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 가자
두 번째 이야기
호준이 아낙을 따라 걷는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이곳에서 사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아주머니?”
아낙이 미소를 짓는다.
“제가 시집을 좀 빨리 가서 그렇지, 기자님에게 까지, 아주머니 소리를 들을 나이는 아닌 거 같은 데요.”
“아 죄송합니다.”
호준이 황급히 사과 한다.
“아니에요.”
아낙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젓는다.
“원래 시골에 살고 결혼을 하면 다 아주머니인 거죠. 그나저나 정말로 달맞이 처녀를 찾아 오신 거예요?”
아낙이 다시 묻자 호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네.”
아낙이 고개를 젓는다.
“마을에서도 잘 믿지 않아요.”
“네.”
“그냥 할아버지 할머니 몇 분이나 그 걸 믿고 계신다고요.”
아낙이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다.
“아유 헛걸음 하셔서 어쩐대요? 집에서 가족 분들께서도 계실 텐데.”
“아 괜찮습니다.”
호준이 미소를 짓습니다.
“제 부모님께서는 지금 타국에 살고 계시거든요.”
“아 그러세요?”
아낙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저 죄송합니다만.”
어차피 달맞이 처녀를 찾을 수 없다면 다른 취재라도 제대로 해야 했다.
“아주머니 댁에서 묵어도 될까요?”
“제 집에서요?”
아낙의 눈이 커다래진다.
“아니 제 집은 왜요?”
“아 추석 맞이 풍속도를 좀 취재하려고요. 안 될까요?”
“흐음.”
아주머니가 곧 미소를 짓는다.
“뭐, 안될 게 있겠어요? 그럼 같이 갑시다.”
“고맙습니다.”
호준이 고개를 숙인다.
“고맙긴.”
아주머니가 훠이훠이 앞장 서서 걷는다.
“그나저나 걸음이 꽤나 빠르시네요?”
호준이 헉헉 거리며 아낙의 뒤를 겨우 따른다.
“내가 산에서 살아서 그럴 거예요.”
아주머니가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기자님도 참 젊어 보이시는데 못 걸으시네요.”
“제가 원래 허약 체질입니다.”
호준이 미소를 지으며 힘겹게 아주머니를 따라간다.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
하얀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곳에 작은 집이 하나 있었다.
“이쪽 건넛방을 쓰세요.”
“아 고맙습니다.”
호준이 들어간다.
“식사는?”
“먹고 왔습니다.”
“그럼 쉬셔요,”
“네.”
호준은 짐을 풀고 몸을 눕혔다. 그리고 곧 잠에 빠졌다.
“기자님!”
“우웅.”
호준이 몸을 더 둥글게 만다.
“아유, 기자님 어서 일어나셔요.”
‘퍽’
아낙이 소리가 나게 호준을 때린다.
“으왓!”
호준이 비명과 같은 소리를 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린 아이도 아니시고, 뭐 이래야 일어나신대요?”
아낙이 미소를 짓는다.
“아,”
호준이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서 씻으셔요.”
“저 어디서?”
“그냥 마당에 가서 씻으셔요.”
아낙이 수건을 던지며 미소를 짓는다.
“아, 네.”
마당으로 나가자 어젯밤에는 보지 못했던 펌프가 호준의 눈에 보인다. 요즘의 것으로 보기에는 다소 낡아 보였다.
“끄응.”
호준이 있는 힘껏 펌프질을 했지만 물은 단 한 방울도 새어 나오지 않는다. 호준은 고개를 갸웃하며 펌프를 바라본다.
“이게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호준이 고개를 갸웃한다.
“나 참.”
호준이 양 손에 침을 뱉는다. 그리고 다시 펌프의 손잡이를 잡고 열심히 펌프질을 한다, 하지만 한 번 나오지 않은 물이 나올 리가 없었다. 호준은 투덜거리며 손에서 펌프를 놔버렸다.
“아주머니!”
그리고 있는 힘껏 아낙을 불렀다.
“왜 부르셔요?”
어느새 부엌으로 간 건지. 아낙이 부엌에서 나온다.
“물이 안 나와요.”
