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4 - [일흔아홉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0. 21. 23:30

 

 

 

우리, 사랑해! Season 4

 

- 일흔아홉 번째 이야기 -

 

 

 

진정해.

 

주연이 혜지의 등을 두드린다.

 

허락해 주실 거야.

 

어떻게 그래?

 

혜지의 얼굴은 눈물 범벅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데, 내가 정말 원하는데 어떻게 엄마는 아니라고 말을 하는 거야? 어떻게, 어떻게 그래?

 

어머니도 다 생각이 있으셔서.

 

됐어.

 

혜지가 주연을 노려본다.

 

너도 네 어머니가 너와 선재 씨 사귀는 거 허락하지 않았을 때, 정말 마음 고생 심했잖아? 안 그래?

 

, 그게.

 

순간 주연의 얼굴이 굳는다.

 

너 뭐야?

 

혜지가 재빨리 그 얼굴을 포착한다.

 

원주연 너 왜 표정이 그래?

 

, 뭐가?

 

주연이 당황해서 말을 더듬는다.

 

아니, 선재 씨 이야기가 나오니까, 왜 그런 표정을 지어?

 

?

 

주연의 얼굴이 붉어지자, 혜지의 눈썹이 가늘어진다.

 

설마, ?

 

Rrrrr Rrrrr

 

때 마침 울리는 전화.

 

잠시만.

 

주연은 액정을 확인하더니 다시 자신의 전화기를 가방에 집어 넣는다.

 

누구 전화인데 안 받는 거야?

 

?

 

혜지가 주연의 눈을 바라본다.

 

, 아무도 아니야.

 

아무도 아닌 게 아니잖아.

 

혜지의 얼굴에 설마라는 표정이 떠오른다.

 

너 성기니?

 

!

 

주연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자 혜지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다 정리했다며?

 

친구야.

 

친구?

 

혜지가 코웃음 친다.

 

정말 친구야?

 

주연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원주연.

 

혜지야.

 

주연이 혜지의 눈을 들여다 본다.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마.

 

너 정말 돌았어.

 

아니야.

 

뭐가 아니야?

 

주연은 가만히 혜지를 바라만 본다.

 

너 정말 선재 씨에게 그렇게 굴어도 되는 거니? 그 사람에게 그래도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

 

주연이 고개를 젓는다.

 

정말, 정말로 나랑 성기는, 나랑 성기는 그냥 친구일 뿐이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그래?

 

.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절대로.

 

그러면 나도 같이 가자.

 

?

 

지금 어디서 보자고 전화 온 거 아니었어?

 

, 하지만.

 

같이 봐.

 

혜지가 단호한 표정을 짓는다.

 

너는 몰라도 그 녀석 마음은 어떤 지 봐야 하니까.

 

하아.

 

주연이 한숨을 내쉰다.

 

 

 

? 혜지도 왔네?

 

원주연, 나는 카페모카, 이성기는 마끼아또. 가서 주문 좀 해.

 

, 혜지.

 

어서!

 

주연이 머뭇거리면서 카운터로 간다.

 

역시 조혜지는 대단해.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

 

성기가 능글맞은 미소를 짓는다.

 

뭐가 무슨 생각이라는 거야?

 

도대체 주연이에게 왜 다가가려는 거야?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는 걸?

 

너 시치미 뗄 거야?

 

혜지가 성기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주연이 저거는 바보 같아서 지금 네 마음이 어떤 건지도 모르고 속아 넘어가면서 점점 마음을 줄 지도 몰라도, 나는 아니야. 나는 네가 무슨 마음을 먹고 있는 지 다 알고 있다고.

 

그래서?

 

?

 

아무렇지도 않게 반응을 하는 성기에게 혜지가 당황한다.

 

그래서라니?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주연이 애인 있어.

 

상관 없어.

 

성기가 씩 웃는다.

 

그런 말도 있잖아.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냐고.

 

.

 

혜지가 코웃음을 친다.

 

너는 바보구나.

 

?

 

성기가 미간을 모은다.

 

너 그게 무슨 의미로 하는 말이야?

 

이성기 예나 지금이나 그 카사노바 기질 버리지 못하는 장난꾸러기 반 양아치인 거 변함이 없나 보네. 그리고 그 머리 속에는 쓸 데 없는 잡 지식만 가득해서 더 이상 양말 한 조각도 넣을 자리도 없는 것도.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너 축구 좋아하지?

 

혜지가 미소를 짓는다.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골이 들어가도 골키퍼는 바뀌지 않아.

 

!

 

아무리 많은 골이 들어가도 골키퍼는 바뀌지 않아.

 

웃기지 마.

 

아니.

 

혜지가 단호한 표정을 짓는다.

 

웃기는 건 너야.

 

너 되게 웃기다.

 

성기가 입가에 미소를 띄운다.

 

도대체 너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이렇게 끼어 드는 거야?

 

?

 

친구?

 

성기가 날카로운 표정을 짓는다.

 

그런 거 아무 상관도 없어. 마음이 바뀌어도 원주연 마음이 바뀌는 거야.

 

네가 흔들지 않으면 바뀌지 않아.

 

흔든다고 바뀌면 사랑이냐?

 

, 정말!

 

혜지가 성기를 노려 본다.

 

네가 그렇게 흔드는 게 주연이를 위한 거야?

 

아니.

 

성기가 가볍게 고개를 젓는다.

 

나를 위한 거야.

 

.

 

혜지 너 많이 착각하나 본데.

 

성기가 씩 웃는다.

 

사랑은 자신을 위한 거야.

 

!

 

혜지의 얼굴이 굳는다.

 

 

 

둘이 무슨 이야기 했어?

 

, 이성기 다시는 만나지 마.

 

?

 

혜지의 단호한 어투에 주연이 살짝 당황한다.

 

?

 

분명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사실 주연과 성기의 관계 역시 주연이 생각하기에는 그러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혜지의 반응을 보니 조금은 특이하고 이상하다.

 

이성기, 그 개 자식이.

 

개 자식?

 

그래.

 

혜지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주연을 바라본다.

 

너는 바보 아니냐?

 

?

 

.

 

혜지가 한숨을 내쉰다.

 

너 정말 나쁜 년이야.

 

내가 왜?

 

영문도 모르고 욕을 먹는 주연이다.

 

아무튼 너 절대로 다시는 이성기 만나지 마.

 

친구라니까. 정말, 정말 단지 친구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너만? 너만 그런 마음 먹으면 되는 거야?

 

?

 

갑작스러운 혜지의 말에 주연이 잠시 멈칫한다.

 

너만 친구라고 생각하면 그게 끝이니?

 

, 누가 그래?

 

이성기는 아니란다.

 

!

 

걔는 너 자기 걸로 만들 거래.

 

, 설마.

 

주연이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 아닐 거야.

 

이 바보야. 너는 사람 마음 하나 눈치도 못 채니? 너 그렇게 둔해? 너 곰이야?

 

혜지야.

 

이 곰탱아, 미련 곰탱아. 끊어. 단호하게 끊으라고.

 

친구 사이를, 어떻게 친구 사이를 끊어?

 

네가 끊지 않으면, 미련만, 미련에 미련에 미련만 보탤 뿐이야.

 

아니.

 

주연이 고개를 젓는다.

 

내가 단순히 친구로만 대하면 성기도 그렇게 생각할 거야.

 

모르겠다.

 

혜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정말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