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4 - [일흔일곱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0. 21. 23:24

 

 

우리, 사랑해! Season 4

 

- 일흔일곱 번째 이야기 -

 

 

 

!

 

병환의 눈이 동그래진다.

 

엄마 다녀왔어요.

 

그래 왔니?

 

들어오는 소녀의 얼굴이 구겨진다.

 

저 사람 누구야?

 

누구긴?

 

아주머니가 미소를 짓는다.

 

네 과외 선생님이시지.

 

과외 안 한다니까.

 

왜 안 해!

 

아주머니가 소리를 질렀다.

 

너 성적이 더 올라야 할 거 아니야?

 

평일에는 새벽 2까지 공부하다가 와, 아침이면 6 외국어 수업 들으러 가고, 토요일에도 보습학원 가고, 일요일에도 논술 학원을 다녀, 그런데 이제는 과외까지 하라고? 나 죽이려고 그래?

 

내가 너를 왜 죽여?

 

엄마 하는 것 좀 봐요.

 

학생이 슬픈 표정을 짓는다.

 

내가 무슨 기계야?

 

얘가.

 

아주머니가 미간을 찌푸린다.

 

그런 이야기는 일단 과외 받고 해.

 

엄마!

 

K대 다니시는 분이래, 어렵게 모셨어.

 

.

 

어렵다? 나 되게 쉽게 왔는데.

 

, 안녕.

 

이쯤되면 끼어 들어야 할 분위기라고 느낀 병환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과외가 싫을 지도 모르는데, 어머니랑 이야기를 했거든. 성적이 오르면 학원을 그만 두고 과외만 하면 된대.

 

선생님!

 

아주머니가 새된 비명을 질렀지만 병환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어때?

 

병환이 씩 웃는다.

 

그래도 과외하고 싫어?

 

엄마, 진짜야?

 

?

 

아주머니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정말 그러면 과외 받고.

 

정말?

 

.

 

여자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주머니도 겨우 미소를 짓는다.

 

당연하지.

 

그럼 나 이 과외 할게.

 

여자 아이가 싱긋 웃으며 병환을 바라본다.

 

잘 부탁합니다. 조혜지라고 합니다.

 

, 박병환이라고 해.

 

그게 혜지와의 첫 만남이었다. 첫 눈에 반한 여덟 살 어린 천생연분 혜지와의 첫 만남, 그 소중한 기억.

 

 

 

정말이요?

 

혜지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렇게 나이가 많아요?

 

, 이게 뭐가 많아?

 

병환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나 아직 겨우 스물 다섯이라고.

 

저는 열일곱 이거든요?

 

혜지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지금 누구 앞에서 나이가 안 많대요?

 

, 그래도.

 

혜지에게 바로 잡힌 병환이다.

 

선생님.

 

?

 

여자 친구 있어요?

 

, 아니.

 

병환이 고개를 젓는다.

 

그럼 나랑 사귈래요?

 

?

 

병환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푸하하.

 

그 순간 혜지가 웃음을 터뜨린다.

 

장난인데 놀라는 거 봐. 됐어요. 안 잡아 먹어요.

 

으유.

 

병환이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다.

 

너 선생님 놀릴래?

 

죄송해요.

 

혜지가 미소를 짓는다.

 

그럼 공부할까요?

 

?

 

급변하는 혜지는 적응하기 어려운 아이였다.

 

 

 

선생님 이거 어려워요.

 

이건.

 

가르쳐 주기 위해서 뒤로 가는 순간 끼치는 냄새.

 

!

 

선생님?

 

.

 

병환이 곧바로 정신을 차린다.

 

이건 말이야.

 

계속 끼치는 복숭아 향기. 병환은 진땀이 난다.

 

선생님 더우세요?

 

, 아니.

 

그런데 왜 그렇게 땀을 흘려요?

 

혜지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 조금 덥네.

 

병환이 손부채질을 한다.

 

하핫.

 

흐음?

 

혜지가 수상하다는 표정으로 병환을 바라본다.

 

선생님 왜 그래요?

 

뭐가?

 

얼굴이 빨갛잖아요.

 

혜지가 고개를 갸웃한다.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거예요? 저 수험생이라서 감기 걸리면 안 된단 말이에요.

 

감기 아니야.

 

정말이요?

 

그래.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선생님, 이거요.

 

이게 뭐야?

 

빼빼로죠.

 

빼빼로?

 

병환이 고개를 갸웃한다.

 

이걸 왜 나를 줘?

 

오늘이 빼빼로 데이잖아요.

 

.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오늘이 빼빼로 데이였구나.

 

그것도 몰랐던 거예요?

 

, 내가 기억할 필요가 있나?

 

병환이 머리를 긁적인다.

 

어린 애도 아니고 말이야.

 

그럼 도로 줘요.

 

아니야.

 

병환이 빼빼로를 품에 안는다.

 

이건 그냥 뺴뺴로가 아니잖아.

 

?

 

혜지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네 마음이잖아.

 

?

 

혜지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건 우정 빼뺴로 거든요.

 

우정, 빼빼로?

 

병환이 실망한다.

 

정말?

 

.

 

혜지가 힘주어 대답한다.

 

꿈도 크시기는.

 

그래.

 

병환이 어깨가 축 쳐진다.

 

왜 그래요?

 

혜지도 살짝 당황한다.

 

아니야.

 

병환이 힘없이 고개를 젓는다.

 

 

 

정말 그 때는 우리 사귈 지 몰랐는데.

 

그러니까.

 

혜지가 싱긋 웃는다.

 

인연이라는 건 참 신기해.

 

그러니까.

 

병환이 혜지의 손을 잡는다.

 

그 때 내가 네 과외를 안 했으면 어쩔 뻔 했어?

 

어쩌긴?

 

혜지가 귀엽게 혀를 내민다.

 

이렇게 예쁜 조혜지 뺴앗길 뻔 했지.

 

지가 지보고 예쁘데.

 

? 아니야?

 

혜지가 정색을 하자 병환이 급 싱긋 웃는다.

 

아니.

 

도리질치는 병환이다.

 

네가 제일 예쁘지.

 

.

 

혜지가 싱긋 웃는다.

 

정말이지?

 

그럼.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세상에서 네가 가장 예뻐.

 

어머니보다?

 

?

 

갑작스러운 혜지의 질문에 병환이 당황한다.

 

, 뭐라고?

 

어머니가 더 예쁘지?

 

, 혜지야.

 

하여간 마마보이.

 

병환이 다시 쩔쩔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