
“네?”
선재가 화영을 바라본다.
“무슨 의미신지?”
“말 그대로의 의미에요. 선재 군 어머니도 우리 집안의 형편을 알고 계시냐는 말이에요.”
“아마 모르실 겁니다.”
“그래요.”
화영이 한숨을 내쉰다.
“두 사람 정말로 결혼을 할 건가요?”
“네.”
“응.”
화영이 두 사람을 찬찬히 들여다 본다.
“두 사람 결혼이라는 게 어떤 가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네?”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주연이 너는 일단 좀 빠져 있어.”
화영이 선재를 지긋이 바라본다.
“선재 군은 소위 상류층이니까 잘 알고 있을 거예요.”
“무슨 말씀이신지?”
“선재 군 친척이라든가, 주위 사람들을 보면 꼭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하고 결혼을 하지 않던 가요?”
“네?”
순간 선재가 멈칫한다.
“그렇죠?”
화영이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그게 당연한 것이니까요. 결혼이라는 것은 단순히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두 사람 뿐만 아니라, 두 사람과 함께인 집안의 결합이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한 부분이니까요. 선재 군도 그걸 알고 있을 거예요. 선재 군 주변의 사람들은 다 비슷한 사람들과 결혼을 했으니까요.”
“저희 집은 그런 거 상관 없습니다. 지금은 제 어머니도 회장님이 아니시고요. 저희는 그냥 저희 둘만 좋으면 됩니다.”
“아니요.”
화영이 고개를 젓는다.
“선재 군은 분명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
“무엇을?”
“두 사람은 절대로 결혼을 하지 못해요.”
“엄마!”
주연이 새된 비명을 지르지만, 화영은 주연의 쪽을 바라보지도 않는다. 오로지 선재만을 지긋이 바라볼 뿐이다.
“선재 군도 알고 있지요?”
선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선재 군은 똑똑한 사람이니까. 두 사람 절대로 되지 못할 거라는 거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솔직히 확신은 할 수 없습니다.”
선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저도 그 점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그냥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게 좋았을 뿐이니까요. 그리고 당연히 서로를 원하니까 결혼을 할 거라고 생각을 했을 뿐입니다. 그렇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선재 씨.”
“주연 씨 솔직히 어머니 말씀이 맞아요.”
선재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간다.
“솔직히, 어머니 말씀도 맞아요.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어머니 말씀대로 우리는 많은 부분이 다르니까요.”
“그래요. 선재 군.”
화영이 조용히 두 사람을 바라본다.
“그리고 두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그렇게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거라고 믿고 있지도 않아요. 물론 지금 두 사람이라면 이 감정이 영원히 갈 거라고 믿고 있겠지만, 솔직히 나로써는 .”
화영이 고개를 젓는다.
“절대로 아니에요.”
“엄마. 그리고 선재 씨.”
주연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두 사람 모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엄마는, 엄마는 그렇다고 쳐도 선재 씨는 선재 씨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요!”
“주연 씨 진정해요.”
선재가 주연을 다시 자리에 앉힌다.
“우리는 이제 한 두 살 먹은 어린 아이들이 아니에요. 서로 분명하게 생각할 건 생각을 해야 하는 거예요.”
주연이 자리에 앉아서 멍하니 물잔을 바라본다.
“나는 당연히, 당연히 다른 건 아무 상관도 없는 건 줄 알았어. 우리 둘이, 우리 둘만 서로 좋으면 그만일 줄 알았다고 그런데, 그런데 뭐가 이렇게 복잡한 건데? 그냥 우리만 중요한 거잖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선재가 주연의 손을 토닥인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일단 진정해요. 지금 나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어요, 그냥, 그냥 어머니 말씀이 맞다는 거 그 걸 이제야 깨달았다는 거 밖에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일단 진정해요.”
주연이 어느 정도 진정된 것을 보고 화영이 입을 연다.
“주연아.”
“응?”
“너는 좀 나가 있을래?”
