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서른 번째 이야기 -
“뭐야?”
준오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저, 저 남자 뭐야?”
준오의 얼굴이 굳는다. 그리고 황급히 휴대 전화를 찾는다.
“카페모카 하나 주세요.”
“3000원입니다.”
‘Rrrrrrr Rrrrrr’
“잠시만요.”
선재가 액정을 확인한다. 준오의 전화였다. 평상시에는 잘 전화도 하지 않는 녀석이었는데, 선재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그리고 어깨와 귀 사이에 전화기를 끼우고 엉덩이에 있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서 돈을 꺼낸다.
“너 지금 어디야?”
“롯데리아.”
선재가 거스름 돈을 지갑에 집어 넣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를 한다.
“지금 당장 이리로 와.”
“어디?”
선재가 엉덩이에 도로 지갑을 집어 넣는다.
“지금 주연 씨가 어떤 남자랑 같이 갔단 말이야.”
“어?”
선재의 얼굴이 살짝 굳는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어떤 남자가 주연 씨를 끌고 갔다고.”
“끌고 가?”
선재의 표정이 조금은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아마도 아까 그 남자인 모양이었다. 선재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주연 씨 고등학교 동창이야.”
“고등학교 동창?”
준오가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대꾸한다.
“전혀 고등학교 동창으로 보이지 않던데?”
“뭐?”
그 순간 카페모카가 나왔다.
“고맙습니다.”
선재가 미소를 지으며 카페모카를 받아 든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니?”
“두 사람 무지하게 다정해 보였어.”
“다정하다.”
선재가 슬픈 미소를 지으며 테이블에 앉는다.
“고등학교 친구니까 다정할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런 의미의 다정함이 아니었단 말이야.”
준오의 다급함에 선재가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이렇게 굳이 준오가 선재에게 확인을 해주지 않아도 지금 주연이 누구와 있는 지는 선재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준오는 이렇게 모든 것을 세세하게 선재에게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아마도 선재를 위한답시고 이런 일을 하는 거 같은데, 정말 그런 것이 의도였다면 준오의 의도는 틀려 먹었다.
“네 눈에는 어떻게 보였는데?”
선재가 따뜻한 카페모카를 한 모금 마신다.
“다정한 연인.”
“연인?”
이상하게 카페모카가 썼다.
“그래?”
초콜릿 시럽이 덜 들어간 모양이었다.
“그런데 준오야.”
“왜?”
“지금 내가 좀 바빠.”
“
“미안.”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내가 다시 전화할게.”
“
선재가 황급히 전화를 끊는다.
“후우.”
숨을 쉬기가 힘들어졌다. 갑자기 숨이 미친 듯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선재는 애써 자신의 마음을 진정 시킨다.
“하아.”
머리가 지끈 거렸다.
“주연 씨.”
분명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럴 것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이 주연을 믿지 않는다면 도대체, 도대체 누가 주연을 믿는다는 말이던가? 선재는 애써 자신의 마음을 겨우겨우 다잡았다. 주연을 믿어야만 했다. 그래야만, 그래야만 했다. 주연을 위해서도 주연을 믿어야 했고, 자신을 위해서도, 그런 주연을 믿고 있는 자신을 위해서라도 지금 주연을 믿어야만 했다. 그게 최선이었다.
“이제 좀 다네.”
선재가 눈을 감고 카페 모카를 마신다.
“뭐야?”
준오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도대체 무슨?”
지금 상황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준오다.
“이, 이거 놔.”
주연이 있는 힘을 다 내 손을 빼 내려고 하지만 성기의 힘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왜 그래?”
“안 놔?”
“응.”
성기가 미소를 짓는다.
“노면 가버릴 거잖아.”
“당연하잖아!”
“가는 거 싫으니까.”
성기가 씩 웃는다.
“나 오후 수업 있단 말이야.”
“그래?”
성기가 고개를 갸웃한다.
“하루 정도는 교수님께서 봐주시지 않을까?”
“뭐?”
“어서 타라고.”
성기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차에 주연을 태운다.
“이, 이게 뭐야?”
“그냥 좀 가자.”
성기가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주연이 너 보고 싶어서 이렇게 온 건데, 네가 자꾸 이러면 내가 자꾸만 마음이 아파 오는 거잖아.”
“그러니까 왜 이러는 거냐고?”
“네가 좋다니까.”
“뭐?”
“좋아.”
성기가 미소를 짓는다.
“솔직히 예전에 네가 나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는 네가 이렇게 좋지 않았거든? 그런데 이번 동창회에서 너를 보니까 내가 정말 대단한 여자 하나 놓쳤었구나 싶더라.”
“하.”
주연이 코웃음을 친다.
“됐거든.”
“제발.”
성기가 미소를 짓는다.
“가자.”
“싫어.”
“응?”
성기가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정말 안 갈 거야?”
“그래.”
“정말?”
성기가 다시 한 번 주연에게 묻는다.
“나 너 때문에 우리 아버지 차도 몰래 훔쳐 오고 오늘 강의도 하나도 안 갔는데, 나랑 점심 한 끼도 못 먹어 주는 거야?”
“
“응?”
주연이 이마를 짚는다.
“정말 너 왜 그래?”
“점심만 먹으면 가줄게.”
“휴우.”
주연이 한숨을 내쉰다.
“지금 네가 한 말 책임질 수 있어?”
“당연하지.”
성기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오른 손을 자신의 왼쪽 가슴에 두 번 탕탕 소리가 나게 두드린다.
“나도 남자거든.”
“풋.”
주연이 웃음을 터뜨린다.
“남자는 무슨.”
“어라?”
성기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얘가 뭘 모르네.”
“알았어.”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점심만 먹어주면 되는 거지?”
“응.”
성기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오늘은 나랑 밥 먹어주면 그걸로 포기하고 그냥 돌아갈게.”
“좋아.”
주연이 성기를 노려본다.
“대신 앞으로는 이런 거 하지 마.”
“알겠어.”
성기가 미소를 짓는다.
“어서 타.”
“치.”
주연이 성기의 차에 올라 탄다.
“제길.”
선재가 황급히 휴대 전화를 꺼낸다.
‘Rrrrr Rrrrr’
“어?”
준오가 고개를 갸웃한다. 선재다.
“여보세요?”
“지금 주연 씨 어딨어?”
“어?”
“어디 있냐고!”
“아직 토스트 가게 앞.”
준오가 황급히 창 밖을 내다보며 말한다.
“그런데 지금.”
이미 전화는 끊겨 있었다.
“어라?”
준오가 고개를 갸웃한다.
“도대체 무슨 일인 거야?”
준오가 볼을 부풀린다.
“하아, 하아.”
선재가 멀리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았다.
“주연 씨.”
주연, 주연이 탄 차가 분명했다.
“후우.”
마음 한 편이 답답해 왔다.
'☆ 소설 창고 > 우리, 사랑해! [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사랑해! season 4 - [서른두 번째 이야기] (0) | 2008.09.24 |
---|---|
우리, 사랑해! season 4 - [서른한 번째 이야기] (0) | 2008.09.24 |
우리, 사랑해! season 4 -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 (0) | 2008.09.23 |
우리, 사랑해! season 4 -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 (0) | 2008.09.22 |
우리, 사랑해! season 4 -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0) | 2008.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