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단편 소설

달맞이 가자 - [네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9. 14. 20:05

 

 

달맞이 가자

 

네 번째 이야기

 

 

 

오늘 가셔야 하는 거죠?

 

그렇네요.

 

호준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아낙을 바라본다.

 

언제 떠나시는 거에요?

 

글쎄요?

 

호준이 아쉬운 미소를 짓는다.

 

아무래도 좀 빨리 떠나야겠어요.

 

.

 

아낙이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랑 마을이랑 꽤나 먼 거리니까요.

 

.

 

호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더 있고 싶은데요.

 

저도 아쉽네요.

 

아낙도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그 동안 감사했는데 말이에요. 서운한 걸요.

 

서운하시긴요.

 

아낙이 미소를 짓는다.

 

원래 인연이라는 게 이렇게 스쳐 왔다가 가는 걸요?

 

그래도요.

 

호준이 미소를 짓는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호준이 90도로 인사를 한다.

 

정말 아주머니 같은 분을 만나서 취재 잘 했습니다.

 

저야 말로 저희 마을을 잘 알려드릴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아낙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꼭 우리 마을에 대한 기사 좋게 써주셔야 해요.

 

그야 당연하죠.

 

호준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많이 어려 보이시는데 기사는 써 보셨어요?

 

아낙이 반 농담으로 호준에게 묻는다,

 

이거 서운한 걸요?

 

호준이 밝게 웃는다.

 

제가 이렇게 어려 보여도 기사는 꽤나 쓰거든요.

 

그것 참 다행이네요.

 

아낙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행이죠.

 

호준 역시 아낙을 따라서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이 감사를 어떻게 표시를 해야 할지.

 

아니에요.

 

아낙이 고개를 젓는다.

 

저도 추석을 혼자서 보내지 않아도 되어서 참 좋았어요.

 

, 그러고 보니.

 

호준이 의아한 듯이 아낙을 바라본다.

 

결혼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

 

아낙의 얼굴이 살짝 굳는다.

 

그 동안 남편 분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하신 것 같아요.

 

아 그거요?

 

어디 가신 건가요?

 

호준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후후.

 

아낙이 낮게 웃음을 짓는다.

 

왜 웃으세요?

 

호준이 의아한 듯 아낙을 바라본다.

 

기자님.

 

.

 

여기에 왜 오셨다고 했어요?

 

?

 

호준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여기에 뭐 취재하러 오셨다고 하셨냐고요?

 

, 그거야.

 

순간 호준의 눈이 커다래진다.

 

, 설마?

 

아낙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걸 받으세요.

 

아낙이 무언가를 내민다.

 

, 이건.

 

호준의 손에 둥그런 옥을 반으로 쪼갠 것이 들려 있다.

 

제가 드리는 징표에요.

 

그러면.

 

, 제가 기자님이 찾으시던 바로 그 달맞이 처녀랍니다.

 

아낙, 아니 그녀가 미소를 짓는다.

 

, 어떻게.

 

처음부터 아실 줄 알았는데요?

 

여인이 놀리듯이 호준을 바라본다.

 

아니 기자를 하신다는 분께서 그렇게 눈치가 둔하셔서 어떻게 해요? 저는 단박에 걸릴 줄 알고 얼마나 조마조마 했다고요.

 

걸려요?

 

사실 이건 제가 하는 놀이와도 같아요.

 

그녀가 싱긋 웃는다.

 

달맞이 처녀 이야기가 꽤나 많았을 때는 많은 기자 분들께서 저를 취재하러 이 달맞이 고개에 오셨답니다. 그 때는 수많은 기자님들 중 저를 찾으시는 분들을 곯려드리기도 하고 이번처럼 같이 지내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다른 기자님들은 제 앞에 계신 당신과는 많이 달랐어요.

 

뭐가요?

 

호준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들은 자신이 취재하러 온 그 것만을 중시하느라 주위의 다른 수많은 것들을 보지 못했었어요.

 

그녀가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기자님은 달랐어요. 당신이 찾으러 오신 그 달맞이 처녀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카메라에 담기 노력했지요.

 

, 그건.

 

아니요.

 

그녀가 고개를 젓는다.

 

본인께서 어떻게 생각하신 건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다만, 기자님이 하신 그 행동 덕분에 제가 굉장히 행복했어요.

 

.

 

그녀가 싱긋 웃는다.

 

지금 본인께서 서계신 곳 주위를 둘러보시겠어요?

 

주위를요?

 

.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호준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주위를 둘러본다. 분명 마당이 있어야 할 곳에는 마당이 없었다.

 

, 이건.

 

죄송해요.

 

모든 건 달맞이 꽃이 가득한 밭이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윗 마을로 가신다면 이렇게 좋은 것들을 찾으실 수 없을 거라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끼어들고 말았어요.

 

그녀가 싱긋 웃는다.

 

죄송해요.

 

, 아닙니다.

 

호준이 미소를 짓는다.

 

저는 솔직히 처음 이곳에 취재를 가라고 했었을 때 당신의 존재를 믿지 않고 왔었습니다.