“으유.”
아낙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호준의 옆에 와서 선다.
“펌프질 한 번도 안 해보셨어요?”
“아, 네.”
호준이 머리를 긁적인다.
“그래서 장가는 다 갔네.”
아낙이 미소를 지으며, 호준을 바라본다.
“펌프는요, 오랫동안 쓰지 않으면 그냥 펌프질만으로 물이 나오지 않아요.”
“그러면요?”
“이렇게 물을 부어야지요.”
‘쏴아’
아낙이 물을 한 바가지 퍼서, 펌프의 위에 쏟아 붓는다.
“자 이제 해보셔요.”
“흐음.”
호준이 수상하다는 표정으로 아낙을 바라본다.
“정말 물이 나오기는 하는 거예요?”
“아니, 속고만 사셨나?”
아낙이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못 믿으시겠으면, 나와 계셔요.”
아낙이 호준을 밀쳐 낸다. 그리고 양 팔을 단단히 걷고는, 펌프를 두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힘껏 펌프질을 하는데.
‘푸아, 푸아.’
아까 호준이 펌프질을 했을 때와는 다르게 깨끗한 물이 펌프에서 연신 쏟아져 나온다.
“보셨죠?”
아낙이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무슨 남자가 그런 것도 몰라요.”
호준은 멋쩍어서 미소를 짓는다.
“아이고, 웃기는.”
아낙도 싱긋 웃는다.
“어여 씻고 들어오셔요. 아침은 자시고 시작을 해야 할 거 아니에요.”
“알겠습니다.”
아낙이 한 번 더 호준을 보더니, 부엌으로 걸어 들어간다. 아낙이 부엌으로 들어간 걸 보고, 호준은 웃통을 벗는다.
“으유.”
그리고 열심히 펌프질을 해서, 물을 길어, 세수를 하기 시작하는 호준이다.
“신기하네.”
“우와.”
아침 상이 진수성찬이었다.
“언제 이런 걸 다 마련하신 거예요?”
“오늘이 추석 아녀요.”
아낙이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이 많은 요리를 다 하신 거예요?”
호준이 상 하나 가득 차려진 음식들을 보고, 입을 떡하니 벌리자 아낙이 빙긋이 미소를 짓는다.
“사실 제가 다 한 건 아니고요.”
“그러면요?”
“아니, 이 많은 걸 저 혼자 도대체 어떻게 한대요?”
아낙이 못마땅하다는 듯 호준을 바라본다.
“다 동네 아주머니들께 얻었어요. 시골 인심은 서울 인심만큼 야박시럽지는 않아서, 웬만하면 다 나눈다니까요.”
“아 그래요?”
“암요.”
호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서 들어보셔요.”
“먼저 드셔야죠.”
“그래도 손님이시니까 먼저 드셔요.”
아낙이 호준의 손에 젓가락을 쥐어 준다.
“그, 그럼 잘 먹겠습니다.”
호준이 인사를 하고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우와!”
모두다 산해진미였다.
“정말 맛있어요.”
“그려요?”
아낙이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아주머니도 드세요. 아주 짱이에요.”
“짱?”
“네. 짱이요.”
아주머니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호준의 눈에는 그런 것들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추석 음식들이 이렇게 맛이 있는 지는 몰랐어요. 한국에서 제대로 된 추석을 쇠어보지는 못했었거든요.”
호준이 연신 입안에 음식들을 밀어 넣는다.
“아이고 천천히 드셔요.”
아낙이 커다란 그릇에 시원한 물을 한 가득 따라주자, 호준이 그 것을 받아 단숨에 그 물을 들이킨다.
‘캬아.’
“아유 물 마시다가도 체해유.”
“너무 맛있어서 그래요.”
호준이 말에 아낙이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맛있어요?”
호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밥 좀 더 줄까요?”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운 호준이었다.
“네, 그래 주시면 고맙고요.”
호준이 싱긋 웃으며 빈 밥 공기를 건넨다.
“잘 먹으니 참 좋네요.”
아낙이 미소를 지으며 호준의 밥 공기를 받는다.
“밥은 많으니 많이 드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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