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4 - [일흔다섯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0. 18. 23:04

 

 

 

우리, 사랑해! Season 4

 

- 일흔다섯 번째 이야기 -

 

 

 

미안해요.

 

벌써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하는 거예요?

 

선재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나한테 무슨 미안할 일이라도 한 거예요?

 

?

 

아니, 미안할 일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미안해해요?

 

그냥이요.

 

주연이 선재의 얼굴을 바라본다.

 

내가 같이 있어주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나 선재 씨에게 너무 많이 미안해서 그래요. 우리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해도 부족한 시간인데 항상 내가 선재 씨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게 많이 미안해서 그래요. 그런 거예요.

 

그러지 말아요.

 

선재가 주연의 손을 잡는다.

 

나 지금 너무 행복해요.

 

선재 씨.

 

주연 씨가 있는 지금의 상황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행복한 상황이에요. 지금 이 순간보다 더 행복한 순간은 느낄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많이 미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알았지요?"

 

.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요.

 

이제 가요.

 

.

 

시계를 보던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그만.

 

선재가 씩 웃는다.

 

지금 또 미안하다는 말 하려고 그랬죠?

 

.

 

주연이 자신의 입을 가린다.

 

들켰어요?

 

.

 

선재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주연 씨를 몰라요.

 

.

 

주연이 가볍게 눈을 흘긴다.

 

선재 씨가 나를 어떻게 알아요?

 

왜 몰라요?

 

선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내가 주연 씨를 이렇게 좋아하는데 내가 주연 씨를 모르면 어떻게 해요? 안 그래요?

 

그래요.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진짜 가볼게요.

 

전화해요.

 

.

 

선재가 손을 흔들어 보인다.

 

 

 

하아.

 

성기를 만나는 것이 너무나도 미안한 주연이다.

 

선재 씨.

 

멀리 보이는 선재. 그가 너무나도 쓸쓸해 보인다.

 

후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제 더 이상 안 되겠습니다.

 

?

 

의사의 말에 태경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더 이상 견디실 수 없습니다.

 

그 말은.

 

의사가 고개를 숙인다.

 

더 이상 그 진통제 만으로는 버티실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제 참을 만큼 참지 않으셨습니까? 전에 분명 제게, 참을 수 있을 때까지 다 참고 나면 분명 따님께 모든 걸 말씀하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지금입니다. 이태경 님이 지난 번에 말씀하셨던 그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아니오.

 

태경이 고개를 젓는다.

 

아직 아닙니다.

 

이태경.

 

저는 아직 괜찮습니다.

 

태경이 힘없는 미소를 짓는다.

 

지금 내가 그 사실을 지연이에게 알려준다면 분명 지연이는 너무나도 아파할 것입니다. 괜찮습니다.

 

이제 더 이상 몸이 견딜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할 지도 모르고, 약을 먹는 횟수도, 약의 종류도 더 늘어날 게 분명하단 말입니다. 머리카락이 빠질 수도 있고 어떠한 일이 생길 지 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 사실을 처음 겪고 놀라게 하기보다는 미리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알려주면요?

 

태경의 의사를 본다.

 

제가 사나요?

 

이태경.

 

부탁입니다.

 

태경이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제 마음도 편치 않습니다. 떠나는 사람인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나는 사람은데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하지만 아무 것도 지연이에게 말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너무나도 미안한 일이니까요.

 

후우.

 

의사가 한숨을 내쉰다.

 

왜 이렇게 자기 고집을 내세우는 환자가 배당이 되는 것인지, 이태경 님이 이러시면 제가 불편한 거 모르십니까?

 

그래서 죄송합니다.

 

태경이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정말 죄송합니다.

 

후우.

 

의사가 다시 한 번 더 깊은 한숨을 내쉰다.

 

어떻게 해드리길 원하시는 겁니까?

 

지연이.

 

태경의 눈이 반짝인다.

 

아무 것도 모르게 말이죠.

 

그게.

 

의사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이제 더 이상 몸이.

 

견딥니다.

 

태경의 의사의 말을 끊고 단호히 말한다.

 

이 몸 견딥니다.

 

못 견딥니다.

 

아니요.

 

태경이 고개를 젓는다.

 

제 몸은 제가 더 잘 압니다.

 

저는 의사입니다!

 

저는 환자입니다.

 

태경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의사 선생님이 알지 못하는 것을 더 잘 알죠.

 

이태경.

 

부탁입니다.

 

태경이 의사를 바라본다.

 

제발.

 

하아.

 

의사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쉬어 나온다.

 

너 정말 왜 그러냐?

 

그리고 나온 의사의 말은 반말이었다.

 

이태경.

 

.

 

태경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 의사가 아닌 거냐?

 

그래.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 살 수 있을 지도 몰라.

 

살아?

 

?

 

사냐고?

 

태경이 슬픈 미소를 짓는다.

 

아니잖아.

 

태경의 의사의 눈을 바라본다.

 

사는 거 아니잖아.

 

하지만.

 

영우야.

 

태경이 슬픈 표정을 짓는다.

 

나 이제 지쳤어.

 

?

 

?

 

영우가 태경을 바라본다.

 

왜 네가 지쳐?

 

나는 지치면 안 돼?

 

그래.

 

영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언제나 1등이었잖아.

 

.

 

모두가 가라는 대학도 가지 않고 그 종가를 맡았던 거잖아! 어렸을 적에 내 우상이었던 네가 왜 이 꼴이 되어 있는 거냐? 돈도 없고, 명예도 없고, 가족도 없고, 병만 얻고, 너 왜 이렇게 된 거냐?

 

그러게.

 

태경이 미소를 짓는다.

 

네가 알려주라.

 

이태경.

 

알잖아?

 

태경이 영우의 눈을 본다.

 

내 고집.

 

이제는 좀 꺾어.

 

영우가 태경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이제는, 이제는 제발 꺾을 때도 됐잖아. 왜 안 꺾어? 한 번쯤, 한 번쯤은 그 강한 고집 꺾어도 되는 거잖아!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왜 그 고집을 한 번 안 꺾는 거냐? 나 정말 답답하다.

 

너 좋은 의사인 거 알아.

 

태경의 영우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너 그런 거 알아.

 

나쁜 놈.

 

영우의 눈이 붉어진다.

 

그러면 내 실력 믿으면 안 되냐?

 

.

 

태경이 고개를 끄덕인다.

 

안 돼.

 

?

 

실패할 거니까?

 

나쁜 놈.

 

.

 

태경이 작게 미소를 짓는다.

 

너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아파할 거잖아.

 

태경이 영우를 바라본다.

 

너 지금 도전해도 성공하지 못할 거 알면서, 이렇게 도전을 한다고 하는 거잖아. 그런데 너에게 어떻게 하고 싶다고 말을 해? 안 그래? 안 그렇냐고? 너도 내가 죽으면 많이 아파할 거잖아.

 

아니야.

 

영우의 목소리가 갈린다.

 

안 슬퍼할 거야.

 

영우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