 

수많은 분들이 그러시지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호준이 미소를 짓는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아는 진실보다 더 소중한 환상이 잠자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후후.

 

그녀가 미소를 짓는다.

 

그거 정말 다행인걸요.

 

, 정말 다행입니다.

 

그녀의 말에 호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제게 이런 소중한 것들을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든 건 기자님께서 직접 알아 내신 거예요. 제가 기자님께 해드린 건 아무 것도 없어요. 모든 건 기자님의 손에서 이루어진 거니까요.

 

아니요.

 

호준이 고개를 젓는다.

 

당신이 없었더라면 이것들을 해내지 못했었을 거예요.

 

호준이 고개를 숙인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그녀가 싱긋 웃는다.

 

당신같이 친절한 분을 만나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녀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찍지 않으시겠다고 약속하시겠어요?

 

그녀가 무언가 다짐한 듯 호준을 바라본다.

 

?

 

호준이 고개를 갸웃한다.

 

무슨?

 

어서요. 찍지 않으실 거죠?

 

그녀가 다시 호준에게 묻는다.

 

무슨 일인 지 알고.

 

그냥 대답해주세요.

 

그녀가 다시 묻는다.

 

.

 

영문을 모르곘지만 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이 모습을 보여드리는 분은 당신이 처음일 겁니다.

 

, 무슨?

 

호준이 다시 물었지만 그녀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무슨 말이에요?

 

그냥 보고 계세요.

 

그녀가 눈을 감았다.

 

!

 

그리고 그녀와 호준을 제외하고는 두 사람을 둘러싼 모든 것들의 시간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밤이 오고 있었다.

 

, 이건.

 

달의 마법이지요,

 

그녀가 미소를 짓는다.

 

달의 마법?

 

호준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런 호준의 모습을 보며 그녀가 밝게 미소를 짓는다. 어느덧 해가 사라졌다.

 

, 이건!

 

그리고 달이 점점 떠오르기 시작했다.

 

!

 

그녀의 몸이 하얗게 빛났다.

 

, 이건.

 

호준이 놀라서 커다래진 눈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어제 보여드렸던 달 있죠?

 

그녀가 미소를 짓는다.

 

그게 저예요.

 

그녀가 그리고 미소를 거둔다.

 

!

 

그리고 그녀의 몸이 눈부시게 빛이 났다.

 

, 저기요!

 

그리고 그녀가 하늘로 날아 올랐다. 커다란 달이 하늘에 휘영청 떠올랐다. 아니 그녀가 아닌 커다란 달이 날아 올랐다.

 

, 이건 뭐, 뭐야?

 

하늘에는 휘영청 밝은 달이 두 개가 되었다. 그렇게 호준의 앞을 빛내던 달이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으왓!

 

호준이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가렸다.

 

?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아, 눈을 가리던 손을 치우자 호준의 눈 앞에는 커다란 달맞이 꽃만이 피어 있었다.

 

, 이건.

 

그녀였다.

 

하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믿어야 했다.

 

달맞이 처녀라.

 

너무나도 좋은 추억이었다.

 

달맞이. 달맞이 처녀.

 

호준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도 이게 비밀이기를 원하는 거죠?

 

달맞이 꽃이 가늘게 떨린다.

 

알았어요.

 

호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건 우리만의 좋은 추억이에요.

 

호준이 미소를 지으며 돌아선다.

 

다시 와도 되는 거겠죠?

 

밤바람이 호준의 몸을 한 번 감싼다.

 

고마웠어요.

 

호준이 한 번 더 미소를 짓고는 그 곳을 내려왔다.

 

 

 

호준 씨 부장님이 기다리고 계셔.

 

출근하자 마자 들리는 달갑지 않은 말.

 

알았어요.

 

호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부장실로 간다.

 

똑똑

 

누구야?

 

접니다.

 

그래, 어서 들어와.

 

호준이 부장실로 들어간다.

 

그래 취재는 잘 다녀왔어?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부장이 뛰어 나온다.

 

다 거짓말이더라고요.

 

호준이 미소를 짓는다.

 

그래?

 

부장이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추석에 관한 좋은 것들을 취재해 왔겠지?

 

호준이 머리를 긁적인다.

 

제가 실수로 사진을 다 날렸어요.

 

?

 

부장이 뒷목을 잡는다.

 

으유.

 

죄송해요.

 

나가 봐!

 

호준이 부장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부장실을 나온다.

 

 

 

하여간 저런 걸 믿고.

 

부장이 투덜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호준이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품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꺼낸다.

 

달맞이 처녀.

 

카메라 속에서 달을 담았던 사진 속에서는 그녀가 담겨 있었다.

 

내년에 꼭 다시 돌아갈게요.

 

호준이 주머니에서 옥 반 조각을 꺼낸다.

 

반드시 말이에요.

 

옥이 잠시 빛이 났다. 호준이 다시 옥 반 조각을 품에 집어 넣는다. 그리고 사진을 모두 삭제한다.

 

 

 

<달맞이 가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