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4 - [마흔두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0. 3. 21:24

 

 

 

우리, 사랑해! Season 4

 

- 마흔두 번째 이야기 -

 

 

 

.

 

?

 

선재가 사과를 깎다가 대연을 바라본다.

 

우리 누나랑 싸웠어요?

 

싸워?

 

선재가 고개를 갸웃한다.

 

왜 그런 생각을 해.

 

아니.

 

대연이 시선을 내린다.

 

형이랑 누나랑 이야기 할 때면 항상 서로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요. 서로를 조금은 무심하게 바라보면서 이야기 하는 일이 생기고 있는 거 같아서요. 아무 일 없는 거죠?

 

글쎄?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대연이 네 말을 들으니 그런 것 같다.

 

.

 

대연아.

 

선재가 대연의 앞에 사과 접시를 내려 놓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지금은 아무 것도 말하지 못하는 내가 이상해 보이겠지만 너도 조금만 더 나이를 먹으면 내가 왜 이러는 지 알게 될 거야.

 

하지만.

 

그만.

 

선재가 조금은 엄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개인적인 문제를 묻는 건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너도 내가 지연이랑 뽀뽀 했느니 그런 거 물으면 싫잖아?

 

?

 

대연의 얼굴이 빨개지자 선재가 쿡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이미 했구나?

 

, 아니에요?

 

아니야?

 

?

 

대연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자 선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 연애를 하면 적당한 스킨십은 당연한 거지.

 

선재가 씩 웃는다.

 

하지만 콘돔은 필수야.

 

그런 건 안해요!

 

대연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선재가 무안한 표정을 짓는다.

 

, 아니 안 하면 안 했지, 왜 소리는 지르고 그러냐?

 

제가 나이가 몇인데요?

 

제니주노 보고 하는 말이다.

 

선재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원대연.

 

?

 

나 정말 너 같은 동생 갖고 싶다.

 

!

 

선재가 외로워 보이는 미소를 짓는다.

 

나는 항상 혼자라서.

 

제가 해줄게요.

 

?

 

이번에는 복숭아를 깎던 선재가 대연을 본다.

 

?

 

동생이요.

 

대연이 씩 웃는다.

 

나 형 동생 해줄게요.

 

정말?

 

.

 

대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선재의 얼굴이 밝아진다.

 

지금 그 말 취소하지 않기?

 

그럼요. 사내가 한 말인데.

 

푸하하. 어린 게.

 

? 저도 다 컸거든요?

 

?

 

저도 날 건 다 났다고요!

 

푸하하.

 

얼굴이 붉어져서 항변을 하는 대연을 보며 선재가 웃음을 터뜨린다.

 

 

 

하아.

 

대연의 병실에 들어가려던 주연이 한숨을 쉬며 다시 휴게실로 향한다.

 

대연아.

 

두 사람이 너무나도 친해 보인다.

 

 

 

미안, 가봐야겠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선재가 시계를 한 번 보고 미안한 표정으로 대연을 바라본다.

 

네 누나 올 때까지 있어주려고 했는데, 누나가 오지를 않네. 오늘 어머니는 늦으신다고 하셨잖아.

 

저는 괜찮아요.

 

대연이 씩씩한 표정을 짓는다.

 

형도 일 많은데 하루 종일 같이 있어주셨으면 됐어요. 그 바보 누나가 잘못인 거죠.

 

그래.

 

선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네 누나 조금 바보지.

 

?

 

아니야.

 

선재가 고개를 젓는다.

 

어머니께 끝까지 있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씀 좀 드려.

 

.

 

그럼 갈게.

 

선재가 손을 한 번 들어보이고 문을 닫고 사라졌다.

 

 

 

?

 

복도 멀리서 선재가 보인다. 주연은 황급히 자신의 몸이 선재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자판기 뒤에 숨었다.

 

후우.

 

선재가 멀어지는 것을 보고 자판기에서 나오는 주연이다.

 

선재 씨.

 

지금은 그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없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

 

 

 

하아.

 

선재가 한숨을 내쉬며, 입에 담배를 물었다. 원래는 피지 않는 담배였지만 갑자기 담배가 생각이 나고 있었다. 아직은 더운 9월의 여름이 선재의 숨통을 막히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담배 연기가 선재에게 위로를 주었다.

 

후우.

 

흐릿한 담배 연기로 가려진 시야가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다.

 

 

 

끼이익

 

누나.

 

주연이 들어오자 대연이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주연을 바라본다.

 

이제 오면 어떡해?

 

미안.

 

주연이 머리를 긁적인다.

 

누나가 조금 늦었지?

 

조금?

 

대연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누나 내가 선재 형한테 얼마나 미안했는 지 알아?

 

미안.

 

주연이 머리를 긁적인다.

 

학교가 늦게 끝나서.

 

핑계는.

 

?

 

주연이 대연을 바라본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핑계 대지 말라고.

 

!

 

주연의 눈이 커다래진다.

 

,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이긴.

 

대연이 원망스러운 눈으로 주연을 바라본다.

 

나 솔직히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거든. 하지만 누나가 선재 형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는 거, 그거 하나만큼은 잘 알 수 있을 거 같아. 누나가 선재 형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거.

 

누가 그래?

 

내 눈에 보여.

 

원대연.

 

누나는 나빠.

 

주연이 할 말을 잃었다.

 

, 지금 그게 누나에게 할 말이니?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대연이 슬퍼보이는 미소를 짓는다.

 

누나 나 선재 형이 정말 좋거든.

 

대연아.

 

나 그런 형 한 명 있었으면 좋겠어.

 

대연이 주연을 바라본다.

 

그러니까 내게서 선재 형 뺴앗아 가지 마.

 

주연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

 

주연은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았다.

 

 

 

미친 놈.

 

자신의 필기를 미친 듯이 베끼는 선재를 보고 준오가 참지 못하고 한 마디를 하고 말았다.

 

도대체 주연 씨 동생이 뭐라고 전공까지 빼 먹냐?

 

시끄러워.

 

선재가 미간을 찌푸린다.

 

네가 떠드니까 이상한 거 쓰잖아.

 

하여간.

 

준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도대체 나는 네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 모르겠다. 거기가 어디라고 가서 있냐? 그것도 하루 종일.

 

나야 말로 네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 너 하숙비 몰래 빼서 친구 집에 기생하는 거 부모님께 불까?

 

으유.

 

준오가 선재를 노려본다.

 

하여간 나쁜 놈.

 

.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내가 다 알아서 해.

 

알아서 하는 게 그거냐?

 

.

 

선재가 해맑은 표정을 짓는다.

 

멍청한 녀석.

 

멍청하면 착한 거래.

 

너는 멍청하고 나빠,

 

그래?

 

선재가 어깨를 으쓱한다.

 

그러면 할 수 없고.

 

누가 널 이기겠냐?

 

그러니까.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준오야.

 

?

 

선재가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준오도 고개를 갸웃하며 선재를 바라본다.

 

너 글씨 진짜 못 쓴다.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선재에 순간 멈칫하다가 난리를 피우는 준오다.

 

그러면 보지 마!

 

, 농담이야!

 

시끄러워!

 

선재가 웃음을 터뜨린다.

 

푸핫.

 

?

 

준오가 고개를 갸웃한다.

 

뭐가 그렇게 재미 있어?

 

그냥.

 

선재가 두 무릎을 감싸앉고 준오를 본다.

 

우리 이런지 오래 된 거 같아서.

 

?

 

조금.

 

선재가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나 가을 타나 보다.

 

네가 가을에 태어났으니까.

 

그러니까.

 

선재가 멍하니 9월의 하늘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