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마흔한 번째 이야기 -
“아 혜지랑 있었구나.”
성기가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짓자, 혜지가 미간을 찌푸린다.
“왜?”
“아니.”
성기가 미소를 짓는다.
“그냥.”
혜지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있어서 불만이냐?”
“불만은 아니고.”
성기가 씩 웃는다.
“그냥 조금 놀라서.”
“앉아.”
“그래.”
황급히 끼어든 주연의 말에 성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앉는다.
“맛있겠다.”
“그렇지?”
주연이 싱긋 웃는다.
“여기 순댓국 하나 더요!”
성기가 어느새 젓가락을 꺼내 밑반찬을 집어 먹고 있다.
“그나저나 혜지 너는 남자 친구 뭐하는 사람이야?”
“나?”
혜지가 깍두기 하나를 입에 넣으면서 성기를 바라본다.
“왜?”
“그냥, 궁금해서.”
성기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28살 직장인.”
“28살?”
성기의 눈이 커다래진다.
“나이 차이 완전 많네?”
“나이가 무슨 상관 있냐?”
혜지가 미간을 찌푸리자, 성기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아, 미안. 실례였다면 사과할게.”
“됐네요.”
혜지가 볼을 부풀리는 순간 순댓국이 나온다.
“우와 맛있겠다.”
“먹어.”
“내가 낸다니까.”
“됐거든?”
성기가 지갑을 열자 혜지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지갑에서 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내 가게 주인에게 건넨다.
“우리가 먹고 있던거니까 그냥 우리가 낼게.”
“하지만.”
“시끄러워.”
혜지가 노려보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는 성기다.
“그러면 커피는 내가 살게.”
“우리 커피 안 마셔.”
“왜?”
주연이 볼을 부풀리며 혜지를 보자 혜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럼 너나 마셔.”
“가자.”
“아니야, 됐어.”
주연이 고개를 젓는다.
“헤지도 안 먹는데 왜.”
“그래도?”
“됐어.”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 어서 가.”
“흐음.”
성기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다음에 연락할게.”
“그래.”
주연이 미소를 지으며 성기를 바라본다.
“나 갈게!”
“잘 가.”
성기가 혜지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혜지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성기는 고개를 저으며 차에 올라 탔다.
“너 왜 그래?”
“뭐가?”
혜지가 날카로운 표정으로 주연을 바라본다.
“너야 말로 왜 그러는 건데?”
“뭐가?”
주연이 살짝 기가 죽은 표정으로 혜지를 바라본다.
“너 뭐가 좋아서 그렇게 성기 녀석에게 헤헤 거리면서 웃고 있는 건데?”
“그렇다고 너처럼 인상 팍 쓰고 있어야 겠냐?”
“
“나 다 말했어.”
“들었어.”
“그런데 뭐가 문제야?”
“뭐가 문제냐고?”
혜지가 천장을 바라본다.
“뭐가 문제인지 정말 모르겠다는 거야?”
“그래.”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너는 애초에 연애를 할 자격이 없어.”
“연애를 할 자격?”
“너 선재 씨를 단 한 순간이라도 마음 속에 담아둔 적이라도 있니?”
“당연한 거 아니야?”
“아니.”
혜지가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내가 보기에 너는 단 한 순간도 선재 씨 좋아한 적 없어. 단순히 뚱뚱하고 못 생긴 너에게 고백을 해준 선재 씨가 너무나도 신기하고, 네가 고백을 받았다는 그 사실이 너무 감격스러워서 너는 사랑을 하고 있다고 오해를 한 거야. 네 마음 속에 진정으로 네가 선재 씨를 담은 적은 없어.”
“네가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아? 네가 나야? 내 마음이 어째서 진심인지 아닌지 네가 평가하는 거야?”
“그럼 내가 말고 누가 너에 대해서 가장 제대로 평가를 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지금 네 마음은 너조차도 모르잖아. 지금 승연이가 있어? 누가 있어? 지금 네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네가 아니라 바로 너와 가장 친한 친구인 나라고.”
