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일흔일곱 번째 이야기 -
“!”
병환의 눈이 동그래진다.
“엄마 다녀왔어요.”
“그래 왔니?”
들어오는 소녀의 얼굴이 구겨진다.
“저 사람 누구야?”
“누구긴?”
아주머니가 미소를 짓는다.
“네 과외 선생님이시지.”
“과외 안 한다니까.”
“왜 안 해!”
아주머니가 소리를 질렀다.
“너 성적이 더 올라야 할 거 아니야?”
“평일에는
“내가 너를 왜 죽여?”
“엄마 하는 것 좀 봐요.”
학생이 슬픈 표정을 짓는다.
“내가 무슨 기계야?”
“얘가.”
아주머니가 미간을 찌푸린다.
“그런 이야기는 일단 과외 받고 해.”
“엄마!”
“K대 다니시는 분이래, 어렵게 모셨어.”
“하.”
어렵다? 나 되게 쉽게 왔는데.
“아, 안녕.”
이쯤되면 끼어 들어야 할 분위기라고 느낀 병환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과외가 싫을 지도 모르는데, 어머니랑 이야기를 했거든. 성적이 오르면 학원을 그만 두고 과외만 하면 된대.”
“선생님!”
아주머니가 새된 비명을 질렀지만 병환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어때?”
병환이 씩 웃는다.
“그래도 과외하고 싫어?”
“엄마, 진짜야?”
“응?”
아주머니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정말 그러면 과외 받고.”
“정말?”
“응.”
여자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주머니도 겨우 미소를 짓는다.
“당연하지.”
“그럼 나 이 과외 할게.”
여자 아이가 싱긋 웃으며 병환을 바라본다.
“잘 부탁합니다. 조혜지라고 합니다.”
“바,
그게 혜지와의 첫 만남이었다. 첫 눈에 반한 여덟 살 어린 천생연분 혜지와의 첫 만남, 그 소중한 기억.
“정말이요?”
혜지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렇게 나이가 많아요?”
“이, 이게 뭐가 많아?”
병환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나 아직 겨우 스물 다섯이라고.”
“저는 열일곱 이거든요?”
혜지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지금 누구 앞에서 나이가 안 많대요?”
“그, 그래도.”
혜지에게 바로 잡힌 병환이다.
“선생님.”
“응?”
“여자 친구 있어요?”
“아, 아니.”
병환이 고개를 젓는다.
“그럼 나랑 사귈래요?”
“어?”
병환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푸하하.”
그 순간 혜지가 웃음을 터뜨린다.
“장난인데 놀라는 거 봐. 됐어요. 안 잡아 먹어요.”
“으유.”
병환이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다.
“너 선생님 놀릴래?”
“죄송해요.”
혜지가 미소를 짓는다.
“그럼 공부할까요?”
“응?”
급변하는 혜지는 적응하기 어려운 아이였다.
“선생님 이거 어려워요.”
“이건.”
가르쳐 주기 위해서 뒤로 가는 순간 끼치는 냄새.
“!”
“선생님?”
“어.”
병환이 곧바로 정신을 차린다.
“이건 말이야.”
계속 끼치는 복숭아 향기. 병환은 진땀이 난다.
“선생님 더우세요?”
“아, 아니.”
“그런데 왜 그렇게 땀을 흘려요?”
혜지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조, 조금 덥네.”
병환이 손부채질을 한다.
“하핫.”
“흐음?”
혜지가 수상하다는 표정으로 병환을 바라본다.
“선생님 왜 그래요?”
“뭐가?”
“얼굴이 빨갛잖아요.”
혜지가 고개를 갸웃한다.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거예요? 저 수험생이라서 감기 걸리면 안 된단 말이에요.”
“감기 아니야.”
“정말이요?”
“그래.”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선생님, 이거요.”
“이게 뭐야?”
“빼빼로죠.”
“빼빼로?”
병환이 고개를 갸웃한다.
“이걸 왜 나를 줘?”
“오늘이 빼빼로 데이잖아요.”
“아.”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오늘이 빼빼로 데이였구나.”
“그것도 몰랐던 거예요?”
“뭐, 내가 기억할 필요가 있나?”
병환이 머리를 긁적인다.
“어린 애도 아니고 말이야.”
“그럼 도로 줘요.”
“아니야.”
병환이 빼빼로를 품에 안는다.
“이건 그냥 뺴뺴로가 아니잖아.”
“네?”
혜지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네 마음이잖아.”
“에?”
혜지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건 우정 빼뺴로 거든요.”
“우정, 빼빼로?”
병환이 실망한다.
“정말?”
“네.”
혜지가 힘주어 대답한다.
“꿈도 크시기는.”
“그래.”
병환이 어깨가 축 쳐진다.
“왜 그래요?”
혜지도 살짝 당황한다.
“아니야.”
병환이 힘없이 고개를 젓는다.
“정말 그 때는 우리 사귈 지 몰랐는데.”
“그러니까.”
혜지가 싱긋 웃는다.
“인연이라는 건 참 신기해.”
“그러니까.”
병환이 혜지의 손을 잡는다.
“그 때 내가 네 과외를 안 했으면 어쩔 뻔 했어?”
“어쩌긴?”
혜지가 귀엽게 혀를 내민다.
“이렇게 예쁜
“지가 지보고 예쁘데.”
“왜? 아니야?”
혜지가 정색을 하자 병환이 급 싱긋 웃는다.
“아니.”
도리질치는 병환이다.
“네가 제일 예쁘지.”
“킥.”
혜지가 싱긋 웃는다.
“정말이지?”
“그럼.”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세상에서 네가 가장 예뻐.”
“어머니보다?”
“응?”
갑작스러운 혜지의 질문에 병환이 당황한다.
“뭐, 뭐라고?”
“어머니가 더 예쁘지?”
“혜, 혜지야.”
“하여간 마마보이.”
병환이 다시 쩔쩔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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