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마흔여섯 번째 이야기 -
“제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래.”
어느 새 주연의 손에는 태경이 뽑아준 따뜻한 밀크티가 쥐어져 있었다.
“제 친구가 남자 친구가 있거든요.”
“그래.”
“그런데 고등학교 시절 첫 사랑을 만났어요.”
주연의 자신의 신발을 바라본다.
“그런데 마음이 흔들린데요.”
“흔들려?”
“네.”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원래 남자 친구가 싫은 건 아니래요.”
“흐음.”
태경이 신음 소리 비슷한 것을 낸다.
“그러니까 지금 두 사람 사이를 저울질 하는 거야?”
“저울질은 아니에요!”
주연이 황급히 태경의 말을 자른다.
“그냥, 그냥 혼란스럽데요.”
“그래.”
태경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솔직히 아저씨는 그 친구 상황이 아니라서 잘 모르곘어. 하지만 아저씨가 해줄 수 있는 단 한 가지 말은 말이야.”
태경이 주연을 향해 미소를 짓는다.
“?”
주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태경을 바라본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풀려가든, 머리로 생각을 하지 말고, 주연 양의 그 마음이 이끄는대로 행동을 하라는 거야. 지금은 이상한 선택인 거 같아도, 결국 주연 양이 마음으로 한 그 선택이 올바른 선택이 될 테니까요.”
“아.”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군요.”
“그래서 지금 고민을 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요.”
주연이 머뭇 거린다.
“그 친구가 엄마에게 심한 소리를 했대요.”
“응?”
“엄마가 되게 열심히 사시는 분인데, 그런 분인데 가난하다고, 이런 거 싫다고 친구가 엄마에게 말을 했대요.”
“이런.”
태경이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그 친구가 나쁘네.”
“그렇죠?”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엄마한테 사과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데요.”
“글쎄?”
태경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럴 경우에는 그냥 솔직하게 말을 하는 게 어떨까?”
“네?”
주연이 태경을 바라본다.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분명히 마음 속으로는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이 담겨 있는 거잖아. 그 마음 그대로 어머니께 사죄를 드리면, 분명히 어머니께서 받아주시지 않을까? 분명 그 말이 진심이 아니라 순간에 욱하는 마음으로 나왔다는 걸 어머니는 잘 알고 계실 테니까.”
“그럴 까요?”
“그래.”
태경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게 부모의 마음이거든.”
태경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아무리, 아무리 모진 말을 하는 자식이라도 아무리 자신에게 잔인하게 하는 자식이라도 결국에는 품 안에 담고 마는 게 바로 부모인 거거든. 그런 게 부모이니까, 어머니도 분명히 용서를 할 거야.”
“흐윽.”
주연이 아래 입술을 꼭 깨문다.
“그렇군요.”
“지금 주연 양, 아니 그 친구는 모르겠지만.”
태경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 친구도 어머니가 되면 반드시 알게 될 거야. 지금 아저씨 말을.”
“네.”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저씨 고맙습니다.”
“고맙긴.”
태경이 고개를 젓는다.
“그래 병실로 가려고?”
“네.”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곧 병실 옮겨야 할 테니까 짐 미리 싸 두라고 해.”
“병실을 옮겨요?”
주연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
태경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아직 듣지 못 했구나.”
“?”
주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뭘, 못 들어요?”
“대연 군과 지연이 바로 옆 병실에 묵게 하기로 했어, 서로가 이야기를 나누면 더 빨리 낫지 않을까 해서.”
“아.”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겠네요.”
“그렇지?”
태경이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내 아이디어야.”
“최고에요.”
주연이 태경을 향해 엄지를 들어 보인다.
“그러면 저는 정말로 가볼게요.”
“그래.”
태경이 고개를 끄덕이자 주연이 멀어진다.
“후우.”
태경이 멍하니 먼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참 싹싹하고 예쁜 아이였다. 지연이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지연아.”
태경은 자신이 죄스러웠다.
‘철컥’
대연에게 물을 떠다주기 위해 문을 열던 화영이 멈칫한다.
“엄마.”
“주연아.”
조금은 쌀쌀한 화영의 목소리.
“여기는 어쩐 일이야?”
“물 떠오시려고요?”
“그래.”
화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주연이 물병을 받아 든다.
“같이 뜨러 가요.”
“응?”
“네?”
“그래.”
화영이 이상한 눈초리로 주연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죄송해요.”
물을 받으며 주연이 작게 중얼 거렸다.
“뭐라고?”
화영은 듣지 못한 모양인 지 다시 주연에게 물었다.
“죄송하다고요.”
주연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번 말한다.
“제가 잘못했어요.”
“주연아.”
“지금 선재 씨랑 싸웠거든요.”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그래서 엄마가 선재 씨 이야기 하는 걸 들을 수가 없었어요. 그 사람 이름만 들어도 마음 한 구석이 콕콕 쑤시는 거 같아서요.”
“주연아.”
“하지만 이제 괜찮아요.”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다 제 문제이니까요.”
“후우.”
화영이 슬픈 미소를 짓는다.
“무슨 일인 거야?”
“아니에요.”
주연이 가만히 고개를 젓는다.
“제가 만든 문제에요. 제가 알아서 해야 할 문제에요.”
“흐음.”
화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엄마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네.”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모든 게 다 다른 사람이 만든 문제가 아니라 제가 제 손으로 직접 만들어 버린 문제니까요.”
“그래.”
화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딸이 그렇다는데 믿어야지.”
“엄마.”
주연의 눈에 눈물이 고이자 화영이 따뜻한 미소를 짓는다.
“딸 울지 마.”
“흐읍.”
“울지 마.”
화영이 주연을 토닥인다.
“흐음.”
선재가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돌린다.
“오늘은 아닌가?”
선재의 손에는 닌텐도 DSL이 들려 있었다.
‘Rrrrr Rrrrrr’
성기의 전화였다.
“후우.”
주연이 심호흡을 하고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뭐해?”
“일이 조금 있어서.”
“일?”
차분한 주연의 목소리에 성기가 의구심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묻는다.
“무슨 일?”
“그런 건 말할 수 없고.”
“그래?”
성기의 목소리에 서운함이 묻어난다.
“그런데 왜?”
“우리 저녁 때 볼래?”
“아니.”
주연이 단호히 거절한다.
“하지만.”
“일주일만.”
주연의 눈이 빛난다.
“딱 일주일만.”
“일주일?”
“응.”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 생각할 시간을 줘.”
“아.”
성기가 수긍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 시간이면 모든 게 다 정리가 되는 거야?”
“응.”
주연이 확신은 없지만 자신있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 시간이면 다 될 거 같아.”
“그래.”
성기가 흔쾌히 대답한다.
“그러면 이해할게.”
“그래.”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내가 다시 연락할게.”
주연이 전화를 끊고 한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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