“착각하지마,
주연이 혜지를 노려본다.
“너와 내가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고 하더라도 네가 내게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 거야. 그리고 지금 네가 하는 말은 네가 내게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이고, 너는 내게 친구일 뿐이야. 그냥 단순히 내게 친구일 뿐이라고.”
“그러니까 네게 이렇게 말을 해주는 거잖아. 네게 이렇게 충고를 해주는 거잖아. 네가 제발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 바라면서.”
“너나 잘 해.”
“뭐?”
혜지가 주연을 바라본다.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너나 잘 하라니! 너나 잘 하라니!”
“솔직히 너 너무 심하지 않아? 네가 아무리 내 가장 친한 친구라도 하더라도 너 경우가 너무 심하잖아.”
“뭐?”
혜지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짓는다.
“너 어떻게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뭐가?”
“너 정말 나쁜 년이구나.”
혜지가 주연을 노려 본다.
“너 지금 네가 좋아하는 남자 때문에 네 오랜 친구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거지? 사람이,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변하니?”
“내가 변해?”
주연이 코웃음 친다.
“지금 이 상황에서 이상하게 행동을 하고 있는 건 내가 아니라
“됐다.”
혜지가 주연에게서 시선을 거둔다.
“이런 이야기 그만하자. 어차피 서로 좋은 이야기도 아닌데.”
“네가 그만하면 돼.”
“알았어.”
혜지가 아래 입술을 꼭 문다.
“좋아, 네 연애 네가 알아서 해.”
혜지가 주연을 노려 본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절대로 나에게 이야기하지 말고, 더 이상 내가 상담 같은 거 받을 생각하지 마, 너는 워낙에 훌륭한 애라서 모든 일을 다 네가 알아서 잘 할 거니까.”
“
주연이 혜지를 불렀지만 이미 혜지는 멀어졌다.
“하여간.”
주연이 고개를 젓는다.
“나보고 뭘 어쩌라고.”
주연이 길거리 벤치에 털썩 앉는다.
“지금 나 때문에 미치겠는데, 혜지 너마저 내 머리를 아프게 하면 어쩌라는 거야? 최소한, 최소한 너라도, 너라면 내 편이 되어 주어야 하는 거 아니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말이야.”
주연이 멍하니 혜지가 멀어진 곳을 본다.
“나라면 안 그래, 나라면 안 그래.”
이렇게 중얼거리며.
“어떻게 내게 그럴 수가 있어?”
“혜지야 네가 참아.”
“어떻게 참아?”
그 사이 병환의 회사 앞에 있는 커피숍에 와서 병환에게 억울한 모든 것들을 다 이야기하고 있는 혜지다.
“지가 나쁜 년인거잖아. 지금 지 행동이 못 되 쳐 먹은 행동인 거잖아.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어떻게?”
“알아, 혜지야.”
병환이 부드럽게 혜지의 손을 쓸어 준다.
“네 마음 다 알아.”
“오빠 내가 잘못한 거야?”
혜지가 병환을 바라본다.
“내가 잘못한 거야?”
“아니.”
병환이 고개를 젓는다.
“네가 잘못한 거 아니야.”
“그렇지?”
혜지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런 건지.”
“어이구.”
병환이 재빨리 혜지의 눈물을 닦아 준다.
“우리 돼지 왜 울고 그래?”
“그냥.”
혜지가 애써 울음을 삭인다.
“억울해서, 너무 억울해서.”
“뭐가?”
“내가 지 잘되라고 그러는 건데, 그러는 건데.”
“그래.”
병환이 혜지를 꼭 안아준다.
“나는 다 알고 있어.”
“오빠.”
“그래 울지마.”
병환이 혜지의 등을 토닥인다.
“다 알고 있어.”
“흑.”
혜지는 계속 눈물을 흘렸다. 병환은 자신의 옷에 혜지의 눈물과 마스카라가 번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계속 혜지를 달래주기 위해 혜지를 품에 꼭 안고서 등을 토닥여주었다. 혜지의 마음이 진정될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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