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4 - [일흔여덟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0. 21. 23:25

 

 

 

우리, 사랑해! Season 4

 

- 일흔여덟 번째 이야기 -

 

 

 

이러다가 나중에 딸 낳으면 큰일 나겠네.

 

?

 

혜지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3순위 아닐 거 아냐?

 

아니야.

 

?

 

병환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너는 언제나 내 마음 속 0순위야.

 

하여간.

 

혜지가 싱긋 웃는다.

 

가자.

 

그래.

 

 

 

결혼을 한다고?

 

.

 

혜지의 어머니가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 혜지 이제 스무 살이야, 그거 잘 알고 있겠지?

 

알고 있습니다.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이 어린 아이와 왜 벌써 결혼을 하겠다고 말을 하는 건가?

 

그것이.

 

병환이 살짝 아래 입술을 깨문다.

 

제가 나이가 있어서 말입니다. 더 늦으면, 안될 거 같아서요.

 

우리 혜지는?

 

?

 

혜지의 어머니의 눈은 평소와는 달랐다.

 

내 딸, 아직 너무나도 어려. 결혼 생활을 잘 감당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네.

 

엄마.

 

너는 가만히 있어.

 

혜지를 제지하는 혜지의 어머니다.

 

둘이 좋아하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연애와 결혼은 조금은 다른 차원의 문제야. 두 사람이 단순히 서로 함께 걷는 것이 아니라 함께 업고 가는 거라는 거야. 절대로 쉽지 않아.

 

잘 하겠습니다.

 

아니.

 

혜지의 어머니가 고개를 젓는다.

 

말로 하는 게 아닐세, 결혼이라는 것은.

 

그녀의 어머니의 눈빛은 단호하다.

 

이 결혼 신중히 생각하면 안 되겠나?

 

엄마!

 

혜지가 새된 비명을 내지른다.

 

엄마 왜 그래? 엄마도 병환이 오빠 좋아하잖아.

 

사람의 됨됨이를 탓하는 게 아니야.

 

혜지의 어머니가 조금은 굳은 얼굴로 혜지를 바라본다.

 

병환 군의 됨됨이는 나도 잘 알고 있어.

 

그러면 왜?

 

혜지가 원망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 엄마는 뭐가 불만인 건데?

 

너 아직 많이 어려.

 

안 어려.

 

혜지가 고개를 젓는다.

 

나 엄마가 생각하는 거 보다 많이 컸어.

 

아니.

 

혜지의 어머니가 단호한 표정을 짓는다.

 

너 아직 멀었어.

 

엄마.

 

병환 군.

 

혜지의 어머니가 병환을 바라본다.

 

한 번에 허락 받을 거라고 생각했나요?

 

아닙니다.

 

병환이 고개를 젓는다.

 

저도 아닐 거 같았습니다.

 

그래요?

 

병환의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지금 내 대답도 알겠군요.

 

내일 저녁 다시 오겠습니다.

 

병환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늦은 밤 죄송합니다.

 

, 오빠!

 

병환이 일어나자 혜지도 따라 일어난다.

 

앉아.

 

엄마.

 

앉아!

 

혜지가 주춤주춤 자리에 다시 앉는다.

 

혜지야 나 갈게.

 

.

 

혜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머니 저 가보겠습니다.

 

그래.

 

병환이 뒤도 보지 않고 혜지의 집을 나간다.

 

 

 

하아.

 

쉽게 허락을 받을 거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허락을 받아야 할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혜지의 어머니와는 그래도 오랜 기간 알았었기에 조금은 쉽게 풀릴 줄 알았는데.

 

생각이랑 다르네.

 

자신의 어머니에게만 허락을 받으면 끝나는 문제라고 생각을 했었다. 자신이 너무 안일했다.

 

, 언젠가는 허락해주시겠지.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아자.

 

병환의 발걸음은 경쾌한 척 했지만, 조금은 무거워 보였다.

 

 

 

엄마.

 

?

 

혜지가 원망스러운 눈길로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본다.

 

오빠한테 도대체 왜 그런 거야?

