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4 - [마흔세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0. 3. 21:24

 

 

 

우리, 사랑해! Season 4

 

- 마흔세 번째 이야기 -

 

 

 

어쩌면 그렇게 착할 수 있니?

 

병실로 오자마자 선재의 칭찬이 입에 마르게 하는 화영이다.

 

여태까지 있고 갔다고?

 

그렇다니까.

 

대연이 주연을 보며 말한다.

 

누나는 얼마나 늦게 왔는 지 알아?

 

이런.

 

화영이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선재 군에게 폐를 끼쳤네.

 

그렇지?

 

그럼.

 

화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돈이라도 좀 줘야 하는 건가?

 

그만해.

 

주연이 무심히 TV의 채널을 돌리다 화영을 보고 소리를 지른다.

 

너 그게 엄마에게 무슨 버릇이야?

 

엄마가 돈을 줘?

 

주연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엄마가 누구에게 돈을 준다고?

 

당연히 선재 군이지.

 

.

 

주연이 코웃음을 친다.

 

엄마 그 사람 집안이 어떤 지 아직도 몰라?

 

!

 

화영의 얼굴이 굳는다.

 

엄마한테는 어마어마한 돈도, 엄마의 손이 벌벌 떨리는 그 돈도 그 사람에게는 그저 푼돈에 지나지 않을 걸? 엄마는 그런 걸 몰라? 그러니까, 그러니까 엄마가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사는 거야!

 

 

나쁜 년.

 

화영이 주연을 노려본다.

 

너 엄마에게, 엄마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니?

 

엄마야 말로 그만 좀 해.

 

주연이 화영을 슬픈 눈으로 바라본다.

 

엄마야 말로 너무 한 거 아니야?

 

?

 

아무리 그래도 남의 자식이야.

 

주연이 심호흡을 한다.

 

엄마 딸이 그렇게 미워?

 

원주연?

 

됐어.

 

주연이 자신의 가방을 든다.

 

집에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

 

주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엄마는 정말 나쁜 엄마야.

 

원주연!

 

주연은 병실을 나가 버렸다.

 

하아.

 

화영이 무너지듯 주저 앉는다.

 

엄마.

 

대연이 슬픈 표정으로 화영을 바라본다.

 

괜찮아?

 

.

 

화영이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엄마 괜찮아.

 

화영이 대연을 보며 씩 웃어 보인다.

 

엄마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

 

.

 

화영이 한 번 더 웃어 보이고는 병실을 나간다.

 

원주연.

 

대연이 아래 입술을 꼭 깨문다.

 

악마 돼지.

 

대연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흐윽.

 

화영이 세면대 가득 찬 물을 받고 그 속에서 울음을 터뜨린다.

 

흐윽, 흐윽.

 

화영이 입술을 꼭 깨문다.

 

 

 

하아.

 

주연이 보름달이 되려고 하는 달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바보, 원주연.

 

자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럽다.

 

후우.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잔인하게 하고 있다.

 

미치겠네.

 

주연이 발에 걸리는 돌을 찬다.

 

 

후우.

 

하지만 마음이 시원해지지는 않는다.

 

 

 

Rrrrr Rrrrrr

 

집에 들어가자마자 울리는 전화벨 소리. 선재가 황급히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어머, Son.

 

가인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흐른다.

 

엄마.

 

잘 지내고 있어?

 

.

 

선재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아닌 거 같은데?

 

?

 

선재가 가볍게 고개를 젓는다.

 

저 정말 잘 지내고 있어요.

 

정말?

 

.

 

그래?

 

가인의 버릇인 되묻기가 시작되었다.

 

그나저나 곧 추석인데 우리 Son은 혼자여서 어떡해?

 

괜찮아요.

 

괜찮긴?

 

가인이 잠시 고민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

 

?

 

엄마가 갈게?

 

?

 

선재의 눈이 커다래진다.

 

거기가 어딘데 여기를 와요?

 

어디긴?

 

유럽 아니에요.

 

아닌데.

 

?

 

선재는 당황스럽다.

 

그러면 어디에요?

 

한 군데 정착하지 않고 계속 여행 다니기로 해서 지금은 뉴욕.

 

뉴욕이요?

 

그래.

 

가인의 목소리에는 웃음기 마저 배어 있었다.

 

다음 주말이 추석이라 이번주는 일본에 가려고.

 

일본이요?

 

오키나와랑 교토도 오랜만에 좀 가보려고, 홋카이도도.

 

다 무지 멀잖아요.

 

농담.

 

가인의 농담을 들으니 미소가 지어지는 선재다.

 

정말 오시는 거예요?

 

그래.

 

Dr.Jason 아저씨는요?

 

글쎄?

 

가인의 말에 선재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가서 말할게.

 

.

 

그럼 끊자.

 

.

 

전화가 끊겼다.

 

하아.

 

집이 더 크게 느껴졌다.

 

묘하네?

 

선재가 고개를 갸웃하고 침대에 몸을 눕혔다.

 

 

 

그럼 잘 가.

 

.

 

혜지가 아쉬운 듯 병환을 바라본다.

 

?

 

그냥.

 

혜지가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오빠랑 헤어지는 게 싫어서.

 

.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 어떡해?

 

?

 

혜지가 검지를 문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거?

 

?

 

병환이 키스를 하려는 순간.

 

에취!

 

혜지의 재채기에 병환과 혜지 모두 미소를 짓는다.

 

으유.

 

미안.

 

혜지가 진짜로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다시 하자.

 

됐다.

 

병환이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키스 하려는 순간 재채기 하는 여자랑 무슨.

 

어라?

 

혜지가 볼을 부풀린다.

 

너는 안 하냐?

 

혜지가 병환을 노려보며 묻는다.

 

그래.

 

병환이 고개를 끄덕이자 혜지가 씩 웃는다.

 

그러면 하나 안 하나 확인할까?

 

?

 

선재가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

 

혜지의 입술이 병환에게 다가왔다. 물론 병환은 재채기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