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4 - [여든한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0. 22. 23:00

 

 

 

우리, 사랑해! Season 4

 

- 여든한 번째 이야기 -

 

 

 

지연아.

 

병실로 미소를 지으며 들어가던 태경이 멈칫한다.

 

왜 그래?

 

아빠.

 

지연이 차갑기 그지 없는 눈으로 태경을 바라본다.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뭐가?

 

태경의 얼굴도 살짝 굳는다.

 

숨길 게 따로 있죠.

 

지연이 울먹 거린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아프신 걸 왜 숨기세요?

 

!

 

태경의 얼굴이 굳는다.

 

, 누가 그래?

 

누가 말을 해주면요?

 

지연이 슬픈 표정을 짓는다.

 

나는 모르는데 다 알고 있는 게 그게 비밀이군요. 그렇군요?

 

지연아.

 

아버지는.

 

지연이 아래 입술을 꼭 깨문다.

 

남의 딸인 나를 왜 이렇게 열심히 키우셨어요?

 

!

 

태경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 어디서 들은 거야?

 

아니라는 말씀은 하시지 않으시는 군요.

 

!

 

그렇군요.

 

지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왜 아버지랑 저랑 닮지 않았는 지 알았어요.

 

지연아.

 

아버지.

 

지연이 슬픈 표정을 짓는다.

 

치료 받아요.

 

아니.

 

왜요?

 

안 돼.

 

?

 

지연의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흘러 내린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저 때문에 아버지의 목숨을 버리시려는 겁니까? 제가 뭐라고, 도대체, 도대체, 도대체 제가 아버지에게 어떤 의미이기에 자신의 목숨까지 내버리시려는 겁니까?

 

너는 내 딸이다.

 

태경이 단호히 말한다.

 

네 엄마의 딸이니까, 그리고 네 엄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너는 내 딸이야. 분명히 내 딸이야.

 

하지만.

 

아니.

 

태경이 고개를 젓는다.

 

지연이 네가 알게 되었다니까 다 말하겠다만, 나는 이미 살 가망성이 없다고 의사가 모든 판결을 내렸다.

 

!

 

지연의 얼굴이 굳는다.

 

, 그게 무슨?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태경이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니 괜한 돈을 낭비할 필요는 없지 않니?

 

하지만 아버지.

 

지연아.

 

태경의 눈이 지연을 바라본다.

 

아빠는 너에게 항상 최고로 해주고 싶어.

 

!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그 돈을 쓰면 안 돼. 그건 변하지 않는 진실이야.

 

아버지.

 

내가 없어도 잘 살 수 있지?

 

!

 

지연의 눈이 공허해진다.

 

, 아버지.

 

사실이잖니?

 

태경이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더 이상 내가 네 곁에 있을 수 없다는 건.

 

더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아버지.

 

지연아.

 

태경이 미소를 짓는다.

 

사랑해.

 

저도요.

 

지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저도 아버지 사랑해요.

 

지연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무지, 무지 사랑해요. 정말 사랑해요.

 

지연을 따뜻하게 토닥이는 태경이다.

 

 

 

오빠 그러면 어쩔 거예요?

 

?

 

지연이 말이에요.

 

네 말을 진작 들을 걸 그랬다.

 

태경이 씩 웃는다.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하네. 지연이 얼굴 보기가 너무 힘이 들었었는데, 차라리 그런 게 없어졌어.

 

오빠.

 

?

 

태경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

 

정말, 닮고 싶어요.

 

?

 

오빠 같은 아버지. 정말 멋있어요.

 

화영이 따뜻한 눈으로 태경을 바라본다.

 

정말 멋있어요.

 

나 참.

 

태경이 머리를 긁적인다.

 

사람 난감하게 왜 갑자기 칭찬을 하고 그러냐?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에요. 그리고 지금이 아니라면 제가 오빠에게 더 이상 이 말을 할 기회도 없을 거 같아요.

 

화영이 미소를 짓는다.

 

오빠 정말 멋진 아버지에요.

 

고마워.

 

태경이 고개를 끄덕인다.

 

 

 

후우.

 

병환이 한숨을 내쉰다.

 

그냥 혼인 신고 해 버리면.

 

아니.

 

병환이 고개를 젓는다.

 

나는 너에게 축복 받는 결혼을 선물하고 싶어.

 

오빠.

 

괜찮아.

 

병환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어머니 결국에는 허락 하실 거야.

 

하아.

 

혜지가 한숨을 내쉰다.

 

정말 엄마는 왜 그럴까? 그냥 결혼 허락 하면 좋잖아.

 

아니야.

 

병환이 고개를 젓는다.

 

나는 어머니 이해가 가.

 

잘 났어요.

 

혜지가 가볍게 병환을 흘겨 본다.

 

가자.

 

그래.

 

병환이 혜지의 손을 꽉 쥔다.

 

 

 

어머니 저 왔습니다.

 

그래요.

 

혜지의 어머니는 변함 없는 태도로 병환을 바라본다.

 

혜지야.

 

?

 

가서 우유 좀 사와. 우유가 다 떨어졌어.

 

그건.

 

다녀 와.

 

병환이 싱긋 웃는다.

 

어머니 심부름이잖아.

 

알았어.

 

혜지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냥 우유 말고.

 

나가려는 혜지의 뒤통수에 대고 어머니가 말을 잇는다.

 

무지방으로 사 와.

 

그거 여기서 안 팔잖아?

 

사 와.

 

어머니가 단호한 표정을 짓는다.

 

알았지?

 

하아.

 

혜지가 한숨을 내쉰다.

 

엄마 나 갈 때까지 오빠 보내지 마.

 

안 갈 거야.

 

병환이 대신 미소를 지으며 혜지의 물음에 대꾸한다.

 

흐음.

 

혜지가 못 마땅한 표정을 짓고는 집을 나선다.

 

 

 

정말 이해가 안 간다니까.

 

혜지가 중얼거린다.

 

엄마랑 단 둘이 있으면 본인이 힘들 게 뻔한데.

 

혜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왜 둘이 있겠다고 그러는 건지?

 

혜지가 투덜거리며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는다.

 

날은 또 왜 이렇게 추워?

 

 

 

결혼이라.

 

혜지의 어머니가 작게 중얼거린다.

 

혜지와 잘 살 자신이 있어?

 

.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누구보다 잘 살 자신이 있습니다.

 

아직 혜지 많이 어리네.

 

압니다.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애야. 아직 너무나도 어려.

 

어린 것은 알지만 혜지는 저보다 현명합니다.

 

병환이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혜지에게 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제게 혜지가 필요합니다.

 

병환이 어머니의 눈을 바라본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