“엄마.”
주연의 눈이 흔들린다.
“그래요. 주연 씨.”
“!”
선재마저도 그렇게 말하자, 주연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두 사람 무슨 이야기를 할 지 몰라도.”
선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주연 씨가 걱정할 일은 생기지 않을 거예요.”
“정말이죠?”
선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다 끝나면 연락해요.”
“그럴게요.”
주연이 다시 한 번 두 사람을 돌아보고 집을 빠져 나간다.
“후우.”
지연의 아버지가 멍하니 가압류 통지서를 내려다 본다. 모든 일이 잘 풀려갈 것 같으면 항상 이런 일들이 생겼다. 최근에 이러한 종가의 규율들을 가지고 돈을 벌 일이 생겼다. 하지만 다시 또 어딘가로 가야 한다니.
“지연이에게는 또 어떻게 말을 해야 할 지.”
이미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은 아이였다. 더 많은 것을 잃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더 이상 지연의 아버지 손에 남은 것은 없었다. 종손이라는 것도 더 이상 그를 지탱해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종손이라는 그 사실 때문에 잃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지연의 아버지는 그 사실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똑똑’
“지연이냐?”
“예.”
“들어오너라.”
지연이 쟁반에 매실 차를 담아서 들어 온다.
“많이 더우실 듯 하여, 매실 차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래 고맙다.”
지연이 싱긋 웃으며, 탁자에 매실 차를 내려 놓는 것을 보니 더 마음이 아려 온다. 이렇게 착한 아이의 미소를 어떻게 부숴버릴 수 있다는 말인가?
“지연아.”
“예.”
“너 정말 그 아이가 좋더냐?”
“네?”
지연이 아버지를 바라본다.
“무슨?”
“그래, 내가 잘못된 것을 물었구나.”
겨우 미소를 짓는 그다.
“그 아이가 좋겠지. 좋지 않을 턱이 있겠느냐?”
“아, 아버님도.”
지연의 얼굴이 붉어진다.
“저 지연아.”
“네?”
그가 입을 다물고 고개를 젓는다.
“아무 일도 아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아니다.”
그가 겨우 미소를 짓는다.
“들어가 보거라.”
“마시는 것을 보고 컵을 가져 가겠습니다.”
“이 정도는 내가 부엌에 가져다 놓을 수 있다.”
“네?”
지연의 눈이 동그래진다. 그 동안 종손이라는 이유로 단 한 번도 부엌으로 들어간 적이 없던 그 였다. 그런 그가 부엌으로 들어간다니, 지연은 다소 놀라웠다. 그런 지연을 보며 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이 아비도 그 정도는 할 줄 안다.”
“예.”
지연이 고개를 숙이고 그의 방을 나간다.
“후우.”
지연이 나가자마자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쉰다.
“도대체, 도대체.”
“미안하네.”
“아닙니다. 형님.”
마지막이었다. 종가에 더 이상 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마지막, 마지막이었는데.
“그래 지연이는 많이 컸더냐?
“예, 형님.”
“후우.”
형님이 담배를 물었다.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하나밖에 없는 백부라는 사람이,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니 말이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너무 한심하구나.”
형님이 먼 하늘을 바라 본다.
“아버님도 알고 계셨을까?”
“네?”
“아버님이 그토록 아둥바둥 지키시던 집안이 결국에는 이렇게 무너져 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야.”
“형님.”
그의 얼굴이 굳는다.
“어, 어찌.”
“당연한 것 아니더냐?”
형님이 미소를 짓는다.
“그래, 내가 이달에 월급을 받으면 어느 정도 융통을 해주마.”
형님이 슬픈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너도 이제 그 바보 짓을 그만 두는 것이 어떠냐? 요즘 같은 세상에 종손이라는 게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이더냐?”
“형님.”
그는 고개를 젓는다. 형님 역시 슬픈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강서우
28살. 남자
한 여자만을 사랑하고,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진 호남형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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