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 가자
세 번째 이야기
“잘 먹었습니다!”
밥을 일곱 공기나 먹은 호준이 기분 좋게 배를 두드린다.
“그럼 잘 먹어야지요.”
아낙이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이제 또 뭐해요?”
“송편 빚어야지요.”
“송편이요?”
호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지금 만드시는 거예요?”
“네.”
호준이 생글생글 웃는다.
“저도 같이 만들어도 되나요?”
“물론이죠.”
아낙이 고개를 끄덕인다.
“손 먼저 씻어야죠!”
아낙이 반죽과 소를 가져올 때까지, 가만히 방 안에만 앉아 있자, 아낙이 호준에게 불호령을 내린다.
“어서요!”
“아, 알았어요.”
호준이 황급히 손을 씻고 온다.
“이제 됐죠?”
“네.”
아낙이 고개를 끄덕인다.
“송편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 다고 하는데, 아주머니 송편 정말 예쁘게 빚으시네요.”
“그러면 기자님은 아주 꽝이신대요?”
“아 그런가요?”
“정말 어린 아이가 주무른 찰흙 장난 같아요.”
“풋.”
호준이 웃음을 터뜨린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낙이 송편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쪄올게요.”
“네.”
호준이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아낙의 뒤를 바라본다.
“들어보세요.”
“아, 고맙습니다.”
호준이 아낙이 내미는 접시를 받아 든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송편이 호준을 유혹하고 있다.
“잘 먹겠습니다!”
호준이 크게 외치고, 송편을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으, 뜨거!”
“그럼 당연히 뜨겁죠. 지금 막 쪄낸 송편인데. 나 참. 기자님께서는 하여간 사고만 치신다니까요.”
“아우 뜨거워. 아주머니, 뭐 마실 거. 마실 거 없어요?”
호준이 길게 혀를 내밀고, 연신 손 부채질을 한다.
“마실 거 당연히 있지요.”
아낙이 미소를 지으며 한 컵 가득 식혜를 따라서 호준에게 건넨다.
“여기요.”
“고맙습니다.”
많이 뜨거웠던지, 호준이 냉큼 식혜를 받아 마신다.
“휴.”
“그러니까 천천히 좀 먹지.”
“이렇게 맛있게 생긴 녀석을 어떻게 천천히 먹습니까?”
호준이 싱긋 웃는다.
“기자님.”
“네?”
“여기까지 오셨는데, 취재 좀 나가셔야죠.”
“취재요?”
호준이 고개를 갸웃한다.
“여기 취재하기 좋은 곳 있습니까?”
“어머.”
아낙이 싱긋 웃는다.
“여기가 달맞이 고개라는 걸 모르시는 거예요?”
“달맞이 고개요?”
호준이 고개를 갸웃한다.
“처음 듣는 걸요.”
“진짜 모르고 취재 오신 거구나?”
아낙이 미소를 짓는다.
“여기가요, 한가위에 보름달이 제대로 뜨거든요. 그래서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참 많이 취재를 오셨는데, 요즘에는 뜸해지셨네요. 그래도 이렇게 기자님이 오시니까 너무 좋은 걸요. 여기 정말로 달이 커다랗고 밝게 보여요.”
“그럼 당연히 가야지요.”
호준이 싱긋 웃는다.
“하지만 이 송편은 다 먹고요.”
“나 참.”
아낙이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젓는다.
“어린 아이 같다니까요.”
“헤헤.”
호준이 연신 송편을 먹는다.
“마을 어른들께서는 안 올라오시나요?”
“다들 나이가 나이시니 만큼요. 아마도 손주들이 오셔서 달맞이 오실 생각도 전혀 하지 못하고 계실 걸요.”
“아 그러시겠군요.”
호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에요.”
얼마나 걸었을까? 아낙이 미소를 지으며 호준을 돌아 본다.
“우와.”
장관이었다. 커다랗게 휘영청 밝은 새하얀 보름달이 호준을 보고 밝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정말 대박인데요.”
호준은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그렇게 좋아요?”
“그럼요.”
호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건 정말 대박입니다. 달이 이렇게 밝다니요.”
“킥.”
아낙이 미소를 짓는다.
“여기서는 일상다반사인데.”
아낙은 멀리서 사진을 찍는 호준을 구경했다.
“덕분에 좋은 취재했습니다.”
호준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시했다.
“뭘요.”
아낙이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어서 주무세요.”
“네.”
아낙이 문을 닫고 나가자 호준이 미소를 짓는다.
“정말 대박이네.”
자신이 찍은 사진을 확인해보니 정말로 밝고 예뻤다.
“가면 부장님께 칭찬 받겠다.”
호준이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머리 위로 치운다.
“하암.”
한 게 뭐가 있다고 피곤하기는 한 호준이었다.
“내일은 이제 가야 하네.”
호준이 눈을 깜빡 거린다. 그리고 곧 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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