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일흔여덟 번째 이야기 -
“이러다가 나중에 딸 낳으면 큰일 나겠네.”
“왜?”
혜지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3순위 아닐 거 아냐?”
“아니야.”
“응?”
병환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너는 언제나 내 마음 속 0순위야.”
“하여간.”
혜지가 싱긋 웃는다.
“가자.”
“그래.”
“결혼을 한다고?”
“네.”
혜지의 어머니가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 혜지 이제 스무 살이야, 그거 잘 알고 있겠지?”
“알고 있습니다.”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이 어린 아이와 왜 벌써 결혼을 하겠다고 말을 하는 건가?”
“그것이.”
병환이 살짝 아래 입술을 깨문다.
“제가 나이가 있어서 말입니다. 더 늦으면, 안될 거 같아서요.”
“우리 혜지는?”
“네?”
혜지의 어머니의 눈은 평소와는 달랐다.
“내 딸, 아직 너무나도 어려. 결혼 생활을 잘 감당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네.”
“엄마.”
“너는 가만히 있어.”
혜지를 제지하는 혜지의 어머니다.
“둘이 좋아하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연애와 결혼은 조금은 다른 차원의 문제야. 두 사람이 단순히 서로 함께 걷는 것이 아니라 함께 업고 가는 거라는 거야. 절대로 쉽지 않아.”
“잘 하겠습니다.”
“아니.”
혜지의 어머니가 고개를 젓는다.
“말로 하는 게 아닐세, 결혼이라는 것은.”
그녀의 어머니의 눈빛은 단호하다.
“이 결혼 신중히 생각하면 안 되겠나?”
“엄마!”
혜지가 새된 비명을 내지른다.
“엄마 왜 그래? 엄마도 병환이 오빠 좋아하잖아.”
“사람의 됨됨이를 탓하는 게 아니야.”
혜지의 어머니가 조금은 굳은 얼굴로 혜지를 바라본다.
“병환 군의 됨됨이는 나도 잘 알고 있어.”
“그러면 왜?”
혜지가 원망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 엄마는 뭐가 불만인 건데?”
“너 아직 많이 어려.”
“안 어려.”
혜지가 고개를 젓는다.
“나 엄마가 생각하는 거 보다 많이 컸어.”
“아니.”
혜지의 어머니가 단호한 표정을 짓는다.
“너 아직 멀었어.”
“엄마.”
“병환 군.”
혜지의 어머니가 병환을 바라본다.
“한 번에 허락 받을 거라고 생각했나요?”
“아닙니다.”
병환이 고개를 젓는다.
“저도 아닐 거 같았습니다.”
“그래요?”
병환의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지금 내 대답도 알겠군요.”
“내일 저녁 다시 오겠습니다.”
병환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늦은 밤 죄송합니다.”
“오, 오빠!”
병환이 일어나자 혜지도 따라 일어난다.
“앉아.”
“엄마.”
“앉아!”
혜지가 주춤주춤 자리에 다시 앉는다.
“혜지야 나 갈게.”
“응.”
혜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머니 저 가보겠습니다.”
“그래.”
병환이 뒤도 보지 않고 혜지의 집을 나간다.
“하아.”
쉽게 허락을 받을 거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허락을 받아야 할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혜지의 어머니와는 그래도 오랜 기간 알았었기에 조금은 쉽게 풀릴 줄 알았는데.
“생각이랑 다르네.”
자신의 어머니에게만 허락을 받으면 끝나는 문제라고 생각을 했었다. 자신이 너무 안일했다.
“뭐, 언젠가는 허락해주시겠지.”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아자.”
병환의 발걸음은 경쾌한 척 했지만, 조금은 무거워 보였다.
“엄마.”
“왜?”
혜지가 원망스러운 눈길로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본다.
“오빠한테 도대체 왜 그런 거야?”
“뭐가?”
“아니, 엄마도 오빠 사윗감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잖아? 그런데 왜 오빠가 결혼 승낙 받으러 온 자리에서,”
“누가 그래?”
“어?”
혜지는 순간 당황한다.
“뭐, 뭘 누가 그래?”
“누가 사윗감으로 생각을 한대?”
“그야 당연히.”
“아니.”
그녀가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병환 군이 네 남자 친구 역할 정도라면 충분히 이해를 하겠지만, 네 남편이자 내 사위, 내 손주의 아버지라면 조금은 더 많은 것을 생각을 해야 한다고 엄마는 생각해. 그냥 허락을 하면 안 돼.”
“하지만.”
혜지가 어머니의 눈을 본다.
“내가 오빠를 사랑해.”
“너 이제 겨우 스무 살이야.”
어머니가 혜지를 바라다 본다.
“너 지금부터 결혼하면 그 사람이랑, 병환 군이랑 50년도 넘는 세월을 살아야 할 지도 몰라. 그래도 좋아?”
“응.”
혜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 오빠랑이면 50년이 아니라 100년, 1000년도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살 자신이 있어. 진심이야.”
“혜지야.”
어머니가 혜지의 손을 잡는다.
“엄마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니?”
“!”
순간 혜지가 당황을 한다. 서른 아홉 살, 열 아홉의 나이로 자신을 낳은 어머니. 혜지는 그런 어머니가 늘 안타깝고 안쓰러웠었다.
“열 여덟에 너를 가지고, 열 아홉에 너를 낳았어. 어떻게 아둥바둥 고등학교는 졸업했지만 대학교는 언감생심이었어. 그리고 지금까지 근 20년을 네 아버지 뒷바라지만 하고 살았어. 물론 네 아버지가 싫다는 말은 아니야. 나 네 아버지를 존경하고, 앞으로도 네 아버지 말고 다른 남자를 생각하지는 않아. 하지만, 하지만 너는 아니야. 너는 나랑 다른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엄마가 뭐 어때서?”
“내가 뭐 어떻냐고?”
혜지의 어머니가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혜지, 너는 내가 좋아 보였니? 동창회 한 번 나가지 못하는 이런 엄마가 그렇게 좋아 보였어?”
“오빠는 달라.”
“얼마나?”
혜지의 어머니가 혜지의 눈을 들여다 본다.
“너 그거 확신할 수 있어?”
“당연하지.”
“그래?”
혜지의 어머니의 표정은 단호하다.
“너 분명히 후회해.”
“안 해.”
“아니.”
어머니가 고개를 젓는다.
“너 후회해.”
“엄마.”
“다 너를 위해서야.”
“이런 거 필요 없어.”
“
“오빠와 있는 게 행복이야.”
“혜지야.”
“엄마는 늘 그래.”
혜지의 눈이 슬프게 변한다.”
“엄마가 옳다고 생각을 하는 게 항상 내 행복이라고.”
“그게 진실이야.”
“아니.”
혜지가 고개를 젓는다.
“때때로 엄마도 틀릴 때가 있어.”
“
“엄마.”
혜지가 어머니의 눈을 바라본다.
“엄마는 정말 나의 행복을 원해?”
“그래.”
“그러면 결혼 허락해 줘.”
“아니.”
어머니가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내가 정말 너의 행복을 원하기 때문에 너의 결혼을 더더욱 허락할 수 없어, 그건 너에게 잘못된 것이니까. 정말 너를 위해서는 그래서 안 되는 거니까, 그런 거니까 엄마는 허락할 수 없어.”
“어째서?”
“말 했잖아.”
어머니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너 아직 너무 어려.”
“엄마가 반대해도 결혼해.”
“
“나 이제 성인이야.”
혜지가 아픈 표정을 짓는다.
“엄마의 동의 없어도 할 수 있어.”
“마음대로 해!”
혜지의 어머니가 미간을 찌푸리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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