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단편 소설

달맞이 가자 - [첫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9. 13. 20:30

 

 

 

달맞이 가자

 

 

첫 번째 이야기

 

 

 

하여간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에 누가 이런 일에 관심이 있다고 이런 걸 취재 보내는 거야. 부장님도 참 답답하시다니까.

 

잡지사 직원인 호준이 투덜거리며 산길을 오르고 있다. 지금 효준은 추석 맞이 달맞이를 취재하러 가고 있다.

 

나는 무슨 보너스라도 주는 줄 알았네.

 

호준은 부장이 자신을 불렀을 때를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진다.

 

아주 베니스나 가라지. 최고의 배우야. 최고의 배우.

 

호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호준 씨, 부장님께서 부르셔.

 

저를요?

 

.

호준이 고개를 갸웃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를 왜 부르시지?

 

웃고 계시던데?

 

그래요?

 

다행히 혼나는 문제는 아닌 듯 하다.

 

흐음.

 

호준이 고개를 갸웃하고 부장실 앞에 선다.

 

똑똑

 

누구야?

접니다.

 

그래, 들어와.

 

호준이 부장실로 들어간다.

 

부르셨다고요?

아유, 우리 막둥이 권 기자. 어서 와.

 

?

 

호준은 어리둥절하다.

 

, 무슨 일이신데요?

 

일단 앉아.

호준이 고개를 갸웃하며 자리에 앉는다. 호준이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부장이 비서를 부른다.

 

한 비서.

 

.

 

여기 음료수 두 잔.

.

 

부장이 생글생글 웃는 걸 보니 조금 무서워 지는 호준이다.

 

, 무슨 일이신데요?

뭐가 그렇게 성급해?

 

부장이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호준 씨 부모님께서 어디에 사신다고 그랬지?

 

?

 

추석 특집 건 때문에 그래.

 

설마? 호준은 기대감에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매년 추석마다 기자 한 사람씩 여행을 주는 게 있었다. 그 동안에는 그냥 여행으로 갔었는데, 호준은 부모님께서 외국에 계시니까, 그 때문에 보내주는 걸까?

 

, 이태리요.

 

그래?

 

부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똑똑

 

들어와.

 

비서가 음료수를 두 잔 들고 들어 온다.

 

일단 마시지.

 

고맙습니다.

 

호준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저 호준 씨.

.

내가 부탁을 할게 있어.

부탁이요?

 

호준이 고개를 갸웃한다.

 

 

 

절대로 싫습니다. 저도 명절에는 좀 쉬어야죠. 저보다 기사 훨씬 잘 쓰시는 선배님들이 밖에 저렇게 수두룩한데 왜 생 초짜인 저를 보내시려고 하십니까? ?

 

아니, 다들 추석에는 가족들하고 보내기를 원해서 말이야.

 

부장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어차피 호준 씨는 이태리로 날아가지는 않을 거 잖아.

 

, 그건 그렇지만.

그러니까. 아무런 일도 없고 말이야. 그러니까, 호준 씨가 좀 가주면 안 될까?

 

그래도 부장님 이건 좀 아니죠.

 

호준이 울상을 짓는다.

 

그래도 명절이잖아요.

 

거기에 아주 훌륭한 풍습이 있다잖아.

 

.

호준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직 그게 확실한 건지도 모르시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호준 씨가 좀 확인을 해주었으면 해.

 

부장님.

제발.

 

부장이 두 손을 모은다.

 

내가 오죽하면 이러겠나? 요즘 우리 부서에 특종이 없잖아. 특종이. 이대로 간다면, 또 부서를 해체한다는 이야기가 나올게 분명하다고.

 

그 이야기가 몇 번인지 아세요?

 

호준이 인상을 찌푸린다.

 

회사에서 다 실적 높이려고 하는 소리잖아요. 부장님께서는 다 아시면서 그러십니까? 아무튼 전 싫어요.

호준 씨.

호준이 단호한 표정을 짓는다.

 

아무튼 전 절대로 못 합니다.

 

그래?

 

부장이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 말이야.

 

부장이 자신의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이건 어때?

 

정규직 계약서였다.

 

, 부장님.

 

특종은 못 따와도 좋아. 거기 다녀오기만 한다면, 내가 정규직을 보장해주지. 그리고, 이번 기사는 말이야.

 

부장이 손가락 네 개를 든다.

 

?

 

평소 주던 돈의 네 배를 보장해주지.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취재인데다가 벌이도 꽤나 좋지 않아? 이건 아직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미리 조사를 할 것도 없다고. 어때? 해보지 않겠어.

 

흐음.

