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서른여섯 번째 이야기 -
“너 주연 씨 없이 살 수 있어?”
“글쎄?”
선재가 고개를 갸웃한다.
“잘 모르겠어.”
“후우.”
준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도대체 언제나 자신감 넘치던 선재는 어디 갔냐?”
“글쎄?”
선재가 어깨를 으쓱한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나 참.”
준오가 한심한 듯 선재를 바라본다.
“도대체 너 왜 이렇게 변했어?”
“그러니까.”
선재가 씩 웃는다.
“나도 답답하네.”
“휴우.”
준오가 술을 들이킨다.
“너무 아파하지 마라.”
“아직은 모르는 일이니까.”
“엄마, 집에 가서 주무세요.”
“그래도.”
화영이 잔뜩 피곤한 얼굴로 주연을 바라 본다.
“엄마가 있을게.”
“아니에요.”
주연이 화영의 등을 민다.
“저 내일 오전 수업 없어요.”
“그래?”
화영이 하품을 하며 입을 가린다.
“그러면 엄마가 내일 아침에 올게.”
“네.”
주연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엄마가 힘들면 안 되니까.”
“알았어.”
화영이 정연을 들쳐 업는다.
“내일 봐.”
“네.”
‘탁’
“후우.”
주연이 무너지듯 침대에 주저 앉는다.
“일주일.”
주연이 왼쪽 검지를 곱씹었다.
“어라?”
지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아무리 걷고, 또 걸어도 예쁜 색색의 꽃이 있는 이 꽃밭을 벗어날 수가 없다.
“여긴 도대체 어디야?”
아무리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아.”
지연이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주저 앉는다. 무릎이 너무나도 아파 온다. 지연이 작은 손으로 자신의 무릎을 콩콩 두드린다.
“도대체 여긴 어디지?”
지연이 울상을 짓는다.
“지연 양.”
“응?”
그 순간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지연이 고개를 든다.
“누구세요?”
“나?”
어떤 중년 부인이 미소를 지으며 서 있다.
“누굴까?”
“네?”
중년 부인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
“네?”
“여기에 아직 올 나이가 아닌 거 같은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지연은 불안한 기분이 든다.
“여기가 어디인 지 몰라요?”
“네.”
지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중년 부인이 혀를 찬다.
“이런, 여기가 어디 인지 모른다니.”
“알아야 하는 거예요?”
“그럼요.”
중년 부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아직 올 나이가 아닌데.”
중년 부인이 지연의 옆에 앉는다.
“배 고프죠?”
“네?”
“배 안 고파요?”
“글쎼요?”
지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중년 부인의 말을 들으니 배가 고픈 듯도 하다.
“조금 고픈 거 같아요.”
“그래요?”
중년 부인이 미소를 짓는다.
“이거 좀 들어요.”
중년 부인이 자신의 가방에서 샌드위치를 꺼낸다.
“아, 고맙습니다.”
지연이 고개를 숙이고 샌드위치를 받는다.
“우와, 저 참치 샌드위치 무지 좋아하는데.”
“그래요?”
“네.”
지연이 참치 샌드위치를 한 입 깨문다.
“맛있어요.”
“다행이네요.”
지연의 미소를 보며 중년 부인 역시 미소를 짓는다.
“목도 매일 텐데, 이것도 좀 마셔요.”
“고맙습니다.”
지연이 중년 부인이 건네는 식혜를 한 모금 마신다.
“으앗!”
대연이 무언가 기억할 수 없는 악몽을 꾸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무슨 꿈이지?”
다시 생각을 하고 싶은데 꿈의 내용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휴우.”
그런데 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해 온다.
“무슨 일이지?”
대연이 시계를 본다.
“후우.”
지연의 얼굴이 미친 듯이 보고 싶다. 대연이 조심스럽게 주연을 바라본다. 주연은 아직 곤하게 잠을 자고 있다.
“잠시는 괜찮겠지?”
대연이 조심스럽게 침대를 빠져 나온다.
“후우. 걸리는 줄 알았네.”
대연이 기둥 뒤에 숨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빨리 지연이를 찾아야 하는데.”
대연이 재빨리 움직인다.
“흐음. 잘 먹었습니다.”
지연이 싱긋 웃으며 중년 부인을 바라본다.
“그래?”
중년 부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이제 힘이 좀 나겠네?”
“네?”
지연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중년 부인을 바라본다.
“무슨 말씀이세요?”
“정말, 아직도 이 곳이 어디인지 모르고 있는 거야?”
“네?”
지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중년 부인을 바라보자, 중년 부인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쉰다.
“그러면 내가 말을 해줘야 겠네.”
중년 부인이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여기는 천상이라고 해야 할까?”
“네?”
지연의 눈이 커다래진다.
“그, 그게 무슨?”
“여기는 죽기 전에 사람들이 오는 곳이야.”
중년 부인이 슬픈 눈으로 지연을 바라본다.
“내가 직접 말하기 싫었는데.”
“무, 무슨.”
“이제 가야 해.”
중년 부인이 지연의 손을 잡는다.
“더 이상 늦으면 망자의 대열에 제대로 합류할 수 없다고.”
“저 아직 13살 밖에 되지 않았어요.”
“나이는 상관 없어.”
“하지만.”
“어서.”
중년 부인이 단호한 표정을 짓는다.
“이곳에서 너무 시간을 끌면 너에게도 좋지 않아.”
“저는 가기 싫어요.”
“자신의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어.”
“하지만, 저는 아직 너무 어리다고요.”
“어리고 나이가 많고는 상관이 없어, 죽는 데는 순서가 없으니까.”
“후우.”
대연이 조심스럽게 지연의 병실로 들어간다.
“지연아.”
지연의 얼굴이 창백하다.
“미안해.”
대연이 지연의 손을 잡고 무릎을 꿇는다.
“내가 미안해.”
“응?”
지연은 갑자기 자신의 다른 손에 힘이 느껴지는 걸 느꼈다.
“이게 뭐지?”
“응?”
중년 부인의 눈이 가늘게 떠진다.
“지연 양 어서 가.”
“싫어요.”
지연이 거부를 하자 반대 쪽에 더 힘이 강해진다.
“안 된다니까!”
“저 가기 싫다고요.”
“지연 양!”
“가기 싫어요!”
지연이 악을 썼다.
“가기 싫어요!”
그리고 지연이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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