 

뭐가?

 

아니, 엄마도 오빠 사윗감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잖아? 그런데 왜 오빠가 결혼 승낙 받으러 온 자리에서,

 

누가 그래?

 

?

 

혜지는 순간 당황한다.

 

, 뭘 누가 그래?

 

누가 사윗감으로 생각을 한대?

 

그야 당연히.

 

아니.

 

그녀가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병환 군이 네 남자 친구 역할 정도라면 충분히 이해를 하겠지만, 네 남편이자 내 사위, 내 손주의 아버지라면 조금은 더 많은 것을 생각을 해야 한다고 엄마는 생각해. 그냥 허락을 하면 안 돼.

 

하지만.

 

혜지가 어머니의 눈을 본다.

 

내가 오빠를 사랑해.

 

너 이제 겨우 스무 살이야.

 

어머니가 혜지를 바라다 본다.

 

너 지금부터 결혼하면 그 사람이랑, 병환 군이랑 50년도 넘는 세월을 살아야 할 지도 몰라. 그래도 좋아?

 

.

 

혜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 오빠랑이면 50년이 아니라 100, 1000년도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살 자신이 있어. 진심이야.

 

혜지야.

 

어머니가 혜지의 손을 잡는다.

 

엄마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니?

 

!

 

순간 혜지가 당황을 한다. 서른 아홉 살, 열 아홉의 나이로 자신을 낳은 어머니. 혜지는 그런 어머니가 늘 안타깝고 안쓰러웠었다.

 

열 여덟에 너를 가지고, 열 아홉에 너를 낳았어. 어떻게 아둥바둥 고등학교는 졸업했지만 대학교는 언감생심이었어. 그리고 지금까지 근 20년을 네 아버지 뒷바라지만 하고 살았어. 물론 네 아버지가 싫다는 말은 아니야. 나 네 아버지를 존경하고, 앞으로도 네 아버지 말고 다른 남자를 생각하지는 않아. 하지만, 하지만 너는 아니야. 너는 나랑 다른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엄마가 뭐 어때서?

 

내가 뭐 어떻냐고?

 

혜지의 어머니가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혜지, 너는 내가 좋아 보였니? 동창회 한 번 나가지 못하는 이런 엄마가 그렇게 좋아 보였어?

 

오빠는 달라.

 

얼마나?

 

혜지의 어머니가 혜지의 눈을 들여다 본다.

 

너 그거 확신할 수 있어?

 

당연하지.

 

그래?

 

혜지의 어머니의 표정은 단호하다.

 

너 분명히 후회해.

 

안 해.

 

아니.

 

어머니가 고개를 젓는다.

 

너 후회해.

 

엄마.

 

다 너를 위해서야.

 

이런 거 필요 없어.

 

조혜지, 너의 행복을 위해서라고.

 

오빠와 있는 게 행복이야.

 

혜지야.

 

엄마는 늘 그래.

 

혜지의 눈이 슬프게 변한다.

 

엄마가 옳다고 생각을 하는 게 항상 내 행복이라고.

 

그게 진실이야.

 

아니.

 

혜지가 고개를 젓는다.

 

때때로 엄마도 틀릴 때가 있어.

 

조혜지.

 

엄마.

 

혜지가 어머니의 눈을 바라본다.

 

엄마는 정말 나의 행복을 원해?

 

그래.

 

그러면 결혼 허락해 줘.

 

아니.

 

어머니가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내가 정말 너의 행복을 원하기 때문에 너의 결혼을 더더욱 허락할 수 없어, 그건 너에게 잘못된 것이니까. 정말 너를 위해서는 그래서 안 되는 거니까, 그런 거니까 엄마는 허락할 수 없어.

 

어째서?

 

말 했잖아.

 

어머니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너 아직 너무 어려.

 

엄마가 반대해도 결혼해.

 

조혜지!

 

나 이제 성인이야.

 

혜지가 아픈 표정을 짓는다.

 

엄마의 동의 없어도 할 수 있어.

 

마음대로 해!

 

혜지의 어머니가 미간을 찌푸리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