 

호준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래도, .

호준 씨.

 

부장이 애타는 표정으로 호준을 바라본다.

 

내가 이렇게 부탁을 할게.

후우.

 

호준이 한숨을 쉰다.

 

정말 정규직으로 전환해주시는 겁니까?

그럼.

부장이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럼 할게요.

 

그래야지.

 

부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리 정규직의 유혹이 거세다고 해도, 그렇게 쉽게 동의를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렇게 미끼가 큰 건일수록 힘들다는 걸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

 

하겠다고 하자마자 부장은 싱글싱글 웃으면서 조금 과한 과제를 내주었다. 어떤 것이 있든지, 잡지에 10페이지를 채울 분량을 찾아 오라는 거였다. 만일 지금 내가 가는 곳에 뉴스가 없다면, 다른 뉴스라도 어떻게든 짜깁기를 하라는 거였다. 물론, 그 일을 하더라도 그 쪽에도 페이는 네 배. 어차피 추석에는 할 일이 없었으니까 상관은 없었다. 집에서 성룡 영화를 또 봐야 했을 테니까.

 

그래도 이건 너무 힘들잖아!

 

벌써 두 시간 째 산길을 오르고 있는데 인가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올해 추석은 이러서 그런지 날도 아직 많이 더웠다. 호준은 연신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계속 산길을 올라갔다.

 

그나저나 정말 그런 게 어디 있겠어?

호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부장이 말하는 특종이라는 것은 이 마을의 전설에 관련된 것이었다.

 

 

 

매년 그 마을에 아주 커다란 달맞이 꽃이 피는데 그 안에서 아름다운 처녀가 한 명 걸어 나온대. 그 처녀는 추석 전 날에 나타나는데, 추석 마지막 날까지 한 남자에게 자신의 정표를 남겨주면 한 해 동안 마을이 평안하고, 그렇지 않다면 마을에서는 한 해 동안 흉흉한 일이 생긴대.

 

그런 게 어디 있어요?

 

호준이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누가 그런 일에 관심이 있다고 그래요?

 

요즘이니까 더 먹히는 아이템인 거야.

 

부장이 눈을 반짝인다.

 

생각해봐. 요즘 같이 과학적인 시대에 그렇게 비 과학적인 일이 생긴다고 말이야. 분명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며, 주의를 기울일 거라고.

 

그러면 조작이라도 하면 되는 거잖아요.

 

호준이 심드렁히 말한다.

 

자네 우리 회사 말아먹을 일 있나?

 

부장이 아니꼬운 표정을 짓는다.

 

지난 번에도 중국에서 거짓으로 조작된 사진 준거 진짜인 줄 알고 실었다가 얼마나 고생을 했어? 그새 잊었어?

 

그건 아니지만.

 

호준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정말 그런 판타지 소설 같은 걸 어떻게 기사로 써요.

 

그거야.

 

부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추석의 판타지 말이야.

 

부장이 낮게 웃는다.

 

호준 씨 부탁해.

 

 

 

그나저나 마을은 또 언제 나오는 거야?

 

호준이 울상을 짓는다. 분명 저 아래 마을 분들이 말을 하기에 2시간에서 3시간 사이를 걸으면 인가가 몇 채 보인다고 했는데 아직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호준은 투덜거리며 길가에 앉는다.

 

으유, 모르겠다.

 

호준이 뭔지도 모를 잡초 위로 벌렁 눕는다.

 

좋다.

 

바스락

 

그 순간 무슨 소리가 호준의 귀에 꽂힌다.

 

흐음.

호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본다.

 

, 뭐지?

 

호준이 불안한 표정으로 선다. 그리고 찬찬히 주위를 둘러본다. 그 순간 멀리서 어떤 아낙이 한 명 걸어오는 게 보인다.

 

어라?

호준은 자신의 눈을 비볐다. 분명 아무도 따라오는 기색이 없었는데 언제 저런 아낙이 나타난 거였을까? 게다가 아낙은 굉장히 젊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호준이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자 아낙이 미소를 짓는다.

 

아유, 그 기자님이시군요.

 

아낙이 부드러운 말투로 호준에게 화답을 한다.

 

정말 달맞이 처녀 찾으러 오신 건가요?

 

호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요즘에도 그런 걸 믿고 취재 오는 사람이 있으시네요. 그런 게 있을 턱이 있나요. 이렇게 오시는 분이 아직도 있을 줄이야.

 

아낙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예까지 오셨으니, 그래도 뭐라도 드시고 가셔요.

 

, 아닙니다.

 

호준이 고개를 젓는다.

 

괜찮습니다.

 

아낙이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